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골
일시:2014년 11월 2일.
독오당 60차 정기 산행.
산행자:G엉겅퀴님,다우님,에스테야님,귀소본능님,수야.
걸어간 길:전남 구례군 상동면 위안리 상위마을 산수정- 석산골-능선알바-주등로-만복대샘
-주등로-묘봉치-상위마을.
산행시간 및 거리:07시: 59분 ~14시 49분(휴식,점심포함 6시간 50분). 대략11km.
지리산길4.0 에서 석산골은 고도 910m 부근에서 산길이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계획대로라면 점선을 따라 석산골을 올라가야 하나
910m 이 지점 조금 못 미쳐서 어쩌다 좌측 능선으로 올라 1,170m 부근에서 다시 점선 표시지점 산길을 만난다.
능선구간은 희미하나마 길이 있긴 하나 잡목이 성가신 구간이다.
황점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나오면서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 안에서 대장님은 오후까지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말씀하시며 산행을 어떻게 할지 의견을 묻는다.
둘레길과 석산골 중 선택을 해야 할 판이다.
어차피 비는 피할 수 없을 것이고
비를 맞을 바에야 계획대로 석산골산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상위마을 산수정에 주차하고 산행준비를 하는 중에 저수지 쪽에 먼저 도착한
맑은소리 팀이 카톡으로 연락을 해왔다.
독오당과 방향이 같다는 것을 확인하지만, 동행은 하지 않는다.
만복대 샘에서 만나기로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초반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가 저수지 옆 주차된 맑은소리 팀의 차를 만났다.
벌써 어디쯤 올랐을지 짐작도 힘들다.
차 옆으로 돌아선 대장님은 비 때문에 꺼내기도 힘든 카메라를 들이댄 순간에
하필이면 저기서 저러고 있었을까.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은 빗줄기는 제법 기세를 세웠다.
우의를 입은 모자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목탁소리만큼 굵게 들였다.
사방이 온통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저수지를 지나갔다.
저수지를 지나 얼마 가지 않아 석산골 초입으로 들어갔다.
고로쇠 작업 호스가 깔린 길은 또렷하고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대장님의 오늘 복장은 고급스럽고 단정했다.
바지까지 비에 대비하신 것으로 봐서 나름 철저히 준비하신듯했다.
비! 그까이꺼 대충 준비 한 우리는 우의를 입었지만 대충 가리고 비를 맞으며 걸었다.
추위 때문에 초반 조금 빠르게 걷고 나자 열이 오르고 추위도 없어졌다.
걷다가 정지하면 밥솥 뚜껑을 열어젖힐 때처럼 몸에서 김이 모락 피어올랐다.
산길 좌측의 묘를 지나자 길가에 샘이 흐르고 있었다
샘 가에서 사진을 찍었다
비옷 때문에 모습은 좀 그랬다
그중에 차렷으로 자세를 잡는 에스테야 형님은 평소 한의원에서만큼 반듯해 보였다.
샘의 물은 맑았고 식수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계속 내리는 비로 인해 카메라를 꺼내고 넣기가 불편했다.
또한, 사진을 찍고 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일행의 꽁무니를 쫓아 가기가
힘들어, 되도록 사진을 찍지 않으려 했다.
비와 함께 부는 바람은 가을이 후두둑 떨어지게 했다.
쌓인 낙엽 위로 겨울 같은 차가운 비가 계속 내리고
젖어오는 몸과 시린 손끝은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 느꼈다.
<사진:귀소본능.>
석산골 지명이 궁금하였으나 아무도 알지 못했다.
올라 가는 길 좌측의 계곡 건너편에 단일 암벽으로는 지리산에서는 별로 본 적이 없는
거대한 암벽이 보였다.
암벽은 지리산의 여러 대와 비교를 해도 전혀 외소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크고 웅장해 보였다.
아래에는 기도터로 보이는 석축도 보였다.
혹시 석산골의 지명이 이 암벽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엉겅퀴 형님이 답했다.
비에 젖을까 스마트폰을 깊숙이 넣어서 꺼내지 않았고 오룩스맵의
지형도를 살피지 않았다.
대장님과 본능의 GPS에는 산길 트랙이 없었다.
지리산길4.1의 점선으로 표시된 바로 앞에서 좌측의 능선으로 치고 올랐고
오르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한참 후에 스마트폰의 트랙을 확인 하고 잘 못 들어온 길임을 알았다.
되돌아 갈 수도 없을 만큼 올라온 길이다.
어쨌든 능선을 따르면 주등로로 나오기는 할 것임을 알았고
미끄럽고 잔돌이 굴러 내리는 능선으로 힘들게 올라갔다.
엉겅퀴 형님은 맨 앞에서 잡목 사이로 길을 잘 찾아갔다.
너들지형을 만나고 점선의 길이 바로 옆임을 알고 찾아 올라갔다.
산죽과 잡목을 헤치고 주등로에 도착한 우리의 몰골은 동냥도 주기 싫은 상거지 꼴이었다.
만복대로 향해가는 길은 아늑해 보였다.
운무에 가린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이지만 편안했다.
<사진:귀소본능>
만복대는 올라가지 않았다.
만복대 샘에 도착했다는 맑은소리의 문자를 받은 지가 오래되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만복대 샘으로 내려갔다.
최대장님이 빠진 맑은소리는 타프를 치고 우리를 맞이했다.
맑은소리는 아주 맑았다.
반가운 인사가 한동안 오고 가며 자리를 잡고 점심을 준비했다.
온몸으로 추위가 몰려왔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맑은소리 누님들이 건네주는 따뜻한 떡국을 받았다.
한 입 들어온 떡국의 따뜻함은 술을 같이 급히 불러들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술잔을 놓고 삼배를 마친 엉겅퀴 형님은
빠르게 준비한 따뜻한 정종을 한 잔씩 따라 주었다.
그때서야 의지대로 되지 않든 몸의 떨림이 멈추었다.
촉촉하고 끈적한 웃음과 만찬은 오랜 시간 이어졌다.
맑은소리 최대장님은 일요일인데도 일이 바빠 산행을 못 하게 됐다 했다.
노부장님,구름님,승덕님,공주님의 산행은 빨랐다.
자리를 정리하고
하산은 가장 빠른 길로 함께 내려가기로 했다.
이름이 같은 두 분의 영도님.(맑은소리 노영도님, 독오당 서영도님)
<사진:귀소본능>
하산길 단체 사진을 한 컷 찍었다.
비인지 우박인지 구분되지 않는 이상한 것이 내렸다.
좋은 카메라와 안 좋은 카메라의 비교.
<사진:귀소본능>
비는 그치는가 싶다가 다시 내렸다.
하산길은 젖은 낙엽으로 미끄러웠다.
나는 맨 뒤로 물러났다.
지난주 가야산에서는 전혀 아프지 않든 발목이
빠르게 걷는 선두를 따르기에는 무리인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에스테야 형님은 하산길에 맨 뒤의 나를 자주 신경 쓰고 살폈다.
두 번을 미끄러져 넘어진 나를 걱정했다.
언제나 투박하고 티격태격해도 형님은 늘 따듯한 사람이다.
비와 바람과 낙엽이 하산길에 깔렸었고
마신 술에 비해 정신은 너무도 맑았고 술기운은 없었다.
산 아래로 내려온 단풍은 다 뽐내지 못한 빛깔이 아쉬운 듯 보아 주길 바라는듯했다.
마을에 도착할 즘
산수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에스테야 형님은 따서 맛을 보았다.
단풍 색깔만큼 붉은 산수유는 쪼그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놀란 개가 짖어 대는 민가를 나오면서 산행이 마무리되었고
그쳤든 비가 다시 쏟아졌다.
거의 말라가든 옷이 다시 젖어 오기 시작했다.
석산골의 길을 끝까지 이어보지 못한 아쉬움은
또 한 번의 발길을 요구 할 것이다.
산수정에서 젖은 옷을 벗고 돌아갈 채비를 하는 동안 맑은소리 팀은 한참을 더 걸어
차량회수를 하러 갔다.
산굽이를 감싸고 도는 운무를 바라보며
나는 따듯한 커피가 무척이나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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