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대
일시:2014년 2월 2일
산행자:산나그네님,에스테야님,센드빅님,귀소본능님,수야,<G:보리암님>
걸어간 길:상위마을회관-묘봉치-만복대-다름재-왼골-산수정 팔각정.
전남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 상위마을회관.
상위마을회관 앞 주차장에 주차하고 출발 전 한 장을 찍는다.
오늘 산행에는 게스트로 한 분이 참여하신다.
경남대학교에 근무하시며, 당수님과 특별한 인연으로 오늘 함께 하신 보리암님.
지리산의 알려지지 않은 고수라 하신다.
특히나 지리구구와 독오당에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신 분이다.
상위마을은 산수유 국내 최대의 생산지이며 봄이면 축제도 열리는 곳이라 한다.
산수유나무에는 이미 새로운 기운이 움트기 시작하고 있다.
봄이 가까웠다.
오늘도 요리 가서 요리로 내려올 것이다.
산행을 시작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한 꺼풀씩 벗고 오르는 길.
막걸리 한잔으로 잠시 쉼을 한다.
몇 일 동안 술에 절어버린 나는 술잔을 슬쩍 외면한다.
오르면서 술 먹기는 처음이라는 보리암 님의 닉은 산나그네님이 지어 드렸다 하셨는데
보리암으로 지리구구에 가입하실지는 모르겠다.
에스테야 형님과 같은 소띠라 한다.
독오당표 막걸리 탓인지, 습도 탓인지, 자주 휴식을 한다.
귀소본능의 발걸음을 따라잡는 일이 점점 버거워지는데
선두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이 갈수록 총장님은 더욱 빨라지고 가벼워진다.
요즘 귀소본능 뒤를 따르다 보면 짜증이 꼬약꼬약 괴어올라온다.
술을 끊든지 해야지....
그러면 어떻고 이러면 어떻겠냐고
휴식도 고급지게 하는 에스테야 형님.
흐린 날씨 탓에 오늘은 조망을 기대하지 않는다.
각자 알아서 편한 자세로 잠시 쉬고 다시 오르는 길이다.
묘봉치 못 미쳐 조망터에서 위로 뭉실거리며 올라오는 운무를
바라보며 땀을 짜낸다.
이 나무 이름을 물었더니 답이 많다.
자신이 아는 한가지씩을 말한다
진짜 맞느냐고 물었더니
등 돌리고 그냥들 가신다.
하늘이 열리고
밝음이 열리고
저기 만복대가 열린다.
기대하지 않든 조망이 열리면서 카메라의 셔터 음들이 경쾌해진다.
뒤돌아본 묘봉치 뒤로 고리봉이다
내 산행의 진정한 의미는
어떤 의미를 찾는 게 아니라 그 순간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매달리고 집중함이다.
그것은 오로지 그 순간에 몰입하는 경지이다.
모든 것을 잊고 아무런 생각 없이 산길을 걸을 수 있을때가
내겐는 가장 의미 있는 큰 자유로움이더라.
사방이 트인 능선길은 눈이 녹아 질퍽거려도 또 다른 느낌의 가뿐함이다.
만복대 헬기장.
올라오는 길에 에스테야 형님은 언제나 그 빛나는 희생정신으로
혼자서 물을 받으려 샘으로 내려가신다.
뭐, 자청해서 간 것은 아니고 우찌하다 보니 센드빅 형님의 말에 얼떨결에
가시게 되었는데
"아마케도 못찾아 올지 모른다"는 내 말에 우찌 전부가 수긍하는 듯한 분위기다.
그것도 격하게 공감하며...,
만복대를 향해 제상을 차린다.
독오당 시산제 처음으로 돼지머리를 올린다.
자신도 못 찾아올까 싶어 겁먹었다는며,
솔직히 잠깐 헤매고 오셨다며 에스테야 형님이 도착하고
우리는 시산제를 올린다.
가. 강신(降神), 참신(參神) : 사배(四拜)
나. 초헌(初獻)
다. 독축(讀祝)
> 전체 사배(全體 四拜)
라. 아헌(亞獻) : 사배(四拜)
마. 종헌(終獻) : 사배(四拜)
바. 헌작(獻爵) : 사배(四拜)
사. 사신(辭神) : 전체 사배(全體 四拜)
> 음복(飮福), 철상(撤床)
각자에 주어진 순서에 따라
센드빅님의 독축(讀祝) 이 만복대를 향해 낭랑히 울린다.
명문장으로 작성하신 산나그네당수님의 산제문을 옮기려 하니 중복이 될 것이라 생략한다.
다만, 담대하고 넓고 큰 포용력의 산꾼은 기도조차도 그 그릇이 다르더라.
지리산에 들어가면
지리산은 "거기"에 있는 막연한 존재가 아니라 앞으로 하산 때까지 나 자신을 의탁해야 하는
"여기 있는" 확실한 존재가 아니든가.
굿도, 불공도, 풍수설도 그 어떤 행위든 여기에 있는 동안
안전하고 즐겁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산 사람들의 자기 본위의 이 위안 행위가
엄숙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엄숙하고 경건하게
산신제를 마치고 점심 자리를 만든다.
한 두어 잔의 술잔이 돌고 우리가 앉은 뒤쪽으로 구름 속에 섬처럼 떠오른 무등산을 본다.
이 시간 어찌 보면 봄날이라 착각이 들 정도로 따뜻하고 포근하다.
내일 모래면 입춘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찬은 햇살 맛이 좋은 양지쪽에서
깊이 있고 격조 있게 오랫동안 산정을 나누며 계속된다.
모든 술병의 밑을 다 보고 난 뒤 자리를 깨끗이 정리한다
특히나,산행 중 남이 버린 조오쪼가리(종이조각)하나 남김없이 주워담는 평소의 에스테야 형님은
정말 산행때 마다가 항상 청소산행인 모범적인 분이다.
만복대에 올라 선다.
산 높이에 비해 산세와 산길 또한 부드러운 편이며 풍수 지리적으로 볼때
지리산의 많은 복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기도 하며
또 다른 뜻으로는 만복대란 봉우리가 사방팔방으로 복을 내려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만복대의 개념 중 복(제사에 쓰이는 음식과 술 의미 포함)하기에 지리산 산신제와 관련 있으며
대(높은 조망처)를 의미하기에.
전체적으로 남원방면 사람들의 인식체계로 지리 산신께 제사를 지내는 개념으로
받아들여도 무난할 것 같다. (검색결과에서.)
반야의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개운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산꾼은 산을 걷고
지리산은 우리를 기꺼이 넉넉히 안아준다.
주능선의 상봉이 앞에서 산을 품었다.
내 감성의 앙상함으로는 이런 느낌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저 지리산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강한 삶에 충동이 일어난다.
서사적인 지리의 곳곳을 담아 가려 한다.
그의 눈에 비친 모든 것이
그의 것이다.
왼골.엔골.엥골?.
하여튼 왼골을 내려온다.
알탕을 해야 제격일 것 같은 초여름 같은 날씨다.
봄은 가찹게 찾아와 있다.
노란 산수유가 지천으로 피어 날것이고
그때쯤에는 또 여름을 예고 할 것이다.
앞서서 살고 싶지 않다.
그냥 오는 대로, 주어지는 대로 살고자 한다.
비록, 되는것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안 되는 것도 없는 그저 그런 날들이라도
무던히 살아 내고 싶다.
먼저 내려간 센드빅형님이 차를 가지고 여기까지 올라온다.
형님의 성실함과 묵직한 믿음직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올 한해도 무탈하게 지리산을 오르내리며
그 횟수만큼 우리는 서로 의지하고 믿고 깊이 있는 산꾼으로
살아가리라 믿는다.
억지로라도 8시간은 채우자며 시간을 맞춘 산유정에서 맑은소리 팀의 소식을 듣는다.
먼저 와서 기다려 준 맑은소리 팀은
일일이 한분 한분 포옹으로 안아주시고 손잡아 주신다.
온갖 종류의 술이 짬뽕이 된 술자리에서
만취했고, 격이 없이 리얼하게 마음껏 즐긴다.
산 친구로 지리 산꾼으로 우리는 오늘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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