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5.12.06 왕등습지

지리99 수야 2015. 12. 7. 16:44

왕등습지

 

독오당 73차 정기산행 (2015년 송년산행)

일시:2015년 12월 06일 (일요일)

산행자:산나그네님, 다우님, 에스테야님,귀소본능님, 수야,+ guest 뽓대님 (6명)

걸어간 길:오봉마을-외고개-왕등재-고동재임도-오봉.

산행시간:08시 16분~15시 13분.(06시간 56분)


2015-12-06 왕등재.gpx

2015-12-06 왕등재.gtm

 

왕등재

왕등은 '왕이 오른 고개’란 뜻이다.

가락국의 마지막 왕, 제10대 구형왕(양왕)이 신라군에 쫓겨

지리산 자락으로 피신해 궁을 세우고 항전했다는 설이 있다.

왕등습지 주변에도 토성과 석축의 흔적이 남아 있고 동쪽 약 4km밖에는 깃대를 꽂아 놓았다는

깃대봉(일명 동왕등재)과 망을 봤다는 ‘망덕재’, 그리고 대원사 인근에는 말을 사육했다는 ‘맹세이골’이 있다.

왕등재 북쪽 자락에는 ‘왕의산’ 왕산(王山)과 가야 왕궁 수정궁 전설이 전해오고 있으며

구형왕의 무덤으로 알려진 구형왕릉도 있다.

그러나 구형왕은 신라에 나라를 양위했다고 전하고 있으므로

지리산에 궁을 세워 항전했는지는, 아직 밝혀진 것 없이 설에 불과 할 뿐이다. 


왕등재는 왕이 오르고 남북 문물이 오갔던 고갯길.

왕의 전설이 가득한 지리산 동부능선 자락, 1500여 년 전에는 가야국 왕이 오르내렸지만

근세까지 남쪽과 북쪽의 문물이 넘나들던 능선이었다.

동서로 길게 뻗은 지리산 능선은 남북 교류의 큰 장애요인이었다.

좌우로 둘러 가긴 너무 멀었다.

따라서 주능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지리산 동부능선을 이용했다.

하봉에서 밤머리재 사이에는 쑥밭재, 새재, 외고개, 왕등재, 밤머리재 등 다섯 개의 고개가 있다.

비교적 능선까지 거리가 짧고 오르내리기 쉬워 이 고개를 통해 남쪽의 산청군 시천면 덕산장과

북쪽의 금서, 산청장의 문물이 활발하게 오갔었다.

한때는 지리산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넘나들던 고개였다.


왕등습지와 왕등재 지명은 아래 꼭대님게시글을 참고.

 

 

http://www.jiri99.com/bbs/board.php?bo_table=jiri22&wr_id=334&sca=&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EC%99%95%EB%93%B1%EC%9E%AC&sop=and

 

독오당 2015년 송년산행입니다.

거제 뽓대님이 함께 합니다.

독오당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여러 번 함께 산행기회를 보다가 이번에

시간과 여건이 되어 거제에서 합류했습니다.

차에다 카메라를 두고 오는 바람에 산행기의 사진은

뽓대형님과 귀소본능의 사진으로 작성합니다.

 

산청군 금서면 오봉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사립재로 오르는 반대 방향의 마을 길로 따라갑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우측길을 버리고 산 쪽의 임도를 따라갑니다.

 

마을을 완전히 벗어나자 사방댐이 나타납니다.

저게 뭐지? 라는 말 한마디에

에스테야 형님이 확인하러 갑니다.

아래에서 우리는 사방댐을 설명하는 표지일 것이라고 미리 다 알고 있습니다.

 

여기로 올라가서 이쪽으로 갑시다.

걸어갈 길 의논 중입니다.

 

임도를 따라 걷습니다.

생각만큼 날씨가 춥지 않아 좋습니다.

특히, 추위에는 약한 대장님에게는 다행입니다.

 

외고개로 올라갑니다.

거리도 짧을뿐더러 길도 좋습니다.

급한 경사가 아니고 천천히 고도를 높이는 외고개를 오르며

외로움에 대한 대화가 오갑니다.

쓸쓸하거나 외로울 시간이 없다며 뽓대형님이 명언을 한마디 날립니다.

"외로움은 집착에서 온다.

지리산을 오르는 데는 한 가지 길 만이 있는 게 아니다

이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가면 된다.

지리산을 인생이라 놓고 보면

인생사 한 가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집착을 버리면 외로움도 없다."

산꾼다운 산꾼의 멋진 말입니다.

 

외고개 조금 위 능선에 섭니다.

발아래 외고개를 바라보며 한차례 쉼을 합니다.

 

왕등재방향으로 밀가루를 뿌린 것처럼 겨울이 하얗게 내렸습니다.

이제부터는 바야흐로 눈산행 시즌이 왔는가 봅니다.

 

외고개에 대한 당수님의 지난 추억이 그야말로 멋진 한 편의 수필입니다.

역광을 받은 갈대가 펼쳐진 외고개를 혼자 걸었던 기억을 말씀하십니다.

외곡마을이 외곡이라는 당연한 이름을 만들었겠지만

그것보다는 외로움이 묻어나는 이름처럼 느껴져 늘 외고개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어쩌다 보니 오늘은 외로움이 주제가 됩니다.

 

왕등습지로 향합니다.

이 시간쯤 되면 쫒아가기 힘들게 앞에서 내 빼던 대장님이

오늘은 맨 뒤에서 아무 말씀이 없습니다.

이건 분명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놀려대는 아우들에게

그저 웃기만 하는 대장님은 좀 더 늦게 몸이 풀릴 모양입니다.

동안거에 돌입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지만 또 웃기만 합니다.

외로운 걸까요?

아직은 그다지 날씨가 춥지 않은 까닭이겠지요.

 

손님으로 오신 뽓대형님을 앞에 세우고 눈길을 뚫게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당수님의

말씀에 에스테야 형님을 선두에 세워보려 하지만 기어코 사양합니다.

사양이 아니라 자신이 없어 뒤에 서겠다는 말이 정확합니다.

어쩔 수 없이 선두에 나섭니다.

 

왕등습지에서 바라본 천왕봉과 중봉입니다.

걸어온 걸음의 보상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몸에 열이 오르고 땀이 살살 나기 시작합니다.

지리산 동부능선 길은 다른 구간에 비해 비교적 길이 좋은 편입니다.

전후좌우 조망이 좋고, 사색하며 걷기에도 좋습니다.

중봉, 하봉을 지나며 점차 고도를 낮춘 동부능선 길은 새봉(해발 1322m)에서 잠시 고도를 높였다가

새재, 외고개를 지나며 1000m 아래로 떨어집니다.

이 능선 길은 지리산 태극종주 길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그리운 지리산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그 속에서 있으면서도 그리운 지리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러하듯이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리움입니다.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네가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지금은 너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볼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내 안 어느 곳에 네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너를 샅샅이 찾아내겠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을 후벼 파는 일이다.

가슴을 도려내는 일이다.

 

이정하<혼자 사랑한다는 것은 중에>

 

새봉의 모습을 이 방향에서 보는 것도 참 좋습니다.

우측의 사립재 방향에서 새봉으로 오르는 구간이 눈에 선합니다.

넘어 독바위는 보이질 않습니다.

 

왕등습지

이탄층은 고산지대의 낮은 온도 때문에 죽은 식물들이 제대로 미생물 분해가

이뤄지지 않은 채 쌓여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이런 이탄층으로 형성된 습지를 이탄습지라고 하는데 왕등습지가 우리나라 대표적인 이탄습지로

348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왕등습지는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 산 51의 해발 973m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면적은 약 6000㎡이고 이탄층의 깊이는 0.5~1.5m, 지질은 알칼리성을 유지하고 있고

습지의 주요 수원은 강우와 지하수라고 합니다.

 

 

쉽게 올 수 없는 곳이라며 기념사진을 남깁니다.

식수를 확보하고 왕등습지를 빨리 벗어납니다.

산나그네 선생님이 토성의 흔적을 이야기합니다.

그 길을 따르다가 자리를 잡고 이른 시간이지만

점심상을 펼칩니다.

 

며칠째 치과에 다니는 중입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술 담배 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번 산행에서는 술을 안 먹을 생각으로 술은 아예 안 가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분들 의사 선생님 말씀 다 듣지 말라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은 말없이 계심)

다들 자기들은 치과에서 나오자마자 그날 다 술먹었다고 하면서.

하기야

학교 다닐 때 선생님 말씀도 안 들었습니다.

부모님 말씀도 지독하게 안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나이에 의사 선생님 말씀을 따라 술잔을 앞에 가만히 놓아둔다는 것이

좀 그시기 하기는 합니다.

에라 먹고 죽은 귀신 땟깔도 좋다는데 일단 먹기로 합니다.

소주가 없어 막걸리부터 시작합니다.

맥주,당귀주 싹 다 먹어 없애버립니다.

한 사흘 만에 먹는 술이, 그것도 지리산에서 먹는 술이,

그것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송년 건배사까지 하는데 어찌 안 먹을 수가 있겠습니까.

 

뽓대형님은 독오당의 실체에 매료됩니다.

끝인가 하면 또다시 시작하는 남자들만의 끈적한 이야기는

하산 때까지 계속됩니다.

산행은 찔끔하고 밥 먹고 술 먹는 데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거하게 먹은 점심시간이 길었지만 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독오당입니다.

내년에도 독하게 술 먹고, 오지게 산행하고, 당당하게 살기로 합니다.

 

하산길 에스테야 형님 앞에서 꽈당을 했더니 이 분이 엄청나게 좋아라 합니다.

제가 자빠지는 것에 너무도 행복해하길래

이제야 몸이 제대로 풀린 대장님을 따라 앞에서 재빨리 내려와 버렸습니다.

어디 안 넘어지고 견디나 보자 싶었지요.

뽓대형님의 말에 의하면 뽓대형이 젤 많이 넘어지고

그보다 이 형이 한 10번은 더 넘어졌다고 합니다.

카메라만 있었더라면 뒤에서 앞에서 찍어 공개를 했을 텐데.

 

 

 

아마 이 길에 안 넘어지고 내려왔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다들 몇 번씩 넘어지고 나서야 임도로 내려섭니다.

 

고동재가 우측으로 보이는 임도에 내려서서 마지막 휴식을 합니다.

 

 

 

아침에 시작한 오봉마을로 돌아옵니다.

간단한 산행이라 스타일에 맞을지 모르겠다는 말에

독오당과 술 한 잔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뽓대 형님과 함께해서 더욱 즐거웠던

산행이라 인사를 나눕니다.

때로는 치열하고, 때론 여유 있게, 한 달에 한 번씩 지리산에 들었습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감사하며 깊어진 한해가 또 이렇게 갑니다.

일 년 내내 안전산행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독오당을 응원하고 아껴주신 분들과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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