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4.07.20 단천골-쇠통바위능선

지리99 수야 2014. 7. 25. 02:42

단천골-쇠통바위능선

 

일시:2014년 7월 20일 (일)

산행자: 상가팀 (총4명)

걸어간 길:단천마을-단천골-용추폭포 -큰골 -지능선-쇠통바위능선-쇠통바위- 쇠통바위능선-

              사리암재-단천마을

산행시간: 8시 25분~17시 48분 (9시간22분)


2014-07-20 단천골.gpx

2014-07-20 단천골.gtm


 

 

단천마을 버스 회차로 옆 정자가 있는 곳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단천골 우측의 큰골로 올라 쇠통바위, 삼신봉을 경유 단천골로 하산하는 코스를 계획했다.

 

들머리는 대나무밭이 있는 계곡을 우측에 끼고 있다.

그동안 내린 비로 요란한 물소리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

또한,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도 하산할 때 계곡으로의 하산이 무모한 시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단 용추폭포를 지나 큰골로 올라 쇠통바위 까지 가 보고 결정을 하기로 한다.

 

쉽게 찾아든 들머리는 확실하다는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통행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이 길은 처음 가는 길이다.

지리산의 초행길은 늘 설렘이 있다.

 

노랑망태버섯.

보통 동이 터 오는 무렵부터 빠르게 자라기 시작해 완전히 만개한 아름다운 여왕의 모습을 드러낸 후

약 두 시간가량을 화려한 자태를 뽐내다가 햇볕이 들면 이내 사그라져 버리기 때문에 한낮에는 볼 수가 없다.

한낮을 채 버티지 못하기에 하루살이 버섯이라 부르기도 한다.

생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꽃이 지기 때문이며

인간이 위대한 것은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라고 했든 글을 본적이 있다.

노랑망태버섯을 검색하면서 이 버섯이 짧은 동안에 모든 생을 끝내 버린다는 것 때문에

한 번 더 눈길이 머무는지도 모르겠다.

 

계곡을 몇 차례 건너야 하는데 수량이 많아 아래위를 살피다 결국은 신발을 벗고 건너간다.

불어난 수량으로 계곡 치기는 엄두도 낼 수 없다.

단천골(왼골)로 하산을 하기로 한 계획은 접고 능선으로 하산할 계획을 다시 세운다.

땀이 나기 시작할 무렵에 발을 담그고 나니 시원해서 좋다.

 

초반 산길은 또렷하고 선명하다.

우렁찬 물소리 때문에 작은 소리는 다 묻히고 말없이 걸어간다.

 

지형도를 자세히 살피고 용추폭포로 가는 길을 찾는다.

계곡을 다시 건너야 하는 지점에서 건널 만 한 곳을 찾지 못하고 계곡의 사면으로 잠시 우회를 한다.

짧은 계곡 구간을 신발을 벗지 않고 건너간다.

 

갈림길이다.

주저할 것도 없이 우측으로 간다.

살면서 갈등의 순간마다 이렇듯 분명한 선택을 주저함이 없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떠나고, 기다리는 건 오지 않고, 바라지 않던 일만 찾아오는 무정한 일상들.

인생은 왜 내게 늘 어려운 숙제만 줄까.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헤매는 건 왜일까.

 

용추폭포는 불어난 수량으로 볼만한 광경이다.

더 가까이 접근할 만한 곳이 없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만나면 걸음의 속도를 늦추고 멈춰서는 일.

그저 바라보고, 감각하고, 즐기는 일.

이런 순간을 나는 좋아한다.

 

등로 에서 배낭을 벗어 두고 1, 2분 정도 걸어 들어와서 이곳을 보게 된다.

시원한 물속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세수만으로 만족한다.

 

 

폭포의 위쪽은 등로를 따라 걸으면서 보인다.

이 용추폭포 계곡을 따라 오르는 큰골은 비린내골 처럼 이끼가 가득하고 원시미가 남아있다.

계곡을 우측에 두고 좌측의 뚜렷한 사면 길을 따라간다.

 

 

산삼인 줄 알았네..ㅋ

딱총나무.

 

뚜렷한 길을 따라가지만 물기 머금은 돌이 많아, 미끄럽다 조심하라는 말이 계속된다.

길을 따라 석축이 많이 보인다.

사람이 살았든 거주지로 보인다.

 

쓰러진 고목을 온통 뒤덮은 이끼가 바위까지도 점령해버려

걸음마다 미끄러워 속도가 많이 늦어지고

힘이 든다.

 

 

 

물길이 끊어질듯 가늘어지고 우측의 사면길로 접어들었다.

몇 개의 표지기가 줄곧 안내하더니 이내 다 사라져 버렸다.

스마트폰과 감각에 의존한 체 길을 찾아올라 간다.

이 지능선을 줄곧 오르면 쇠통바위로 갈 것이다.

나는 나무가 자라면서 바위를 밀고 있다 했고

아내는 바위가 나무를 지탱해주는 거라 했다.

 

경사가 심하다.

숨이 차서 몇 번을 쉬어 가지만 고도를 높이는 걸음의 종아리가 묵직하게 땅긴다.

오랜만에 느끼는 뻐근함이다.

뒤돌아 살펴보니 다들 말이 없다.

웬만해서 땀을 흘리지 않는 두 사람도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머리에 맨 수건을 수시로 짜고 다시 매는 나는 물에 빠진 듯 다 젖어 버린다.

 

트랙을 보면 정확하게 따라 가고 있다. 길은 경사가 심하고 험하다.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나뭇가지를 잡아당기며 오른다.

 

간혹 만나는 힘겨운 삶을 이어온 자연과 마주할 때

오롯한 인내의 강인함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자꾸 눈이 간다.

척박함에 뿌리조차 쉽게 내리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최선을 다해 자리를 잡아가는

저런 모습은 걸음을 멈추게 한다.

나는,

내 안에 존재하는 부정적 상념으로부터 항복을 받아 내고 싶을 때
혹사하듯 치열한 산행을 계획하고 그 과정을 통해 자유로움을 얻기도 한다.

육체의 고통을 통해 얻어지는 정신적 자유.

그것의 단순함으로 귀결되더라.

산행에 몰입하고 살기 위해 걷고 나면 잊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잊히더라.

 

나무뿌리를 잡고 오르기를 몇 번.

조밀한 등고선에 나타나듯 경사가 곧추선 능선을 거의 다 오를 때쯤 비박터 같은 이곳을 지나간다.

고도 1100 부근이다.

 

고도를 50 더 올리고 1150 부근에서야 쇠통바위능선 길에 붙는다.

하지만 이후 길은 더욱 험난하다.

산죽을 헤치고 나면 또 다른 산죽이 기다렸다는 듯이 버티고 있고

능선의 암봉에 가로막혀 우회하는 길은 짐승길 처럼 희미해

이리저리 헤매기를 몇 차례 해야 한다.

쇠통바위 바로 직전에서 자리를 펴고 밥부터 먹기로 한다.

늦은 점심을 먹는 중에 산악회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먹은 만큼 갈 수 있다는 철칙에 따라 든든히 배를 채우고 힘을 내어 쇠통바위로 간다.

비록 다시 돌아올 길이지만...

올라 간다.

 

 

위정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반역의 땅 이자, 반란의 땅으로

민초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희망의 땅, 저항의 상징으로

지리산은 수없이 많은 사람이 흐린 피로 젖어 왔다.

처절한 삶의 끝에서 한 가닥 희망마저 져버릴 수 없었든 고단한 민초들이

만들어낸 전설은 유토피아를 바라는며 꿈을 가졌을 것이고

쇠통바위는 천지개벽의 새 세상을 꿈꾸는 그들의 상징적 의미를 담았을 것이다.

잠시 쉬어갈 시간도 없이 빗방울이 떨어진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흐린 날씨 때문에 조망은 없다.

아래로 묵계 방향의 삼성궁이 희미하다.

 

이제 돌아간다.

고단한 삶이라도 견디며 그 속에서 행복을 꿈꾸고 살아야 할 산 아래로

돌아가야 한다.

 

 

쇠통바위 능선의 산죽은 장당골의 산죽 맛과 비슷하다.

얼얼하도록 얼굴을 두드려 맞고서야 풀려난다.

 

오래도록 쌓인 낙엽 때문에 급경사에서 몇 번씩 뒤로 넘어지고서야
사리암재에 지친 모습으로 내려선다.
사리암재 도착 전 멧돼지 소리에 놀라 더욱 빨라진 걸음을 진정시키고 마지막 쉼을 한다.

 

단천마을로 가는 마지막 구간을 천천히 내려간다.

작은 계곡을 만나고 잡목이 우거진 경작지를 지나 편평한 땅을 밟는다.

 

철조망이 처져있는 밭을 빠르게 가로질러 단천마을 쪽으로 나오면서

계곡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급하다.

 

지리산을 찾기 시작 한지도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을 험한 길로 안내했지만

원망하지 않고 먼저 배려하고 서로 의지하며 격려하는 마음이 고맙고 감사하다.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산행이 되지 싶다.

 

누군가가 말했.

인생은 10퍼센트의 사건과 그 사건에 반응하는 90퍼센트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어쩌면 시련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닐 수도 .

어떤 태도와 생각으로 지금의 고비를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

 

2014-07-20 단천골.gpx
0.05MB
2014-07-20 단천골.gtm
0.01MB

'지리산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08.17 백운계곡  (0) 2014.08.17
2014.07.27 산청독바위  (0) 2014.07.29
2014.07.13 큰얼음쇄기골-명선북능  (0) 2014.07.15
2014.07.06 비폭골-파근사지  (0) 2014.07.09
2014.06.29 세석고원  (0) 201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