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2.11.04 중봉골

지리99 수야 2012. 11. 4. 02:01

마야계곡

 

일시:2012년11월4일 오전흐리고 오후비.

독오당37차 정기산행.

함께하신분:산나그네님,다우님,에스테야님,수야

코스:중산리-순두류-마야계곡-중봉샘-천왕봉-법계사-순두류-중산리.

산행시간:8시간19분산행(휴식및 식사시간포함)

시간대별 통과지점: 2012년11월04일07시57분 산행시작-16시17분 산행종료

                        이동거리:12.2km

                        05시:거주지-에스테야님픽업.

                        05시26분:마산 합포고 -산나그네님,다우님.픽업

                        06:30:덕산기사식당 아침식사.

                        07:30:중산리 주차장 버스승차.

                        07:57:순두류 등산시작.

                        08:16:중봉골(마야계곡)들머리.

                        12:17:중봉샘(13시41분 까지 점심.)

                        16:17:중산리 주차장.

2012-11-04 중봉골(마야계곡).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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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계곡 인가 중봉 골 인가

<마야 계곡>은 중봉 골짜기에 있어 일명 중봉 골
마야 계곡은 용소폭포가 있어 <용소골>로도 부른다.
즉, <마야 계곡> <중봉 골> <용소골>은 모두 다 같은 지명.
마야 계곡에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는 전설은
마야 계곡 지명의 유래를 대변해 주는 듯하다.

 
<마야 계곡> 지명은 석가모니 생모 '마야' 이름과 같다.
불교가 억압받던 이조시대에도 마야계곡으로 불리웠다.
요즘은 마야 계곡을 중봉 골로 불러야 한다는 논란도 있다.
역사적 불교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마야 계곡
上, 中, 下에 봉우리 봉(峰)을 사용한 시기는 근래.
옛날에는 봉우리 이름이 없었던 것 중봉과 하봉.
중봉과 하봉이라는 지명을 사용한 역사는 짧다.
중봉과 하봉 지명은 일제 치하에서부터 사용한 듯 하다. 

따라서 마야 계곡이나 용소 골이 더 적합한 이름은 아닐까.


산행

이번 산행에서는 계곡 치기를 하지 않고 계곡을 우측에 두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산길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중간중간 태풍과 사태로 인해 유실된 길을 제외하고는 중봉 샘까지 산길만을 고집했습니다.

 

 

 

바쁜 가을을 맞이 합니다.

개인적인 행사와 모임도 많았고, 먹고살기 위해 바쁜 수확도 해야 했습니다.

지리99의 산행기를 스마트폰으로 읽으면서 댓글도 쓰질 못했습니다.

지난주 산 나그네 선생님의 출판기념회와 청소 산행에도 간신히 참가를 해야 했든 시기였습니다.

오줌 누고 머(?) 볼 시간도 없다는 말을 실감하는 가을을 보냈습니다.

하여, 올해 가을은 가을앓이를 하지 않고 지나갑니다.

 

아무튼

이리저리 하여 독오당 37차 산행이 공지되고 산행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집니다.

통신골에 대한 미련이 가득하여 당수님과 산행대장님께 통신골로 가자 주장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날씨와 여론에 밀린 저의 주장은 통과될 수 없음을 인지 하면서 당수님과 대장님의 결정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결국 중봉골로 가기로 달리는 차 안에서 결정을 하고,

우리는 중산리로 달려갑니다.

 

지리산의 가을은 이미 겨울 문 앞에 와 있음을 차 문을 여는 순간 느낍니다.

오늘 임시 독오당 사무총장 대행직을 수행하는 에스테야 형님은

법계사 버스를 타면서부터 고행을 시작합니다.

 

순두류에 도착

유순한 오름의 길을 각자의 사색으로 메우며 걷기 시작합니다.

 

 

마야 계곡의 초입

당수님과 에스테야 님은 계곡 치기로

다우 대장님과 저는 계곡을 우측에 끼고 오름을 합니다.

길을 막고선 쓰러진 아주 요상한 지점의 나무와 마주합니다.

앞선 대장님의 뒤에서

저는 평생 처음으로 인간이 온몸으로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현장을 목격합니다.

밑으로 기어가자니 너무 낮고 뛰어넘자니 너무 높고,

대장님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폈습니다.

이분

저 쓰러진 나무를 온몸으로 안고 요상시럽고,민망하고, 에로틱한 자세로 발버둥을 칩니다.

어찌나 거시기하든지.

순간, 카메라를 꺼내서 찍으려는 순간 저렇게 넘어가고 말았네요.

한데

보이십니까.

저 나무에 혹.

이상하고 이상한 자세로 한동안 대장님이 엎어져 있든 나무에는 저렇게 분명한 흔적이 남고 말았네요.

하도 불쌍한 마음에 저는 저 튀어나온 혹을 잡고

"욕 밧데이, 미안하데이~" 하면서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마야 계곡 인지 중봉 골 인지 어떤 지명으로 사용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마야 계곡>이라 하겠습니다.

 

가을을 넘어 계절은 겨울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불혹이라 했든가요.

아직도 수많은 유혹에서 헤매고 있는 나는 이 많은 유혹에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나의 인생인가 봅니다.

 

한동안 이별하고 다시 만나는 지점.

마중을 나갔습니다.

선생님 한참 뒤에 올라오는 에스테야 형님을 보고 군소리를 좀 했습니다.

'니 안다 아이가, 내 길 몬 찾는 거, 식겁했다 그라지 마라!'

 

오늘 이분은

대장님의 산길 체험학습에 앞 섬을 맡아야 했습니다.

뒤에서,

'어~ 아닌데 우측! 좌측!' 을 말하는 저를 대장님은

'그냥 있어 바라 우찌 찾아 가는지 함 보자!' 하십니다.

에스테야 형님의 고행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오늘 길은 계곡을 우측에 끼고 계속 산길을 찾아 가보자 끝까지 산 길만 고수하는 기다 아이~.

 

'꼭 한번 연결하지 못한 이 길을 걷고 싶다.'라고 하신 당수님은

아마도 또 한 작품을 쓰고 계실 것입니다.

 

 

'지난번에 갈차 주따 아입미꺼, 팔자 매듭을 하모 절대 안 풀린다 카끼네요'

서 있는 한의사 에게 앉은 양의가 잔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역전

'에스테야! 앞에서 길 함 찾아 가바라'

양의는 한의를 앞세웁니다.

ㅋㅋㅋ~

두 분 독오당 대장들이 잼있습니다.

 

'우이 씨~'

'암시로 내 길친데 와 내를 보고 이라노!'

딱, 이표정 이지요.

 

저어~뒤 우리 당수님

'그래, 그래, 그래라! 인생 살다 보면 앞서기도 하고 뒤에 서기도 한다.'

 

 

"수야!"

"니 소주 몇 병 갓고 왓노?"

'그거 가꼬 되겠나?'

 

쓰러지고 넘어지고 때론 깊이 상처 입고

때론 아프고 아픈 삶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산길과도 흡사한 나의 삶.

그래도 찬찬히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는 나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자부심마저 느끼는 이 순간이 좋습니다.

 

고도를 높여 가는 어느 순간

차가운 한 줄기 바람과 안개 비에 고개를 들어 보니

지리산은 어느덧 겨울을 품고 있습니다.

 

고도 1,560 과 1,650의 어긋남

 

'1,560에서 우측으로 살짝 꺾인다 수야! 잘 바라 이쯤에서 우측으로 길이 있을 거다'

'아인데 예 좀 더 가야 될 거 같은데 예, 트랙으로 보면 저기 폭포를 넘어가야 될 거 같은데 예'

 

여기서 잡목을 헤치며 알바를 합니다.

귀가 후 카톡으로 대장님은

"1,650 에서가 맞는데 1,560에서 내가 헷갈리 뿟다!"하십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보내온 글을 보면서

답을 보냅니다.

"몬 말리는 행님!"이라고...

 

여기가 맞는 거 같은데 지형이 너무 많이 변해 버렸다 이런 표정입니다.

 

안개비가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축축이 젖어 오는 습기에 음산한 느낌마저 들기 시작합니다.

아마 혼자였다면 겁을 집어 먹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ㅎㅎㅎ~

그래도 당수님은 요상시런 자세는 안 나옵니다.

나무를 걸터앉아 넘습니다.

 

중봉 샘입니다.

바람과 안개비와 습함과 추위가 있지만

여기까지 무사히 올라옴이 보람과 환한 웃음도 또한 같이 합니다.

살아가는 동안의 삶도 이러하겠지요.

 

 

덜덜 떨면서 먹는 한 끼의 밥

 

중봉 샘 바로 위의 비박 터에서 점심상을 펼칩니다.

한 시간을 조금 넘어가는 식사시간 동안

대장님의 추위에 벌벌 떨든 몸은 아침 출발 때 부터 근심과 걱정하든 그대로를 너무도 적나라하게

우리에게 보여 주십니다.

불쌍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뭐, 우리야 소주 한잔 삼키면 그뿐인 쌀쌀함인데 그 참~ 발발 떨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안쓰럽든지...

 

약간의 뒤처리를 위해(먹은 것만큼 배출) 뒤에 쳐진 나는 열심히 따라갑니다.

천왕봉에 도착해보니 독오당의 모습은 안개처럼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왕 쳐진 거 사진이라도 남겨볼 요량으로 정상석 앞에 서보지만 바람이 너무 강합니다.

 

천왕샘 근처에서 일행을 따라잡습니다.

선생님은 아까 중봉 샘에서도 한 바가지 물을 먹었고 여기에서도 또 한 바가지 합니다

그리고 법계사에서도 또 한 바가지 하십니다.

"지리산 약수 한 바가지 하실랍미꺼!!"

 

히히~

우측에 계신 저 아짐매는 함양댁이라 합니더.

한의원 원장님이시고요.

마라톤도 울트라로 뛰는 분인데 오늘 요모습은 함양 장날 나물 장사 하로 오신 아짐매 모습입니다.

 

그래도 엄청 좋아하십니다.

나물 다 팔았으니까요.

무엇보다 밥통 안고 다니신다고 욕보고요.

처음 카메라만 오면 차렷 자세에서 요런 포즈도 나오니 지리산이 영험하기는 영험한 모양입니다.

 

소원합니다.

내 인생에서

이제는 지나온 삶보다 힘들고 어렵지 않은 삶을 소원합니다.

더불어 앞으로 더 많은 날들을 지리 속에서 자유와 안식과 휴식을

가질 수 있도록 .....

 

조금 전 만 해도 덜덜 떨든 모습은 사라지고 원기회복을 한 모습의 행님은

소림사인 줄 아는 모양입니다.

평소 한 손으로만 하든 포즈를 지금은 두 손으로 합니다.

 

함양 아지매는 나물 다 팔고 집에 가실 모양입니다.

 

별반 차이없는 다우 아짐매와 수야 아지매도 있습니다.

 

지난주 산 나그네 님 출판기념회에서

다우 형님은 독오당 대표 축사에서 하신 말씀 중에 남자의 건강의 상징은 오줌빨이며

앞으로 산 나그네 님과 함께 같이 오줌 누며을 경쟁하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요렇게 하고 계십니다.

하여 앞으로 독오당은 오줌도 함께 누기로 했습니다.

 

하산입니다.

오름이 있으면 내림도 있는 법이지요.

오늘의 하산은 내일의 오름을 위함이 됩니다.

 

문학의 길

 

그 외로운 고독함의 최고 절정을 위해

선생님은 지리산에 길을 걸었습니다.

그 길에 우리는 동행 했고요.

 

추적 추적 늦가을 비가 내립니다.

우리는 말 없이 길을 걸었습니다.

각자의 생각과 각자의 자유를 품에 안고,

오늘 이 하루를 철저히 즐기려함 입니다.

 

 

순두류에 내려서는 순간 때마침 버스가 도착합니다.

이제 다시 세상 속으로 나가야 합니다.

다시 찾아 올 지리의 품이 벌써부터 그리워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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