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2.02.05 삼신봉(시산제) [지리-50]

지리99 수야 2012. 2. 7. 11:21

2012년2월5일

독오당원 전원+별하님.

청학동주차장-매표소-삼신봉-내삼신봉-1301봉-청학동주차장.

산행시작:09:33

산행종료:17:02

시산제,휴식,식사시간포함:07시간28분

 

 

평소 건강에는 나름 그런데로 자신이 있었다.

감기도 잘걸리지 않는탓에 일년에 한번정도 아프기 시작하면 이삼일 꼼짝 않고

약도 안먹고 병원도 안가고도

꿍꿍앓고 나면 낫곤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몇일째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독오당의 시산제 공지가뜨고 산행지와 준비에 대한 의견이 조율되면서

이대로 있다가는 아무래도 함께하지 못할것 같은 느낌이다.

골골한 상황을 알리고 병원가서 링거 한방 맞고라도 참석 하겠노라 알렸드니,

대장님도 여태고민 하고 있었든 모양이다.

요렇게 댓글이 달린다.

"사실 감기 몸살로 근 일주일을 골골 거리는데 직업이 뭐라꼬 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수야도 역시 골골한가 보네
우짜든 지리산 정기 빨아들여야 나을 병이니 무조건 가보자..... "

 

 

휴계소에서 아침을 먹고있는 중에

1호차와의 조우가 이루어지고

몇일째 밥이라고는 구경도 못한 나는 물도 넘기기 힘든 아픈목구멍으로

눈물을 찔끔거리며 쇠고기국밥을 밀어 넘긴다.

안죽을라고....에스테야형님이 사주는거니까....한우쇠고기 국밥이니까....

사는기 뭐라꼬...

 

 

청학동 주차장에 주차후 출발을 하기전 단체사진 한장을 박고 출발을 한다.

역시나 폭주기관차 센드빅형님은 오늘도 달린다.

 

당수님과 비서실장을 자청하신 에스테야님.

산행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사진 찍히는 자세가

처음 군대이등병 자세에서 조금씩 달라지는듯...

 

매표소를 지나면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오랫만에 함께하신 당고문님이신 티나님은 오늘 골골한 내가

앞서 가지않고 함께 걸어주어서 좋으시단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꾸준한 걸음으로 별무리없이

지리산을 누비는 체력을 유지하시는 산꾼이시면서 괜히 항상그렇게 말씀하신다.

발가락의 부상으로 한동안 산행을 못하신 별하님은

그동안 남모르게 체력훈련을 한것인지 오늘은 쉬지도 않고 잘걷는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산객들로 인해 조금 서둘러 정상에 도착한다

올라오다 보니 따끔거리든 목구멍도 별로 아프지도 않고

몸에 땀이나면서 서서히 풀린몸이 한결 가벼워진탓에

센드빅형님 다음으로 정상에선다.

산나그네 선생님께서는 도착하시자 마자

빠르게 시산제 자리를 잡으시고 준비를 서두르신다.

산악회 사람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다른사람들도 시산제를

같은자리에서 해야함으로 바쁘게 상을차린다.

 

 

당수님의 강신(降神), 참신(參神) : 사배(四拜)

 

 산행대장님의초헌(初獻)

 

저물병 밑에 놓인 종이가 문제의 돼지머리인데

제를 마치고 치울때 센드빅형님보고 가지라고 했더니

"와 내깡 닮았나!"

그켔지 아마.

 

사무총장님의 독축(讀祝)

 

 

너무 엄숙한 에스테야햄!

다우대장님 맨치로 사진찍힐때는 신경을 쫌쓰라 케도...

 

山 祭 文

檀紀 四千三百四十五年 壬辰年 二月五日

(陰歷 正月十四日)

 

독 오 당

維歲次-

단기 사천삼백사십오년 임진신년 이월 초닷새 날.

“닳고 닳도록,,, 우린, 지리산의 連理枝이어라” 

지리산學 도반으로서 독오당 산우일동은 오늘, 흑룡의 해를 맞이하여

시산의 예를 갖추고 헌걸찬 우리 민족의 영험한 산, 지리산 삼신봉에 들어

삼라만상 대우주의 태양과 바람과 달과 물과 흙을 관장하시는

천지신명과 산신령님께 엎드려 고하나이다.

 초심의 반석 위에 아로 새긴 소박한 산정은 어느 덧 지리산學 29회차 라는

도도한 시간의 흐름속으로 그 빛을 발하메 있어,

이는 산신령님의 자비로운 보살핌속에 지고지순한 서로愛의 큰 그릇속으로

채워지고 보태어짐이 아니었다고 어찌 감히 말할 수 있으리요.

 또한,지난 한 해에도 변함없이 독오당을 그 넓으신 대자연의 품속으로 거둬 주시어,

무고와 안녕을 통해 당원 모두에게 다복 다정함을 내려 주었으며,

춘하추동 자연의 오묘한 섭리속에서 山,水,美의 극치를 느끼게 하여 나이다.

화려한 찰나보다는 단아하고 소박한 영겁을 알게 하였으며,

순간의 빠름 보다는 느린 곡선의 부드러움속에 영원을 깨우치게 하였고,

또한, 있는 것을 더 얻으려 하지 않고,

불필요한 것을 버릴 줄 아는 큰 지혜와 큰 용기를 갖게 하였 나이다.

천지간 모든 생육을 거느리시는 천지신명이시여!

옛 문헌에 모름지기 仁者樂山이요 知者樂水라 하여나이다.

바라옵건데,

임진신년 올 한해에도 육십갑자 흑룡의 성스러움으로

내딛는 걸음 걸음마다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공존 공생을 늘 생각하게 하여 주시옵고, 더불어,

지리산學에 임할 시에도 당원 모두가 안전한 산행,

건강한 산행,즐거운 산행이 되게 도와 주시옵소서.

또한 바라나니,

독오당원 산우님의 가정사에 삼재팔악이 물들지 않게 보살펴 주시옵고,

두루 만복이 깃들게 점지하소서.

자연의 순리를 온몸으로 다지는 오늘

十匙一飯의소중한 가치로 우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은 비록 약소 하지만,

이는 저희의 지극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흔쾌히 받아 주시옵소서. 

 尙饗.

한배검 나라 열으신지

사천삼백사십오년 임진신년 이월 초닷새 날,

독오당원 일동

                                 (제문작성자:귀소본능님)

 

 

 

 

 

 전체 사배(全體 四拜)

 

당고문 티나님의,아헌(亞獻) : 사배(四拜)

.

.

센드빅님,수야: 종헌(終獻) : 사배(四拜)

에스테야님: 계반삽시(啓飯揷匙)

 

유식(侑食)

헌작(獻爵) : 사배(四拜)

철시복반(撤匙復飯)

사신(辭神) : 전체 사배(全體 四拜)

음복(飮福), 철상(撤床)

 

시산제를 마치고 자리를 정리한다.

정상석에서 내려가는길이 많이 복잡하고 미끄러워 조심스럽다.

 

 

 

 

자리를 옮겨 점심을 먹기로하고 센드빅형님이 

적당한곳으로 자리를 잡기위해 앞서서 간다.

 

별하님이 배가 많이고픈 모양이다.

티니님도 힘이 조금빠진것 같고,

산나그네 선생님께서는 앞서간 센드빅이 적당한곳에 자리를 잡을것이라 하신다.

몸이 이제 제대로 풀린 나는 센드빅형님을 잡기위해 달린다.

결국 내삼신봉 정상석앞에서 급한대로 자리를 대충 마련하고

후미를 기다린다.

 

 

놀래라!

                                               

기다리는 동안 맥주 한잔씩을 마시고 사진도찍는데

하도 차렷 자세만 하기에 다른 포즈를 요구했더니

팔장만 끼시길래 웃어라 했더니 웃는다.

말 참 잘듯는다

 

 

조금만 더가면 안부가 나오는데 바람도 피하고 좋은곳이 있다는 귀소본능의 의견을 따라

풀어놓은 배낭을 다시 싸고 이동을 한다.

 

로프구간에서의 올바른 자세를 시범적으로 보여주신 에스햄,

 

 

결국 걸어간곳이 송정굴 이다

하여 자리를 펴고 점심을 준비하는데

사무총장의 백발성성한 머리에 고드름이 맺혀있다.

안그래도 힘든데, 산제문에, 시산제준비에, 배고프다는 아우성에,

총장님머리에  저런게 달렸어니 우짜것노..

술 이라도 마이묵으라고 한잔줄라고 본끼네 일본서 가지고온

그 술은 평소 원샷은 죽는거로 알든 대장님까지도 이빠이 원샷 해뿌서 없고

아무튼가네 욕본다.

 

오랫만에, 그야말로 오랫만에, 알콜이 온몸을 촉촉히 적시는 만찬의 행복한 시간이 간다.

담배도 끊고,술도 끊고,

정신분열 비슷한 증상에 한동안 시달리더니 결국 지독한 감기 몸살까지 걸리더만

이 술한잔이 이리도 마음을 편하게 하고 온 몸에 활기를 넘치게 할줄이야.

아무래도 술은 그냥 먹어야 할 모양 이다.

 

준비한 모든음식은 다 비우고 간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자리를 정리한다.

 

 샤케 몬묵어서 열받은 본능이 젤 앞에가네.

 

 

 

 

 

 

 

 

스틱없는거 본끼네 센드빅형님 인데

우짠일로 모자도 쓰고 얼굴도 가리고 있네

나는 그런것도 안하는데

 

 

 

 

 

 두 대장동무의 가린것과 가리지 않은, 평소때와 뒤바뀐 모습을 보다.

 

 

 

 

 저 아래 청학동의 조망을 잠시 즐기며

휴식을 한다.

오랫만에 마신 술기운에 넘어지길 수차례 한다.

하긴 아이젠을 잊고온 센드빅형님과 한짝씩 나누어 신었더니

그것도 왼짝을 술취한 내 한테주고...

 

급경사의 내림길도 온갖 농담속에 웃으며 잘들 내려선다.

 

 

 

 

 

 

 

 

 

 

 

 

 

오랫만에 당원모두가 모인 시산제 산행에서

분위기 탓인지 움추리고 있었든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열리면서

몸이 한결 가벼워 졌다.

 

 

 

 

여름에는 날씨가 덥다가 겨울이 오면
추워지는 것은
태양과 지구 사이가 그만클 멀어지기
때문이 아니고
우리 사는 곳과 해의 각도가
기울어지기 때문이랍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리가 멀어져 사랑이 식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기울어지면
둘 사이가 식어가고 어두워지고
멀어집니다
우리가 서로 눈을 바라보는건
그 사람과 내 마음의 기울기를
맞추는 것입니다
상대의 말을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같이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도
마음의 각도를 맟추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같은 눈높이 같은각도로

같은곳 같은산을 바라보며

서로의 기울기를 맞추어 가는

독오당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산 아래서도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