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달 골
일시: 2013년 11월 3일
독오당 49차 정기산행
걸어간 길 :광점동-얼음터 독가-허공달골-쑥밭재-산청독바위-새봉-상내봉-광점동.
산행자:산나그네, 에스테야, 수야, 귀소본능 +(맑은소리팀 4명)
낮술 한잔을 권하다/ 박상천
낮술에는 밤술에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거나, 뭐 그런 것.
그 금기를 깨트리고 낮술 몇 잔 마시고 나면
눈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햇살이 황홀해진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아담과 이브의 눈이
밝아졌듯 낮술 몇 잔에 세상은 환해진다.
우리의 삶은 항상 금지선 앞에서 멈칫거리고
때로는 그 선을 넘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것.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라.
그 선이 오늘 나의 후회와 바꿀 만큼
그리 대단한 것이었는지.
낮술에는 바로 그 선을 넘는 짜릿함이 있어
첫 잔을 입에 대는 순간,
입술에서부터 ‘싸아’ 하니 온몸으로 흩어져간다.
안전선이라는 허명에 속아 의미 없는 금지선 앞에 서서
망설이고 주춤거리는
그대에게 오늘 낮술 한잔을 권하노니,
그대여 두려워 마라.
낮술 한잔에 세상은 환해지고
우리의 허물어진 기억들,
그 머언 옛날의 황홀한 사랑까지
다시 찾아오나니.
- 시집『낮술 한잔을 권하다』
산청휴게소.
아침을 먹기 위해 휴게소에 주차합니다.
"최정석 님 맞지예?"
깜빡 잠에서 깨어난 내게 들린 소리입니다.
하필이면, 정확하게, 맑은소리 팀의 옆에 귀소본능이 주차하고
분주히 산행준비를 하는 정석 형님과 마주칩니다.
인사가 오고 가고
우찌, 여차저차 함께 광점동으로 갑니다.
가을이 지고 있습니다.
붙들 수 없는 48번째 가을이 노랗게 질려서 떠밀려 갑니다.
독오당!
5년!
함께한 지리산학.
독오당이 지리산으로 들어갑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뒤도 보지 않고
한순간에 지리 속으로 내달리는 맑은소리 팀을 애써 따라잡지 않습니다.
어름터독가에서 벌써 막걸리병을 나발인 양 불고 있는 저분들과 마주합니다.
정확히는 정석 형님 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중에 제일 후미의 나는 그동안 옷을 벗었고,
깊이깊이 숨을 쉬었고,
대구의 마루금산악회 네 분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이상하게 네 분씩 한팀으로 이루어진 분들과 계속 조우합니다.
독오당4명.
맑은소리4명.
마루금4명
나중의 또다른 4명...
아침술입니다.
허긴, 정석 형님께는 한 모금 물과 비슷하겠지만..
한모금 막걸리에
예외 없이 그 지겨운 허리 돌리기 요상시런 춤으로 허공달골에 아침부터
웃음소리를 심어 놓습니다.
독오당 사무총장님은 이제 다이어트를 넘어 야위어갑니다.
도저히 뒤를 따라 갈 수없을 만큼 요즘 산에서는 펄펄 날아 다닙니다.
의지의 한국인 입니다.
그의 뒤를 따르며 이곳의 모든 정보를 세심히 배웁니다.
맑은소리 팀의 제일 탁한 영혼이면도
제일 맑은 영혼이길 바라는 살아있는 인간GPS 지리산길의 지존.
최정석님과 독오당 당수님.
맑은소리 팀의 공주님과 구름님.
사실 그나마 맑은소리 팀에 맑은소리가 나는 것은 이분들의 역량입니다.
지난번 47차 연합산행에서 인사를 나눈 사이라 농담도 오가는 친근감이 함께 합니다.
허리돌리기.
정석 형님의 그 유연한 허리 돌리기에 귀소본능이 파안대소 합니다.
본격적으로
가을속으로,
지리속으로,
자유속으로,
살아있음의 확인 속으로
그 속으로 들어 갑니다.
허공 달 골:어름터에서 거주하는 임대봉씨의 최근 설명에 의하면,
어름터에서 1,432m(두류봉?) 인근으로 뻗어있는 골짜기를 흔히들 '허공다리골' 이라 부르는데,
본 이름은 '허공 달 골'[골짜기가 넓어 허공에 걸린 달이 아름답게 보이는 골]이라고 합니다.
"허공 달 골."
본래의 이쁜 이름을 불러 주는것이 '허공 달 골'도 좋아 할겁니다.
출처:<지리99 지명탐구방>
때론 멈칫거리고, 때론 물을 건너고
오름에 숨찬 산길을 걸었습니다.
탄복하고 감탄하는 가을 산길에서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자유를 갈망하는
가을은 깊어만 갑니다.
만남은 사람을 배우게 합니다.
나 스스로 모르고 있었든 것들을 일깨워 주기도 하고
새로운 것들을 알게 해주기도 합니다.
인연.
<사람
이 가을날 참 매력적인 인연입니다.
산나그네 선생님.
지리산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이 열릴 거라 하셨습니다.
당신 문학의 시작이 여기 이곳이라고 하셨습니다.
첫 글이 여기서 시작되었다 하셨습니다.
33년의 긴 한 길을 이제 놓고 새로운 방법으로 세상과 다시 마주한
당신의 수고로움과 용기에 머리를 숙이게 하셨습니다.
함양군 마천면 석상용 의병장 묘.
석상용 선생은 1907년 함양 일대에서 50여명의 동지를 규합하여 의진을 구성하고
스스로 의병장이 된 분이다.
선생은 주변 일대에서 활약하고 있던 양한규, 고제량, 문태수 의병장 등과 제휴하여
함양, 산청, 남원 등 지리산을 본거지로 삼아 왜적을 살상하는 활동을 하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실상사, 쑥밭재, 벽소령 전투에서 활약하셨다.
두류암터 부도.
여기서 쉬어 갑니다.
그리고 또다시 병나발.
이른 시간 입니다.
너무도 이른 시간, 쑥밭재에 도착합니다.
아침을 6시에 먹었으니 10시 반에 점심 먹으면 된다는 정석 형님의 말씀에
에라 만찬장을 청이당에 펼칩니다.
이건 사랑인가요, 원망인가요, 꾸중인가요.
뭐, 함 해보자 이겁니까??
눈에 뵈는 게 없는 제가 안 이기겠습니까!^^
흐뭇하신 정석 형님의 표정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맑은소리가 적어도 이 정도다 라는 만족감.
산해진미.
충분히 그럴만했습니다.
하다 하다 저는 산에서 잡채와 탕국은 처음 먹었습니다.
끊임없이 음식들이 나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까지,
깔끔하게 정리하시는
맑은소리 팀의 여성 산꾼들을 바라보시며
당수님은 은근히 인위적 정계개편을 타진하십니다.
허허험!!~~
정석 형님은 아주 심한 압력과 눈치로 위기를 넘기고.
* 정계개편:정치상
낮술이 가을 단풍 빛깔처럼 올라 올쯤.
한 분의 여성 산꾼이 지나갑니다
곧이어
또 한 분의 여성분과 남자분이 오시고 서먹하게 인사를 나누는데
낯익은 분이 올라오십니다.
심마니님께서 이분들과 함께 올라오시는 길입니다
그리고 당귀주를 어쩔 수 없이 내놓게 만드는 잔이 돌아갑니다.
잠시 급하게 나눈 반가움을 진한 당귀주를 풀어놓으시고 네 분의 진주팀은 먼저 가시고
낮술이 절정으로 오를 때쯤 정리를 합니다.
우리가 만찬장을 깨끗이 정리한 곳으로
아침에 만났든 대구의 마루금 산악회 분들이 내려오시고 인사를 나눕니다.
자리를 내어주고 맑은소리 팀과 독오당도 따로 길을 잡고 갑니다.
독오당은 독바위로 갑니다.
산청독바위:"진주독바위"와 "산청독바위"는 혼용되어 불려지는 이름이다.
바위위에 올라서면 멀리 진주시가지가 보인다고해서 "진주..."라고붙여진 이름이다.
"산청독바위"는 이곳에서 거의 한마장거리에 있는 "함양독바위"와의 구별을 위해
지역민들이 붙여준 이름인것 같다고 한다.(지리99)
어쩐지 좀 어설퍼 보이는 자칭 정보기관 출신
소집해제자.
현역으로 전역한 확실한 자세.
지리산의 가을을 여기 바위 각자 처럼 우리는 눈으로 새깁니다.
아!~ 좋타.!
비둘기봉과 써래봉.
중봉과 하봉.
그 봉우리에서 분기한 줄기들과 골골들
가을은 이 산을 덮었고
물러갈 채비를 하는듯합니다.
멀리 웅석봉과 달뜨기능선이 하늘과 구분선을 긋고
윗새재 위로 타는 목마름으로 조개골이 하늘을 받고 있습니다.
이 열린 조망 앞에 감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일어서서, 앉아서
우리는 좋타! 를 연발합니다.
지리산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말.
또 다른 연결의 길이 있다는 말.
새삼 다시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산청독바위의 로고처럼 새겨진 태양문양.
새봉으로 갑니다.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왕산과 필봉.
저 멀리 사천 와룡산도 보입니다.
"낮술 몇 잔 마시고 나면
눈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햇살이 황홀해진다."
그래.
황홀.
황홀하다.
낮술이 부족한 이는 보약을 먹고
그것이 부러운 이는 사진을 찍고
그것조차 부러운 이는 눈으로 가슴으로 산을 가진다.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 뿐이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개똥 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자, 한잔 들게나
되는 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
되는 게 좆도 없다고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야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백 창우」 『길이 끝나는 곳에서...』
오뚝이 바위라 했습니다.
이 순간
"행님 사랑합니다!"라고 말해 버렸습니다.
상내봉(부처바위)으로 갑니다.
와불산 표지석은 한구석에 나뒹굴고 있습니다.
일명 부처바위라고도 불리는 상내봉은 인근 주민들이 옛날부터 구전되어오는 봉우리 이름을 상내봉이라 부른다.
함양군에서 작년(2009년)에 동부능선 상에 와불산, 두류봉, 영룡봉 이라는 엉터리 봉우리 이름으로
엉터리 위치에 정상석을 설치해놓고 주변의 나무를 다 잘라버린 일은 몇 차례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특히 와불산의 정상석을 세워놓은 상내봉능선 상에는 나무와 바위 위에
붉은 페인트로 몇 군데나 와불산 안내를 표시해 놓는 등 지리산을 망가트려 놓았지요.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하여 [지리다방]에 증거사진을 보내주실 것을 부탁 드렸고,
<산신령>님과 <산거북이>님이 일부러 발걸음 하여 증거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문서를 만들어 그 동안 관리공단과 함양군과 협의를 진행해왔으나
그 동안 함양군수가 바뀌고 함양군청의 담당자가 바뀌는 등의 사유로 지체되어 오다가
최근에 함양군으로부터 정상석을 철거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2010년11월)
출처:지리99 지리다방<동부능선 엉터리 정상석 철거에 관하여>꼭대님
함양독바위가 보입니다.
나중에 멀리서 지금의 우리가 가고 있는 위치를 다시 봅니다.
이번에는 전역자나 소집해제자나 비슷한 자세로 지나갑니다.
사이로 좁은 세상이 빼꼼히 보입니다
좀 더 다가가면 환하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벽송사 능선길을 걸어 내려갑니다
노란 빛깔 단풍이
이분의 예전 다소곳한 자세로 세우는가 봅니다.
뭐라 했더니 바로 다리 하나만 걸칩니다.
엥간이 찍어 댑디다.
자기 사진의 반은 저라고 합니다.
워낙이 모델이 될만한 인물이고 보니
뭐 우짜겠습니까.
이쯤 되면 아직도 술기운이 많이 남았다는 말입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서북능선을 바라보며 내려오는 길.
낮 술 한 잔에 무한 자유를 느끼고
소진 된 시간은,
행복함으로 충만 되었으니 이만 하면 남는 장사입니다.
"지리산은 왜 가는가.
행복하니까
다음주에도 또 가야지"
백배 천배 공감 가는 그분의 확실하고 정확한 표현을 몸으로 느낍니다.
출발지점에 돌아오니 맑은소리 팀은 떠나고 없습니다.
원지에서 목욕을 한답니다.
늦은 우리는 창원으로 달립니다.
도로 상에서 바라본 상내봉(부처바위) 입니다.
부처님 얼굴이 보이십니까?
마흔아홉 번을 함께 지리산에 들어갔습니다.
사람을 배우고 지리산을 배우고 서로를 믿고 의지했습니다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웃었든 시간이었습니다.
독오당이 12월에 50회 산행을 합니다.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더 오래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욕심으로
50회 산행을 합니다
관심을 가져 주시면
분명 복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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