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4.06.01 통신골-천왕남릉

지리99 수야 2014. 6. 2. 16:36

통신골-천왕남능

 

독오당56차 정기산행.

일시:2014년 6월 1일(일)

산행자:독오당(산나그네,다우,에스테야,귀소본능,수야) +(엉겅퀴) +맑은소리(최정석.승덕,구름,공주,천사)11명.

걸어간 길:중산리-칼바위-법천폭포-유암폭포-통신골-천왕남릉-법천폭포위 주등로-중산리

산행시간 및 거리:10시간(산정만찬및휴식포함),1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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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푸른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너에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 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통신골 이다.

덕산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근처 정자에서 맑은소리 팀과 반가운 조우를한다.

아침부터 건네는 막걸리를 벌컥 마셔버린다.

예외 없이 중산리 주차장에 주차를 하자마자 맑은소리 팀은 뒷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뒤늦게 배운 지리산 길 지도를 스마트폰을 보며 설명하는 귀소본능과 진지한 에스테야 형님.

다우 대장님이 한마디 거든다

"안드로이드로 하지 애럽구로...."

 

어차피 맑은소리 팀의 주력에는 따라가지 못할 것이고

천천히 올라 가는 길에 칼바위에서 한숨을 돌린다.

아직도 몽롱한 다우 대장님은 오늘 영 상태가 좋지 않다.

 

장터목대피소와 법계사 갈림길 공터 에서 맑은소리 팀과 먼저 도착한 당수님과 엉겅퀴 형님을 다시 만난다.

산나그네 당수님은 기운이 넘쳐나시는 것 같았다.

맑은소리 팀과 같이 발을 맞출정도로 좋아 보이신다.

 

법천폭포를 보고 가자 했다.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지나만 간 곳이다.

대장님, 에스테야형, 귀소본능과 함께 법천폭포로 내려선다.

숨겨진 비경이 땀을 식힐 만큼 시원스럽다.

다시 올라가야 하지만 가치 있는 발길이다.

 

법천폭포에서 다시 돌아나와 앞선 일행을 바삐 쫓아 오른다.

홈바위다.

여기쯤에서 대부분은 한 번씩 쉬게 되는 장소 일 것이다.

홈바위의 홈은 길게 파여 있었다.

 

조용하고도 민첩하게 통신골로 들어간다.

선두의 승덕 형님은 아예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리 올라 있다.

빠르게 선두를 따라 잡는다.

숨이 차다.

 

한동안 헐떡이며 숨차게 올라 뒤를 돌아보았다.

흔들린 것은 숨이 찬순간에 그대로를 찍은 것이다.

어지럽도록 숨차게 살아온 한때 같았다는 생각을 했다.

 

통신골을 그렇게 오고 싶어 하든 에스테야 형님은

작정하고 많은 준비를 하신 것 같다.

고글까지 쓰고 오른다.

 

배낭을 내리고 쉬는 동안 맨 후미로 쳐진 대장님이 올라오신다.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산행 때 한 번씩 간혹 맥을 못 추는 경우가 있더니

영감탱이....ㅎㅎ (어디까지나 순전히 내 갠적인 생각임).

 

배낭의 무게도 줄일 겸 배낭의 간식거리를 배속으로 이동을 시키고

찹찹칼칼한 막걸리 한잔을 흘린 땀 보다 많이 넘긴다.

엉겅퀴 형님의 통신골에 대한 지명해설은 명쾌한 원샷 강좌였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많은 설이 있지만,

통천문, 개천문이 있듯이 신(神)과 통(通)하는 골이라는 통신(通神)골.

나는 이제 세 번째 통함을 시도 한다.

 

각자가 알아서 각개전투 모드로 올라간다.

오름길에 마시는 알콜은 숨이 많이 차게 한다

스틱을 접고 오르는 게 오히려 편하다

나만 스틱을 접고 올라간다.

 

좌골 들머리를 지나고 합수부를 지나고,

하늘을 목이 아프게 올려다본다.

가파른 골의 끝으로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다.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오름은 계속되고  

또다시 길게 이어지는 골짜기는 "어디 통하는지 한번 보자" 하고 기다리는 듯이

가파르고 곧게 섰다.

 

물줄기가 점점 가늘어지며 치켜세운 골짜기의 위용은 쉽게 

영역을 내놓지 않을 태세로 저항하듯이 발길을 더디게 했다.

위태롭게 놓인 돌을 조심히 피하며 오른다.

스틱을 접고 내 발로 기어오르는 내가 훨씬 편했다.

뒷사람과의 간격을 두고 신경을 쓰며 올라야 하지만

한발 한발 올라서고 내려다 볼 때 마다

전율 같은 짜릿함은 중독성 강한 희열감에 젖게 했다.

 

나를 보고 항상 짧은 다리로 고생 한다던 저 형님의 다리는

뒤에서 보기에 애처로울 만큼 짧아 보였고

그 짧음을 무시하고 한 번에 너무 많이 옮겨놓고는 낑낑대고 있었다.

목에는 대포까지 걸고 큰 욕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설앵초가 바위틈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있었다.

이미 쪼그라든 놈부터 쪼그라들고 있는 놈 까지

그래도 설앵초를 마주하니 기쁨이었다.

꽃들이 떨어지면서 지리산의 봄을 데리고 갔다.

 

올라온 골은 깊고 깊었다.

천왕봉 아래.

하늘과 닿을듯한 자리에 상을 펼치고 앉았다.

배를 채우고도 넘치는 산해진미를 탐하고 내려다본 세상은 부러움이 없었다.

한잔, 두잔, 각 종류의 주종을 맛본 후 또다시 넉넉히 잔을 채웠다.

 

커피를 커피가 아닌 듯이 마시는 대장님은 한잔의 술에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어떤 종류의 술잔이든 마다하지 않는

학자풍의 엉겅퀴 형님은 커피를 마시는 폼이 새마을지도자 같아 보였다.

 

막걸리만 고집하며,

간혹 저거 대장한테도 달라드는,

커피를 술인 것 처럼 위장하는 공주님은 터프한 여걸이였다.

 

단,한 번도 취한 모습을 본적이 없는

도대체 주량을 알 수 없는

무서운 놈이다.

 

그.....

뭐...

굳이.....

그래도 아실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나에게는 친형과도 같은 분.

 

맑은소리 팀의 폭주 기관차.

따라 갈 수 없는 엄청난 발걸음이 마냥 부럽고

아우들을 잘 챙겨주는 승덕 형님은

맑은소리 팀 대장님조차도 인정하는 진정한 지리산꾼이다.

 

지존.

나에게 이분은 지리산에서는 그렇다.

알고 보면 정말 좋은데....

 

맑은소리팀의 숨겨진 다크호스.

조용하고 과묵한 천사님.

 

독오당 대장님께서도 놀라는 체력을 가지고

만날 때 마다. 따뜻함으로 반겨주시는 구름 누님.

 

맑은소리 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산중의 요리를 마지막으로

작은 하나의 흔적도 남김없이 자리를 정리하고 마지막 오르막을 올라갔다.

 

부담스러운 천왕봉을 앞에 두고 남능으로 빠지는 길로 걷는 걸음은 먹은 양 만큼 힘이 들었다.

 

천왕봉과 주능선의 사람 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갈림길에서 맑은소리 팀과 작별을 하고

우리는 천왕남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사진:귀소본능)

 

아스라한 반야봉이 더없이 좋아 보였다.

 

주능에는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천왕봉의 턱밑에서 올려다보는 모습은 처음 접하는 새로움이었다.

 

전형적인 육산인 지리산에서 통신골 상단의 퐁경는 지리산의 또 다른 비경이라고

엉겅퀴 형님이 일러 주신다.

 

로프를 잡고 내려서는 아찔함에 엉겅퀴 형님과, 귀소본능, 나만 내려오고

당수님과 대장님,에스테야형님은 주등로로 나누어 내려간다.

 

남능 들머리에서 다시 만나 본격적으로 남능을 따라 내려서며

통신골을 바라보았다

아찔하도록 가파른 저곳을 기어오르면서 왜 강한 욕구가 더 생겨 나는지 모를 일이었다.

 

또다시 저 가파름을 기어오를 날들을 미리 본다.

 

내려갈수록 조망은 압권이었고

감탄의 자리에서 이런 지리산 속에 있음이 감동이었고 행복이라고 말한다.

미친 것인지도 모른다.

 

일명 뜀 바위라 했다.

선답의 산행기에서 보았든 그곳을 마주한다.

제일 먼저 뛰었다.

"에이 이기뭐꼬 별것도 아이네" 내가 그랬다.

"그래 별거 아이다" 엉겅퀴 형님이 뛰고 나서 그랬다

 

문제가 생겼다.

다음으로 따라오든 에스테야 형이 멈칫하더니 뒤로 빠진다.

다른 때는 하지도 않든 산행기 탐독으로 인한 선행학습의 심각한 폐해로 도착 전 부터 쫄아 있었다.

나는 그것이 지식오염이라 생각했다.

암껏도 모르고 무식하게 단순하면 겁도 없는데...

 

뒤로 물러나고 본능이 사뿐히 뛰어넘었다.

다우 대장님을 보고 에스테야 형님이 또 먼저 가라 한다.

표정들이 볼만했다.

 

어.

이 양반도 멈칫거린다.

 

배낭을 벗는다.

배낭을 엉겅퀴 형님이 건네받고 맨몸으로 뛰었다.

 

뒤의 에스테야 형님이 물었다.

우회로 돌아 갈길이 없는 거냐고.

엉겅퀴 형님은 단호했다.

"없다! 뛰라!"

 

몸에 붙은 모든 것을 다 먼저 건너 주고

맨몸으로 뛴다.

아니다

날았다.

 

당수님은 긴 다리 덕에 망설임 없이 뛴다.

 

내가 그랬다.

"에스형님은 인자 클났다!"

온 동네방네 소문 싹악다 낸다고 했다.요렇게...흐흐흐

아마도 형님은 나의 악행을 이제부터 하나하나 기록할지도 모르겠다.ㅋㅋㅋ

 

점점 멀어지는 상봉을 자꾸자꾸 뒤돌아 보았다.

 

벼랑 끝에 담대하게 앉아 오늘의 코스가 너무 좋다고 하셨다.

 

깊은골이라 했다

눈으로 또 찍어둔다.

저기로 가서 저기로....

 

긴 산죽을 헤치고 걸었고

내림길의 좌우측에 간간히 나오는 조망처에 서기도 했다.

문창대가 바로 앞처럼 보이기도 했고 망바위를 또 그렇게 보기도 했다.

법천폭포위의 주등로를 만나기 전 까지 지겹도록 잔죽밭을 헤쳐야 했다.

 

주등로의 등산객들이 우리의 몰골을 힐끗거리며 보고 지나갔다.

오랜만에 독오당 서러운 산행이라고 우리는 좋아했다.

무엇을 얻기 위해 오는 지리산이 아니였음으로

가져갈 것은 없었지만 충만했다.

아무도 모르는 공간에서 몸을 씻었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엉겅퀴 형님이 한 한마디가 여운으로 남았다.

"그렇더라. 비우고 놓아 버리면 살기가 편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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