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4.01.05 바래봉

지리99 수야 2014. 1. 8. 12:57

바래봉(독오당 신년산행)

 

일시:2014년 1월 5일.

산행자:산나그네님,에스테야님,귀소본능님,수야, 호진이랑옥자랑.

걸어간 길:허브밸리 캠프장-운지사 갈림길-바래봉둘레길 임도-바래봉삼거리-바래봉-바래봉샘-팔랑치 헬기장-

             산덕마을 임도 삼거리-용산마을-허브밸리 캠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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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날들을 되짚어 생각해 보면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든 지나간 날들

대부분은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보면

그때가 행복했었던 때였고,

불행을 느끼는 때부터가 보통은 행복하지 않았던 날들이더라.

그저 그런 날들이 그나마 불행하지 않으니 행복하다는 것이다.

하늘 푸른 겨울날,

경외심마저 드는 조망이 죽여주게 좋은

이 고지 저능선을 눈이 시리도록 바라볼 수 있고 

모든 것을 내려놓아도 후회 없을 것 같은,

그야말로 죽기조차 좋은 날, 지리산에 들어가면.

행복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때,

이런 날이 어쩌면 내 인생 최대의 행복이 아닐까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 더 보태어 보면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지리산에 올라 보라.

흘린 땀만큼, 걸어간 거리만큼, 몰아쉰 숨의 깊이만큼,

행복함이 다가오리라.

어떤 분은 "지리산에 왜 가는가. 행복하니까."

그래서 다음 주에도 가야겠다고 항상 말한다

안다, 그 느낌을...

행복하다는 느낌의 순간순간이 누적될수록 행복의 총량은 많을 것임으로

벌써 다음 산행을 꿈꾸며 앞서는 마음에 산을 오랫동안 바라보는지도 모른다.

 

그런 지리산으로 간다. 

새해 들어 첫 산행은 바래봉이다.

 

 

 

무심한 듯 시크한 표정들은 산행 시작에 앞선 연출된 장면이다.

 

2014년 첫 산행이다.

쌈빡하게 널널하게 즐기며, 웃으며, 이렇게 시작이다.

 

운지사 갈림길에서 총장님은 선택을 요구한다.

순간, 갈등의 표정들이 교차한다.

"그냥 좋은 길로 가자."

 

임도로 간다.

바래봉 둘레길이라 한다.

 

배낭에 비료푸대를 가져 왔다는 총장님은 끝내 그 푸대를 엉덩이에 대어 보지도 못했다.

올라오는 산꾼들의 등에는 잘생긴 거북이 등딱지 같은 썰매들이 달려 있더라.

내가 그랬다.

"닌자거북이다!"

한바탕 미끄럼을 타면 참 좋을 것 같은 길이다.

 

언제부터 인가 지구 중력의 강력한 힘을 느끼기 시작 하더라.

오름길에서 자꾸만 발걸음은 마음처럼 가벼워 지지가 않는다.

             

              "요리 가서 요리로 내려 오입시더".

            총장님은 오늘 산행대장 임무도 충실히 수행한다.

            일동:"그래 그라자!"

 

저기가 어디고, 저어는 어디다.

하나도 모르겠고, 내가 분명히 아는 것은 저기는 무등산이다!.

지난달 저기서 여기를 보았기에 확실히 안다.

 

산길은 인생길이다.

굽이 도는 길도 있고, 올라 가 보면 또 다른 오름이 기다리고,

여기가 어딘지 방향조차 모르고 헤매기도 하며

때로는 왔든 길을 되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평탄하게 가는 산길은 재미가 별로 없더라.

그렇게 사는 것이고 그렇게 가는 것이다.

그 길이, 산길이 인생길이다!

 

때로 암울하기 조차한 시기를 지나 생각해 보면 

그때의 무사함이 안일함으로 귀착되어 지금을 만들어 놓았더라

그래서 후회라는 것들을 하더라.

 

생각이 다르고, 보는 관점이 다르고,

각자의 느낌이 다르지만

독오당으로 함께 걸어가는 지리산길에서 후회만큼은 없다 하더라.

 

바래봉 삼거리.

총장님은 깃털 같은 가벼움으로 능선으로 바로 치고 오르고

우리는 중력의 힘에 눌려 바래봉 샘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칼칼한 차가움이 머리로

올라오며 무아의 순간을 만드는 물맛에

우리는 각자의 개성적인 신음을 뱉어 놓는다.

 

한 모금 물값으로는 너무도 비싼

생각을 강요한다.

 

바래봉 삼거리에 멀리서 찾아온 산우의 모습이 아슴하게 보인다.

선생님께서는 반가움을 참지 못하고

"호진아!"~~ 를 외친다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순간에 있다.

이 순간, 소진된 체력만큼 매콤한 감동이 생성되더라.

 

거대한 지리주능을 등 뒤에 지고 오르는 길에서

가끔 한 번씩 꿈꾸는 인생역전, 인생의 완전한 전복을 갈망하는 나의 그것을

엄중히 꾸짖는 듯 준엄한 위엄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지리산은,

산이 산을 품고, 산이 산을 업고,

산이 산을 거느리고 있었고,

사람은, 그 산을 닮고자 하고, 그 산을 어떤 방법으로든 기억하거나 담아 두고자 한다.

 

주능선의 반야봉과 노고단.

팔랑치 만복대 그리고 세걸산까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담아 가야 마땅한 산.

지리산에서 지리산을 본다.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고

거리낌 없이 다 받아 줄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나는, 그리하여

어떤 농담도 뒤가 걱정되지 않는 환한 웃음 만 남는 오늘 지금

여기는 지리산 바래봉이다.

 

운봉의 들판 뒤로 백두대간 길이 둘러처 진다. 

운봉면 벌판은 평지보다 300미터 이상 높다 한다.

 

손에 잡힐 듯이 조망되는 상봉이 거느린 주능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투구봉, 삼봉산, 등구재, 금대산.

멀리 왕산 넘어 좌측으로 합천의 황매산까지.

일망무제!

 

바람조차 없는 봄날 같은 바래봉에서

여유로운 한가함을 만끽한다.

 

인간이 갖는 삶의 모든 치열성은 잠시 접어 두고

마냥 온종일 저렇게 보고만 있어도 좋으리라.

 

양지바른 곳.

햇살 밝은 자리에서 잔을 채운다.

호진 형님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며 한잔하자고 했다.

산나그네님:"이 정도 시간이면 맑은소리 팀은 점심 먹을 시간 아이가?"

 

빈 술병들이 스스로 지 마음대로 널브러져도 오지 않는 사람.

기어이 전화기를 들고 통화가 되는 위로 올라간다.

바래봉 샘에서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고 있단다.

다시 배낭 속으로 쑤셔박히는 술병들.

 

언제나 두 팔 벌려 안아주는 반가움이다.

 

지난달에는 무등산에서.

이번 달에는 바래봉에서 뵙게 된다.

건강한 모습의 내외분과 긴 점심상을 펼치고 측정불가의 음주 하산을 감행한다.

에스테야님:"앞으로 국립공원에서는 음주산행도 단속 하는 거 아이가?"

 

뒤 돌아본 바래봉.

 

팔랑치를 향해 가는 길.

 

팔랑치.

그 이름이 좋아서 팔랑마을로 내려간 적이 있다는 산나그네 당수님.

 

팔랑마을을 빼꼼히 들여다본다.

 

 

각자의 느낌대로 혼자 또는 같이 걷는다.

말이 없어도 좋고,

또한, 어떠한 말이라도 다 좋을듯한 행복한 시간을 걷는다.

 

 

비록 짧은 산행 시간이고 거리가 멀지 않아도

할 거 하고, 볼 것 보고,

마이 묵었다 아이가.

첫 산행 살살 시작 하는 것도 참 좋다.

 

 

신년 첫 산행으로 쾌청한 날 바래봉을 선택한 탁월한 예지능력의 총장님.

 

바래봉.

바리봉을 운봉 사람들은 산 모양새가 마치 '삿갓'처럼 보인다 하여 삿갓봉으로 부른다.

또한,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 놓은 모양이라는 의미의 바리봉인데 음이 변하여 바래봉으로 불리고 있다.
국내에서 철쭉이 가장 많이 만개하는 고산지역으로 5월 하순 철쭉제가 유명하다.

축산기술연구소가 산 아래 초지에 자리하고 있고, 운지사가 있다.

산 정상 바로 남쪽에 국립종축원 목장초지가 있다.


◎바래봉 산철쭉 군락의 기원◎
바래봉 산철쭉 군락의 기원은 1968년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도 면양을 길러 농가소득을 올려 보자고 말한 데서 비롯된다.

1972년 운봉에 한·호 면양시범농장이 국립종축장의 분소로 설치되면서

바래봉 일대는 가축 몰이 개가 3,000~4,000마리의 양 떼를 이끄는 한국 속의 호주로 바뀌었다.

5월부터 10월까지 양들을 바래봉 일대에서 방목했는데, 양들이 다른 풀이나 나무는 모조리
뜯어먹었지만, 독성이 있는 철쭉은 살아남았다.
산비탈을 초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획 속에 다수의 양을 몰아넣어
관목과 풀을 모조리 뜯어 먹게 한 뒤 발굽에 패인 곳에 목초 씨앗을
뿌리고 다음 구획으로 옮겨 가는 ‘제경법’을 처음 도입했다.

양들의 발굽 아래 바래봉 일대는 철저하게 파괴됐다.

지리산이 1967년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되고 1971년 관리사무소가 설치됐지만,

공원 안인 바래봉까지 양 떼를 위한 도로는 아무런 차질 없이 건설됐다.

그러나 양들에게 선택받은 산철쭉은 목초지에 뿌린 비료가 풍부하고

경쟁자가 없는 양 이동통로를 중심으로 번성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1990년대 중반 경제성이 떨어진 목양 방목은 중단됐지만 점차 무성해진

산철쭉은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

약간의 비탈을 내려오는 길도 유순함으로 느낄 만큼

산행은 유쾌하고 즐겁더라.

아무튼, 올 한해 아무 탈 없이 안전하고 좋은 산행들 하시라 빌기도 했으니

지리산에 들 때마다. 행복하시길 기원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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