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20.02.02 오공산

지리99 수야 2020. 2. 2. 14:22

오공산

 

2020년 독오당 시산제, 104차 정기산행

일시: 2020년 02월 02일 (일요일)

산행자: 산나그네, 에스테야, 귀소본능, 수야(독오당 4명) + 게스트:문학교실 작가(2명),연하,노을,황순진,김은의(4명)

걸어간 길: 함양군 마천면 강청리 도촌마을- 밤나무 고목- 오공산 능선- 오공산 정상- 석문-

지네바위- 석문- 독가- 하정동- 하정교

산행시간:08시 49분~15시 12분 (6시간 23분) 5.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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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오당 104차 정기산행은 2020년 시산제 날이다.

중경팀에서 동행하겠단다.

늘, 그랬다 독오당의 대답은

"가는 사람 붙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

오도재를 넘어가는 길

전망대에 차를 세웠다 뒤따라 두 대의 차가 같이 정차했다.

화창하고 산뜻한 기분 좋은 날씨 속에 주능선을 바라보며 잠시 조망을 즐겼다.

공복의 찌릿한 소주 한 잔이 내장을 애무했었든 날을 회상했다.

 

 

올해 나는

무조건 아끼기만 하면서 살지 않기로 했다.

좋은 음식 다음에 먹겠다 냉동실에 고이 모셔두면 신선함도 사라지고 맛도 변한다.

이제는 맛있는 것부터 먹고, 좋은 것부터 사용할 것이다.

비싸고 귀한 거라고 아껴뒀다 나중에 쓰겠다고 애지중지 하지 않을 것이다.

아끼기만 하다 유행도 지나고 취향도 바뀌고 몇 번 쓰지도 못하고 고물이 되더라.

사실은 비싸고 좋은 귀한 아낄만한 것도 없다.

때가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하지 않겠다.

실행할 수 있다면 마음먹었을 때 바로 하기로 한다는 내 신념은 올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기회가 있고 기다려 줄 것 같지만 모든 것은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계획만 짜다 시간 다 간다.

너무 멀리 보다가 해보지도 못하고 모든 것을 잃을 수가 있다.

하여, 바로 담배를 끊었겠다.(금연 5주 차에 들어선다.. 흠)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도 아끼지 않겠다.

그 말을 놓치고 후회한 것이 벌써 수십 번이다.

지나간 것에 연연하고 마음 아파하지도 않을 것이다.

좋은 인연들과 좋은 시간만 보내기에도 바쁘다.

할 수도 있었는데, 했어야 했는데, 해야만 했는데,

그때, 이렇게 할걸,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

그렇게 하며 살아가기에는 이제 남아 있는 시간들이 너무 촉박하다.

그리고, 더 당당하게, 나 답게 살아가야지.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다면 그렇지 못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 단단하고 우뚝함으로 당당한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았다.

내 마음에 저 산이 들어 선 그날 이후, 나 또한 저 산을 닮고 싶었다.

 

 

 

 

 

 

 

 

도촌마을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하산 지점에 미리 한 대의 차를 세워두고 오른다.

독오당 당수님과 중경팀의 동참이 활력을 불러온다.

참석하지 못한 대장님과 엉겅퀴 형님의 빈자리가 못내 많이 아쉽기만 하다.

 

 

2018년 똑같은 코스로 올랐고, 오공산에서 시산제를 지냈다.

그날 대장님은 다음에는 오공 바위에서 시산제를 지내자는 말을 했었다.

그 기억으로 오늘 이코스를 선정했다.

 

 

지난번에는 보지 못한 문학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함양 향우로 마천초(17회)와 함양중(8회) 졸업한 오동춘 짚신문학회 회장은

초등학교 시절 짚신을 신었던 추억을 되새기며 1999년 3월 1일 연세대 사회교육원

제자들을 중심으로 우리말, 우리글, 우리 얼 사랑으로 글을 쓰는 짚신문학회를 창립했다.

2019년 10월 9일 마천면 짚신문학회 회원 40여 명과 마천면 출향인 및 지역 동문,

마을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천 섬말 짚신 문학비 건립 제막식' 행사를 개최했다.]-경남신문에서

 

 

교회에서 수통마다 물을 가득 채워 조금 오르자 오래된 밤나무와 마주한다.

 

 

 

 

밤나무 고목을 지나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 서자 본격적인 산길이 앞에 놓인다.

오늘 산행대장으로 지목된 연하님에게 인사말 기회가 주어진다.

이 양반 인사말을 시키지 않았다면 매우 무척 많이 엄청 섭섭했을 뻔했겠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든 멘트인 게 분명하다.

다 잘라먹고 한마디로 간결하게 말하면 "안전하게 잘 다녀오자"는 말이다.

 

 

배낭을 내리고 옷도 벗어 넣고 첫 번째 휴식시간을 가진다.

이럴 때 대화는 중구난방이다.

아침 식사를 위해 들린 식당에서 만난 정치인 이야기가 이 판의 주메뉴다.

끼어들만한 공간이 아니다.

나는 입을 다문다.

잠시 후 주제를 전환시킨다.

역시, 공통분모는 지리산이다.

잘 맞는다.

 

 

오늘 대장이라는 분은 앞서서 걷지 않는다. 하긴 늘, 그랬었지.

자의 반 타의 반 앞장을 선다.

길은 뚜렷하나 곧게 놓이지 않았고 산만하게 주어졌다.

그 길을 따라 사람들은 산만하지 않고 곧게 줄지어 걸어 오른다.

 

 

 

 

능선 넘어 아침 햇살이 올라온다.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잔설이 남아 있지만 비탈길은 미끄럽지 않았고 걷기에 알맞은 기온은 추위를 전혀 느낄 수 없다.

 

 

 

 

바짝 세운 비탈을 오른다.

이제야 숨이 차 오른다.

산행의 맛이 약간 난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지리산에 온 게지.

 

 

한바탕 된비알을 치고 오른 뒤 청주 한 씨 묘가 있는 곳에 올라선다.

뒤돌아 보니 삼봉산이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길 올라 선 뒤라 한숨을 여기서 돌리고 다시 오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제법 눈다운 눈이 쌓였다.

 

 

막힌 길은 우회를 하면 된다.

길이란 게 원래 그렇다.

언제나 딱 한 길, 한 가지 방법만이 있는 게 아니더라는 말이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어면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거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했다.

살아서 꿈틀대는 동안 나는 여전히, 아직도,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걸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아직도 여전히 불편하고 아픈 발목이지만 그래도

걸을 수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덜 추워서 다행이고.

덜 더워서 다행이고, 덜 피곤해서 다행이다.

덜 아파서 다행이고, 이것보다 더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게 닥친 안 좋은 일에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놓고

그것을 피하면 행복하다고 해석하면 좀 덜 억울하다.

그러니까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해석'을 하는 거지.

좀 억울하고 분하고, 화나고 뭐, 하여튼 그런 때 간혹 난 이딴생각을 한다.

"다행이다."

 

 

올라 온 길 뒤돌아 보니 삼봉산이 막힘없이 시원하게 보인다.

오공산 정상에 올라선다.

 

 

 

독오당 시산제를 지낸다.

비록 오늘 우리가 준비한 음식은 약소하나 정성으로 올리나니

저희의 정성을 받아 주시길 원하옵니다.

 

 

 

 

언제나처럼 명문의 시산 제문을 귀소본능이 독축한다.

독축이 끝나고 따로 나는 마음속으로 산신령님께 빌었다.

잔디밭 구멍에 쪼매난 공을 작대기로 맞추어서 집어 넣어려 댕기는

우리 대장님 이제는 웬만하면 산으로 제발 돌아 오게 해 주시고,

일 년에 몇 번이라도 함께 산행에 동참할 수 있게 우리 당수님도 시간을 나게 해 주시고,

지리산에 들어와 살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지혼자 돌아댕기는 엉겅퀴 형님도 우리캉 한 번씩 놀게 하소서.

그리고 산에 갔다 오면 산행기 꼭 쓰겠다 철석 같이 약속하고 안 지키는

에스테야 형님과 귀소본능에게는 벌을 좀 내려주소서.

그렇다고 너무 심한 벌은 아니 되오니 저들의 꿈속에 영화 '곡성'에 나오는 일본 놈 귀신이

'뭐가 중한디, 이 씨밤 마, 뭐가 중헌디' 카면서 산행기 쓰라고 한 일주일만 나타나게 해 주소서.

또한, 여기 독오당 시산제에 정성 가득한 음식과 이 불경기에도 아랑곳없이

신사임당 아줌마 증명사진을 보여 주신 분과 

비록 빈손이지만 아주 뜨끈한 마음만은 지폐를 다발로 챙겨 와 주신 듯한 산우들에게는

마스크 따위는 안 해도 신종 코로나 같은 것은 절대 걸리지 않게 해 주소서.

 

 

 

 

 

 

점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오랫동안 이어진다.

덕분에 알딸딸하게 아리까리한 기분이 하산 내내 지속되었다.

깨끗하게 정리를 하고 단체로 모여 선다.

 

 

하산길은 석문에 배낭을 벗어놓고 지네 바위까지 다녀와서 다시 내려가기로 한다.

오르락내리락 길은 재미지다.

 

 

카메라든 놈 시키는 대로 눈밭에 주저앉았다.

엉덩이가 차가웠지만 이럴 땐 카메라든 놈이 권력이다.

 

 

눈 밭에다 몸 도장을 찍는 팀장을 바라보는 연하님은 심히 걱정스럽다는 표정이다.

 

 

지네 바위에 올라선다.

발목이 아픈 관계로 지난번 산행 때 나는 이곳에 오르지 못했다.

비천오공의 선명한 글씨가 있든 바위의 사진을 일행이 보여주었고,

오공산 보다는 이곳에 조망이 더 좋으니 다음에는 이곳에서

시산제를 지내자고 대장님이 말했었다.

그때 올라가 보지 못한 아쉬움에 앞장서서 먼저 올라간다.

 

 

삼봉산

 

 

삼정산

 

 

천왕봉과 주능선

 

 

 

 

 

 

모두들 이쪽저쪽 옮겨 다니며 사진을 찍느라 한동안 분주하고

앞과 좌우 조망을 관찰하느라 바쁘다.

 

 

 

 

 

 

 

 

 

 

 

 

 

 

 

 

 

 

이 바위 때문에 오공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 아니라고 엉겅퀴 형님이 설명해 주셨다.

산행 후 일행 모두는 청파정에서 차 한을 마시며 쉬어왔다.

차 한잔이라 하니 정말 차 한 잔 만이라 생각할까 봐 솔직히 말하는데 술도 마셨다.

맥주와 소주 그리고 과일도 먹었다.

하여튼, 그때 오공산 지명에 관해 아래의 내용을 그대로 말씀해 주셨다.

아래 글은 2018년 독오당 시산제를 지내고 쓴 산행기의 댓글에 엉겅퀴 형님이 달아주신

오공산에 대한 설명을 가져다 붙였다.

지네[蜈蚣]가 날아오르는 비천오공 형상은 예로부터 발복하는 풍수 명당으로 치는데,
내 생각엔 지네바위는 풍수상 지네의 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럴 경우 명당혈은 지네의 입에서 나온 기(氣)가 뭉쳐지는 곳,

오공산 정상 부근(경주이씨묘)으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 이후 도촌마을까지 (氣가 미치는) 능선상에 수많은 무덤이 널려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지금 지네바위 위에도 묵은 묘가 있는데, 지네는 먹이를 찾아 머리를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속시끄러운 자리가 아닐까 하는 어슬픈 생각도 드네요.

한편 동네사람들은 이 지네바위 때문에 그런 지명(蜈蚣)이 붙었다고 하는 분들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풍수의 원리와 맞지 않는 논리입니다.
가채마을 위 창암산 부근에서 보면 곧은재에서 뻗어내린 오공능선은 꾸불거리며

오공산을 지나 도촌마을로 향하는데
양쪽으로 수많은 지능선들이 짧은 지네발처럼 뻗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뚝한 지네능선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하여 하늘로 날아오르는 지네 형국[비천오공]이라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풍수에서는 그 전체적인 모습을 보고 와우형이니, 맹호형이니, 솔개형이니 하는 것이지
그 산속의 바위 하나를 두고 그 산세를 옥녀형이니 금가락지형이니 비봉형이니 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죠.
즉 지네형국이라서 지네바위란 이름이 붙은 것이지,

지네바위가 있어 비천오공이라 불리지는 않는다는 것이 풍수원리라는 얘깁니다.
또 현실적으로 지세를 살피면서 멀리 산속의 바위 하나까지 다 파악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지네바위에 지네가 기어간 형상이 있다는 얘기는 충분히 예상되는 민간속설일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산길은 나무와 바위에 페인트로 표시된 길을 따라 내려간다.

중경팀 표시기를 몇 개 달았다.

 

 

삼정산과 영원사 위 빗기재가 앞쪽으로 조망되며 놓인 하산길은 낙엽이 깔려 미끄러웠다.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서자 임도를 따라 편하게 걷게 된다.

 

 

 

 

요란한 개소리가 작렬하는 독가를 지나면서 시멘트 포장길을 지루하게 걷는다.

독가 이후부터 차를 운전해야 하는 세 사람은 일행들보다 빠르게 걸어 차량을 회수한다.

이후 남겨진 일행은 팀장님과 당수님이 먼저 내려왔고,

어디로, 어떻게, 왜, 무슨 연유로 다른 길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에스테야 형님과 연하 형님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전화연결이 겨우 되었다.

원래 오기로 한 하정마을 하정교가 아닌 난데없는 저 아래 도로변에 있단다.

연하 형님은 그리 말하더군 아주 당당하게 "이리 와도 된다, 길이라는 게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미안함을 뻔뻔한 당당함으로 덮으려는 저의가 확연히 보였다.

그것은 내가 아주 잘하는 짓이라 너무도 잘 안다.

지난번에 같이 이 길을 걸었든 에스테야 형님은 조용히 내게 말한다.

"니도 알지만 내 한번 간 길을 우찌 알겠노, 아침에 올라간 길도 걸어 가봤지만 처음 온 길 맨키로 그렇튼데,,,

우쨌든 내 식겁했다 아이가 이 땀 흘리는 거 좀 봐라"

"포장길 따라 쪽 바로 오면 되는 걸 참 어렵고 힘들게 산 넘고 물 건너온다꼬 욕봣소"

 

 

청파정에 들어 민폐를 사정없이 끼친다.

괜찮다고 말로는 사양하면서 엉겅퀴 형이 내놓은 다과 전부를 싹 비웠고,

몇 병의 맥주와 소주도 남김없이 빈병으로 돌려주고서야 일어선다.

독오당 초창기 당수님께서 그리 가르쳤다.

불취무귀(不醉無歸), 취하지 않은 자 돌아갈 수 없다.

물론, 술에 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 속에는 지리산과 사람에 흠뻑 취하고자 했든 뜻이 담겨 있었다.

시산제를 시작으로 올 한 해도 흠뻑 취해서 돌아가는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청파정 현관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은 아직도 해를 넘기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리고는 이웃집 아들을 의심하였다.

걸음걸이를 보아도 도끼를 훔친 것 같았고

안색을 보아도 도끼를 훔친 것 같았다.

모든 동작과 태도가 도끼를 훔친 사람 같았다.

얼마 후에

골짜기를 지나다가 그는 잃었던 도끼를 찾았다.

다음날,

다시 이웃집 아들을 보니 동작과 태도가 전혀

훔친 사람 같지 않았다.

 

때에 따라

동일한 대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그때마다 마음의 주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눈으로 그리보니 그리 보이는 것이다.

좀 더 긍정하고, 좀 더 좋은 점부터 보고, 좀 더 진보한 마음으로 사는 일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분명 아닐 것이다.

내 그리 해 보리라 또 마음을 먹었다.

 

* 산행기에 사용된 사진의 일부는 귀소본능님의 사진을 가져온 것임

저작권 따위로 협박 또는 협상을 요구 하는 멋짐 1도 없는 행위 있기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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