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당골-관음암-초정골.
독오당 64차 정기산행 겸 2015년 시산제.
일시:2015년 3월 1일 (일요일)
산행자:산나그네님,다우님,엉겅퀴님,에스테야님,귀소본능님,수야 (6명).
걸어간 길:내원사P-장당골-관음암-안장바위-초정골-평촌.(택시 이용 차량회수)
산행시간:08시 15분~14시 49분 (6시간 33분).
2015-03-01 지리산 장당골-관음암-초정골.gpx
2015-03-01 지리산 장당골-관음암-초정골.gtm
내원사 주차장에서 임도를 따라 장당골로 걷다가 우량기 에서 우측 지능선을 따라 오릅니다.
지능선의 희미한 길 흔적은 산죽과 잡목을 치고 올라야 합니다.
관음암으로 가는 가장 짧은 길입니다.
지능선 오름 기준 좌측의 석남사지와 직진의 장당능선 우측의 석남 중허리길 사거리로 갑니다.
지능선 석남사지 사거리를 지나 당산나무 비슷한 좁은 공터를 지납니다.
사거리에서 직진으로 고도100여m를 더 올립니다.
장당능선을 다 오르지 않고 우측으로 보이는 관음암까지 길 흔적이 아주 희미한 사면으로 갑니다.
지능선에서 관음암으로 가는 사면 길은 희미한 짐승 길로 제법 힘을 빼는 구간입니다.
관음암 약간 위쪽에 도착합니다.
내림으로 잘 살피면 좌측으로 관음암으로 내려설 수 있습니다.
독오당 시산제 날입니다.
며칠 전부터 비가 예보되어 마음이 개운치 않았는데 다행히 새벽부터 비는 멈추는듯합니다.
어제 하동 형제봉의 탐구팀 시산제에 참석한 엉겅퀴 형님은 지리산에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합니다.
비보다는 눈이 좋습니다.
덕산에서 아침을 먹고 미리 산행 채비를 하고 내원사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3월의 첫날 지리산은 새 눈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내원사 주차장은 한적합니다.
주차장 돌 축대 위로 난 길을 따라 임도로 접어듭니다.
혼자서 산행을 할 때 제일 난감 했든 기억 중에는 첫 들머리를 찾지 못해 헤매던 때였습니다.
요즘은 오룩스맵의 도움으로 별 어려움이 없지만 첫 출발에서 이리저리 헤매던 기억 때문에 들머리를
자세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주차장 도착 직전 이곳이 들머리입니다.
좌측 도로를 들어가면 주차장입니다.
주차장에서 바로 올라간 길은 이곳에서 올라가면 만나게 됩니다.
시산제 날 괜한 만남이 없길 바라며
주차장에서 임도와 만나는 길로 빨리 걸어 들어갑니다.
솜사탕같이 보슬보슬한 눈이 내린 산길의 고요가 참 좋습니다.
짖지도 않고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 집 나온 개 한 마리가 우리를 반깁니다.
앞선 대장님의 개 무시에 이 아이는 뒤에 귀소본능을 따라 쫄랑거리며 따릅니다
한동안 모른 척 걷든 귀소본능이 이 아이를 데리고 구석으로 가서 잘 타일러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개와 소통하며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저놈이 무섭습니다.
개를 돌려보낸 귀소본능은 개보다 더 한 사람일까요?.
개하고도 말이 통하는 개 같은 사람일까요?.
웃자고 하는 말인 줄은 아시죠?.
내원사를 내려다봅니다.
내려올 때쯤이면 다 녹아 버릴 것 같은 눈이지만
이 아침 지리산자락 고요와 평화가 소롯이 담겼습니다.
고즈넉한 산사에 석가세존이 다녀가신 듯 마음도 평화로워집니다.
이 고요와 안정감은
지리산으로 향하는 발길에 조차 따라붙은
속세의 욕망도 잠시 벗어놓게 합니다.
구름 가득하든 하늘도 점점 맑게 깨어납니다.
나뭇가지에 살포시 내린 눈들이 깨어나는 햇살에 간간이 모습을 바꾸어 떨어지며
극락왕생합니다.
이 길을 걷는 동안 함민복 시인의 농촌 노총각이라는 한편의 시(詩)가 생각납니다.
- 농촌 노총각 -
달빛 찬 들국화길
가슴 물컹한 처녀 등에 업고
한 백 리 걸어보고 싶구려.
그렇게 걸어 보고 싶어지는 길입니다.
산나그네 선생님은 장당골을 묘한 분위기가 있는 매력적인 곳이라고 합니다.
장당골은 3년 만에 다시 온 것 같다고들 기억을 더듬습니다.
농촌 노총각이 가슴 물컹한 처녀를 등에 업는 심정이 아마도
이런 비슷한 느낌일까요?.
흰 머리카락에서 인생의 경험이 묻어나는
멋있는 선배들의 모습처럼, 3월 봄 눈이 내렸습니다.
다 품어 줄 것 같은 넉넉한 미소 같은 하얀색이 내렸습니다.
그 하얀 아래로
경직의 얼음이 풀려 계곡은 이완의 소리로 흘러갑니다.
봄이 오는가 봅니다.
드디어 봄은 오고야 맙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연의 순리처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내 삶에도
기어코 오고야 마는 봄기운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성큼성큼 앞서 간 대장님이 뒤를 기다리며 써놓은 "독오당 시산제" 글씨가
한동안 이야기의 주제가 됩니다.
요약하여 결론을 말하면 도전적으로
나 잡아 봐라~
국가 공권력을 향해서 요렇게 약 올리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였습니다.
만약에 어쩔 수 없이 걸리게 되면 지금까지 한 번도 걸리지 않았든 사람이
나서서 해결 하자고 했습니다.
딱 차렷자세로 씩씩하게 말 할 수 있는 그 한사람.
그러나 그 한 사람은 대답을 안 합니다.
장당골의 다리가 몇 개인지를 물었습니다.
6개, 7개, 8개, 여러 말이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세어 보았습니다.
장당골은 몇 개의 다리가 있을까요?
동안거 이후 처음으로 지리에 들어온 대장님은 그동안 해외원정을 다녀오신 탓인지
엄청 빠릅니다.
뒤에서 우리끼리 저 속도에 비밀을 씹어댑니다.
좋은 것을 많이 먹었을 거라는 짐작과
남몰래 동계훈련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과
첫 끗발 개 끗발이니 좀 있다 지쳐 버릴 것이라는 억척이 난무하지만 정작
대장님은 우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 앞서 가기만 합니다.
상봉의 모습을 찾아보지만
언저리만 조금 보일 뿐 까리뽕삼한 모습은 보여 주질 않습니다.
그 옛날 해운대 백사장에서 아가씨들에게 하듯이 수없이 까대기를 하지만 허락하지 않습니다.
독가를 지나갑니다.
대장님은 혹시라도 추격해 올지 모를 토벌군들을 경계하여 지능선 진입 후 쉬자고 합니다.
그래서 앞서서 빨리 걸었다고 합니다.
숨겨두고 혼자만 먹는 무슨 비방의 약이 있는 줄 알았든 나는
그 약을 나누자고 졸라 볼 요량이었습니다.
오늘 중 상봉의 구름을 벗겨 내는 임무가 엉겅퀴 형님에게 주어집니다.
전에 동행한 산행에서 모자를 벗고 상봉을 향해 엎드린 엉겅퀴 형님이 하시든
말을 생각해낸 대장님의 명령입니다.
독오당에서는 유명한 전설적인 어록입니다.
"산신령님 내 머리 벗겨지듯이 천왕봉에 구름이 홀라당 벗겨지게 해주소서."
끊어짐 없이 이어져 오든 임도 길이 끊기고
한차례 계곡을 가로질러 건너가면 다시 임도가 나옵니다.
대장님이 건너는 뒤를 따르지 않고
우리는 우측 사면의 비탈길로 갑니다.
약간의 우회를 하니 바로 길과 이어집니다.
물에 잘 빠지는 귀소본능을 염려하여 우회를 적극 권했습니다.
송력동의 여궁석에 몸 보시를 한 이후 귀소본능은
한겨울에도 몸에서 열이 넘쳐난다고 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시산제이니 만큼 뽀송뽀송하게 올라가자고 했습니다.
우량기에서 한차례 휴식을 하고
임도의 길을 버리고 이제 지능선의 산길로 들어갑니다.
선두에 서라는 말을 못 들은 척
에스테야 형님은 이 순간 스틱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결국, 대장님이 앞서서 산죽의 눈을 몸으로 털어내며 선두에 섭니다.
사실 이후 선두는 자꾸 바뀝니다.
엉겅퀴 형님이, 귀소본능이 앞서서 나가기도 합니다.
관음암으로 가는 최단코스의 이 지능선을 한동안 오릅니다.
오름 기준 좌측의 석남사지 갈림길인 사거리에서 휴식합니다.
식수를 확보하러 귀소본능과 에스테야 형님이 계곡으로 다녀옵니다.
몸이 부실하다는 핑계로 저는 배낭을 벗고 쉬었습니다.
다음부터 식수확보는 당직책이 아니라 당서열에 따라가야 한다고 하는
에스테야 형님의 말을
나는 못 들은 척했습니다.
지능선에서 관음암으로 가는 희미한 사면을 따라 관음암에 도착합니다.
엉겅퀴 형님이 빌어도 보았지만, 상봉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관음암에서의 시산제는 대장님의 의견에 따라
비로자나불이 있었던 곳에 먼저 예를 갖추고 난 뒤에 시작합니다.
성심을 다해 정성을 담아 시산제에 임했습니다.
독오당 사무총장 귀소본능이 시산제문을 독축합니다.
山 祭 文
檀紀 四千三百四十八年 乙未年 三月一日
(陰歷 正月十一日)
독 오 당
維歲次-
단기 사천삼백사십팔년 을미신년 삼월 초하룻 날.
″닳고 닳도록,,, 우린, 지리산의 連理枝이어라″
지리산學 도반으로서 독오당 일동은 오늘, 상서로운 푸른 청양의 해를 맞아 민족의 영험한 산,
지리산 장당능선 관음암에 들어 삼라만상 대우주의 태양과 바람과 달과 물과 흙을 관장하시는
천지신명과 산신령님께 엎드려 고하나이다.
늘 ″처음처럼 ″ 초심의 반석 위에 아로 새긴 지고 지순한 서로愛와 따뜻한 배려는
지리산學 64회차에 오롯히 담겨져 그 색깔과 빛은 변함없이 여전히 발하메 있어,
이는 산신령님의 자비로운 보살핌이 아니었다고 어찌 감히 말할 수 있으리요.
또한,지난 한 해에도 변함없이 독오당을 후덕한 대자연의 품속으로 거둬 주시어,
춘하추동 자연의 오묘한 섭리속에서 山,水,美의 극치를 느끼게 하여 주었으며,
상스러운 4월의 상고대속에 역사를 거슬러 오르며 1250년전 세상의 밝고 큰 빛으로
다가와 애닳은 젊은 영신을 추도하기 위해 비로자나불 노천 불상이 모셔져 있던,
이곳 석남암수 관음암을 목견했던 바,
오늘 시산제의 예를 갖추는 것은 지리산이 맺어 놓은 억겁의 시간속에
찰나의 인연의 뭇생명들에 대한 외경심이 아니겠사옵니까.
그러므로 지리산學은 하늘로, 땅으로, 사람 속으로 나아감을 말하니,
모름지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야 할 것이며, 소아를 극복하고 대의의 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소서.
오로지 무사 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우리의 발걸음을 보살펴 주시는 산신령님이시여!
을미신년 올 한해에도 육십갑자 靑羊의 지혜와 기질로 내딛는 걸음 걸음마다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공존 공생을 늘 생각하게 하여 주시옵고,
더불어,지리산學에 임할 시에도 독오당 산우 모두가 안전한 산행,
즐거운 산행,건강한 산행이 되게 도와 주시옵소서.
또한 바라나니, 독오당 산우의 가정사에 삼재팔악이 물들지 않게 보살펴 주시옵고,
그리하여 `잡귀잡신은 물알로,萬福은 이리로,,,` 두루, 점지하여 주시옵소서.
자연의 순리를 온몸으로 다지는 오늘,십시일반의 숭고한 가치로
우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은 비록 약소 하지만, 이는 저희의 지극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흔쾌히 받아 주시옵소서.
尙饗,
한배검 나라 열으신지
사천삼백사십팔년 을미신년 삼월 초하루 날,
독오당원 일동
막걸리로 시작된 점심은 맥주를 지나 수정방으로 갑니다.
엉겅퀴 형님께서 지난 독오당 송년회 때 가져온 이 술을 보관하고 있다가
오늘에야 빈 병으로 만들었습니다.
독오당의 주량은 이제 예전의 반도 되지 않을 만큼 줄어
술이 남습니다.
당수님께서 술을 남겨 가서는 안된다는 말씀에 따라 잔을 고루 나누고
정리를 깨끗이 합니다.
끝내 천왕봉의 모습은 다 보이질 않았습니다.
관음암에서 능선을 올라 안장바위까지 갑니다.
안장바위에서 휴식을 한 후 초정골로 내려섭니다.
초정골로 내려가는 비탈길이 좁고 미끄러워 긴장합니다.
쌓인 낙엽과 미끄러움으로 천천히 내려갑니다.
긴 산행 거리가 아니기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습니다.
초정골로 내려 귀소본능과 둘이 차량회수를 위해 택시를 타며
시산제 산행을 마칩니다.
봄이 내리는 지리산은 겨울의 다이어트를 끝내고 있습니다.
그리운 임이 오듯 봄이 다가옵니다.
새록한 기운이 움터 오는 지리산의 봄을 기다리며
더 깊이 살아 낼 날들도 설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때로 삶에 지쳐 무너지고 싶을 때
말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힘겨운 인생의 무게로 마음마저 막막할 때
헉헉거리며 그 속에서 헤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를 받는 지리산을 다시 그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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