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태골
일시:2013년 5월 5일
독오당 42차 정기산행
산행자:산나그네님,다우님,에스테야님,센드빅님,귀소본능님,수야(6명)
걸어간 길:삼정-이현상 최후지-산태골-총각샘-토끼봉-토끼봉능선(범왕능선)-안당재-삼정.
거리및 시간;12km ,9시간30분(휴식 식사시간 포함)
시간은 빠르게 흘러갑니다.
"세월은 자전거를 타고 자기 나이만큼의 경사도를 내려가는 것과 같다"
하더니 정말 이 말을 실감할 만큼 빨리도 지나갑니다.
마라톤에 집중하느라 술도 줄이고 나름 몸도 만들며
매주 연속 대회 출전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탓인지 발목에 이상이 생깁니다.
기록은 당연히 좋지 않고 부상만 입었습니다.
우리 동네 명의로 소문난 에스테야 님께 매일 치료를 받으며
지리산으로 갈 준비를 합니다.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일주일이나 입원 후 이곳(한의원)으로 온 귀소본능과 함께 나란히 누워서
침도 맞고, 부황도 뜨고, 물리치료도 받으며, 때때로,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에스테야 원장님께 야단도 맞아가며 함께 치료를 받습니다.
성심을 다해 치료해주시는 원장님의 손길 때문인지,
점심까지 사주시며 나누어 마신 음주 치료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하여튼, 상태가 산에 갈 만큼은 만들어 준다던 약속을 진짜로 지켜주신 덕분에
둘 다 좋아져 지리산으로 갑니다.
지난 2월 에스테야 님과 빗점골에서 왼골로 올랐습니다.
눈 속에 파묻혀 진행이 느렸고 많은 시간을 허비한 탓에
토끼봉에서 벽소령까지 거의 마라톤으로 뛰었고 나머지 구간 벽소령에서
삼정으로 하산은 불을 켜고 내려왔었습니다.
그날 이후 다시 빗점골입니다.
정기 산행에 독오당 전원이 참석합니다.
삼정마을에서 출발하여 만나는 우측의 첫 번째 천내골은
가야 할 숙제로 남기며 눈에 담아 둡니다.
4월은 많이 잔인했다는 귀소본능은 우울증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댑니다.
언제나 밝은 영혼임을 잘 아는 우리는
그의 고상한 뻥에 각자 농담 한 마디씩을 합니다.
빗점골 이현상 최후 격전지에서
약식으로 마음을 담은 술 한 잔과 절을 올립니다.
"이 골짜기에서 죽어간 모든 젊은 영혼들이 편안히 영면하시길 빕니다'라는
산나그네님의 목소리에서 잠시 숙연한 떨림을 느낍니다. ( 사진:귀소본능)
돌아오는 계절에 맞추어 꽃은 피고 자연의 순리대로 계속해서 세상은 연속됩니다.
사라져 간 사람들도, 살아가는 사람들도, 그리고 살아갈 사람들 모두가
이 변함없는 진리 앞에서는 거역될 수 없습니다.
산태골을 향해 독오당이 들어갑니다.
그동안 여러 번 참석하지 못했든 센드빅 형님의 걸음은 그야말로 살아있습니다.
입원을 할 만큼 상태가 안 좋았든 얼마 전의 모습은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예전 폭주기관차의 저돌성을 보여줍니다.
겸손하기 짝이 없는 본능은 낮은 자세로
온몸을 숙이고 지나옵니다만
건방 시런 저는 옆으로 살짝 쉽게 넘어왔습니다.
배낭에 매달린 컵에서 유난히도 딸랑거리는 소리를 내고
앞서가는 에스테야 형님은 마라톤에서 연습 안 하고도 저를 이겼다고
힘주고 다닙니다.
그날 저는 발목이 너무 아파 걷다시피 했는데 말입니다
요즘 제에게는 완전히 "갑"입니다.
둘 사이에 낑긴놈도 참 거시기합니다.
구슬봉이를 찍었는데..
보아야 할 곳을 정확히 보지 못하고 다른 곳에
마음이 가있는 나의 단면을 보는 듯하기도 합니다.
산태골이라는 지명을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엄청난 사태가 일어나 든 날 얼마나 산이 울었을까요
사태 지역을 올라갑니다
언제나 항상 뒤 사람을 챙기는 심성 고운 에스 형님은
아직 불완전한 몸상태의 귀소본능을 자주 살핍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져 쏟아질 것 같은 바위들이 위태롭습니다.
큰 비라도 내리면 아마도 사태는 더욱 진행될 것 같습니다.
제법 많은 땀을 흘리고서야 총각 샘에 올라섭니다.
벌써 햇빛이 따갑게 느껴지는 여름 같은 날씨 입니다.
자리 좋은 곳에서 오랜만에 독오당의 왁자한 만찬을 합니다.
상봉과 촛대봉 시루봉 남부능선의 장쾌함이 흘린 땀을 말끔히 씻어줍니다.
꼭 요라고 찍어 달랍니다.
천진난만한 순수한 모습의 "갑"입니다.
총각 샘의 마르지 않는 물에 관한 얘기는
결국 남자들만 있을 때 할 수 있는 수위(19금)로 바로 갑니다.
이분야에서의 권위와 명성이(?)^^, 익히 알려진 대장님은 이미 지난 산행기에
이 부분을 잘 묘사 해놓았다는군요.
현호색
얼래지
주능선 길을 갑니다.
고개 숙인 수줍은 얼래지 군락을 지나갑니다.
반야의 풍만한 뒤태에서
묘향암을 찾아봅니다.
개별꽃
토끼봉에서 내려서는 능선에 진달래가 꽃을 피웁니다.
토끼봉 능선인가? 범왕 능선인가?
산행 후 생긴 의문입니다.
대체로 봉우리를 따라 이름 지어진 능선이 많은데
그렇다면 토끼봉을 기점으로 한 이능선은 "토끼봉 능선"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범왕 능선과 토끼봉 능선 또 다른 명칭이 있는 걸까요?
조망터에서 바라본 주능선.
안당재로 가는 토끼봉 능선에서 바라본 삼정.
센드빅 형님의 앞선 걸음을 따라
안당재에서 잠시 쉬고 빗점골로 내려갑니다.
오랜만의 산행에서 오는 기분 좋은 피로감이 행복감으로 전환됩니다.
지나온 안당재를 돌아보며..
소수의 인원만으로 이루어지고 유지되어가는
어쩌면 조금은 페쇄적이라 생각될지도 모르고
다소 협소한 인간관계로 오해받을지 모르지만
또한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독오당이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인간관계는 감성과 감성의 만남 즉, 교감이라 생각합니다.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 나이와, 지위와, 다른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규정된 모든 것을 초월하여, 너무 다르지만
같은 공감을 만들어 내는 것은
지리산이라는 하나의 공집합 때문이겠지만
적어도 독오당은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는
산 같은 분들의 진실된 마음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50회 산학이 가까워지면서
빛나지 않아도 좋고,
아무것도 아니어도 좋습니다
오래도록 함께하고 기억될 그냥 독오당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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