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지리산 둘레길

2015.11.15 지리산 둘레길 (하동호-서당마을)

지리99 수야 2015. 11. 16. 21:59

지리산 둘레길8

 

일시:2015년 11월 15일 (일요일)

산행자:행동팀 (8명)+호진님(마지막 구간 동행)

걸어간 길:하동호-평촌마을-화월마을-관점마을-명사마을-존티재-삼화실-이정마을-버디재-서당마을.

시간:08시 19분~15시 48분(7시간 29분) 14km.

 

2015-11-15 지둘8 (11구간 하동호-서당마을).gpx

 

2015-11-15 지둘8 (11구간 하동호-서당마을).gtm

 

 

지난 7월부터 멈춰버린 지리산 둘레길을 4개월 만에 다시 이어갑니다.

하동호에 아침 빛이 찬란하게 내려앉았습니다.

비가 내린 뒤라 추울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갑니다.

봄날 처럼 포근합니다.

이번 구간은 거리가 짧아 12구간의 긴 거리를 조금 더 보태 걷기로 합니다.

하동호에서 서당마을까지입니다.

 

 

하동호에서 삼화실까지는 9.8km입니다.

여기에 서당마을까지 조금 더 걷는다면 대략 13~14km 정도 될 것입니다.

천천히 놀고먹고 쉬어가도 널널한 거리입니다.

 

한겨울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걸으면 땀이 날 것입니다.(8시 20분)

 

유키님은 봄에 이곳을 보면서 빨래가 잘 마르겠다고 생각했었지요.

오늘도 잘 마르겠습니다.

 

제방 아래로 따라가는 길 우측으로 태양광 발전소와

건너편으로 하동호 소수력발전소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태양광발전소는 2008년 17억5000만 원을 들여 완공했고

발전량 299M Wh인데 10년을 사용해야 본전이 나온다고 합니다.
소수력발전소는 2004년 말 20여억원을 들여 건립했으며 시간당 825 ㎾ 규모의 발전시설용량으로

하동호에서 떨어지는 100여m 높이의 물의 낙차를 이용해 연간 272만2000㎾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리산 둘레길 11구간에 있는 평촌으로 가는 길은 하동호에서 내려가는 길이라 수월합니다.

<행복한 동행>이라는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습니다.

행동팀 걸음 뒤로 깊은 가을빛이 내립니다. (8시 28분)

이제 어느덧 둘레길도 반은 걸은 것 같습니다.

 

 

평촌마을회관에 도착하고 (8시 30분) 아침을 먹습니다.

청암면 소재지인 평촌마을에는 면사무소를 비롯해 공공기관이 몰려있습니다.

금남사와 경천묘에 잠시 들렸습니다.(9시 39분)

금남사와 경천묘는 면사무소 골목 100여m 안쪽에 있습니다.

문이 잠겨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신라 마지막 군주 경순왕(? ~ 978)의 영정과 경천묘는 왕이 여생을 보낸 원주 용화산에 있었는데

영호남 유림들이 후손들의 뜻을 받아들여 1903년 청암에 모실 것을 관찰사에 건의하여,

1904년 경순왕의 후손 김성행과 정광용이 묘우를 건립하고

영정은 호송절차를 거쳐 청암으로 오게 되었다 합니다.

이곳에는 경순왕의 영정 외에도 고려 말 3은 중 한사람인 목은 이색의 영정(경남유형문화재)도 모셔져 있다고 합니다.

 

 

평촌마을을 벗어나 도로를 따르든 길은 청암천으로 길을 90도로 꺾어 연결됩니다.

비닐하우스에 키우는 작물이 궁금하여 물어보니 취나물이라고 합니다.(9시 50분)

 

청암천의 징검다리를 건너갑니다.

일부러 길을 이렇게 돌려서 만든 것 같은데 징검다리를 건너는 재미가 있습니다.

징검다리가 왠지 모르게 정겹다는 느낌입니다.

비가 많이 내릴 때는 우회 할 수 있는 길도 있습니다.(9시 52분)

 

징검다리를 건너 둑길을 따라 조금 걷습니다.

가을이 어느 사이 물러갈 때가 되어갑니다.

홀로 걷는 길도 좋지만, 마음이 통하는 여럿이 걷는 것도 참 좋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산길과 같아서 왕래하면 할수록 길이 선명해지는 법이지요.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매일 할 이야기가 많은 것도 아마 그래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월마을입니다. (10시 3분)

길을 따라 걷다가 1003번 국도변 화월마을로 올라섭니다.

300년 수령의 벚나무 당산목이 이 마을의 오랜 역사를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화월은 함박골(함화)과 버드리(반월)를 합한 것이라 합니다.

두마을 각 한자씩 따 화월입니다.

화월을 지나고 재차 청암천을 다시 건너 관점마을에 올라섭니다.

옛날엔 갓점이라고 했다는 마을입니다.

 

하월마을 벚나무 당산목.

 

관점으로 가는 국도변 바로 아래 길.

이 길은 2012년 독오당과 함께 걸었던 길입니다.

유달리 호탕한 웃음소리가 건강하셨던 춘세님이 그날 함께 걸었습니다.

나쁜 병도 잘 이겨내신 비결이 아마도 호방한 기질과 특유의 긍정적인 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은 뜸하시니 소식이 궁금해집니다.

이 길을 걷게 되니 그날 함께 걸었던 기억이 잠시 떠오릅니다.

 

삶의 서늘함을 잠시 밀쳐 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시간입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어제까지의 고민이 오늘은 별로 대수롭지가 않게도 됩니다.

걸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정도면 견딜만한 가난이라고.

 

관점교를 건너 관점마을로 갑니다.(10시 9분)

 

 

 

관점마을회관 앞에

따지 못한 감이 익을 대로 익었습니다.

잘 익은 감을 따서 나눠 먹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허락을 받고 한 일입니다.(10시 15분)

 

관점 마을을 지나 야트막한 고갯마루를 넘어갑니다.(10시 30분)

 

굽어지기 쉬운 쑥대도 삼밭 속에서 자라면

저절로 곧아진다고 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사귀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명사마을 입구에 석장승이 양옆을 지키고 있습니다.(10시 46분)

 

 

벌이라고 하기엔 덩치가 큰 놈이 꿀을 찾느라 분주합니다.

여유로운 걸음이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게 많습니다.

 

하존티마을과 상존티마을 갈림길 앞에 정자가 있습니다.

배낭을 내리고 또 앉았다 갑니다.

쉼터가 나오면 쉬었다 가야 하는 게 예의인 양 그렇게 합니다.

바쁘지 않은 길이라 여유롭습니다. (11시 04분)

 

감을 차에다 싣던 젊은 부부가 단감을 한 봉지씩 나눠 줍니다.

들고 가기에 벅찰 만큼 많은 감을 욕심껏 얻어 갑니다.

상존티 마을길을 따라갑니다.

 

허기가 들었다면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어지는 새참 사랑방입니다.

이미 많은 것을 먹은 우리는 포만하니 통과합니다.

 

 

대나무가 유독 많은 지역입니다.

토종 대나무의 잔치가 펼쳐집니다.

대숲을 지나는 동안 서걱거리는 바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을 볼 수 있는 곳이 대나무숲입니다.

흔들리는 잎에서, 방향을 따르는 기울임에서.

조용히 홀로 있을 때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것 처럼 바람이 보입니다.

먼저 올라와 혼자서 일행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보냅니다

아주 미세하게 느껴지는 대나무 숲의 바람이 좋습니다.

이런 길은 혼자서 걸어도 절대 후회 없는 길이지 싶습니다.

 

존티재에 올라섭니다. (11시 52분)

칠성봉 능선의 끝자락으로 내려앉은 존티재를 넘는 것이 이번 구간에서 그나마 약간의

산길 같은 느낌일 뿐입니다.

대부분이 포장도로이기에 흙을 밟는 산길이 별로 없습니다.

존티재를 넘어서자 곧 또다시 도로를 따라 동촌마을입니다.

 

혓바닥을 내놓은 지하여장군이 익살스럽습니다.

존티재에서 동촌마을까지는 30여 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넓은 정원에 국산 잔디를 깔았고 경사진 지형을 살린 언덕배기에 황토 빛깔의 벽체 위로 기와를 얹은
화려하고 예쁜 ‘2007년 하동군 선정 우수주택’이라고 적혀있는 집을 구경합니다.

 

삼화실입니다. (12시 21분)

구 삼화초교 주변의 세 개의 마을(이정, 상서, 중서)을 합쳐 삼화실(三花實)이라고 하는데

삼화(三花)는 배꽃의 이정마을, 복숭아꽃의 도장골 지금의 상서마을, 자주꽃의 오얏등인 중서마을에다

과실 실(實)을 붙여 삼화실이라 합니다.

둘레길 삼화실안내소는 삼화초등학교가 있던 자리.

안내소 기능 외에도 삼화에코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방문객의 쉼터와 숙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삼화초등학교는 1938년 간이학교를 시작으로

1972년 삼화교 명사분교, 1978년 청암교 명사분교,

1994년 적량교에 편입된 뒤 1999년 이후 폐교됐었습니다.

질곡의 60여 년 동안 22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2012년 이 학교 총동창회가 ‘차마 잊혀질까 흔적을 남긴다’며 이정석을 세워놓았습니다.

 

이곳에서

뽓대님,달이님,호진님을 만납니다.

달이님은 독오당이전, 독오팀의 원년 맴버였지요.

오랜만의 만남이 반가워 독오당의 소식과 안부를 주고받습니다.

하동 금오산에서 아우의 얼굴이라도 한 번 보자며

달려오신 뽓대 형님, 호진 형님과 술잔을 나눕니다.

좋은 아우를 알아보는 좋은 형님들입니다.

술까지 넉넉히 준비해 오시고 말입니다.

 

긴 시간 점심을 먹었습니다.

운전 때문에 지극히 술을 자제해야 하는 뽓대 형님과 달이님은 적게 마시고

운전을 하지 않는 저는 알아서 적당히 마십니다.

호진 형님과는 오늘의 목적지인 서당마을까지 동행하고

뽓대님, 달이님과는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작별을 합니다.

같이 산행 한 번 하자는 약속과 함께.

 

이정마을을 통과합니다. (14시 32분)

이제부터는 둘레길 12구간에 접어들었습니다.

 

두 그루의 정자나무가 있는 이정마을은 자세히 살피지 못하고 스쳐 지나갑니다.

 

이정마을에서 남사천을 건너는 이정2교를 지나 버디재로 향합니다.

 

 

 

260m 버디재를 가볍게 넘어서니 아래로 서당마을이 보입니다. (15시 01분)

 

구재봉이 빤히 보이는 길을 따라 서당마을로 내려갑니다.

당분이 많은 감을 그냥 따먹어도 된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만

걸어오는 동안 하도 먹어서 이제는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짧은 거리이지만 잠시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추스르고, 바람처럼 떠나고 싶을 때

홀로이던, 둘이던, 여럿이던, 걸어보면 그냥 좋을 길을 걸었습니다.

호진형님과 서당마을에서 작별을 하고

서당마을에서 이번 구간을 종료합니다.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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