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4.02.16 문창대

지리99 수야 2014. 2. 16. 14:37

문창대

 

일시:2014년 2월 16일.

산행자: 수야

걸어간 길:중산리-칼바위-법계사-천왕봉-로타리대피소-문창대-중산리 주차장.

  2014-02-16 문창대.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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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대

고운 최치원의 유적지로 잘 알려진 문창대는, 

최치원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 법계사에 자주 왕래를 하면서

이곳에 올라 멀리 서편에 위치한 향적대의 바위에 과녁을 만들어놓고 활을 쏘기도 하였으므로

이곳을 처음에는 시궁대(矢弓臺) 또는 고운대(孤雲臺)라고 하였다가,

최치원이 사후에 받은 문창후(文昌侯)의 시호(諡號)를 따서 문창대로 개칭하였다고 전한다.

(지리99. 지리탐구방. -문창대는 어디인가- 가객님)

 

 

이 한 장의 사진이 문창대에 서게 한다.

왠지 모를 끌림이 있는 묘한 느낌의 문창대에서의 저 뒷모습.

꼭 저기에 서 보아야 할 것 같은 막연한 의무감 내지는 기대감.

저곳에 홀로 서면 무엇인가 생각이 명료 해 질 것 같았다.

산방기간이라 선택의 길이 좁은 상황에서 불현듯 이 사진이 떠오르더라

 

4,000원의 거액을 내고 주차장에 주차한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도 차도 별로 없다.

몇몇 등산객들과 걸어 올라가는 길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벌써 수개월째 발목의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간간이 심하게 나를 괴롭힌다.

지난주 두류능선을 내려오는 동안 한 번도 통증이 없기에 이제는 웬만한가 싶었는데 이런 돌길에서는

여지없이 시큰거린다.

당분간 마라톤은 포기했지만 뛰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것은 고통 아닌 고통이다.

술잔을 앞에 놓고도 속이 아파 먹을 수 없는 그런 애석함이랄까.

그나마 지리산은 그런대로 다닐 수 있으니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천왕봉으로 가는 정규등로의 착한 길을 착하게 걷는다.

올해 들어서 처음 오르는 천왕봉이다.

간간이 만나는 나무계단이 깊은 숨소리를 내뱉게 한다.

혼자서 걷는 길은 속도가 빠르다.

 

올려다본다.

지리산 천왕봉이다.

저곳에 갈 것이다.

방향이 확실하면 집념이 생기고 나머지는 해결된다.

 

천왕봉에서 이어지는 주능선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터목도 연하봉도 촛대봉도...

하늘색과 대비되는 산마루금이 긴 금을 긋는다.

 

길은 한적하고 날씨는 맑다.

그렇게 춥지도 덥지도 않다

나는 지리산을 걷고 있다

지난 시간, 살아온 날, 뭐 그런 생각도 사색도 없다.

그저, 혼자서 이 길을 그냥 걷는다. 그냥.

 

로타리대피소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다.

그냥 지나간다.

 

법계사를 뒤로하고 꺾이는 곳에서 한 번 더 눈으로 찍어놓는 문창대가

내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끌림을 더욱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특이함이 있다.

 

개천문을 지나간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관문을 통과한 기분은 발길을 빨리하고

오를수록 눈이 얼어 미끄러운 길이지만 아이젠을 거부한 채 그냥 걷는다

지나는 또는 오르는 거의 모든 사람이 아이젠을 했다.

 

나무계단 앞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위를 본다

저곳을 향해 가는 모든 이가 다 똑같이 지나가야만 하는 곳인 것을.

 

천왕샘에서는 졸졸거리며 샘물이 흐른다.

샘의 위쪽에 마치 시간을 정지시켜 버린듯한 흐름이 멈추고 정지된 채로 얼어 있다.

한 모금 물을 마시고

잠시 나도 쉬어 간다.

 

1915.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선다.

올해 들어 처음 올라본 천왕봉이다.

바람도 없고 날씨가 참 좋다.

삼 대 가 덕을 쌓지는 못했으니 일출의 모습은 처음부터 꿈꾸지 않았고

오늘 나에게 지리산은 맑음으로 조망을 허락한다.

 

상봉에 서서 상봉을 향해 있는

왼쪽의 왕시루봉, 노고단, 삼도봉, 반야봉.

앞으로 촛대봉, 영신봉, 덕평봉, 명선봉을 본다.

 

반야봉 뒤 오른쪽으로 흐르는 만복대를 시작으로 한 서북능선 도 빠짐없이

시선이 옮아 가고 머리는 기억한다.

 

고리봉,세걸산,바래봉,덕두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

 

칠선계곡과 창암능선,초암능선

 

하봉에서 두류능선과 그넘어 금대산,백운산,삼봉산

 

웅석봉도 천왕봉을 향해 얼굴을 보여 주고 있다.

일망무제라 했든가.

어느 한 곳도 놓치고 싶지 않은 산들을 담고 담는다.

 

가히,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

천주(天柱).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 틈에서 벗어나 이제 내려간다.

머문 시간은 짧았으나 눈으로 각인된 조망의 강렬함은

오랫동안 한 번씩 꺼내놓을 기억이 될 것이다.

 

저 아래 문창대가 잡히고,

중산리가 들어 온다.

내리막길에는 만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걸음을 멈추고 길게 늘어진 대열이 다 지나 갈 때를 기다리는 것이

반복 될수록 짜증도 나기 시작한다.

 

로타리대피소를 그대로 통과하고 헬기장에서 마주 보이는 곳

저기로 간다.

세존봉으로 가는 길이며 문창대로 가는 길이다.

 

산죽을 지나고 만나는 바위들

 

아래로 난 길도 있으련만 앞선 사람의 발길을 따라 저 구멍을 어렵게 통과한다.

 

슬쩍 밀려오는 허기에 혼자서 밥을 먹는다.

바위 아래 눈도 없고 평평한 곳에서 혼자서 밥을 먹는다.

오늘,무알콜을 처음부터 계획했었다.

혼자 먹는 밥은 언제나 어디서나 참 별로다.

술도 없이 먹는 혼자만의 식사를 빨리 거둔다.

앉은 자리에서 바라본 바위.

 

세존봉으로 올라 내려다본다

이어지는 세존봉 능선과 중산리.

 

문창대의 모습을 이제 자세히 본다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더 가까이

 

길을 다시 살피고 유키님의 글들을 다시금 되짚는다.

있다! 저곳으로 가는 길이.

또한, 귀인의 도움을 받는다

두 분의 산꾼이 그 길로 들어서 오는 중이다.

유키님이 말한 노각나무다

이 노각나무 좌측으로 오르는 유일한 통로가 있음을 잘 아는 두 분을 따라

배낭을 벗어놓고 올라간다.

 

쌓인 눈과 얼어붙은 바위를 잡고 오르는 것 자체가 겨울이 아니면 그렇게 문제는 안 될듯하지만

워낙 미끄럽고 발 놓을 자리가 없어 사실 공포 서럽다.

혼자였다면 아마도 포기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분들 그것도 여자분이 먼저 올라간다.

에라 모르겠다

따라 오른다.

 

좁은 통로를 간신히 통과하고

곧바로 한 번 더 한참을 더듬어 겨우 발을 딛고 배를 끌고 올라서기를 한 번 더 한다.

 

손 닿는 곳

발 디딘 곳이 다 얼음이고 눈으로 덮여 있어 참 미끄럽다.

 

올랐다.

문창대다.

같이 올라오신 분의 설명은 간결하고 정확했다.

지리산의 고수다운 설명을 듣고 질문하고 한참을 머물며 앉았다.

글귀대로 문창대에 별빛이 내리는 밤이면 어떤 환상적인 모습 일지.

강호원 님의 산행기에서 본 "출세"는 속인들의 명예나 부귀영화가 아닌 속세로의 환속을 뜻하는 것일까.

 

석천.

지리산에서 명소로 이름난 석대(石臺)들 중 최고의 높이를 지닌 곳으로

약 30여m의 거대한 바위가 우뚝 서 있다. 

겨우 사람 하나 지나갈 정도의 석문 형태로 이루어진 대의 하단부분을 지나

올라서면 사람 수 십 명이 앉을 수 있는 반석 지대이다.
중대라고도 일컫는 반석지대에는 석천이라고 부르는 물이 고여 있는 장정 무릎높이의 돌 구덩이 두 곳이 있으며,

주변에는 5~6개의 작은 구덩이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구덩이는 오랜 세월 동안 풍우로 인해서 자연적으로 생긴 일종의 바위의 혈(穴)인 것 같은데,

구전에 의하면 이 우물은 7년 대한(大旱)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신령스런 샘물이라 하며,

만일 이 샘물을 퍼서 마르게 하면 3일 내에 소나기가 내려 석천의 물이 채워진다는 설이 있어서,

가뭄이 계속되면 이곳에 올라 석천의 물을 퍼 없애고 기우제를 지내기도 하였다 전한다.

 (지리 탐구방.가객님 게시글.문창대는 어디인가 2부 중)

 

법계사와 천왕봉.

천왕봉의 사람 움직임조차 가물거리지만 보이더라.

로타리 대피소의 사람 소리도 왁자하게 들린다.

내려가는 것을 걱정했더니 앉아서 살살 내려가면 된다 하신다.

아. 다리 짧은 것이 이처럼 안타까워 보기는 처음이더라

겨우겨우 내려와 배낭을 다시 메고 귀인 두 분은 세존봉으로 오르시고

헬기장이 아닌 내리막길로 내려서 하산을 한다

 

내려와서 다시 올려다본 문창대.

저곳을 나는 제4세계라 말한다.

저곳에 서면 생각들이 명료해질 것 같았든 처음의 그 생각조차도 떠오르지 않는

지리 산속의 또 다른 시공이 존재하는 제4의 세계가 있더라.

얼음 매달린 겨울이 아닌 따뜻한 봄 햇살이 비추는 날

혼자서 저곳에 서서

지리산 속의 또 다른 세상을 들여다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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