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9.08.11 대성폭포(큰세개골)

지리99 수야 2019. 8. 11. 14:07

대성폭포(큰세개골)

 

행동팀86-지리65차

일시:2019년 8월 11일 (일요일)

산행자:창원,의령,함안 (9명)

걸어간 길: 의신-대성주막-큰세개골다리-큰세개골-대성폭포(하산=역방향)

산행시간: 07시 24분~16시 43분 (휴식및 점심포함 9시간 18분) 12.5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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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정순덕의 기록) 중 대성골

1952년 1월 17일은 지리산 온 골짜기를 가득 메워버릴 것처럼 함박눈이 내렸다.

그날 날이 저물면서 빗점골, 거림골, 신흥 등지의 방면에서 빨치산이 대성골로 몰려 들기 시작했다.

다음날 새벽쯤에는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

눈 덮인 대성골 전체가 빨치산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순덕이 가늠하기에도 1만명의 대병력이 대성골에 빽빽히 들어찬 것이다.

빗점골 의신부락 뒤쪽에서 토벌대들이 언제 야포를 끌어다놓았는지

금세 대성골로 포탄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스무발 이상이 동시에 작렬했다.

귀청이 찢어질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달아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생자는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토벌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훤히 내려다보며 토끼몰이를 하듯 포위망을 좁히며

포격을 퍼부어대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동작이 빠른 지휘관이나 전사들은 토벌대와 정면으로 부딪치며 포위망을 뚫고 나갔지만

대다수는 독 안에 든 쥐처럼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어 자빠졌다.

발에 걸리는 것이 시체들이었다.

하루 종일 퍼부어대던 포격과 총격도 해가 지면서 주춤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남쪽 하늘에서부터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 위에 떨어지는 시커먼 물체는 휘발유가 가득차 있는 드럼통이었다.

비행기 편대는 네 번, 아니 다섯 번 쯤인가 대성골 골짜기에

마개가 빠져 있는 드럼통을 삐라처럼 뿌리고 다녔다.

그러자 마지막 편대에서는 주먹만한 것을 골짜기 곳곳에 삐라처럼 뿌리고 다녔다.

바로 소이탄이었다.

그 순간부터 하얀 눈으로 덮여 있던 대성골은 시뻘건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휴가철 피서객으로 주차난이 심각할 것이라는 예상대로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원통암 들머리 담벼락 옆으로 주차공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재빨리 주차를 하고 산행 채비를 하는 동안 길 맞은편에도 산꾼들이 몇 대의 차를 주차합니다.

 

 

환장하다: 장이 뒤집힌다는 말로, 마음 정상적 상태 벗어나 뒤집히다.

 

항일투사 30인 의총

항일의병전쟁이 불타오르던 1908년.

지리산에서도 수많은 의병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1908년 1월 말, 설을 앞두고 의신마을에 들어온 지리산 의병들은

마을 서당에 본부를 두고 현재의 지리산역사관 뒤편 언덕에 초병을 두고 벽소령 길목을 경계했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에게 베를 나누어 주어 겨울을 나려고 토시와 길목을 만들게 했는데

1908년 2월 2일, 설 당일 아침 철골에서 마을로 접근하던 승려로 가장한 일본군을

발견하고 발포하면서 항일의병대 80여 명과 일본군의 전투가 개시되었다.

일본군의 유인술에 속아 항일의병대의 위치가 노출되고 말았다.

이틀에 걸쳐 의병대는 치열하게 싸웠으나 일본군의 압도적인 화력을 감당할 수 없었고

무려 50여 명이 전사하였으며 생존자는 지리산을 넘어 후퇴했다.

이 전투 과정에서 마을 주민 희생자도 발생했다.

마을 주민들이 전사한 의병들의 시신을 수습하였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그 의병총들이

훼손되고 사라져감을 안타까워 해서 의신마을 주민들이 나서고 하동군민의 뜻을 모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한 끝에 이 의병총을 정비하였다.

그게 2011년의 일이었다고 비문에 적혀있다.

 

오래전 어떤 책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디에서 읽었든 글에 그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어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공하면 침공을 당한 나라에서는 반드시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저항하는 자와 앞장서서 협력 또는 공조하는 자.

이런 앞잡이들 중에는 침공한 쪽으로부터

확실한 신뢰를 얻기 위해 침공한 쪽 보다 더 충성스러운 자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합니다.

작금의 시대 상항을 보고 있자니, 그 말이 참으로 와 닿습니다.

일본 사람 보다 더 친일의 작태로 설레발을 치는 자들의 꼴을 보고 있자니, 환장할 노릇입니다.

이곳 <항일투사 30인 의총>을 지나면서 그런저런 이유로 환장한다는 단어를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애국자이거나, 나라를 깊이 사랑하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이 땅에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제가 느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기 전 단체로 입구에 섰습니다.

화개에서 미리 아침을 먹었고, 몸도 마음도 느긋하고 든든하니 내딛는 걸음이 무겁지 않습니다.

흐리고 습한 날씨 탓에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도 땀이 벌써 배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의신마을에서 우리보다 조금 늦게 출발한 사람들이 앞질러 갑니다.

그러든지 말든지 우리는 우리의 속도로 걸어갑니다.

건너편 단천 지능선이 구름에 가렸다 살짝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니 이 길을 열 번 이상은 지나다닌 것 같은데 그동안 이 나무를 보지 못했습니다.

연리지는 가지와 가지가 맞닿아 서로의 세포조차 열어 합일하는 나무라 합니다.

줄기와 줄기가 서로 맞닿아 붙은 연리목 보다 연리지가 더 어려운 것은 바람의 방해 때문이라 합니다.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상생과 화합을 이루어낸 연리지를 한동안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나무 뒤 산 쪽으로 연하 형님이 올라가 세세하게 자세히 살피고 돌아옵니다.

작은 것 하나도 예사로이 보지 않는 형님의 자세가 바람직해 보입니다.

 

 

등로 이곳저곳에는 길을 정비하느라 공사 자제들이 쌓여있습니다.

오늘은 원통굴 방향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한쪽 눈이 아픈 백구 한 마리가 요란스럽게 짖어댑니다.

'에구, 너는 어쩌다 눈을 그렇게 다쳤니?" 하며 옥희 누나가 안타까워합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 법이지요.

두려워서 더 요란하게 소리를 내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아니,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걸음은 멈추지 않고 가야 할 길을 따라 옮겨집니다.

 

 

저 아래로 등로가 빤히 내려다 보입니다.

지나가는 산꾼들의 소리가 아주 또렷하게 들립니다.

원통굴이 등로 바로 위에 있지만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스쳐 지나가며 한적한 원통굴은 눈으로 대충 보고 지나갑니다.

원통굴을 지나 주등로에 다시 내려서고 대성주막으로 걸음은 쉬지 않고 계속됩니다.

 

 

대성주막에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피서객들이 분주합니다.

이곳의 두 마리 개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합니다.

널브러져 까딱도 하기 싫은 표정으로 눈만 껌뻑이고 있습니다.

물 한 모금씩을 마시고 대성주막도 지나갑니다.

 

 

주막을 지나면서 오름길이 시작됩니다.

험한 길을 연속으로 길게 걸었든 지난번 산행 때문인지

이런 길은 이제 산책길로 생각하는가 봅니다.

 

 

통천문을 지나갑니다.

우리 일행을 앞질러 갔던 사람들이 뒤에서 빠르게 다가옵니다.

원통굴 방향으로 지나오는 동안 우리 일행이 이분들을 추월했었나 봅니다.

 

 

앞질러가는 사람들 중 맨 후미의 분들과 잠시 대화를 나눕니다.

배낭에 올려진 아이스박스 속에 어떤 것이 있는지 우리끼리 여러 말을 했었는데

생선회와 해물이라고 합니다.

이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 팀장님으로 부터 나중에 들었는데

지리99를 잘 아시는 분들이라 한 것 같습니다.

작은 세개골로 간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는데 또다시 사람들이 우리를 추월합니다.

이번에는 작은 세개골로 간다는 그분들 일행이 아닙니다.

길을 비켜주려고 멈추었는데 한 분이 우리를 알아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정확히 다 알고 있습니다.

벽소령 청소 산행 때 뵈었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기억을 못 합니다.

쉬블링님이라고 소개를 하시는데 그때서야 뒤늦은 반가운 인사를 합니다.

 

 

쉬블링님 일행들의 걸음이 무척 빠릅니다.

대성폭포를 넘어 영신대로 간다고 합니다.

 

 

작은세개골 다리를 지나고 큰세개골 다리도 건너갑니다.

 

 

 

 

큰세개골 다리를 건너자 앞서간 쉬블링님 일행이 휴식을 하고 있습니다.

막걸리 한잔이라도 나누자며 배낭을 열어 주십니다.

이런저런 인사와 담소를 나누는 동안

연하 형님은 잔을 올리고 안전산행을 산신령님께 엎드려 빕니다.

쉬블링님 일행이 먼저 올라가시고, 주고 간 막걸리와 과일로 우리는 휴식을 조금 더 길게 합니다.

트랙을 따라 오름길을 조금 올라 계곡을 아래에 두고 사면을 따라 큰세개골로 들어갑니다.

 

 

큰세개골 다리에서 계곡을 치고 혼자 오른 연하 형님과 계곡에서 만나고 이제부터 계곡으로 올라갑니다.

아마 이때쯤이지 싶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습니다.

주차를 도로 한 방향으로 해야 되는데 양방향으로 주차가 되어 있어 차들이 지나다닐 수가 없다고

차를 이동해 달라고 합니다.

이런 황당한 경우 아닌 경우를 보았나.....

아침에 우리가 주차할 때는 건너편에 주차를 하지 못 하게

봉으로 박은 것을 피해 반대편에 주차를 했다고 하니

다른 차에는 전화번호가 없어 제게 연락을 한 것이라며 차를 빼 달라고 합니다.

한참을 옥신각신 하다 지금은 산에 있어 내려갈 수가 없다고 했더니

하산하면 바로 빼 달라고 합니다.

그거야 당연히 그러겠다고, 있으라 해도 안 있겠다고 했더니 전화를 한 분도 웃습니다.

 

 

여름이 깊어가는 만큼 다래 열매도 깊게 영글어 갑니다.

 

 

계곡은 생각했든 만큼 수량이 없습니다.

냇가 수준으로 물이 졸졸 흘러갑니다.

급하게 올라갈 길이 아닙니다.

대성폭포까지만 가기로 한 길이라 비교적 오늘 산행시간은 여유롭습니다.

 

 

대성폭포를 100m 정도 남겨두고 배낭을 모두 내립니다.

자리도 넓고 물에 들어가 놀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오늘은 아주 여유롭게 물놀이도 해 가며 놀다 가기로 했었기에 거기에 딱 맞는 장소입니다.

이곳에 배낭은 두고 맨몸으로 폭포까지 다녀오기로 합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부부는

같이 가야 할 곳을 바라보는가 봅니다.

 

 

계곡 우측으로 합수되는 이곳은 창불대 방향의 계곡입니다.

계곡 입구에 표지기가 몇 개 보입니다.

이곳으로 가보지 않았으니 어떤 길인지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니 호기심이 생깁니다.

언젠가 문득 이곳이 생각나면 어떤 날 이곳을 오르고 있을 것입니다.

 

 

작은 소폭이 나타나고 무너져 내린 커다란 바위가 계곡에 놓인 곳을 지나 대성폭포로 향합니다.

 

 

대성폭포에 도착합니다.

수량이 워낙 없다 보니 이름값이 무색한 대성폭포는 빈약해 보입니다.

 

 

 

 

우뚝 서 있는 폭포의 선바위조차 위엄이 서질 않습니다.

이곳으로 올라오며 연하 형님이 던진 진한 농담 속 바위는 이야기처럼 당당한 우뚝함이 많이 쪼그라들어

이야기를 만들어 낸 연하 형님마저 쪼그라들게 되어 버렸습니다.

폭포 위로 올라간 몇 사람을 사진으로 담고 내려가기로 합니다.

 

 

 

 

 

 

폭포 상단 위쪽까지 올라 가보자는 사람보다는 그냥 내려가자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고,

배낭을 두고 온 지점에 혼자 남겨져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 여기서 다시 내려가기로 결정합니다.

결정은 처음 계획과 같았으며, 신속하게 이루어 집니다.

이곳이 오늘 산행의 정점이자 최고 고도가 됩니다.

 

옛날 아름다운 공주가 살았습니다.

혼기가 되어 공주의 남편감을 공개 모집합니다.

수백 명의 후보 중에 최종적으로 세명이 남게 됩니다.

공주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스럽습니다

세 명 다 놓치기 아까운 남자입니다.

고민은 몇 날 며칠 계속되었고 급기야 한 달을 넘어 두 달로  이어졌습니다.

그러고도 그 고민은 결론이 나질 않습니다.

결국, 기다림에 지친 세 명의 남자는 공주를 떠나갑니다.

세 명의 남자가 떠난 사실을 안 공주는 그제야 땅을 치고 후회를 합니다.

후회는 곧 병이 되었고 불운하게도 공주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습니다.

훗날, 무덤에서 꽃 한 송이가 피었는데 그게 바로 튤립 이라 합니다.

비극적 결말의 원인은 바로 포기하는 용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것들을 놓을 줄 알아야 하는데 모두를 탐낸 것이죠

살다 보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옵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날마다 선택의 연속인지도 모릅니다.

현명한 선택은 하나를 위해 다른 것을 놓아줄 수 있는 마음일 것입니다.

내려놓는 것이 곧 얻는 것일 수 있다는 것.

또 하나, 타이밍입니다.

어떤 일이던 그것을 수행해야 하는 타이밍이 존재합니다.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여러 일들도 그 타이밍을 놓치면 곤란한 일들이 생기더란 겁니다.

제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그랬습니다.

그것을 하지 못해 후회한 적이 많았습니다.

적절한 때에 반드시 해야 할 말, 아껴야 할 말

사과하고 용서하고....

그 모든 것에도 적절한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말을 잘 씁니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혼자서만 했지만, 순진 형님은 시원스럽게 입수를 했고

먹고 마시고 놀며 긴 시간 점심을 먹었습니다.

정리를 끝내고 하산을 합니다.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 하산은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하산길 큰세개골 들머리를 돌아봅니다.

 

 

다리 옆에서 바라본 계곡은 8월의 강렬함을 잠시 잊게 해 줍니다.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어도

사람의 기억은 다르게 저장된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는 즐겁고 좋은 기억과 추억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힘들고 고단한 길로 기억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을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살아온 날이 다르듯 다 다를 수 있습니다.

나는 나와 같이 함께 걸었든 여기 이 사람 모두가 언제나 좋은 시간으로 이 산행이

오래 저장되어 지길 희망합니다.

 

 

출입금지 이유가 무시무시하기도 하고 좀 웃기기도 합니다.

대성주막을 지날 무렵

영신대까지 올라가 남부 능선을 타고 수곡골로 내려온다고 한 쉬블링 일행과 다시 만납니다.

대성폭포를 올라 영신대까지 갔다가 우리처럼 역방향으로 하산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후 의신까지 쉬블링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동행 합니다.

 

 

작은세개골 입구에서 일행들이 다 모여 쉬어갑니다.

이곳은 같이 가 본 곳이라 이렇다 저렇다 기억들을 끄집어냅니다.

되돌아오는 길은 속도가 더욱 빨랐고, 길지 않고 평탄하고 순조로왔던 오늘 산행을

의신에 도착해 마무리합니다.

 

불가 용어에 시절 인연(時節因緣)이란 게 있습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라 합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나게 되어 있고,

무진장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사람이나 일, 물건과의 만남도 그때가 있는 법이라 합니다.

아무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혹은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시절 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바로 옆에 두고도 만날 수 없고, 손에 넣을 수 없는 법입니다.

반대로 만나고 싶지 않아도, 갖고 싶지 않아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밖에 없다 합니다.

사람이든 재물이든 내 품 안에 내 손 안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나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인연들이 있고, 같이 지리산을 누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인연들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혼인목

서로 같거나 다른 종류의 나무 두 그루가 한 공간에서 자라면서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그 모양을 만들어갈 때 그 한 쌍의 나무에게 붙여주는 이름입니다.

이들은 좁은 공간에서 살기 위해 서로에게로 뻗는 가지를 떨어뜨리기도 하고,

필요할 때는 빈 공간을 찾아 뻗어 나가기도 하면서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조화를 이룹니다.

연리목이 제 살을 내어주며 하나로 합일하는 것이라면, 혼인목은 서로의 가지를 떨어뜨려

서로에게로 향하는 날카로운 주장을 거두고 평화의 공간을 쌓아 가는 것입니다.  

서로의 공간을 열어주는 깊은 배려의 사랑입니다.

사람의 인연이 깊어질수록 이런 배려의 마음도 함께 깊어가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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