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4.10.19 부자바위골

지리99 수야 2014. 10. 19. 23:57

벽소령

 

일시:2014년 10월 19일.

산행자:수야,지기(2명)

걸어간 길: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자연 휴양림.

             광대골-부자바위골-작전도로-벽소령-소금쟁이능선-음정 자연휴양림.

산행시간:07시 26분~14시 11분(휴식 및 점심 오수포함 6시간 44분).


2014-10-19 부자바위골-소금쟁이능선.gpx


2014-10-19 부자바위골-소금쟁이능선.gtm

 

부자바위골은 고도 790m 합수부에서 오른쪽으로 형제봉 턱밑까지 이어지고

합수부의 왼쪽, 벽소령 방향의 생이바위골이 합쳐져 크고 넓다는 광대골을 이루며

삼정으로 흐른다.

부자바위골을 끝까지 올라 형제봉에서 벽소령까지 주능선을 잠시 걷고

생이바위골과 우수청골 사이의 소금쟁이능선으로 하산을 할 계획이다.

오래전 비리내골 산행 때

우수청골,생이바위골,부자바위골을 마음에 숙제로 품고 있었다.

그중 하나로 조금 짧고 여유 있게 단풍구경 산행을 해 볼 요량으로 부자바위골을 간다.

 

휴게소에 주유하기 위해 들렸더니 주유소에서

낯익은 차가 앞에서 막 출발합니다.

맑은소리팀 구름님께 전화를 바로 했더니 나막정으로 오라 합니다.

나막정에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한창 하고 있는 맑은소리팀을 만납니다.

인사를 나누고 호진형님과 만날 시간을 맞추느라 맛있는

아침밥을 얻어먹지 못하고 먼저 출발합니다.

맑은소리팀은 비리내골을 간다고 합니다.

멋도 모르는 마눌이 따라가고 싶다고 합니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라 일축합니다.

 

삼정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뒤이어 두 대의 승용차가 도착하고

그동안의 인사를 깊은 포옹으로 나눕니다.

그곳에서도 지리산 지도를 보내 달라고 하던 양반입니다.

그가 돌아왔습니다.

얼마나 지리산이 그리웠는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여전히 형님은 눈빛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두부라도 들고 갔어야 하는데 깜빡했습니다.

 

산행은 따로 하고 차량회수 지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호진형님 일행은 칠암자를 돌아 산내 실상사 입구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휴양림 주차장에 주차가 어쩐지 좀 꺼림 직하고

시간도 여유가 있어 비리내골 올라가는 길목에 주차하고

임도를 따라 걷습니다.

사진 오른쪽 다리를 건너 계속 임도를 따라갑니다.

 

이른 시간 산책을 나온 사람들과 가벼운 눈인사를 나눕니다.

조금은 쌀쌀한 느낌 마저 드는 선선한 아침 공기가 벌써

겨울이 가까이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형제봉이 아래에서 보입니다.

형제봉의 원래 이름은 부자암이죠.

'부자바위'라는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에 얽힌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내용은 동화 선녀와 나무꾼과 상당히 유사하다.

하정에 인걸(仁乞)이란 사내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매일 나무와 사냥을 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연못에서 선녀들이 목욕을 하는 걸 훔쳐보던 인걸은 날개옷을 훔쳐서 오다가,

그중 아미(阿美)라는 선녀의 날개옷이 돌부리에 걸려 찢어져 하늘나라로 올라가지 못하게 되었다.

인걸은 아미 선녀를 집으로 데려왔다.

인걸은 그 후 하늘나라에서 아미 선녀와 살 것을 허락받고 두 남매를 낳아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

어느 날, 아미가 장난삼아 보관 중이던 찢어진 날개옷을 한번 입어 보자고 했다.

인걸이 찢어진 곳을 기워서 입혀 주자 아미는 그만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 후 인걸과 두 남매는 아미가 내려오기를 기다렸지만 끝내 내려오지 않았고,

기다리다 지친 이들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뒤 벽소령 높은 곳에 바위 셋이 솟아올랐다.

사람들은 이 바위를 부자바위라 칭하고,

후세 사람들은 이 계곡을 아미 선녀가 날아서 떠났다 하여 비리내계곡(비리내골)이라고 한다.

 

주차한 곳에서 계속 임도를 따라오면 휴양림 주차장 조금 위

이곳에 도착합니다.

낙엽이 하나둘씩 떨어지는 가을 산책길을 뒷짐 지고 계속 올라 임도 끝까지 갑니다.

 

도로끝 계곡의 들머리로 들어갑니다.

 

수량이 적은 계곡엔 단풍보다는 낙엽이 지천입니다.

워낙 겁이 많은 마눌이 사람도 없고 호젓한 길이라

약간 무서워합니다.

그래도 계곡 치기를 앞장서서 제법 잘합니다.

 

풍부한 수량은 아니지만 만나는 소폭들이 아기자기하고

원시림의 이끼와 계곡미가 낙엽과 어우러져 가을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킵니다.

 

혹시라도 미끄러질까 봐 앞장을 서 나가다

사진을 찍고 돌아서면 어느 사이 나보다 앞서 오르고 있습니다.

무뚝뚝한 저와 살다 보니 전염이 된 것인지

둘만 있으면 별말이 없습니다.

 

천천히 쉬엄쉬엄 올랐는데

작전도로의 배수로가 나타납니다.

도로 위로 올라갑니다.

도로에서 잠시 쉬면서 부자암 방향으로 계속 계곡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더니

이 길을 따라가면 어디로 가느냐고 묻습니다.

벽소령 아래라는 대답에 그냥 길따라 가고 싶다 합니다.

항상 내 고집대로 하고 사는데

이럴 때라도 들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 잘라먹고 도로를 따라 걷습니다.

 

벽소령(碧宵嶺)은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함양군 마천면 사이에 위치한 고개다.

지방도 제1023호선이 지나나 차량은 통행할 수 없다.

높이는 1,350m이다.

옛날에는 하동군 화개면과 함양군 마천면을 이어주는 주요 교통로였기 때문에

지방도 제1023호선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벽소령이 지리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어 자연보호를 위해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있으며,

도로 또한 전혀 포장되어 있지 않다.

 

터벅터벅 산속의 도로를 걷는 것도 나름 좋습니다

앞에 삼정산을 바라보며 호진형님 일행을 짐작해봅니다.

또한, 얼추 다 올라갔을 비리내골의 맑은소리도 생각합니다.

 

벽소령엔 한산합니다.

햇볕이 잘 드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이른 점심을 먹습니다.

캔맥주 하나와 도수가 낮은 술 한 병을 놓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참, 좋습니다.

생전 잘 하지 않든 집사람과의 잔을 마주칩니다.

그러고 보니

얼굴 마주 보며 웃어본 기억이 별로 없는듯합니다.

술이 들어가니 바라보는 단풍이 별로라도 고와 보입니다.

앞에 마주한 사람까지도 갑자기 고와 보일쯤 술이 없습니다.

 

벽소령이라는 이름을 순 우리말로 풀어쓸 경우 '푸른하늘재'가 된다.

여기서 벽소(碧宵)라는 이름은 벽소한월(碧宵寒月)에서 유래하였는데

의미는 '겹겹이 쌓인 산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희다 못해 푸른빛을 띤다'라는 의미이다.

이 벽소라는 단어는 《택리지》에도 나오는데,

《택리지》에서는 "지리산 북쪽은 모두 함양 땅이며 영원동, 군자사, 유점촌이 있는데, 남사고는 복지라 하였다.

또 벽소운동(碧霄雲洞)과 추성동은 다 같이 경치 좋은 곳이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벽소운동(碧霄雲洞)은 본래 골짜기를 표현한 것이지만

벽소령의 '벽소'와 상당히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19세기에 지리산을 유람했다고 알려진 하익범은 《유두류록》(遊頭流錄)이라는

책을 통해 "벽소령 냉천점(冷泉岾) 70리에 이르러서부터 비로소 아래로 내려가는 길로 바뀌었다."라고 하여

벽소령의 존재를 표현했다.

그 외에 《영남지도》와 《광여도》 등의 지도에서는 벽수령(碧愁嶺)으로 표기되어 있다.

밀림과 고사목 위로 떠오르는 달은 천추의 한을 머금은 듯 차갑도록 시리고 푸르다.

이처럼 벽소령에서 바라보는 달 풍경은 매우 아름다워 이를 벽소명월(碧霄明月)이라고 하며

지리산 10경 중 제4경에 해당한다.(위키백과)

 

짧은 산행 거리로 시간이 아직도 일러 새벽에 깬 부족한 잠을

잠시 보충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천추의 한을 머금은 듯 차갑도록 시리고 푸른 벽소령 달빛을 보고 싶습니다만...

 

벽소령은 북쪽 비탈면에는 함양군 마천면 소재지에서 양정마을을 거쳐 지리산 자연휴양림까지

비슷한 방향의 북북동~남남서의 구조선이 형성한 계곡이 지리산 주능선부까지 발달해 있고,

그 사이의 중간 지점이 벽소령이다.

즉 벽소령이 교통로로서 기능한 것은 벽소령 자체의 자연적 조건 때문이기보다는

지리산 남쪽과 북쪽 비탈면에 발달한 골짜기의 연결 지점으로서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기 때문이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시인 이원규 님은 벽소령을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라는 시를 통해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라고

표현했습니다.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이곳의 달빛을 받으러 와야겠습니다.

 

왔든 길로 돌아내려 갑니다.

벽소령 넘어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북사면은 단풍의 색감이 별로 없습니다.

 

작전도로에서 내림 기준 우측의 금줄을 넘어갑니다.

작전도로를 따라가다 헬기장에서 소금쟁이 능선으로 진입합니다.

소금쟁이능선은 그 옛날

하동의 화개에서 신흥과 의신을 지나 벽소령을 넘고 삼정을 거쳐 마천으로

소금을 지고 넘나들었든 옛사람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길입니다.

내려가는 길의 우측으로는 우수청골이, 좌측으로는 생이바위골이 위치합니다.

지리산 여타의 능선길보다는 비교적 유순한 길입니다.

능선에 진입하자

노란 단풍에 세상이 온통 노랗게 변해있습니다.

 

묵묵히 말없이 옆을 지켜온 고마움을

나는 살갑게 말하지 못합니다.

이제는 내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라

이야기를 들어 줄 나이가 되어 감에도 나는 여전히 꺾일 줄을 모릅니다.

나는 순간에 휘둘리지 않고 비난과 비판에도 의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앉아 쉬는 동안 낯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맑은소리 승덕님과 노부장님이 내려오십니다.

비리내골을 올라 덕평봉에서 점심을 먹고 두 분은 이리로 나머지는

선지능선으로 하산을 하는 중이랍니다.

아침에 따라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노란 단풍이 좋다는 감탄을 연발하며

따라가다가는 하늘이 노랗게 될 빠른 걸음으로 먼저 내려갑니다.

 

예쁘다.

참 좋다는 감탄을 하는 집사람 뒤를 따라 내려갑니다.

 

빈곤하고 곤궁한 내 삶에

진정한 풍요와 자유로움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 지리산에서

나는 말 하지 않아도

소중한 것을 느낍니다.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나는 알아갑니다.

일상에서 평범하게 일어나는 모든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소중하고 부러운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아갑니다.

단풍구경 한 번 하지 못하고 지내면서

철 지난 단풍마저 좋다고 감탄하며

별 말없이 살아준 고마움도 나는 압니다.

내 평범하지 못함에 속이 상해도 참고 그저 하루가 축복이라

나를 다독여 준 사람에게 쑥스럽고 왠지 불편한 속내를 말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나는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노란 빛깔에 한동안 물들다 보니 어느새 날머리로 나옵니다.

 

차량회수를 위해 아침의 도로를 걸어야 하지만

지름길인 계곡 옆의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단풍은 이 아래가 절정에 이러러 있습니다.

 

지리산이라는 이름 하나로 뭉뚱그려진 이 넓고 광대한 산에는

수십 개의 계곡과 봉우리와 산이 존재합니다.

그 각각 이름에는 또한,

하나하나의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나는,

자식으로, 남편으로, 부모로 살아 내는 하나하나의 이름처럼

각각 다른 이야기를 충실히 잘 살아내고 싶습니다.

지리산처럼 말입니다.

 

돌아서는 뒷모습에 벌써 그리워지는 사랑하는 사람처럼

지리산은 벌써 그리움이 됩니다.

 

실상사입구에서 호진형님을 기다리며 전화를 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거의 두 시간을 기다린 뒤 통화에서

늦어질 것 같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남긴 채

다음을 기약하고 창원을 향해 돌아옵니다.

 

나는 지리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습니다

단 하나 지리산만으로 통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좋습니다.

술잔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의 기다림을 또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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