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밭재골-조개골
독오당 43차 정기산행
일시:2013년 6월 2일
산행자:다우님,엉겅퀴님,에스테야님,귀소본능님,수야.(5명)
걸어간 길:윗세재-철모삼거리-쑥밭재골-청이당-마암-영랑재-하봉-하봉헬기장-치밭목삼거리-윗세재.
거리및시간:12km,휴식및식사 포함 10시간.
호진 옥자님을 만나 아침 식사를 같이하고 윗세재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뽓대 형님이 언젠가 "지리산을 편식한다" 하시더니 저 역시 다른 곳에 비해 이곳은 여러 번
오게 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자주 가는 곳은 자주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사람도 자주 만나면 정이들 듯이 지리산도 그런가 봅니다.
옥자님의 발목 부상으로 독오당과는 동행을 못 하고 연습 삼아 테스트를 해보겠다며
<착한 산행코스>로 호진님과 옥자님은 갑니다.
호진&옥자님과 헤어지고 우리도 산으로 듭니다.
독오당 당수님과 센드빅님의 불참이 못네 아쉽지만,
게스트 엉겅퀴님이 동행을 하시면서 빈자리를 대신해 주십니다.
산청 독바위를 올려다보며 산으로 들기 전 아무도 모르게
"저희 들어갑니다."를 마음으로 빌고 산으로 향합니다.
하산 때까지 지켜 달라는 기도입니다.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명패는 다른 곳에서도 본 것 같은데
지리산 마을 중 어디가 정말 하늘 아래 첫 동네일까요?
느닷없이 들려오는 낭랑한 아리따운(?) 여인의 목소리에 자세히 보니
<지리산 미스김>의 목소리입니다.
CCTV로 보고 있는지, 녹화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감지센스로 사람이 지나가면 반복적으로
"국립공원 관리법 28조 위반"을 알려주고 있는 친절한 <미스김>입니다.
나중에 하산할 때 에스테야 형님을 뉴스 시간에 나오는 범죄자들처럼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이며 지나가게 만든 곳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의 욕망은 금지된 것을 더 욕망하게 되어 있지요.
미스김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우리는 우리의 욕망대로 갈 길을 갑니다.
철모 삼거리를 지나 청이당을 향해 오름을 하는 동안, 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몸이 산에 적응하는 힘든 시간이 지나갑니다.
함박꽃 (산목련).
그 속을 자세히 보고자 하는 욕심을 한껏 냅니다.
내 마음 조차, 다 들여다보질 못하는 내가 말입니다.
사진작가 에스테야 형님.
<에스테야>라는 닉은 별이라고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이분, 제게 하나의 별이 되어 있습니다. (에스테야햄 딸랑딸랑 버전)
이분의 가장 빛나는 장점은 "철저한 아부"입니다.
나도 모르게 이 분의 장점을 서서히 닮아가고 있는걸 보면,
이 분, 불가사의한 매력을 품고 있는,
참, 이상한 사람입니다.
마암은 지리구구의 쟁쟁한 분들과 산행을 했었던 추억이 있는 장소입니다.
풀솜대.
요즘 야생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에스테야 형님께 은근히 자랑삼아 알려드렸더니
좀 놀라워하면서도 부러워하는 눈치입니다.
자주솜대
"형님! 거기 그대로 함 서 보십시오!."
사진은 엄청시리 찍어대는데 잘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대학교에서 사진반 공부까지 한 형님인데 와이리 믿음이 안 가는지,
하긴, 많이 찍다 보면 몇 개는 얻어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얼레지가 변해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십 대의 팔팔한 질풍노도의 시기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나는
어느 날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놀라서 뒤로 물러선 적 있습니다.
변해가는 나를 인정 하기가 싫어서 말입니다.
자연의 순리대로 따라야 함에도
점점 변해야 하는 세월이 왜 이리도 야속할까요.
수많은 숱한 세월의 비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고통을 견디고 당당히 서 있는 구상나무 앞에서
숙연함 마저 든다고 하면 지나친 감성일까요?
나도제비난
작고 착하게 생긴 꽃입니다.
이 사진을 찍고 가던 중에 다우 형님은 나뭇가지를 머리로 격파해 볼 요랑 인지
사정없이 냅다 받아 버리는 무모한 짓을 말릴 틈도 없이 자행하십니다.
결과야 안 봐도 뻔하지요...ㅎㅎㅎ
기절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수습을 하고는
"아따, 정신이 항개도 없다"라는 명언을 던집니다... ㅋ
웬만하면 앞은 잘 살피면서 다녀야 합니다.
금강애기나리
마암을 돌아 나와 영랑재에 올라서고 곧 조망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터에 섭니다.
희미하게 실루엣처럼 보이는 반야의 모습을 야사시하게 바라봅니다.
서북능선도 눈에 들어옵니다.
상봉을 알현하며 모두 상처 난 산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봅니다.
초암능선.
지금 이 시간 누군가는 저기를 오르거나 내려가고 있을 것입니다.
두류능선과 국골
또다시 읽어 보기 위해 접어놓은 책장 같은 곳.
초암능선과 칠선계곡.
혼자서 속살을 헤집고 다녀본 곳이지요.
열변을 토하며 말하고 있는 저의 모습과는 달리 별로 수긍하는 표정이 아닌 에스햄은
자기를 찍어 달라며 자세를 잡고는 저런 모습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사진:귀소본능)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진 포즈입니다.
다들 아시죠. 이분의 사진은 항상 이등병 부동자세였다는 거.
벌써 앞선 걸음의 엉겅퀴 형님은 앞 봉우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욱 가까이서 보이는 상처는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하봉헬기장을 내려가고 샘을 약간 지나 만찬장을 펼칩니다.
호진 형님 배낭에 있는 마가목주며 맛난 술을 강탈하지 못한 엄청난 실수 때문에
술은 목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없어지고 맙니다.
어디서 온 것들인지 새까맣게 붙는 파리 때문에 먹을 것을 나누어 줍니다만
이것들은 염치도 없이 친구에 사돈 팔촌까지 데리고 와서는 더 내놓으라고 발광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식사시간은 짧아집니다.
나도옥잠화
조개골 하산 구간에서 엄청난 사태 지역과 맞닥뜨려집니다.
원래의 길을 정확히 찾아 트랙과 맞추며 내려가는 대장님을 따릅니다.
귀소본능은 그동안 몸에다 무슨 짓을 했는지 허리가 확 줄고 체력도 급상승해서
발목부상으로 정상적이지 못한 나의 시기와 질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선두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만행을 스스럼없이 저질러 댑니다.
그에 비하면 한강 이남 에서는 가장 착한 심성의 에스테야 형님은 저를 챙기느라
자꾸 뒤에서 저와 같이 해주십니다. (아부하는거 아무래도 전염된 것만 같습니다)
사태 지점을 가로질러 건널 때마다 독오당 표시기를 꼼꼼히 매달아 놓습니다.
자세히 보니 앞선 선답자는 돌탑으로 배려심을 이행하신 분이었습니다.
무분별한 표시기는 오염일지 모르나 꼭 필요한 지점의 표시기는 후답자에게
어쩌면 빛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혼자서 산행을 할 때 저의 경험은
표시기의 주인을 뵙는듯한 반가움과 불안한 마음을 없게 해주는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항상 그런 마음으로 독오당의 표시기는 매달려 있는 것이지 자랑삼아, 과시하기 위해서 다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 모두가 물론 다 그렇겠지만.
건너야 하는 곳마다 저렇게 돌탑이 놓여 있습니다.
날아다닌다는 표현대로 귀소본능은 몸이 참 가벼워 보입니다.
한동안 부상으로 시달리더니 무엇을 먹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앞으로 우찌 따라 다녀야 할지 걱정입니다.
내려오는 길에 엉겅퀴님의 알탕소에서 차가운 물에 피로를 씻어 냅니다.
수야: 저 바위에 구멍 좀 보이소 참 신기 하네예.
다우:그렇다 그쟈, 저거 사람이 판 것이까??
엉겅퀴:저 우에 가모 더 큰 것도 있는데, 내가 판 거는 아입니다.
에스테야:힘 좋은 놈이 팟것지 뭐.
엉겅퀴님 <사진-귀소본능님>
청이당에서 한숨 돌리며 막걸리잔이 앞에 오자
술잔을 앞에 놓고 "신령님 저희가 무사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살펴 주십시오"라며
삼배를 올리는 모습에서...
꽃이름 하나하나, 산길 이곳저곳을 독오당 산행 대장님처럼 가르쳐 주시는 모습에서
진정 자연에 동화되어 나무 하나에도 애정으로 바라보는 그윽한 눈빛에서.
아는 것을 자랑하지 않고, 상대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는 포옹의 웃음에서.
그는 이 시대 지리산의 진정한 산꾼이었습니다.
엉겅퀴꽃 - 신 형건
아하! 그랬었구나
나더러 그냥 이만치 떨어져서
얼굴만 바라보라고,
그러다가 행여 마음이 끌리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향내나 맡으라고
짐짓 사나운 척, 네가
날카로운 가시를
찌를 듯 세우고 있는 것은
하지만 내가 어찌 참을 수 있었겠니?
떨리는 손끝으로
조심조심 쓰다듬어 보니
그 뾰족한 가시마저
이렇게 보드라운 걸!
하산 후 호진&옥자님과의 연락을 몇 번이나 시도하였으나
전화가 되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 산행 중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먼저 주차장을 떠나 창원으로 향하는 중에 하산을 완료했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독오당과의 산행을 위해 전날 도착해 야영까지 하면서 만났는데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또 다른 날 더 좋은 만남을 기약해봅니다.
사람은 지금 현재의 행복이 행복인 줄 모르고
더 큰 불행을 겪어야만 현재의 행복을 안다.
현재 주어진 그대로 가 행복인줄 아는 것,
그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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