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5.05.03 황금능선 구곡산

지리99 수야 2015. 5. 4. 19:40

구곡산.

 

독오당 66차 정기산행.

일시:2015년 5월 3일 (일요일, 비)

산행자:산나그네님, 에스테야님, 귀소본능님, 수야.

         guest: 청송녹죽님, 호진이랑옥자랑.(7명)

걸어간 길:경남 산청군 시천면 도솔암- 구곡산능선- 구곡산-범바위골-도솔암.

산행시간:08시 41분~14시 49분 (긴 만찬 포함 6시간 7분)

 

2015-05-03 지리산 구곡산.gpx

2015-05-03 지리산 구곡산.gtm


 

구곡산(九谷山961m)은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과 시천면의 경계에 자리한 해발 961m 산이다.

천왕봉 바로 곁 중봉에서 남동쪽으로 S자 모양을 그리며 길게 산줄기가 내려간다.

이 능선은 국사봉을 지나 구곡산까지 20여㎞를 섹시한 굴곡을 그린다. 일명 '황금능선'이다.

그 황금능선의 끝 부분에 구곡산이 있다.

 

황금능선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지리구구 지명탐구방> 꼭대님의 게시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독한 산죽 숲길로 유명한 [황금능선] 길은
1979년도 당시 세석산장 관리인으로 있던 <정원강>님께서
낫으로 길을 내며 개척하여 주요한 산길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산길을 다 만들고 나서
가을날 써레봉에서 구곡봉을 지나 덕산의 덕천강 가로 이어진 능선을 바라보며
가을 능선의 그 아름다움에 <정원강>님께서 스스로 [황금능선]이라 일컫게 된 것이라 합니다.
가을날 오후 해는 서산에 걸려있고
중봉 즈음에서 굽이쳐 내달리는 능선의 풍경을 그려본다면
[황금능선]이란 작명에 수긍이 갈 법도 합니다.

 

구곡산의 무이구곡에 관한 설명은 <jiri99 지리박물관 문화유적명소>에 꼭대님의

게시물을 참고 바람.

http://www.jiri99.com/bbs/board.php?bo_table=jiri31&wr_id=358

 

지난 독오당 정기산행 때 당수님께서

청송녹죽님이 독오당과 함께 산행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했다.

독오당의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4월에 동행을 하기로 하였으나, 사정으로 5월 독오당 정기산행에 함께하기로 했다.

때마침 당수님의 세 번째 작품 '지리산 세석고원의 여름'이 출판되었다.

제목으로 보면 세석으로 산행지를 정해야 하나

세석에서는 이미 한차례 기념산행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황금능선 길을 당수님과 독오당과 함께 걷고 싶다는 청송녹죽님의

요청에 따라 황금능선으로 간다.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려 덕산의 약속 장소에 도착한다.

근처의 목욕탕에 계시다 오신 청송녹죽님과 인사를 나눈다.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며 지리산 롯지에서 호진 형님 부부도 온다.

그곳에는 탐구팀이 함께 있다고 했다.

만만치 않은 거리 임에도 잠깐 산나그네 당수님을 뵙겠다며 해영 형님이 같이 온다고 했다.

깊은 애정이 아니면 쉽지 않은 행동이다.

모두 인사를 나누고 나와 마주한 형님은 팔 벌려 안아주신다.

막걸리잔이 짧게 돌고 안부인사가 오고 가고 늦게 온 세 사람이 식사를 한다.

커피 한 잔을 하며 짧은 만남의 아쉬움은 산정무한에서 대신하기로 한다.

해영 형님을 남겨 둔 체 먼저 우리는 도솔암으로 간다.

산나그네 선생님께서는'지리산 세석고원의 여름' 책에 일일이 싸인을 해서 한 권씩을 주신다.

<사진:귀소본능>

 

비로 인해 짧게 코스를 잡는다.

도솔암까지 차로 바로 올라간다.

우중의 지리산은 내게 체력보다 마음으로 먼저 올라야 하는 산이다.

내리는 비가 산행을 서글프게 해도 마음으로 이미 시작한

발걸음을 잡지는 못한다.

늘 그렇듯이 성큼성큼 산나그네 선생님의 걸음이 앞서 시작된다.

 

비 때문인지 카메라가 선명하지 못하다.

보이는 안내판 방향으로 길이 열려 있다.

 

구곡산이라는 이름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아홉 번을 굽이쳐서...

아홉 골짜기...등

에스테야 형님이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

백마강의 노래가사

'구곡간장 찢어지는 백제 꿈이 그립구나' 할 때 그 구곡이다!.

 

무명폭포라고 했다.

그냥 폭포라고 했다.

지리산 길4.0을 장착한 우리는 아무도 폭포 이름을 알지 못했다.

무이구곡에 관해서도 아무도 몰랐다.

집에 와서 트랙을 GTM에 얹고 지리산길4.1을 보니 무이구곡이 보였고 와룡폭이 보였다.

때 늦은 공부를 했다.

와룡폭 아래로 사진을 찍으러 간 호진형님이 올 때까지 쉬었다.

비는 계속 내렸다.

왼쪽부터 에스테야님, 옥자님, 청송녹죽님, 산나그네님.

청송녹죽님과 호진님 에스테야님은 서로 말을 놓는 사이다.

즉, 한해에 같이 태어난 동갑이다.

<사진:귀소본능>

 

우의를 입은 탓에 빠르게 열이 올라 땀이 흘렀다.

안경을 쓰신 분들이 비 올 땐 습기로 인해 힘들어 보였다.

안경을 쓰지 않은 나는 땀이 눈으로 자꾸 들어가 머리띠를 했다.

 

늘 웃음으로 대면하시고 답하셨다.

자신의 페이스에서 벗어나지 않는 걸음으로 시종 걸었다.

늦은 걸음을 미안해했다.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충분하다고 우린 누누이 말씀드린다.

단어 하나하나가 빛나던 산행기의 그 감성은 청송녹죽님 자체였다.

대나무밭과 이름이 잘 어울린다며 귀소본능이 돌아 세워 사진을 찍었다.

<사진:귀소본능>

 

구곡산 능선으로 올라서는 나무계단이다.

희뿌연 안개 사이로 먼당이 보였다.

제법 몸이 풀릴 만큼 경사길이 재미졌다.

앞서 간 에스테야 형님의 능선에 붙었다는 소리가 들린다.

비는 계속 내렸다.

 

능선에 올라서고 다시 한 번 쉬어간다.

능선 오름 기준 우측이 구곡산 방향이다.

좌측길을 따르면 시천면의 외공으로 나아가 황금능선의 끝 부분이 될 것이다.

오늘은 비를 핑계로 아주 천천히 걷는다.

그도 그럴 것이 거리도 얼마 되지 않고 길도 편하다.

아주 천천히 다시 걸으며 능선을 타고 간다.

보이지 않지만, 좌측 앞으로 다가와 있을 천왕봉과 지리주능을

당수님의 설명으로 나이미 그려 보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진달래가 피었고

지천으로 둥글래가 빗방울을 받아 마시고 있었다.

무슨 무슨 이름의 크고 작은 꽃들이 발아래서 우리를 바라보았다.

구곡산 정상으로 가기 전 비를 피하기에 적당하고 7명이 앉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에서

타프를 치고 자리를 잡았다.

 

놀기로 했다.

빗소리가 타닥거리는 타프 속에서 한 잔의 술은 그야말로

우중에만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바닥을 드러내고 자빠진 빈 병들이 장렬히 전멸할 때까지 우리의 전투는 상당히 치열했다.

나자빠진 빈 병들을 확인 사살도 해가면서 조금도 물러섬이 없이 잔을 모아 부딪쳤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당수님까지 가세하여 잔당을 완전히 소탕하고서야 전투를 끝냈다.

주님과의 전투에서 아군의 피해는 전무했고 완전한 승리로 끝냈다.

긴 만찬이 끝날 무렵 마지막을 장식할 커피를 끓이기로 했다.

물이 부족했다.

호진 형님이 타프 끝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받았다.

빗물 커피를 마시며 각자 한마디씩 했다.

너는 먹어봤나 나는 먹어 봤다. 빗물 커피!

<사진:귀소본능>

 

구곡산에 섰다.

길게 나아 가면 주능으로 갈 것이다.

가을날 제대로 황금능선을 걸어 보기로 약속했다.

잠시 작전회의를 했다.

원래 가기로 한 동당으로의 계획을 포기한다.

원점으로 회귀하기로 결정이 내려진다.

언제나 그렇듯이 당이 결심하면 무조건 한다.

독오당은 언제나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사진:귀소본능>

 

 

하산은 범바위골로 한다.

범바위골이라는 지명이 있는 줄도 몰랐다.

찾다 보니 여기저기서 쓰이고 있는 지명이다.

혹시, 오류가 있다면 가차 없이 지적질을 하기 바란다.

순순히 수긍할 터이다.

 

생각보다 경사는 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미끄럽지도 않았다.

계곡으로 내려서기 전 두 나무가 농도 짙은 애정행각을 버젓이 벌이고 있는 현장을 지나갔다.

부끄럼 없이 입을 맞추고 있는 장면을 귀소본능은 몰카가 아닌

선명함으로 그대로 찍었다.

 

일행이 다 모일 때까지 앞선 사람들이 기다렸다.

우의 속을 울리던 빗소리를 모조리 다 잡아 삼킨 계곡에서 우리는 또 한동안 놀았다.

옆으로 박고 앞으로 박고 되는대로 계속 박으며 놀았다.

가지런히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에스테야 형님의 저 모습을 보면

지리다방에 호진 형님이 올린 퀴즈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계곡은 흐르는 물줄기로 생동감이 철철했다.

길지 않는 산행으로 우리는 팔팔했다.

 

할매 할배는 이틀에 걸친 산행이다.

이 구간에서 그래도 양을 다 채우지 못하고 고파 하겠지만, 만족의 미소를 지어주었다.

 

도솔암에 도착하고 바쁘게 옷을 갈아입었다.

광주로 가는 호진 형님과 인사를 나누고 원지로 갔다.

버스 시간이 딱 맞아 떨어진 청송녹죽님을 배웅했다.

창원으로 쉼 없이 달려 다시 소주 한 병과 맥주 한 병만을 비우고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오월의 첫주 일요일에는 비가 내렸고

나는 지리산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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