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석고원의 여름
일시:2014년 6월 29일.
참석자: 해영님,최규다님,최부민,들풀님.
엉겅퀴님,호진이와옥자님,춘세님.
맑은소리팀(최정석님,노부장님,승덕님,구름님,공주님,천사님.)
정이경 시인, 옥영숙 시인, 정희숙 아동문학가, 석성환 시인, 장미애 시인.
강천 수필가, 송신근 수필가, 박문주, 정옥남, 도외숙, 하미혜,박수란 선생님.
독오당(산나그네님,티나님,에스테야님,귀소본능님,수야.)이상31명.
걸어간 길:거림산장-북해도교-세석대피소-촛대봉-세석대피소-음양수샘-거림옛길-북해도교-거림산장.
산행시간 및 거리:08시 06분~17시 13분 (9시간07분). 약13km.
지리산에서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고
함께 같은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착한 길로 걸어올라, 안 착한 길 약간 걸어 내려 온 산행트랙.
산나그네 선생님의 회갑 축하겸, 집필 중인 책의 제목에 붙여 산행행사를 하게 되었다.
이름 하여 "지리산 세석고원의 여름"이다.
독오당에서는 사무총장이 혼자서 수고로움을 다 감내하고
맑은소리 팀의 구름누님께서 거액을 들여 현수막까지 제작을 손수 해주셨다.
일요일 아침,거림산장에 도착을 하니 맑은소리팀과 엉겅퀴형님이 부산에서 함께 출발한 미모의
박수란님과 먼저 도착하여 반겨주신다.
연이어 선생님의 문학 지인분들도 도착을 하고 미리 예약된 아침을 먹는다.
조금 늦게 도착한 해영형님과 규다네가족이 마지막으로 합류를 한다.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잠시 가진다.
맑은소리 팀 이다.
이 인사 시간 이후 세석대피소에서 한 번 더 보고는 보질 못했다.
넘쳐나는 에너지를 주체 못 하는 파워 넘치는 팀이다.
그야말로 최고로 잘 짜여진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의 지리산꾼팀이다.
치명적인 나의 매력으로 공작을 여러 차례 시도해보아도 넘어오지 않았으니 믿어도 좋다.
다른 팀과 문학인분들의 소개는 이후의 산행기에서 충분히 있으리라.
8시를 조금 넘겨 출발한다.
거림골 위로해가 중천에 뜬 느낌이다.
후미에서 따르며 오르는 길은 산꾼들의 걸음걸이가 아니어서 널널하고 여유로워 좋았다.
얼마 만인지 기억조차 가물한 독오당고문 티나님과의 속닥함에 한동안
미루어 두었든 이야기들을 나누며 걷는다.
앞서간 일행들이 잠시 쉼을 하고 있었다.
문학을 하시는 분들이라 산길에서는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딴판이다.
지리산의 맑은 정기 때문인지 전혀 힘들어하지 않고 시종 여유롭고 즐거운 표정으로
산꾼이라 자청하는 우리를 뒤로 물리고 앞서 걸어간다.
해영 형님은 어제의 산행 피로와 밤새 심하게 달린 주독으로 많이 힘들어한다.
사실, 나도 어제 좀 과하게 마신 탓에 아침까지 스스로 술 냄새를 인지할 정도인데
이 양반 앞에서는 말도 못 꺼내겠다.
먼 길 달려와 선생님축하 해드리고 형들과 아우들 손잡아주는 인정 철철 넘치는 인간적이고
사람냄새 그대로 묻어나는 형님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제의 산행 중 반갑지 않았든 조우와 롯지에서의 일화를 들으며
무작시러운 갱상도 사투리와는 전혀 다른 형님의 말투가 오히려 나는 항상 재미있다.
천팔교다.
고도가 그래서 붙여진 이름 이라했었지...
거림옛길로 잡았든 산행코스였으나 인원도 많고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해
정규등로를 따르기로 했다.
착카게, 착카게 걸었다.
조망터에서 남부능선과 남해의 조망에 관해 설명하는 산나그네 선생님.
지리산에 대한 열정적인 삶이 문학으로 성화 되는
봄꽃보다 예쁜 잘 물든 단풍과 같은
아름다운 회갑의 나이가 아직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젊게만 느껴진다.
이번에 새롭게 나올 <지리산 세석고원의 여름>에는 어떤 시선으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실지 기대가 된다.
엉겅퀴 형님에게 형수 님으로 아침에 깜빡 속은 미모의 산나그네 선생님 제자 박수란 님.
나와 같은 띠라고 했었다.
선생님과도 띠동갑이 된다.
가슴 뛰게 하는 역동적인 남부능선.
지리산의 이런 능선과 골을 마주할 때 마다 심장 소리는 빨라지고
나는 심하게 흥분한다.
마치 마음속으로만 연모하든 여인을 골목길에서 마주친 것 같이.
느리게 걷는 길은 나름의 묘미가 있다.
작은 들풀 하나에도 오래 눈길이 가고, 숲 속 새소리, 물소리에도 깊이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멈춰선 걸음에 한 줄기 바람이 스치면 갈증 중에 마시는 시원한 한 모금 물처럼
입가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나에게 모질게 대하는 그 어떤 놈도 용서 될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된다.
에스테야 형님은 지리산의 곳곳을 연신 카메라로 담아 가고 싶어 한다.
형님이 담아온 일정 부분을 언제나 나는 슬쩍 훔쳐간다.
배낭 옆구리에 꽂아둔 저 오이도 내가 반을 먹어도 말투와 전혀 다른
얼굴의 웃음은 아우를 챙기는 줄 내 미리 알기 때문에 나는 항상 거리낌이 없다.
세잎종덩굴 or 검종덩굴.
북해도교 에서 호진형과옥자님은 옛길로 들어갔다.
차카게 가자고 해도 안착하고 싶단다.
내려올 적에 나도 안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석대피소다.
앞서간 일행들이 촛대봉으로 오르고 있으므로 촛대봉으로 바로 간다
해영형님은 배낭을 벗어두고 맨몸으로 촛대봉으로 가신다.
흘림 땀으로 알콜이 배출된 탓인지 초반 힘들어하든 모습 없이 많이 가벼워 보이신다.
촛대봉 오름길에 운무가 몰려든다.
그 모습 또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대피소 뒤 운장바위가 저바위인가?
앞쪽은 한신바위겠지?
여름이라고 할 수 없는 시원함이다.
걷지 않고 그냥 서 있으면 춥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원한 날씨다.
언제 올라왔는지 규다네가족이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
같이 살방살방 걸을 줄 알았더니 태극종주를 완주한 저력답게 한 번도 같이 걸은 적 없이
선두에서 벌써 올라간 부민이가 참 대견스럽고 놀랍다.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
지리산의 장중하고 장엄한 줄기를 따라 남북으로 나누어진 이편과 저편의 풍경은
짧은 한마디 탄성뿐이다. 아!~
지리산을 제대로 즐기는 여유로운 최부민.
영신봉 넘어 노고단 방향의 지리산 주능선이 6월의 하늘 아래
변화무상하게 펼쳐진다.
모든 기원을 모아 간단하게 제를 올린다.
예의 바른 춘세님의 모습.
어찌하다 보니 사진을 찍는 내게 모두 절을 해 댄다.
규다네가 술을 올리고
내가 또 절을 받고
산상 문학회.
<주목>이라는 제목의 수필을 강천 수필가님께서 낭독을 하신다.
그동안 산은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며 보여 준다.
축하 시낭송.
문학적인 소양이 없는 나는 그저 부러울 뿐.
기념촬영이 한동안 이어진다.
상봉방향으로 자리를 잡고
단체 기념사진을 남긴다.
돌아온 세석산장에서 만찬의 시간을 가진다.
합류한 맑은소리 팀과 호진옥자님과 함께 해롱되기 직전까지 잔을 나눈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얻어먹고 얻어 마시다 보니 맑은소리 팀은 벌써 어디론가
떠나고 내려갈 준비로 다들 분주하다.
어찌하다 보니 세석대피소 아래 음양수갈림길에서 두 팀으로 나뉘게 된다.
옛길과 정규등로로 가는 팀이다.
옛길로 간다.
음양수 샘에서 춘세님은 샘을 깨끗이 청소하시고
나는 한 잔씩 물을 권해 드린다.
돌 제단에서 또다시 기념촬영과 조망을 즐기는 시간을 가진다.
올라올 때 옛길의 계곡을 따라 올라왔다는 호진형님은 사진을 찍으려 하다가
대형사고가 나고 말았다.
코피가 쏟아지는 광경에 놀라 물었더니 발이 바위에 걸려 얼굴을 바위에 부닫힌거란다.
천만다행으로 코피가 멎고 상처는 심하지 않으니 다행이다.
꿩의다리
맨 후미에서 호진형님과 함께 천천히 내려오면서 몇 번을 더 마신다.
나야 어차피 그렇다 치고 이 영감탱이는 피를 보고도 술을 마다 하지 않는다.
계곡의 건너편에서 말소리가 들리고 일행들과 만나 잠시 쉬고 하산길을 빨리하는 일행을 모른 척 보낸다.
호진옥자님과 에스테야형님과 넷이서 길바닥에 또다시 퍼질러 앉아 마지막 남은 병의 밑을
기어이 보고 눈앞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만큼 되어서야 내려간다.
산에 술 먹으로 가느냐는 마눌의 소리가 귀에 들리는듯하다.
거림의 마지막 언덕 위에 이 반가운 소나무를 보고서야 하산이 다 했음을 안다.
거림산장에 도착.
자리를 펴고 앉은 일행의 기다림을 뒤로 하고 계곡으로 내려간다.
차가운 물 속에 한동안 담그고 나니 또다시 개운해지는 상태로
몇 잔을 더한다.
새벽 출발에서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집결지도착 전 접촉사고로 사무총장의 차가 망가지는 불미한 일을
귀소본능은 액땜으로 대범하게 대했다.
이 산행의 액을 선빵으로 때웠으니 계기로 좋은 일이 계속될 거라고 믿어본다.
문학인과 산꾼의 산행.
멀리서 달려와 준 귀한 걸음의 규다네와 해영형님.
물심양면으로 도움 주시고 마음모아 주신 맑은소리,
춘세님과 호진옥자님,엉겅퀴형님.
묵묵히 수고하고 고생을 자처한 독오당보배 귀소본능.
함께한 시간이 사랑이고 행복이었습니다.
지리산에서처럼 늘, 행복이 껌딱지처럼 딱 붙어 있길 바랍니다.
덧붙여 선생님의 건승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지리산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07.13 큰얼음쇄기골-명선북능 (0) | 2014.07.15 |
---|---|
2014.07.06 비폭골-파근사지 (0) | 2014.07.09 |
2014.06.15 도솔암 (0) | 2014.06.17 |
2014.06.01 통신골-천왕남릉 (0) | 2014.06.02 |
2014.05.18 독녀암 (0) | 2014.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