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독오당 50차 정기산행겸, 기념산행.
일시:2013년 12월 8일.
산행자:춘세님,엉겅퀴님,호진이랑옥자님, 맑은소리(최정석님,노부장님,승덕님,구름님,공주님,천사님)
독오당(산나그네님,에스테야님,센드빅님,귀소본능님,수야+소연회 다우님.)
걸어간 길: 경남환경교육원-산신제단-용추골(마야계곡,중봉골)-천왕동릉-법주굴-광덕사지-광덕사골-환경교육원.
2009년 12월 20일.
평소 친분이 있었든 센드빅 형님은
혼자서 지리산을 다니는 저에게 동행을 제의하셨고
그날 처음으로 산나그네님을 만나 웅석봉 곰골을 올랐습니다.
산행 후 뒤풀이에서 귀소본능님을 만나며 당시 독오팀과의 연을 맺게 됩니다.
이보다 앞서 2009년 4월 26일
법주굴에서 독오당의 모태가 된 독오팀이 결성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독오팀은 독오당으로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한 달에 한 번의 소중한 시간을
지리산에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12월 어느덧 50회의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지나오며 지리산학을 통해 이루어낸 공통의 마음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신뢰, 그리고 사랑"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지리산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같은 공감의 사람들과 함께 지리산속을 걸으며,
지나온 또렷한 흔적들만큼
제게는 큰 은혜였고, 위안이였으며, 축복의 시간으로 남았습니다.
50차 산행을 축하해주시려 산행에 동참해주신 지리 산꾼들과 그곳 법주굴로 갑니다.
오늘은 날씨마저 산행하기 딱 좋은 바람조차 없는 맑은 날입니다.
야이~야이~야~♪
내 나이가 어때서 ~♪
맑은소리 팀의 노부장님께서 독오당 당가는 없느냐고 하시며 한 곡 하신 노래가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되었습니다.
산행 참가자 15명 중 찍사를 자청한 에스테야님과 귀소본능을 제외한 나머지 13명.
좌로부터(천사님,호진님,엉겅퀴님,공주님,센드빅님,최정석님,산나그네님,구름님,노부장님,수야,승덕님,옥자님,춘세님)
언제나 그렇듯이 맑은소리 팀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진 한 장 찍고는 지리 속으로 들어갑니다.
10년 내공의 맑은소리 팀을 뒤따라 경남환경교육원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어정거리는 뒷사람들은 마음이 바쁩니다.
환경교육원에서 오름기준 우측으로 난 길은 산책길 같은 오솔길입니다.
정석 형님의 선두 조는 이미 보이질 않습니다.
10년 차 맑은소리 팀과 5년 차 독오당이 걸음에서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요.
맑은 날씨만큼 마음도 상쾌하게 숲길을 걷습니다.
지리산 산신제단에 도착. 뒤따라 오는 일행과 합류를 합니다.
전날 산행의 피로와 약간 과하게 마신 주독 탓에 호진형님과옥자님이 오늘은 평소와는
다른 걸음입니다.
중봉골(용소골)위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내립니다.
그냥 지나치기엔 그렇고 뭔가 하자니 또 이상한 50이라는 숫자에
고민을 하다 작은 축하산행을 계획했고 그렇게 이루어진 이번 산행 날에 날씨마저
이렇게 축하 하는 듯 좋습니다.
앙상해진 나뭇가지 사이의 중봉골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 갑니다.
예외 없이 병나발을 불고,
아무도 따라 하고 싶지 않은 허리 돌리기 춤 한번 추시는 맑은소리 팀의 산대장 최정석형님.
우러러 존경 가득한 표정의 센형님은 그저 웃지요.
손끝이 조금 시리든 출발에서 몸에 열이 조금 오르니 주변에 얼어붙은 얼음과는 상반되게
이마로 땀이 삐질삐질 밀고 나옵니다.
한 꺼풀씩 옷을 벗고 본격적인 걸음으로 다시 오릅니다.
잠깐의 쉼에는 언제나 유쾌한 웃음소리가
중봉골에 가득합니다.
차가운 맑음.
냉정한 마음으로 나를 비추어 봅니다.
지리산은 그런 곳이니까요.
적어도 제게는 그렇다는 말입니다.
먼 길 마다치 않고 달려와 주신 춘세님은 올 초 독오당과 신년산행을 함께하셨고,
사실상의 독오당 송년산행도 이렇게 함께 합니다.
호탕한 웃음소리만큼 성격도 호방하시고
어디 에서나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드시는 유머 넘치는 멋진 분이지요.
일찍 연락이 닿질 않아 아침 식사도 못하시고 산행에 나서시는 바람에 미안한 마음입니다.
고도 1,550 부근에서 천왕동릉으로 직등하며
정석형님의 주특기인 째기를 시작합니다.
천왕봉의 남쪽 방향으로 뻗어내린 천왕남릉과 이 남릉의 오른쪽에 위치한
천왕동릉의 능선을 가로질러 넘어가는 경사면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습니다.
길이 있었다기보다는 없는 길을 억지로 만들어 넘어가는 수준입니다.
푹푹 빠지는 눈 때문에 스패치를 하고 아이젠도 합니다.
쌔가 삼만 발이나 빠진다는 춘세님과 자칭 특수방위 출신의 에스테야형님을
살짝 앞질러 올라갑니다.
사실 난 은근히 이런 산행이 재미있습니다.
늙은이 욕 보일라꼬 일부러 이리로 댈꼬 왔다며
배가 고프다는 춘세님은 빨치가 영 적응이 안 된 탓에
스틱마저 부러지고 맙니다.
장갑마저 준비를 못 한 탓에 엉겅퀴형님이 내어주신 장갑을 끼셨습니다.
동릉의 능선이 그러하듯 이 능선을 가로로 질러 넘어가는 일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후미의 금실 좋은 호진&옥자님도 코가 닿을듯한 경사의 비탈에서는 서로 째지고
각자 각개로 죽기 살기로 올라옵니다.
허방에 빠지고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내 발로 기어도 보며 겨우 올라선 능선에서
산대장 정석형님은 산행 중에는 이렇게 화끈한 길을 한 번씩 째주어야 한다며
막춤까지 또 한 번 춥니다.
천왕동릉을 넘어 법주굴로 찿아가는 길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찾아가는 정석형님의 지리산길 찾기는
놀랍고 신기할 정도입니다.
법주굴에 도착을 합니다.
분주하게 오늘의 만찬장을 만들고 독오당 50차 기념장을 꾸미는 동안
에스테야형님과 물을 받으러 갑니다.
법주굴 우측 계곡으로 물을 받으러 가는 중에 한 무리의 산꾼들이 올라오는 광경을 봅니다.
이 일행 이후에도 서너 팀의 산꾼들이 더 들어 옵니다.
인사를 몇 마디 주고받으며 다시 올라온 법주굴은 많은 사람으로 이미 가득합니다.
법주굴.
문헌상으로 [암법주굴]이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1463년도 <이륙>선생의 [지리산기]에 아래와 같이 전한다.
自天王東下。有千佛菴,法戒寺。自千佛小北而上。有小窟。東臨大海。西負天王。
絶有淸致。號岩法主窟。
법계사 주변에 있었던 천불암과 암법주굴에 대한 상황을 언급한 대목인데
국역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천왕봉에서 동쪽으로 내려오면 천불암(千佛庵)ㆍ법계사(法戒寺)가 있고,
천불암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자면 작은 굴이 있다.
동쪽으로 큰 바다를 임했고, 서쪽으로 천왕봉을 등져서 매우 맑은 운치가 있는데,
암법주굴(巖法主窟)이라 한다.]
마지막 구절인 <號岩法主窟>을 국역할 때
“바위(岩)를 [法主窟(법주굴)]이라 부른다(號)”
암법주굴의 지명 유래는
[號岩法主窟]의 부분을 [암법주굴]이라고 해석한 [신동국여지승람]국역의 오류에서 비롯되어
현재까지 대부분의 책에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이며
원문의 정확한 해석으로 보나 여러 고지도에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는 바와 같이
이제부터 [법주굴]로 바로잡아야 하겠다.
<출처:지리99 지명탐구방 가객님>
법주굴에서 갈비집을 차리신 고깃집 아저씨 호진형님.
일단의 민생고 부터 우선 해결 합니다.
이어지는 잔 돌리기,요령피지 않고 주고받기, 바쁜 축하의 술잔들,
살아 있음이 행복인 산정의 시간.
웃통까지 벗어 던진
째기산행의 지존 정석형님의 패기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노부장님 말씀처럼 오늘은 법주굴의 날 인가 봅니다.
여기저기 장터처럼 많은 사람으로 법주굴이 들썩입니다.
계속 해서 만들어지고, 나오는 가짓수 조차 셀 수 없는 진수성찬은
따뜻한 마음들의 결정체입니다.
맑은소리팀 구름님께서 제작을 해오신 독오당 50차 축하 현수막 속의 사진은
에스테야형님의 작품이랍니다.
억지로, 거의 강제로 노부장님께서 입히신 옷을 입으시고
의리의 남자, 굉장한 남자, 그야말로 상남자.
정석형님께서 독오당에 대한 펄펄 끓는 애정을 봉투에 담아 맑은소리팀을 대표해 주십니다.
마이 마이 억수로 마이 고마운 마음을 당수님께서 손잡아 감사해 하십니다.
빈틈없는 사무총장님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봉투.
늦게 찍은 사진이라 영 그시기 한 모양이지만 별미중 별미였든 굴국밥.
공주님께서 오늘 메뉴가 무엇인지 물으시길래
알려준 호루새에끼,**새끼 무침.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 과메기.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짊어지시고 험난한 길을 올라오신 당수님의 삼겹살.
그리고 담지 못한 별미들이 넘쳐 납니다.
종류별로 병가득 정을 담아 오신 호진옥자님의 축하 말씀을 듣습니다.
지리99의 어떤 팀과도 잘 어울리며 여기저기 초청이 언제나 쇄도하는 인기 만점
부부 산꾼입니다.
올라서서 분위기를 살펴봅니다.
법주굴 넘어 저 멀리 남쪽으로 한낮의 시간 속에는
산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지리산을 향해 있습니다.
계속되는 산정의 시간.
법주굴 주변의 다른 산꾼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공주의 남자가 되어 잠깐 포즈를 취하고 난 뒤 미끄러워 내려서길 주춤거리는
모습에 시범으로 미끄럼을 보여 주는 공주님.
요렇게 내려 왔다는 말입니다.(사진:에스테야님)
인사도 참 참하게 하시는 구름님과 귀소본능.
긴 시간의 만찬을 접고 정리를 합니다.
남김없이, 흘림 없이, 언제나 아니 온 듯 깨끗하게 정리를 하고
법주굴에서 또 하나의 기억을 남깁니다.
작사,작곡,노래:춘세님의 한 곡조가 마지막으로 이어지고
덩달아 정석형님의 노래와 막춤까지 보고서야 법주굴을 뒤로 합니다.
미끄러운 내림길에 벌러덩을 몇 번씩 합니다.
아딸딸한 기운에 그래도 연신 웃음이 함께 합니다.
광덕사지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합니다.
햇살이 너무 좋아 햇빛을 가득 받아 봅니다.
뭐 사실 술이 되어서 이렇다고 하면 더 믿음이 가겠지요.
(사진:호진형님)
내려 가는 길.
정석형님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멀리서 별로 맑지 않는 소리로 여러 번
후미를 불러 인도 합니다.
사실상 맑은소리 팀에서 가장 맑은 영혼임은 인정 하지만 나오는 소리는
그다지 맑지는 않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조심조심 내려온 광덕사골을 거의 내려서고야
주등로 광덕사교에서 부부 산꾼을 카메라로 담았습니다.
부러움으로 바라보시든 춘세님.
나도 한 장 박아 봐라 하십니다.
워낙에 준족들이라 술기운 가득한 나 같은 젊은이가 따라가기에도 힘든 걸음입니다.
뒤에서 호진형님이 그러십니다.
집에 뭐 놔두고 온 거 있냐며
천천히 가자 합니다.
순두류에 도착 합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몇 분들이 서성이는 이곳에서
도로를 따라 환경교육원 주차장으로 금방 도착합니다.
맑은소리 여성 산꾼 들을 겨우 따라 잡습니다.
주차장에서 후미를 기다리며 엉겅퀴 형님의 알탕 소식을 듣습니다.
이 추위에 알탕을 감행하는 엉겅퀴 형님은
이 겨울에 얼어버리지나 않았는지...
산행 후 목욕으로 깨끗해진 상남자.
멋진 축하 말씀과 격려
모두가 감사였습니다.
"수야! 니 시간 있나" 이 말씀은 술잔이 비었다는 말입니다.
"오데써"!
먼 길, 연속산행으로 피곤함에도 줄곧 훈훈한 정으로 함께 해주신 마음
또한 고마움입니다.
이번 주 그곳에서 뵙겠습니다.
산행에는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하시고 소연회의 자리에 단숨에 달려와 주신 독오당산행대장
다우형님의 마음 또한 사진을 빌려 올립니다.(사진:귀소본능)
(사진:호진형님)
언제나 웃음소리처럼 호탕한 모습 자주 뵙기를 바래봅니다.
마음으로 문자나,카톡으로
관심 보여 주시고 아껴주신 산우님들께
또한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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