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봉
일시:2007년 6월 26일
산행자:수야
걸어간 길:조개골-비둘기봉-치밭목-써래봉-치밭목-새재
차에서 잠깐 눈을 감았다 .
잠이 들지 않는다.
눈을 감고 그냥 있었다.
4시 30분.
대충 정리하고 기지개 한 번 펴고 지리산에 스며든다.
여기서부터가 잘못된 길을 들었다.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갈팡질팡이다.
방향을 잃어버리고
긴 알바를 한다.
아지트 가기 전 철모 이정표
두 번째 철모 이정표.
여길 지나고 계곡을 만나고 위의 아지트에 당도한다.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은 조개골을 들어서고 방향감각을 상실한다.
계곡에서 좌측을 따라 오르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갈수록 계곡의 수량은 줄고 계곡 자체도 희미해지면서
길이 거의 없어지는 듯 하다.
산행기를 읽고 포인트를 숙지하였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너무나 생소한 모습들이다.
계획을 수정한다.
가장 무식한 나만의 방법을 선택한다.
조망이 가능한 봉우리를 향해 무조건 치고 오르기로 한다.
엄청난 산죽에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간간이 남아 있다.
짐승 길인지 사람이 지나간 길인지 구분이 안 된다.
때론 없어지듯 이어진 길에는 반가운 오래된 리본이 걸려있다.
새벽이슬에 젖은 산죽을 얼마나 헤치며 올랐을까.
배낭과 옷은 물이 줄줄 타고 흐른다.
갑자기 여러 군데 나타나는 선명한 몇 군데의 갈림길 중에
반듯한 한 곳을 따라 오르길 한참 만에 하늘이 보인다.
조망이 트인 봉우리 정상에서 지도를 펼친다.
나침판을 놓고 뚝뚝 떨어지는
물줄기의 모자도 배낭도 잠시 벗는다.
살펴보니 비둘기봉이다.
고도1,470m.
치밭목 산장이 우측으로보인다.
뜻하지 않게, 의도하지 않은 비둘기봉에 섰다.
산장의 우측으로 조용히 내려서니 몇 사람이 쉬고 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그냥 통과한다.
써레봉을 향해 또 무조건 오른다.
써레봉이라도 밟아야 계획했던 목적지 일부라도 오르기 때문이다.
다시 내려와야 할 길이지만
빠른 걸음으로 오른다.
써레봉.
치밭목 산장으로 다시 내려오는 길에
인사를 나누었든 사람들과 다시 마주치고
산장에 도착 간단한 요기를 한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진다.
산장은 한적하고, 너무도 조용하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 소리에 놀랄 정도다.
건물 우측 뒤가 비둘기봉에서 내려온 길이다.
무제치기폭포로 향해 내려간다.
애초에 계획한 조개골은 다음으로 미루고 아쉬움도 일단은
무제치기 폭포에서 셀카를 찍고 보니
얼마나 산길을 헤멧는지
한 10년은 늙어 버린 것 같다 ㅠㅠ
새제로 내려오는 길은 그야말로 고속도로다.
알바를 하던 어째던 하루를 지리산에서 보낸 시간이
결코 아깝질 않다.
조개골을 다시 눈독 들인다.
윗새제로 내려선다.
뒤 돌아본 길.
계획하지 않은 길을 걸었고 뜻하지 않게 비둘기봉에 섰다.고생고생해서 올라간 길이지만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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