지리산 산행

2018.10.28 세동치

지리99 수야 2018. 10. 28. 13:11

청소산행


지리구구 청소산행과 중부경남팀 5차 정기산행

일시:2018년 10월 28일 (일요일)

산행 참석자 (존칭생략):백산,연하,노을,최정남,최옥희,황순진,나비부인,최규다,들풀,성주숙,수야 (총11명)

걸어간 길:부운마을-부운좌골-세동치샘-세동치 헬기장-부운치-부운 마을

산행시간:08시 15분~16시:40분 (8시간 25분) 9.3km


부운교를 건너 공터에 주차하고 산행 준비를 하는 동안 규다와 들풀님이 도착한다.

중경팀이 정해놓은 정기산행은 다섯째 주 일요일이다.

12월도 다섯째 주 일요일이 있긴 하지만

연말이다 보니 모두 시간을 내기 어려운 날이라 이번 청소 산행에

중경팀 정기산행도 겹쳐서 하기로 했었다.

즉, 지리구구 청소 산행 겸 중경팀 5차 정기 산행 일이다.

부운 마을에서 세동치로 오르는 코스는 미리 공지되었다.

지난주 홍골 산행 때 규다와 들풀님이 우리와 같이 하겠다 하여 총 11명의 인원이 모였다.

새벽부터 먼 길을 달려온 규다와 들풀님이 아침 식사를 못하고 올 걸 예상한

나비부인 은의님은 잠을 설치며 정성스레 싸 온 김밥을 산행 중에 내놓았다.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김밥에서 서로를 따뜻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읽히고 느껴진다.

약간 움츠러드는 쌀쌀한 기온에 종종걸음을 옮기며 입과 몸을 열심히 푼다.


세동치를 향해 걷는 걸음들이 가볍고 경쾌하다.

하늘엔 하얀 낮달이 걸려 먼 하늘을 바라보게 한다.

산속 공기는 더없이 상쾌하여 청정한 한 움큼을 폐부 깊이 밀어 넣어도 본다. 

아, 좋다는 말이 연달아 터져 나온다.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나도, 여러 날 만에 보게 되는 만남도 반갑기는 같다.

가을이 접수한 산길을 걸으며 만남의 반가운 수다가 한동안 시끌시끌하다.


귀인을 만나면 귀인이 되는 거고

하찮은 사람을 만나면 하찮게 된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준다.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친분을 쌓으면

나도 좋은 사람이 된다.

그러니 나는

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함으로 좋은 사람인 게다.

같은 띠, 같은 최 씨 두 여사님은 만날 때마다 딱 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마음이 통한다는 것만큼 좋은 인연이 있겠는가.


갈림길에서 첫 번째 휴식을 한다.

걷기에 적당한 날씨는 옷을 벗게 했고 나누어 먹는 간식거리처럼 웃음소리는 달달하다.

유달리 더웠고 지치게 했던 여름이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여름은 벌써 기억에서 아득해졌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하는 게 삶이라면 견딜 수 없는 것은 없다.

견디어 내니 견딜 수 있었든 지난 계절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겨울도 또한 그럴 것이다.

삶은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라 하더라.

좋은 사람과의 좋은 시간, 특히나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숨 가쁘게 오르내리는 산우들과의

산행은 못 견딜 것 같은 날들도 견디어 낼 수 있게 하는 삶의 동력이더라

여유롭게 걷는 걸음이다.

마음의 여유는 모두를 자주 웃게 한다.

이 웃음과 즐거움의 시간 안으로 세상 잡다한 걱정은 고개를 내밀지 못한다.


부운좌골 초입으로 들어서자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그리 성가시지 않은 산죽을 통과하니 좁은 산길은 사람이 다닌 흔적을 또렷이 지니고 있다.

경작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을 통과하는 동안 고도는 서서히 높아간다.

산 사면을 따라 경작지가 이어지고 가파른 오름이 없는 길을 대열을 지어 오른다.


계단식 경작지를 산 사면을 따라 통과했다.

또 한차례 휴식을 한다.

쉴 때마다 지고 온 여러 간식이 나오고 서로 나누는 마음은 풍족하기만 하다.


오름길이 제법 맛깔나게 마주한다.

어쩌다 보니 본의 아니게 선두에 나서게 되고 중경팀 산행 대장의 부제를 대신하게 된다.

일일 알바생 산행 대장이다.

참으로 말 잘 듣는 대원들이라 쉬자면 쉬고 물 뜨자 하면 물 뜨고

길에서 비켜나 헤매도 아무 군소리 없이 다 따라서 온다.

훌륭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다.

바람직하지 못한 알바생 임시 대장을 굳건히 믿고 지켜 준다.


일렬대형으로 산죽을 통과한다.


산 깊숙이 햇볕이 침투하고 기온이 올라간다.

마음속에도 가을이 깊이 스며든다.

온몸 가득 가을 향이 짙게 배여드는 듯하다.


너덜길은 길인지 아닌지 구분 없이 앞에 놓여 방향을 선택하게 한다.

치고 오르는 걸음은 왔다 갔다 구분 없는 그곳을 따른다.

한동안 지속되는 너덜길을 조심조심 오르고 오른다.


길은 계곡을 크게 벗어나지 않기에 구분 없는 산길도 트랙과 일치시키며 오른다.

주워야 할 쓰레기는 오늘따라 유독 보이지 않고 우리가 생산한 쓰레기만 봉투에 담는 형국이다.


숲속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특별히 푸르고 높게 보인다.

낙엽으로 헐벗어가는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다운 하늘을 올려다본다.

<답다>는 것은 그 본연의 모습을 아주 적절히 잘 나타내는 말이라 내가 잘 쓰는 표현이다.

너답다, 친구답다, 그답다, 그 사람답다.

자신의욕심을 버리고, 중경팀이라는 전체를 생각해 함께 가는

이분들은 참으로 아름답다.

아름다운 사람들이고, 좋은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과 같이하는 나도 당연히. 그렇겠지?


세동치 샘 못 미쳐 점심을 먹기로 한다.

배가 고파 청소고 나발이고 먹어야겠다는 내 뜻을 순순히 받아들여 자리를 잡았다.

뒤에서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중경팀의 산행을 속속들이 카메라에 담는 백산 선생님은

중경팀 산행은 한 번도 빠지지 않으시고 참석하신다.

내일 새벽 일찍 출사 산행 약속이 있기에 청소 산행을 마치고 몇 시간 쉬지도 못하고 또 산행을

해야 하는 일정임에도 중경팀과 같이 하기 위해 다른 것을 감내하신다.

자기희생이고, 배려이고, 개인보다 전체를 생각하는

어른답고 바람직하고 합당하고 온당한 선생님의 마음은 말로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안다.

존경받아 마땅하나 마땅함을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존경함이 되는 이유다.

중경팀 이외 여러 사람이 모여 산행하는 경우도 없으시고,

산에서 이렇게 펼쳐놓고 식사를 하는 경우도

없었기에 이런 재미가 있는 줄도 몰랐다 하신다.


잠시 거래처 납품을 다녀왔더니 그사이 불향이 은은히 베인 불고기 비빔밥이 완성되어 있다.

뜨끈한 쇠고기국은 거래처 납품으로 비워진 허기를 강렬하게 자극한다.

이 세상 가장 맛있는 밥은 배고플 때 먹는 밥이다.

백산 선생님은 정말 맛있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신다.

선생님도 거래처를 다녀오셨나?

우리 중경팀 여사님들의 음식 솜씨는 그야말로 환상이다.

이걸 글로 다 표현할 수도 없고 보여 줄 수도 없고 안타까울 뿐이다.

하여튼 기가 막히게 맛있다.

맛있고 즐겁고 나를,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이 사람들한테 한마디 하고 싶었다.

야 이 좋은 사람들 같으니라고.


세동치 샘에는 물이 쏟아지고 있다.

몇 년 만에 다시 맛보는 세동치 샘 물맛이다.


샘을 지나 조금 오르자 벌써 도착한 반가운 지리구구 식구들을 만난다.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속속 자리로 찾아오는 반가운 분들과의 인사는 자꾸 길어진다.

밥을 미리 먹었고, 사람이 많은 관계로 자리가 좁아

세동치로 올라서니 청소 산행 현수막이 걸려있다.

백산 선생님의 사진이다.

중경팀 현수막을 펼쳐 기념촬영을 한다.





중경팀 팀장 노을님



친구 따라 일일 중경팀이 된 규다부부.

언제나 듬직하고 든든한 내 친구.

언제나 환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 아름다운 들풀님.

정말 좋은 사람들.



이 분은 연하님이다.

음....

깊이 있는 감수성으로 무장되어 있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 능력이 탁월하고, 육체는 끊임없는

동적 에너지를 주체 못 해 축구, 마라톤, 등산으로 싸돌아 댕김을 이어가는 분이다.

모임에서는 재치 넘치는 유머로 좌중을 한 번에 휘어잡기도 하고

산행 때는 늘 맨 후미에서 모두를 챙기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사람.

짧게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마디로

참, 좋은 사람이다.

내가 이렇게 쓸 줄 알고 미리 저렇게 좋아한 건가?


청소 산행 참석자 단체 사진을 찍는다.

백산 선생님의 카메라에 담기 전 한 컷을 찍었다.

지리구구 청소 산행 역대 최대 참석이라고 한다.

매우 고무적이고 바람직하다.

내년에도 최다 참석이 또 갱신되길...


단체 사진 촬영 후 하산이다.

올라왔듯이 쓰레기를 주우며 각자 알아서 하산한다.

중경팀은 세걸산 동능 하산 계획을 수정한다.

길이 미끄러워 위험하다는 조언을 들었고, 안전하고 좋은 길을 따라

부운치길로 하산하기로 팀장님이 수정한다.


올라온 부운골과 애초에 하산하기로 했었던 오른쪽 세걸산 동능


사진을 찍느라 뒤따라 오시는 백산 선생님과 언제나 후미 대장 연하님은 사진에 없다.

웃으라 말하지 않아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이제는 자연스레 다 웃는다.


올겨울 눈이 쌓이면 이 길을 걸을 것이다.

하얀 눈을 밟으며 그때는 무슨 생각을 할지 알 수 없지만

이 좋은사람들과 저 길 위에 있을 것이다.


작년 청소 산행 때 뽓대 형님이 가르쳐 준 말이 있다.

<나무꾼은 힘들면 쉬고, 산꾼은 경치가 좋으면 쉬어 간다.>

경치가 좋으니 쉬어야 한다.


건너 주능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아침에 차창 밖으로 상고대가 내린 상봉의 모습에 브레이크를 밟고 바라보았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어떨 땐 하염없이 좋을 때가 있다.


'걱정'을 뜻하는 영어단어 'worry'는 '사냥개가 짐승을 물고 흔들다'는 뜻이라 한다.

실제로 '걱정'은 삶을 물고 흔들어서 서서히 죽어가게 만든다.

걱정이 습관이 되면 우울증이 되고 지나치면 죽음으로 간단다.

걱정 없는 삶이 어디 있겠냐만 될 수 있으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까지

걱정하며 살지는 말자.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그저 이곳에서 바라보는 이것을 즐기자.


나는 척박한 사람이었다.

스스로 돌아보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종일 한 번도 웃지 않는 날들이 다반사였으니 다른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그런 나도 지리산을 드나들면서 웃음이 다시 돌아오더라.

그리고 축복처럼 지리산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비옥한 마음을 나도 모르게 닮아서 갔고, 척박하기만 하든 나도 조금씩 변화하더라.

지리산이 그렇게 만들었고, 지리산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부운치에서 본격적인 하산길로 접어든다.

쏟아질 듯 내린 내리막길을 한차례 지나간다.

올라올 때의 길과 별반 다르지 않은 길은 그리 길지 않아서 지겹지 않았고

같이 걷는 사람들이 있어 더욱더 그러했다.


선두에서 걷다가 급하게 거래처를 다녀오고 보니

산돌림 형님과 봄이님과 일행분, 중경팀은 먼저 내려가고 없었다.

맨 후미에서 규다와 연하 형님, 해영 형님과 내가 같이 내려간다.

해영 형님은 뒤에 서서 잔소릴 해대는 나에게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못하고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규다가 해영 형님의 배낭을 메고 앞에서 걸었다.

쪽팔려 죽겠다던 형님은 다행히 지금 무사 하시다.





산돌림 형님과 서울팀은 다른 볼 일도 있고 해서 먼저 차를 타고 떠나고 우리는 임도를 따라 또 걸었다.

세걸동능으로 하산을 염두에 두었고, 차를 세워 둔 곳이 하산 종료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길은 떠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저 지리산 속 길에서 우리가 앞으로도 해야 할 이야기는 더욱더 많아지고 풍성해질 것이다.

돌아오기 위해 집을 나섰듯, 돌아오기 위해 집으로 간다.


내일 새벽 출사를 가야 하는 백산 선생님도, 규다와 들풀님도 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중경팀의 다른 식구들에게도 연락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모이질 않았다.

아침에 같이 출발한 11명의 식구만 조촐한 뒤풀이가 이어졌다.

계산은 주인이 했지만, 돈은 일일 알바생 대장인 내가 냈다.

청소 산행에 참가한 중경팀이 다 모일 때

폼나게 한 방 쏘겠다는 마음속으로 한 계획은 어긋났지만, 그 덕분에

한 달 동안 콩나물과 된장국만 먹을 뻔한 지출이 줄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지난번 연하 형님처럼 밀어내면서 누군가 계산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못 이기는 척 밀려나 줄 분명하고 확실한 의지가 있었지만,

내 마음을 이미 다 간파한 이 일당들은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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