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산
행동팀98-지리76차
일시:2020년 2월 23일 (일요일)
산행자: 중부경남팀 13명
걸어간 길:시천면 동당리 삼광사 -구곡산 능선- 휴양지 삼거리-구곡산-헬기장-염소막길-호암관광농원-동당
산행시간:09시~15시 47분 (6시간 47분) 6.6km
중경팀 시산제 산행은 구곡산으로 가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 보지 않은 길을 찾았다.
동당 마을에서 구곡산은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다.
산행기 방에서 금농 선생님의 산행기를 찾아 다시 읽었다.
산행지로 가는 길에 잠시 남명매를 보고 가기로 했다.
아직 꽃망울도 채 피어나지 않은 탓에 빠르게 산천재를 돌아 나온다.
삼광사 아래 주차장까지 차를 올리고 산행 채비를 하는데 가져갈 시산제 준비물이 엄청나다.
기막히게 날씨가 좋다.
웅성거리며 많은 산꾼이 한꺼번에 지나가서 인지 삼광사 스님이 나와서 길을 알려주신다.
주의 깊게 들어야 했는데, 처음에는 가지 말라는 소린가 싶어 먼저 괜히 마음의 경계부터 했다.
스님과 좀 떨어진 거리라 잘 들리지 않은 탓에 귀 기울여 들어보니 다리를 건너가라는 말 만 들렸다.
포장길을 따라 오르막을 천천히 오르자
구곡산으로 가라고 아주 단단하고 야무지게 만든 친절한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들어선다.
산죽이 막아섯지만 길이 없는 것이 아니기에 희미한 길 흔적을 따라 걷는데 계속 뭔가 이상하다.
산죽을 헤치고 나아갔다.
희미하든 길은 갑자기 계곡으로 닿고 벼랑과 마주한다.
있었든 길이 없어진 것인지, 처음부터 없었든 길인지는 모르겠으나,
벼랑 저편 계곡 건너에 좋은 길이 반듯하게 보인다.
구곡산 정상으로 인도하는 첫 번째 이정표가 잘못 세워져 있는 것이다.
돌아 나간다.
짧은 거리이기에 되돌아 나가는 수고가 그다지 아깝지 않다.
살아오면서 그런 적이 많았다.
어쩌면 이 길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나, 잘못 가고 있는 길을 인식했을 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아까워 그 길을 계속 가야 할 것인지,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 것인지 고민했든 경우다.
어디서 주워들은 잡학인데 유식하게 전문용어로는 이런 것을 '매몰비용의 딜레마'라 한다.
경험상 산 길에서는 잘못 들어온 길은 처음으로 되돌아 나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비용도 절감되는 일이더라.
딜레마에 빠지지 않는 방법으로 나는 항상 타이밍을 꼽는다.
모든 것은 적당한, 적절한 때가 있는 것이다.
계곡을 가로질러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간다.
아까 스님이 말씀하신 그 다리인 것이다.
그러니까 스님은 첫 번째 이정표를 따르지 말고 이 다리를 건너가라는 말이었든 모양이다.
이번에도 세워진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오른다.
길인지 아닌지 다시 아슴해지는 희미한 흔적을 살피며 계곡을 따라 오르자
확연하고 분명한 산길이 앞으로 놓인다.
지리산길 트랙에는 폭포라 표시된 포인트인데 폭포라 하기에는 지금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곳 조금 넓은 반석 자리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물을 뜨고, 지도를 확인한다.
길은 한차례 휘어지고 난 뒤 능선을 따라 오르게 되어 있다.
오래된 괴목이 삭아서 흔적만 남았다.
구곡산을 오르는 반대편 도솔암 쪽 잘 정비된 산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폭포에서 산 허리를 감돌아 한차례 휘어졌든 산길은 공터를 만나고 큰 파란 물탱크가 있는
능선으로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된다.
이 능선은 산죽 사이로 경사를 제법 세웠다.
주능선이 조망되는 오래된 무덤까지 오르고 난 뒤 배낭을 내리고 휴식을 한다.
촛대봉이 조금 보이기 시작하든 길은 걸을수록 점점 천왕봉과 주변을 볼 수 있을 만큼 시야가 넓어진다.
고도를 올릴수록 경사도 같이 세워져 종아리가 펌핑된다.
비록 끝자락일 망정 황금 능선의 이름값이라도 보여 주려는 듯
간간이 산죽이 그 면모를 숨기지 않았고 그 속으로 길을 열어 놓았다.
중경팀에 새로운 식구다.
중경팀 평균 연령을 낮추며 등장한 이 부부는 창원에 거주하는 부부 산꾼이다.
중경팀에 활력이 넘쳐나고, 생기가 돌게 한다.
처음 같이 하는 산행이 시산제이다.
오늘은 마음먹고 방방 뛰워 준다.
"꽃 같다." 카면서....
좋텐다.
참 좋다! 소리를 몇 번이고 하게 된다.
자꾸 저절로 '좋다'는 말이 나온다.
손 원장님이 챙겨 온 다양한 과일로 또 한 번의 휴식을 한다.
전망대에서 주능선을 바라보며 뭐라고 한참을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먹을 것에만 집중했다.
금연 이후 생전 잘 먹지 않든 과일까지 가리지 않고 입으로 가져오는 탓에
자꾸 몸이 불어나는 느낌이다.
모두의 휴대폰은 경보음이 울린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속보와 주의사항이다.
땀이 조금씩 맺히고 숨소리가 좀 거칠어지자
능선에 올라선다.
구곡산 정상을 향해 계속 걸어 도착한다.
구곡산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은 아침 산천재에서 볼 때 보다 눈이 많이 녹아 있다.
함께 가는 길이라 덜 힘들다 느낄 때가 있다.
누군가 함께라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느낌일 때가 있다.
이 세상은 혼자 살기에는 너무 힘든 곳이다.
동행에는 기쁨도 위로도 있다.
같이 함께 걸어서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사진:풀내음 님>
정성으로 시산제를 올린다.
산에 오를 때마다 안전하고 무사하게 산행할 수 있게 해 주시라 빌었다.
이 산에 든 모든 이가 다 그리 되게 해 주시라 빌며 엎드렸다.
이 산을 걸으면서 깨우치고 느끼고 배우며 넉넉히 품을 수 있는 산꾼이 되게 해 주시길 빌었다. <사진:백산 님>
<사진:백산 님>
푸짐한 점심은 포만을 넘은 과식을 불러왔다.
시산제에 같이 오기로 했다가 신종 코로나 때문에 올 수가 없게 된 규다는
마음만 보낸다는 메시지와 함께 암뽕순대를 보내왔다.
마음만, 치고는 너무 많은 암뽕 순댓국은 13명이 넉넉하게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배낭에 지고 온 무게를 먹어서 배에 옮겨 안고는 올라올 때의 숨소리를 내며 다시 내려간다.
하산길 전망대에서 예 서방을 모델로 세웠다.
하산길을 아껴서 걸었다.
너무 쉽게 빠르게 내려가는 산길이 아깝게 느껴졌다.
짧은 산길은 오를 때만큼 경사가 없었고 이내 곧 안온하고 평탄한 편안함을 준다.
계속해서 휴대폰으로 경보음이 울린다.
이제 봄이 되면서 영업을 제대로 할 시즌인데 난데없는 코로나 사태가
태클을 걸면서 참으로 난감함을 안겨주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 선택으로 바꿀 수 없는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는 게
어쩔 수 없는 최선이라 나는 생각한다.
난데없는 행운이 오면 감사 해 하고, 막을 수 없는 닥친 불운은 그냥 버티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더라.
산주의 마음이 산과 같다.
이곳에서 때아닌 명당자리 이야기를 한동안 했다.
햇볕이 잘 들고 반듯한 공터가 집을 짓고 살아도 좋을 만하다는 말이 오고 갔다.
산길이 끝나고 도로를 따라 동당마을로 걸어간다.
서로서로 할 이야기들은 끝도 없이 계속되고 길은 그래서 지겹지가 않다.
금농 선생님의 산행기를 읽지 않았다면 무심코 지나쳤을 글자이다.
선행학습의 효과다.
산으로 올린 나무계단을 보며 저곳에 저런 시설물을 만든 연유가 궁금하였으나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저 앞쪽 계곡으로는 아직 들어 가 본 적이 없다.
저곳의 길을 찾아보았고 오르고 내릴 길을 생각해 보았다.
저기는 또 어떤 산길이 있을지 언제나 가 보지 않은 곳에 대한 궁금증은 기대가 되고 그것은 계획이 된다.
바위를 뚫고 자라는 나무
바람 세차게 불어가던 날
내 어미 나를 보내며 기도하셨으리라
너는 부디 그늘지지 않는 땅에 달(達)하라
숲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하늘의 뜻
커다란 바위, 한 줌 고인 흙 위에서 바람은 멈추었다
나도 멈추었다
빛은 찬란했으나 흙은 목마른 곳,
나를 붙잡은 바위 위에서 나는 울었다.
이끼가 부여잡은 물만이 내 목을 적시는 삶
나의 선택은 늘 사막처럼 가난했다.
비바람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 키를 낮추었다
바위 위에 뿌리를 박기 위해 단 하루도 허리를 펴지 못하였다
바위를 뚫고 내 삶을 세웠을 때
산과 내 어미, 미소 지었다
나는 바위를 뚫고 자라는 나무다.
<숲에서 길을 묻다 - 김용규->
하산 후 고운호를 다녀온다.
무릎 부상으로 산행에 참석하지 못한 연하 형님은
우리의 하산 시간에 맞춰 먼 거리를 달려왔다.
마음은 함께 산으로 간다는 말이 결코 빈 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신다.
언제나 식당에서 하든 뒤풀이 겸 저녁식사를 오늘은
남아 있는 음식으로 하기로 하고 정자 하나를 차지한다.
예전 해영 형님의 산행기에서 유화정으로 불리던 곳이다.
저녁이 되자 기온이 급격하게 내린다.
모두 두꺼운 옷을 포개 입는다.
뜨끈한 음식으로 몸도 마음도 훈훈하게 데워가며 연하 형님은
새 식구들에게 산행의 소감을 물었다.
함께하는 산행의 재미가 너무 좋았다는 소감은 다음 산행을 기다린다로 마감되었다.
'지리산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03.24 덕두산 (0) | 2020.03.24 |
---|---|
2020.03.01 밤머리재-웅석봉 (0) | 2020.03.01 |
2020.02.02 오공산 (0) | 2020.02.02 |
2020.01.12 상무주암 (0) | 2020.01.12 |
2019.12.22 용호구곡 (중경팀 송년산행) (0) | 2019.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