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3.08.11 비린내골

지리99 수야 2013. 8. 11. 09:16

비린내골


일시:2013년 8월 11일 (일)

독오당 45차 정기산행

산행자:산나그네님,에스테야님,귀소본능님,수야.

걸어간 길:비린내골산장 지나 차단기전 공터 주차-비린내골-주능선(구벽소령)-벽소령대피소-작전도로-

             선지능선-비린내골 차단기(원점)

산행시간:07시 37분~16시 21분 (8시간 43분) 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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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골.

1. 삼정(음정,양정,하정)마을중, 제일 위쪽 음지에 있다는 음지말(음정) 상부의 골짜기가

  제비가 날아드는 형상의 계곡이라 하여 비연래(飛燕來)골이라 했단다.

2.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에서

  선녀가 지상에 내려와 나무꾼과 살다가 날개옷을 찾은 뒤 남편과 자식을 두고

  날개옷을 입고 하늘로 올라갔는데

  어미가 날아서 떠났다고 비리내골 이라고도 했고,

3. 소금장수가 등짐 무게를 줄이려고 생선 절인 소금을 버렸다 하여 비린내골 이라고 한다.

뭐, 이딴 어원이 검색되는데 생선 비린내는 분명 나진 않았다.


다리를 건너지 말고 한지체험장 방향으로 길을 따른다.


주능선 상에서 함양 쪽 북면을 내려보면 오공능선과 선지능선 사이의 비린내골은 이끼가 계곡을 

뒤덮은 원시미가 물씬한 그야말로 청청한 계곡이다.

한여름 무더위 속 계곡 산행을 찾는다면 맑은 옥류와 간간이 숲을 통과한 햇살이 눈 부신 비린내골

산행도 참 좋을듯하다.



벽소령에서 내려서는 소금쟁이 능선을 기준으로 우측의 우수청골과 좌측의 생이바위골,

부자바위골,등이 합쳐져 넓고 크다는 광대골을 눈여겨보아 두는 것은 내 지리산 욕심이다.

보태어, 내 여태 살아보니 

바라만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더라.

멀리서 바라보며 짝사랑만 하기엔 인생이 길지가 않더라.

시간이 지난후에 바라만 보다 포기한 것에는 꼭 후회가 또한 따르더라

하여, 난 욕망하는 것을 때때로는 대책 없이 질러 버린다.

언젠가 대책 없이 저 골들도 욕심대로 찾아 들것이다.


달맞이꽃.

바늘꽃과, 한약명:월하향(月下香).

낮에는 꽃이 오므리고 있다가 밤에는 활짝 핀다.

다른 이름:월견초,대소초,야래향,월견자.

꽃말:말 없는 사랑, 기다림, 이란다.


한지 체험장 앞에 핀 이 달맞이꽃을 보며 왜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생뚱맞게

떠올랐는지는 모를 일이다.


처음,

처음이라는 것은 늘 그렇게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일 것이다.

해영형님 말에 의하면 첫사랑의 감동은 지랄같이 오래간다 했다.

딱, 그렇다.

지랄 같이 오래도 가더라.


남자는 첫사랑을 못 잊고,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못 잊는다 한다.

그 이유인즉,

남자는 첫사랑에 마음의 100을 주고 헤어질 때 50만 회수한다.

그리고 두 번째 사랑에 남은 50을 다 주고 이별을 겪을 때에 25만을 회수 한다.

이 때문에 남자는 가장 온전한 100의 마음을 다 바친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여자는 첫사랑에 마음의 100을 주고 헤어질 때 100을 전부 회수한다.

그리고 두 번째 사랑에 다시100을 다 주고 이별을 겪을시 100 모두를 회수한다.

그 때문에 여자는 언제나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최근에 100을 다 바친 마지막 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내 첫사랑의 기억은 30년도 전에 일이고 아직도 생각이 나는 걸 보면 100을 다 준 것은 맞는 것 같다.

시건(철) 없든 때의 일인지라,

왜곡되고 내 마음대로 미화되고 편집된 추억이고,

마냥 좋고 예쁘게 포장돼 있으니 주절거릴 일은 아니겠고

살다가 가끔은 문득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궁굼증은 생기더라.

하긴, 첫사랑이 떵떵거리고 잘살면 배가 아플 것이고,

못살면 가슴이 아플 일이니 궁금증은 궁금함으로 남겨 두는 게

현명한 일인지도 모른다.

10대의 모습만을 기억하다가

50에 가까워진 모습을 보는 것도 고역이 될지 모를 일이니...

아무튼,

그 첫사랑 처럼 

지랄 같이 오래가는 설렘과 두근거림이 지리산에 들어갈 적 마다 있다.

그 중에도 처음으로 가는 길에는 항상 느껴진다.

비린내골도 처음이라 많이 설레고 좋다. 대충 뭐 이런 말이다.


매월 첫주 일요일은 독오당의 정기산행일 이지만 

휴가철과 겹치고, 대장님과 귀소본능의 백두산등정으로 둘째 주로 미루어진 

45차 정기산행엔 가정의평화를 위해 가정을 지키겠다는 대장님과 센드빅형님 이 함께하지 못한다.

비린내골 산행엔 귀소본능만이 선답의 경험이 있어 그의 뒤를 따라 오른다.

오랜만의 계곡치기는 첫사랑과의 첫 포옹처럼

떨리고 발그스레한 부끄럼처럼 조심조심 되는 긴장이 따른다.

이끼와 물기를 머금은 미끄러움에는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최근 들어 

엄청난 인내와 자기관리로 무지막지하게 살을 뺀

귀소본능은 15kg 이상을 감량한 헬썩함으로 얼굴이 반쪽이 되어버렀다.

그러나 체력은 엄청나게 좋아져

뒤도 보지 않고 우리를 내팽개치고 질주를 감행하는 만행을 

스스럼없이 저질러 된다.

저 노무시키를 저렇게 방치하면 앞으로 독오당 젊은 세대는 

위기가 닥칠지 모를 일이다.

술이라도 만날 때 마다 자꾸 먹여야 되겠다.




멋진 포즈 만큼 멋진 사진들이 올라 올 것이다.

언제나 그는 "멋있다는 말과 사람 좋다"는 표현이 따른다.


교수님은 생각 중이시다.

멍때리는 중인가...?

젊다.

생각이 젊고, 지리산행에 대한 열정이 젊고, 체력이 젊다.

무엇보다 누구도 대적하기 힘든 주량이 우리보다 젊다.


독오당의 중추로 이젠 없으면 안되는 명의.


날이 갈수록 멋있어지는 에스테야 형님(딸랑딸랑)

"그 느낌 아니까"











이끼 폭포


앞선 산나그네 당수님은 뒤를 기다려 주시고,


또다시 앞서서 나가신다.





비린내폭포(?)





된비알의 사태 지역을 기어오른다.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쓰며

지그재그로 멀리 간격을 두고 오른다.




12시.

구벽소령 주능선에 붙는다.




안당재,바깥당재,왕시루봉능선이 한번에 겹쳐서 들어오는 조망을 

한동안 바라본다.

지리산을 눈에 담고 가슴에 안고 머리에 기억시킨다.


벽소령대피소로 들어간다.

무더위 때문인지 대피소는 생각보다 조용하다.


수정방.

중국 여행 기념으로 오리지널 진짜배기 수정방을 배낭에 넣어 오신 당수님의 하사품.

벽소령대피소 마당 탁자에 우아하게

식탁보를 깔고 

최고층빌딩 스카이라운지의 럭셔리한 식사보다.

품위있는 만찬을 시작한다.


올라오면서 이미 마신 막걸리와 맥주의 알콜에 더해진 수정방의 강렬함은 

여름 햇볕보다 뜨겁게 쏟는다.

그리고 사내들을 하나로 묶는다.

혀가 살짝 꼬부라져 갈 때쯤 하산을 준비한다.

올라 올 때 우린 이미 내려갈 길을 정해 놓지 않든가.


내 몸에서 이탈된 저것들은 다시 내 몸으로 붙는다.


음정 쪽 으로 내려선다

작전도로를 만난다.

우측으로 들어간다.

한동안 작전도로를 따르다 선지능선 들머리로 내려선다.


내림막길을 걷는다.

휴식한다.

신발에 들어간 돌을 털어내고,

물도 마신다.

한줄기 땀을 쏟아내면 몸속 알콜도 빠져나간다.


6월의 여름은 오는 여름이다.

7월의 여름은 머무는 여름이며

8월의 여름은 가는 여름이다.

제아무리 폭염으로 뜨겁다 해도, 

마지막 발악이 지나면 물러갈 것이다.

단 몇 날을 저리 시끄럽게 울어 대는 매미 소리가 사라지듯이...

8월이 가면 9월이 오는 것은 당연한 순리가 아니든가.


옷을 벗는다.


새옷으로 갈아 입었다.


처음 시작한 곳으로 다시 내려온다.

산 밑은 아직 뜨거운 8월의 여름이다.


앞만 보며 살아오지도 않았고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없다.

삐딱하게 세상을 보기도 했고

옆길로도 때때로 걸음 했다.

하늘을 우러러...그런말은 더욱 가당치 않다.

때로는 가슴 적시는 슬픔도 있었지만

기쁨 또한 비슷하게 있었으니 

누리고 살아온 편이다.

그럼에도 만족스럽게 뭔가를 이룬 것도 없다.

뚜렷이 물려줄 것도 없다.

모든 것이 항상 부족하고 갈증이 난다.

조바심에 시달린다.

남아 있는 헛욕심을 버리고 살아야지 함은

결코 되지 않는 일임에도 

자신을 스스로 위안하는 의식의 세뇌인지도 모른다.

인생은,

하나씩 버리고 잃어 가는 것이라든 술에 취한 친구의

넋두리가 나는 고마웠다.

나만 이러고 사는 게 아니구나 하는 깊은 안도였으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가슴 뛰고 두근거리던 그때 첫사랑의 심정으로 

찾아올 수 있는 지리산이 내게 있고,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그 품에 안겨 위안을 찾는 

나는 어쩌면 말이다.

어느 누군가는 보잘것없는 내 삶조차도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말 안되는 상상을 하며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다는 술 취한 듯한 헛소리를 하며 오늘 애써 웃어 본다.


저 꽃들은 누군가 보아주지 않아도 제 계절을 충실히 살다 갈 것이다.


















지리산!

너를 보면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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