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골
행동팀 150- 지리 119차
일시:2022년 05월 22일
산행자:연하, 손원장, 권영구, 황순진, 최옥희, 최정남, 성주숙, 수야(8명)
걸어간 길:환경교육원-중봉 골-석문 골-석문-1586봉-황금 능선-중봉 골 3거리-중봉 골-천왕 동능-교육원
산행시간: 08시 42분~16시 44분 (8시간 02분) 6.58km

낮은 산에서부터 하얗게 아카시 꽃이 피어나고 그 향기가 지천으로 은은히 퍼져나가는 5월이었다.
단풍이 물들면 가자고 하던 석문 골을 가을이 오기 전에 올랐다.
가을은 가을이고 지금은 지금이라는 명분은 아주 설득력이 있었다.
주차장은 일찍부터 만차가 되어 도로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모든 차들은 길가로 세워졌다.
두 대의 차로 같이 간 일행의 차 한 대는 통과 하여 올라갔지만 우리 차는 도로변에 주차해야 했다.
사정이 그러하니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배낭을 메고 주차장까지 1 km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걸어가는 사람들 보라는 듯이 뒤늦게 올라온 차들 중에 어떤 차들은 통과되어 열기를 훅 내뿜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땀이 삐질삐질 올라오는 마당에 화가 살살 나기 시작하는데 그런 차들이 몇 대가 계속되었다.
먼저 올라 간 차의 일행들이 마중을 나오고, 불만을 빼어 물고 올라가는 차를 보며 한마디 씩 내뱉었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연하 형님은 공단 직원에게 불합리를 따졌다.
어떤 차는 올려 보내고 어떤 차는 안 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무전기로 뭐라고 대화를 주고받은 직원에게 기어이 사과를 받고서 형님은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숨소리가 벅차 오른 만큼 벌겋게 달아오른 화가 반 분이라도 풀리는 듯하여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
버스가 출발했다.
꼬불꼬불한 길을 있는 힘껏 용쓰며 올라온 버스는 타이어 타는 냄새를 확 풍기며 사람들을 토해내고 사라졌다.
2000원의 요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이 버스를 탈 때마다 들었다. 특히 하산 때 타는 버스에서는 더 그랬다.
자연학습원 입구에서 단체 사진 한 장을 찍고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 시작은 8시 42분이었다.
이쪽 방향으로 올 때는 더 일찍 와야겠다고 입을 모았다.

마야 계곡으로 들어서고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중봉 골, 마야 계곡 용소골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골이다.
나는 마야 계곡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마야 계곡으로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다.

주능선 중봉 부근에서 흘러내린 이 계곡은 들어설 때마다 경이로움으로 다가오곤 했다.

수량이 적었지만 용소는 그런대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석문 골 초입에서 배낭을 내리고 아침을 먹었다.
아침 산속에서 먹는 라면은 언제나 기막힌 맛을 선사했다.

중봉 골과 합류하는 석문 골은 중봉 골 본류에서 우측 방향으로 경사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
이번에 두 번째 올라 보는 길이었다.
지난번 가을에 올랐을 때 단풍으로 물든 계곡은 과히 잊히지 않은 비경으로 기억에 남았다.
한번 와 본 길이라 눈에 익어 골의 윤곽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누군가 정성스럽게 세운 돌 탑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곳곳이 세운 계곡을 한참 오르다 숨 돌리며
뒤를 돌아보면 천왕봉과 천왕 동릉이 바로 앞에 선명하게 마주 다가왔다.

석문을 통과하며 마지막 쉼을 하였다.


석문을 통과하고 조금 오르자 지난번에 암벽을 우회하여 올랐든 길이 나타났다.
지난번 올라갔었던 길이 아닌 암벽의 우측으로 희미한 길이 보였다.
대부분의 일행은 지난번에 올랐든 길을 따라 암벽을 우회했다.
잡목과 잔가지들을 피해 낮게 엎드려 올랐든 길을 버리고 이번에는 올라 보지 않은 우측으로 가보았는데 내 뒤에 몇 명이 따라왔다.
우측의 우회 길은 낭떠러지로 아찔했지만 비교적 쉽게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넓은 전망바위에 올라서자 마음까지 씻어내는 듯한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왔다.
널찍한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런 맛에 올라오며 흘린 땀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은 다 같았다.

오래 쉬면서 점심을 먹었고 휴식과 조망을 즐겼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수평적 시각은 멀고 넓어서 수직적인 도시 생활의 삶과 대비되는 것 같았다.
품을 수 있고, 포용할 수 있을 것 같고, 마음이 전부 이 산에 안기는 듯한 이 시각의 각도는 정서적 안정감을 내게 가져다주는 것만 같았다.
이 마음의 평화가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중독성으로 산을 계속 오르게 하는 것이리라.

굽이치는 황금 능선이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명처럼 역동적으로 꿈틀 되는 듯하였다.

전망대에서 우측으로 상봉과 중봉, 중봉 골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었고, 건너뛸 수 있을 듯 가까워 보였다.

치밭목으로 향하는 주능선 길 위, 오래된 소나무는 생존에 적응하기 위한 풍파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사람의 관상도 이러하리라.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 여정이 그 얼굴에, 그 몸 전체에 고스란히 담기는 것, 될 수 있으면 웃고, 될 수 있으면 밝게 살아야 할 이유이다.

하산은 치밭목, 황금 능선, 삼거리 이정목 7-22에서 1586봉 황금 능선 초입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이곳에서 1km쯤 내려가다 우측 마야 계곡으로 내려설 것이다.



몇 군데 중경팀 표지기를 달았다.
로프 구간을 늘 겁부터 내는 사람도 이번에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잘 내려갔다.


제법 경사가 있었지만 황금 능선 초입은 산죽과도 아직 만나지 않는 유순한 길이었다.

공터를 만나고 한차례 쉼을 하였다.
누군가 세워 놓은 돌탑이 눈길을 끌었고 작은 돌 하나를 더해 얹었다.

고도 1326m 부근에서 삼거리를 만나고 우측 방향의 길을 따라 내려섰다.
마야 계곡 본류까지 250여 m의 길지 않은 길은 너들길로 뚜렷한 흔적은 없었지만 희미하나마 길은 보였다.


다시 마야 계곡에 내려 땀을 씻었다.
아침에 들어 선 계곡 길이 아닌 천왕 동능 능선으로 나와 편한 길을 걸어 정규 등로를 따라 걸었다.


순두류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었다.
산에 머문 시간은 8시간이었다.


덕산에서 목욕탕으로 갔다.
겨울부터 가기 시작한 이곳 목욕탕은 이제 하산 후 필수 코스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주차장에 장미꽃이 만발하여 핸드폰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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