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4.07.27 산청독바위

지리99 수야 2014. 7. 29. 20:39

산청독바위

 

일시:2014년 7월 27일

산행자: 수야

걸어간 길: 오공마을 -사립재골 -사립재-새봉-산청독바위-새봉-동부능선(왕등능선)-새재-오봉마을.

산행 시간,거리:08시 53분~16시 41분 (7시간 48분), 10.17km

 

2014-07-27 산청독바위.gpx

2014-07-27 산청독바위.gtm

 

 

산청군 금서면 오봉리 오봉마을.

마을 입구 갈림길에서 주차 할 곳을 찾아 살핍니다.

하산 할 때 가장 근접 할 수 있고 피서객들의 차량에 방해되지 않을 곳 .

좌측 계곡 쪽 화장실 옆에 주차를 합니다.

내려올 방향으로 계곡과 붙어있어 씻기에도 좋습니다.

출발 전 스틱을 조절하는데 아무리 해보아도 스틱이 말을 안 듣습니다.

할 수 없이 스틱 하나만 들고 오봉 간판이 서 있는 오른쪽으로 올라갑니다 

계곡 에는 피서객들의 텐트가 이미 자리를 잡았습니다.

 

마을의 민박집 앞을 가로질러 들머리로 들어갑니다.

들머리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피서객들이 많이 나와 있고

배낭을 메고 있는 저를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어 카메라를 꺼낼 생각을 못 합니다.

산 사면을 살짝 돌아 반듯한 길이 있습니다.
이 길에 서서 내려올 방향의 건너편을 봅니다.
저 집이 있는 곳의 임도로 내려올 계획입니다.

 

임도 길은 산행 초반 몸을 서서히 풀기에 좋을 만큼 경사 없이 넓고 좋습니다.

 

지난주 유키님과 일행들이 만들어 놓은 도강의 흔적을 따라 아주 쉽게 건너갑니다.

 

맑은 계류와 시원한 소리는 계곡으로 따라 들기를 유혹 하는 속삭임 같습니다.

 

계곡을 좌측으로 끼고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됩니다.

노란 표시기가 그곳을 정확히 알려 줍니다.

이 길로 들어서자 발아래 빨간 색깔의 작은 병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홍주'라고 적혀 있는 이 병은 그동안의 외로움에 몸서리를 치며

애절한 빛깔로 부디 거두어 주길 간절히 바라는 듯합니다.

오늘 배낭 속에는 얼린 작은 캔맥주 하나만 있어 조금 아쉽든 차에

신령님께서 내리신 선물이라 생각하고 기꺼이 집어 넣었습니다.

대충 주인은 짐작이야 가지만 굳이 거론할 이유는 없을듯...흠!

 

거미줄을 얼굴과 스틱으로 걷어 가며

간간이 만나는 산죽을 헤치고 나아 갑니다.

길은 오래 묵었으며 잡풀이 우거진 사이로 그나마 길의 형태는 뚜렷하여

폐가로 남은 독가 까지 이어집니다.

 

독가를 지나면서 길은 다시금 좋아지고

나무로 만든 다리를 만납니다.

살짝 밟아 보고는 그래도 안심을 할 수 없어 약간 위로 우회를 해 건너갑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살면서 피할 수 있는 위험이 보이면 피하는 게 최선일 겁니다.

 

키가 큰 이 형님은 일부러 높은 곳에 매달아 놓았을까요?

아니면 그동안 나무가 그만큼 자란 것일까요?

 

 

뽓대 형님과 동갑으로 친구인 그를 생각 합니다.

살아가는 동안 뜻밖에, 어쩔 수 없이, 돌발적으로, 어떤 위기를 맞이 할 때

내게도 굳건히 견딜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이 그분 처럼 존재하길 바래봅니다.

 

한동안 지리산과는 너무나 먼 곳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 있을 그분과의

약속한 산행지는 당분간 미루어야 합니다.

단단한 그의 외모처럼, 마음 또한 그러함을 알기에 의연히 잘 이겨 내고 있겠지만

지리산에 들 때 마다. 그가 생각이 납니다.

그를 만나는 날까지 지리산에 들 때 마다 이렇게 하나씩 돌을 쌓기로 했습니다.

그와 함께 다시 지리산을 누빌 그 날을 위해.

지금 마음속에 무거운 무게의 돌이 쌓여 있을 그를 위해.

 

이런저런 상념으로 오르다 보니 어느 사이 능선에 올라섭니다.

나무에다 이렇게 오봉으로 가는 길을 새겨 놓았네요.

 

오름기준 좌측으로 갑니다.

산청독바위를 올라가고 싶습니다.

그곳에 서 보고 싶어졌습니다.

 

며느리밥풀꽃.

살짝 배가 고픔을 느낍니다.

간단한 간식으로 달래고 잠시 쉬어갑니다.

 

참취꽃.

 

이놈은 거북이를 닮은 것도 같고

뱀 대가리 같기도 합니다.

보는 사람 마다. 다 다르겠지만.

어떻게 보이 십니까?

 

지나는 길에 자꾸 성가시게 거치적 거리든 싸리꽃도

자세히 보니 예쁨니다.

조록싸리.

 

 

이 길은 걸어본 적이 있어 눈에 익습니다.

배낭을 벗고 차가운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땀을 식힙니다.

 

숲 속의 호수처럼 고요한 마음을

지니게 해주소서!

바쁜 것을 핑계로 자주 들여다보지 못해

왠지 낯설고 서먹해진

제 자신과도 화해 할 수 있도록 해주소서.

흩어진 마음을 안으로 모으는

깊은 고요함을 지니게 해주십시요.

 

-마음을 위한 기도 -  이해인.

 

새봉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기에

새봉을 지나고 산청독바위를 향해 빠르게 갑니다.

독바위 바로 아래에 거대한 이 바위가 있었던걸 전에는 왜 몰랐을까요.

바위 앞쪽으로 가보니 앞에 조망 또한 멋지게 펼쳐지는 곳입니다.

넓은 공간의 자리를 확인하고 독바위를 내려오면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생각해 둡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있었든 밧줄이 없습니다.

배낭을 벗고 바위를 좌우로 자세히 살펴봅니다

앞쪽으로 나가 보니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깨어진 틈이 있습니다.

아래서 자세히 살펴보고 손 먼저 바위를 잡고 발을 올려놓고 또다시 발을 올리니

의외로 쉽게 올를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것들.

태양문양 아래로 각자가 있지만 알아보기 힘듭니다.

옆 바위에도 각자는 분명한데 글씨는 알아보기 힘듭니다.

 

 

독바위 위.

사방으로 펼쳐진 조망을 둘러봅니다.

조개골의 물소리가 여기까지도 들립니다.

저 멀리 웅석봉과 달뜨기 능선도 아슴하게 보입니다.

 

허옇게 드러난 생채기와 써리봉.

 

쑥밭재를 지나 두류봉과 하봉이 지척입니다.

 

허공달골과 벽송능선.

지난겨울 야간산행까지 하며 헤맸든 향운대도 보입니다.

그와 함께했든 그날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올라온 곳 아래의 거대한 대 슬랩이 아찔하게 놓여 있습니다.

지난번 독오당 정기산행 때 본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역시 지리산은 볼수록 그 모습에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마냥 앉아서 바라보고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은 곳입니다.

그런 지리산이 있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사람이 또한 내게 있습니다.

그런 소중한 사람이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있는 것이 행복합니다.

이런 마음이 겠지요

굳이 산을 찾아 오르고 자신을 스스로 위로 하며

내가 가져가야 할 생각과 마음은 이런 것이 겠지요.

 

가야할 새봉과 왕등능선 입니다.

 

내려오기 위해 올라갔지만

또다시 올라가기 위해 내려갑니다.

내려온 독바위를 한 번 더 돌아 봅니다.

금이 간 저 부분을 이용해 밧줄 없이 올라 간 곳 입니다.

  

독바위 아래 미리 보아 두었든 그 자리에서

신발을 벗고 가장 편한 자세로 점심을 먹습니다.

뽓대형님이 혼자 밥 먹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했기에

오늘 나도 그렇게 해볼 요량입니다.

문제의 홍주를 한잔합니다.

짜릿함과 특유의 향기가 뱃속으로 뻗어 갑니다.

도시락을 펼치고 천천히 먹습니다.

아, 이거 혼자서 이렇게 노는 것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30도의 알콜은 뇌를 자극하고 발그스름한 빛깔처럼

매혹적으로 기분을 빨리 끌어 올립니다.

반주 삼아 먹는 홍주는 금방 빈 병이 되었습니다.

내게 딱 맞는 양이며 딱 맞는 맛입니다.

어찌 이리도 딱딱 맞추어 놓았을까 싶습니다.

신선놀음하며 긴 시간 밥을 먹고 커피도 한잔 하고 정리를 합니다.

아딸딸한 기분이 최곱니다.

아마 유키님은 이 홍주 맛을 이렇게 즐기려 했을 겁니다.

 

산수국

 

달걀버섯

 

새봉 까지 쉬지 않고 걸어 돌아옵니다.

새봉 아래 너럭바위에서 셀카 놀이합니다.

서서 찍고,

 

앉아서 또 찍고...

 

왕산과 필봉 넘어 희미하게 황매산이 보입니다.

 

새재 까지의 길은 몇 군데 주의가 필요합니다.

누군가 후답자를 위한 배려의 마음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왕등능선을 따라 걷다가 새재에 도착을 합니다.

우측으로는 윗새재마을로, 계속 직진은 왕등재로 가는 길입니다.

좌측의 곰 출몰 주의 현수막 옆으로 오봉으로 가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급하게 고도를 낮추는 길은 희미하게 이어집니다.

쉬지 않고 너들길 경사를 내려오니 임도가 나타납니다.

아직 남은 캔맥주를 시원하게 마시고 마음도 탈탈 가볍게 걸어갑니다

 

지도에는 마을까지 임도가 있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중간에 도로가 없어집니다.

한 번 더 빨치 비슷하게 계곡으로 붙어 내려오니 큰 바위 아래 치성을 드리는 제단이 나옵니다.

 

이 제단으로 오는 길에는 나무로 이런 다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마을 쪽으로 조금 더 내려오면 이런 샘도 있습니다.

물맛이 참 좋습니다.

 

아침에 건너편에서 보았든 집이 나타나고

바위 위에 어렵게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있는 마을을 지나면

아침의 출발 한 곳입니다.

 

스마트폰의 비행모드를 해제하니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 있습니다.

마등자님은 지난번 단천골 산행기의 망태버섯을 찍기 위해 그곳에 있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마등자님이 그러십니다.

"참, 재미있게 산다."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

.

가슴속 묻어둔 사연 하나, 또는 아픔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네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 가라"

 

나는 또다시 지리산을 뒤돌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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