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9
서당마을-대축마을 (지리산 둘레길 12코스)
일시:2016년 4월 10일 (일요일)
참석자:행동팀 6명
거리 및 시간:7시간 20분 13.4km(휴식 및 아침, 점심포함)
2016-04-10 지둘9 (12구간 서당-대축).gpx
2016-04-10 지둘9 (12구간 서당-대축).gtm
지리산 둘레길 12구간입니다.
지난 늦가을 하동호를 지나 삼화실을 넘고 서당 마을까지 이어온 길입니다.
그동안 겨울이 지나갔고, 다시 봄이 왔으며, 그 봄도 이렇게 깊었습니다.
한 계절을 고스란히 보내고서야 이 길에 다시 섭니다.
바쁘게 서둘러야 할 길이 아니기에 조급하지 않습니다.
아직 아침 시간은 쌀쌀함이 느껴지는 지리산 자락입니다.
서당마을은 본래 상우마을과 한 마을이었고 서당 골로 불렸답니다.
오래전부터 아이들이 글을 읽는 서당이 있었고
뒷골 큰 대밭 중심지에도 서당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대나무가 들어차 서당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서당이 있었다고 서당마을입니다.
12구간은 삼화실에서 대축마을까지 입니다.
이번 구간이 거리가 멀어서 지난번에 삼화실을 지나 서당마을까지
미리 진행한 덕택에 서당마을에서 출발합니다.
신촌마을 방향 2차선 국도를 따라 우계 저수지를 향해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오릅니다.
몸이 덜 풀린 까닭도 있겠지만, 산길도 아닌 포장도로에
경사를 오르는 일도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신촌마을까지는 제법 고도를 높입니다.
서당마을에서 도로를 따라 한 10여 분을 오르면 좌측으로 저수지가 나타납니다.
낯선 사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새소리만이 저수지 물 위에 퍼져 갈 뿐
우계 저수지는 고요하기만 합니다.
산골 마을의 농업용수로 공급되는 저수지에는 평온함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물이 하늘과 산을 다 담았습니다.
그 어떤 것도 담을 수 있다는 것은 궁극에는 자신의 평안인 것 같습니다.
언제쯤 싫은 것도, 싫은 사람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될까 나는.
저수지의 둑길을 따라 건너갑니다.
우계 저수지에서 적량 쪽을 바라보면 갓 논으로 불리는 다랑논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오래전부터 이어 오는 삶의 거친 숨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착각의
이런 풍경에서 나는 가끔 깊이 숨을 내쉴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 속에 펼쳐지는 고단한 삶이 어떤 척박함인지를 너무 잘 아는 까닭입니다.
4월의 봄기운이 대지에 내리고 있습니다.
잎이 돋고 꽃이 핍니다.
그야말로 생동하는 봄입니다.
오랜만에 함께 걷는 사람들도 활기에 찬 걸음입니다.
밀린 대화가 둘레길 내내 계속됩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이 오히려 할 말은 더 많은 법이지요.
저수지를 벗어나면 과수원 길과 경작지가 이어집니다.
과거에는 새터골로 불렸던 신촌마을이 맞은편으로 빤히 건너다보입니다.
한때 50여 가구가 살았으나 지금은 20여 호가 살고 있습니다.
신촌마을은 한국전쟁 전후로 주민들의 피란처였다 합니다.
빨치산이 지리산 삼신봉 일대에 근거지를 마련하자
군·경이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에 나섰고
산기슭에 살던 묵계 주민 5∼6가구가 피란을 와 정착을 함으로 형성된 마을입니다.
지리산 자락임에도 불구하고 난리를 피할 수 있었던 천혜의 촌락이었던 샘입니다.
둘레길은 곧바로 된비알이 되어 신촌재까지 계속됩니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며
추억에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일깨운다."
흔히 여기까지만 잘 기억하는
영국의 시인 엘리엇의 황무지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잔인>이라는 단어가
4월을 표현하는 어떤 단어보다 적절하게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을까요.
어떤 글에서 그 문장에 적절히 잘 어울리는 한 단어는 감동입니다.
한 단어로 그 모든 단락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축복입니다.
4월이라는 시간적, 계절적 공간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요.
잔인한 날들입니다.
이 봄날은 잔인하도록 잔인합니다
임도를 따라 산굽이를 돌아 먼당에 올라섭니다.
봄 볕 아래 병아리 물 먹듯이
잠깐 앉은 쉼터에서 물 한 모금으로 하늘을 봅니다.
더 걸어가니 신촌재에 닿습니다.
오룩스맵으로 주위 위치를 파악해보니
신촌재를 기준으로 오른쪽 2km 지점에 구재봉이 있고, 왼쪽으로 500m 지점이 분지봉이
위치해 있습니다.
신촌재를 넘어 산허리를 돌자 수령이 오래된 서어나무 쉼터가 있습니다.
옛날 초군(樵軍:생계를 위해 산에 올라가 목재 땔감을 채취하는 나무꾼.)들의 쉼터로
서어나무 아래에 집채만 한 바위는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부석이라 합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위태해 보이는 바위는 오랜 세월을 이미 그렇게 지내온 것 같습니다.
위태롭게 매일매일 살아가는 우리 삶도 오래전부터 그렇게 살아오고 있지요
잠시, 앉아서 쉬어갑니다.
먹점재
먹점재에서 구재봉 활공장으로 오르는 갈림길입니다.
둘레길은 붉은 화살표를 따라 미동마을로 향합니다.
먹점재를 지나고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미동마을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섬진강이 꿈틀대며 악양의 무딤이(무논) 들을 품은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조망으로 눈앞에 다가옵니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남쪽으로 줄달음쳐 내달려 온 형제봉이
섬진강에 닿아 그 마지막 숨을 고르는 끝자락 경남 하동군 악양 평사리 외둔 소상낙원은
전북 남원군 실상사까지 50km의 지리산 남북종주길 남쪽 기점입니다.
그 산 꼬리가 훤히 보이는 조망을 지나갑니다.
둘레길은 미동마을로 떨어지지 않고 또 한 번 산허리를 돌아 된비알을 맞이합니다.
걷는 맛을 최대로 증폭시키며 길은 제법 산길답습니다.
펼쳐진 풍경에 도취하여 걸으니 어느 사이 문암송이 있는 문암정에 도착합니다.
문암송
경남 하동군 악양면 축지리에 있는 소나무로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49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크고 편평한 바위 위에 수령 600년짜리 소나무가 걸터앉자 있는 듯 기이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드넓은 악양들녘을 내려다보는 곳에 있어 경관성이 뛰어납니다.
옛날부터 시인묵객들이 소나무를 찾아와 음풍농월(吟風弄月)했던 까닭에 문암송이라고 합니다.
(음풍농월 [
지역민을 중심으로 문암송계가 조직되어 보호되어 온 나무로 문화적 가치도 가지고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소나무 보호를 위해 정기적으로 찾아와 관리하고 있으며
꽃가루를 채집해 유전자 혈통을 보존하고 있다 합니다.
하동읍 섬진강가 송림, 멀리서 보면 한그루 소나무로 보이나 가까이 가 보면 11그루의
소나무로 이루어진 노전마을 십일천송, 무딤이들 부부송과 함께
하동의 4대 소나무에 속한다고 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하동의 4대 소나무만을 따로 한번 둘러 보아야겠습니다.
2016년 4월 10일 오후 3시 우리는 계속이어야 할 둘레길 대축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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