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2014.06.08 사천 와룡산

지리99 수야 2014. 6. 7. 15:58

그리움, 그것은...

 

일시:2014년 6월 8일 (일)

날씨:짙은 운무, 흐림, 조망 없음.

산행자:이웃 형님부부, 성 여사,수야.(4명)

코스:와룡저수지-청룡사-너들경-기차바위 삼거리-민재봉-새섬봉-도암재-와룡골-와룡저수지

산행시간및 거리:07시 29분~13시 16분.(충분한 휴식 포함 5시간 47분) ,gps거리:9km.

 

2007년 6월이었다.

홀로 산행에 한참 재미를 붙이든 때 백천사를 기점으로 무작정 올랐던 와룡산이다.

그리고 어느 사이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한 큰 산 하나 지리산.

그 지리산에서 늘 바라보게 되었든 와룡산을 아스라이 그리워했음일까..

2014년 6월,

7년 만에 다시 올라간다.

정확히는 지리산에서 바라보든 와룡산의 각인된 모습처럼

이쪽 와룡산에서 바라볼 지리산이 더 보고 싶었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바라보는 지리산 속에 내 그리움의 실체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보고자 한 것은 볼 수가 없었고, 더 큰 그리움만을 간직한다.

그리고, 그리움을 쫓아 또다시 그 속을 헤집고 다닐 것이 더욱 분명하다.

정답이 아닌 줄 알면서,

정답이 있을 수 없다는 분명한 사실을 알면서도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나의 모든일상 처럼 또 그러할 것이다.

 

5만 지형도

 

2만5천 상세지형도.

 

구글어스3D 지형도.

 

 

그리움 그것은.

꿈꿀 수 있는 앞으로 올 희망의 시간이다.

그리움이 결코 그리움 그 자체만으로 남는다 하여도

그래서

결국에는 후회만 남을 헛된 욕심이거나 허황된 희망이 될지라도

나는 희망 하고 싶다.

인생의 중반쯤에 들어찬 가슴속의 이 그리움들을 결코 버리지 않고

꿈꿀 수 있음이 아직은 나는 좋다.

그리운 날 그리움에 지칠 때 까지 마음껏 그리워하고 싶었다.

헛되어도 후회 않겠다.

이룰수 없어도 후회 않겠다

가슴 저미는 아픔이여도 후회 않겠다.

상처 받고 돌아서야 한다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겠다.

내 그리움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이 하루를 살게 한 희망이 되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창에 빗방울이 묻는다.

아무래도 맑은 하늘로 조망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올려다보는 하늘은 나의 바람과는

전혀 상관없이 잔뜩 흐림으로 일관한다.

사천 시내를 통과하고 용두공원을 지나 와룡마을 와룡 저수지 주차장에 주차하고

저수지의 수호신처럼 버티고선 보호수를 바라본다

수령 300년이 넘은 세월을 지킨 노송의 몸통은 살아온 역사처럼 참아낸 흔적이 역력하다.

 

임도 길을 따라 1.5km 정도를 걸으며 들풀과 개울 천의 야생화에 눈길을 잠시 빼앗기고

와룡사로 올라간다.

와룡사를 곁눈질하며 지나치고 종각 옆으로 난 산길을 바로 따라 오른다.

 

초입 산길은 약간의 경사이며 대체로 완만한 곡선으로 오른다

이슬이 바지로 옮겨붙으며 젖어 오지만 별 상관 않는다.

어쩌면 비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각오를 미리 했기 때문 일 것이다.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차라리 놓아야 할 것을

그리하면 마음은 가벼워지기 마련이다.

 

출발 후, 한 시간여 만에 너들길과 마주한다.

자욱한 안갯속의 너들경을 치고 오르는 것이 미끄러움과 함께 땀을 쏟게 한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내려다보니

안갯속의 흘러내린 돌무더기 길도 꽤나 몽환적 분위로 다가온다.

 

너들길이 고도를 바싹 세우는 바람에 능선에 붙는 단축된 길이지만

힘이 그만큼 들어야 한다.

 

한 시간 반 만에 기차바위와 민재봉의 삼거리 갈림길 능선에 올라선다.

시간 단축을 위해 잘라먹은 저쪽 기차바위 능선이 내내 마음에 있다

언제 길게 한번 길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삼거리에서 20분 만에 673봉에 도착한다.

고도를 한 번에 쭉 높이는 바람에 능선의 오름길은 그저 먹는 느낌이다.

아침 산행의 최대 짜증은 거미줄과의 싸움이다

여기서도 예외 없이 한쪽 팔은 거미줄을 걷어 내기에 팔이 아플 지경이다.

673봉을 지나 고도를 조금 높이는가 싶더니

막판 한 번의 치고 오름을 숨이 차게 하고 나니 분지 같은 넓은 공간이 나온다

와룡산 민재봉이다.

지형도상 797.8m .

정상표지석에는 799m로 표시되어 있다.

지리산에서 와룡산을 바라보면 솟은 봉우리의 모습이 아니라 길게 늘어진 평지처럼 보이는 것은

민재봉과 새섬봉의 고도 차이가 없어 정상부가 편편해, 멀리서도 구분하기에 쉽다.

아마도 지리산 왕산과도 흡사 하다.

한사람씩 차례로 올라온다.

 

旻岾峰(민점봉)?? 가을 하늘민(旻), 재, 고개점(岾), 봉우리봉(峰)

민재봉.

하늘고개를 넘는 봉우리 라는뜻 인가.

그 쯤으로 생각 해본다.

 

올라 오고

 

또 올라 오고

 

민재봉의 삼각점.

 

거리 표지판이라는 것도 있다.

 

어딘지도 구분 하기 힘든 안갯속에

표지판으로 조망의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지리산의 모습을 보고자 한마음조차 욕심이였나 보다.

 

정상 인증샷을 남기고

약간 아래에 평상 같은 테크에서 간식을 먹고 땀을 식힌다

흘린 땀이 금방 사그라들고 추위마저 느낄 때쯤 일어선다.

 

민재봉에서 새섬봉으로 향해 가는 길은 유순한 길이다

조망이 있다면 탄성이 나올만한 좋은 길이 였을것이다.

 

자욱한 안갯속에서 나타난 바위 군들을 바라보며

새섬봉이 가까웠음을 감지한다.

직벽의 벼랑도 감각으로 느낄 뿐 보이지 않는다

아쉽지만 어쩔 수도 없고 조망이 트이도록 기다릴 수도 없다.

 

가야 할 저쪽의 봉우리를 바라보고

 

그 봉우리에 올라서고

 

높고 낮은 봉우리가 99개로 형성되어 있다 해서 와룡산을 <구구연화봉>이라고도 한단다.

 

산경표에서 누락된 산.

아흔아홉 골로 한 개 골이 모자라 백 개의 골 을 못 채운 산.

일제강점기 정기를 말살 하기 위해 민재봉을 깎아내렸다는 와룡산의 전설은 급기야

이런 이유로 해서 "섣달 그믐날 밤이면 산이 운다"는 전설을 만들어 냈다.

 

새섬봉 801m.

새 한 마리 만 앉을 수 있는 공간은 얼마만큼일까.

 

새섬봉의 정상이 붐비기 전에 몇 장을 연거푸 찍어 댄다

산악회의 사람들이 계속 해서 각 방향에서 올라와 빨리 자리를 내 주고 일어선다.

와룡산의 최고봉은 민재봉(799m)이였으나

2009년에 국립지리원이 재측량하여 해발고도를 정정했고,

표지석은 최근에 세웠다.

 

서울역에 상경한 촌 아짐매 모드의 성 여사는 무서워서 근처에 가길 꺼린다.

 

억지로 앉혀 놓고 한 장을 건진다.

저기서도 무섭다고 바위를 잡고 있는 저손에 들어간 힘이 보이는 듯.

 

도암재 방면의 가야 할 바위 능선이 안갯속이다

사람 사는 일처럼,

저기에서는 어떤 것들이 보여지고 경험해질까?

 

무섭다고 하면서도 조심조심 잘 건너간다.

 

오를 때 처럼

내림길에서의 너들을 통과한다.

 

 

와룡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용이 누워 있는 듯하다 하여 와룡산이라 한다.

와룡산은 고려 태조 왕건의 여덟번 째이자 막내아들인 욱과 그의 아들 순(8대 현종)이

어린 시절 귀양살이를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욱이 조카인 경종(5대)의 두번째 부인 헌정왕후와 정을 통한 사실을

6대 왕인 성종이 알고 와룡산 기슭으로 귀양을 보냈던 것.

경종은 욱과 헌정왕후 사이에서 태어난 순이 태어나자마자

헌정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 곁으로 보내져,

아버지 욱이 숨을 거둔 여섯 살이 되던 해까지 함께

와룡산 기슭에서 지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새로 도색을 했는지 페인트 냄새가 나는 나무계단의 테크에서 한참을 쉰다.

 

누가 쌓았는지 무척이나 공이 들어간 돌탑을 지나간다.

 

도암재의 넓은 공간에서 점심을 먹는다.

상사바위도 살짝 욕심이 나지만 조망 없는 걸음이 의미도 없을듯하여

다음으로 미루고 하산을 한다.

 

올라간 길이 빤히 보이는 옆으로 내려가는 길은

임도를 따라 시골의 풍경이 한가롭게 펼쳐진다.

 

올라간 우측과 내려온 좌측길이 전봇대를 기준으로 나누어져 있고

등산객 보호라는 정다운 표지가 재미있다.

 

버스타는곳.

 

그래 그쪽으로 갔다 왔다.

 

조망도 없고, 안개 자욱한,

습기 머금은 산길을 땀을 쏟으며 걸었어도

그 길에서 난 생각 했다.

 

제행무상(常).

일생을 살아가며 희로애락(喜怒哀楽)의 연속으로 보면 하나하나 계속 변화해가기 마련이다

변하지 않고 영원한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어려우면 반드시 그 어려움을 벗어나게 되고,

슬프면 또 한편으로 즐거운 일이 생긴다.

돈은 없다가도 있는 것, 고민하고 고뇌 하지 말고 번민으로 복잡해하지 말자.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마음도 그러하고

어려움도 또한 그러하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다만,

선방의 스님들처럼

신발을 바로 벗자.

방 안의 일이 급하고 궁금하여 신발을 던지고 들어가면 급함이 그대로 놓여진

신발에서 보이듯이 가지런히 벗어 돌려놓는 신발처럼

신발 벗는 그 일에 집중하고 전념하자.

 

그리하면

내 그리움의 모습을 안갯속 멀리 있는 막연함이 아니라

실체와 마주하는 날이 있지 않을까.

 

그리움 그것은...

또 다른 하나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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