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8.11.04 벌바위

지리99 수야 2018. 11. 8. 15:50

벌바위


독오당 96차 정기산행

일시: 2018년 11월 04일 (일요일)

산행자: 엉겅퀴님, 에스테야님,귀소본능님, 수야, 게스트:황순진님 (총5명)

걸어간 길:영원사 가는 도로 -상무주암-삼정산-빗기재-영원봉-벌바위-영원재-영원사-영원사승탑

산행시간: 08시 15분~15시 17분 (7시간) 6.7km



단풍 드는 날


                       도종환 / 시인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방하착(放下着):

방하착은 손을 내려 밑에 둔다는 뜻이다.

흔히 ‘내려놓아라’, ‘놓아 버려라’라는 의미로 불교 선종에서 화두로 삼는 용어이다.


독오당 정기산행이다.

이번 산행에 대장님은 부재다.

며칠전 어디로 갈 것인지 귀소본능이 물어 왔다.

벌바위는 그때 갑자기 생각난 곳이다.

에스테야 형님의 넘쳐나는 산행 욕구를 요즘 우리는 따라 갈 수 없다.

매번 산행 때마다 높고, 멀리, 빡시게 걷고자 하는 형님의 뜻은

이번에도 달리는 차에서 아우들의 여론에 밀려 못내 아쉬워하며 사그라든다.

의령에서 황순진님을 픽업한다.

독오당 산행에 같이 하고싶다는 의사를 전해왔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독오당이다.

총 5명이 영원사 못 미쳐 상무주암 아래 도로가 90도로 휘어지는 공터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엉겅퀴 형님의 뒤를 따른다.

당연히 엉겅퀴 형님이 오늘 대장님이다.

상무주암으로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는 길이다.


산행기 사진 대부분은 귀소본능이 찍은 사진이다.

엉겅퀴 형님의 빠른 걸음은 가파른 산길에서도 여지없이 한결같다.

추울 것에 대비한 옷이 거추장스러워진다.

어제와 달리 포근하다.

바람 한 점 없이 포근한 날씨다.

얼마 전부터 무릎이 좋지 않은 귀소본능이 잠시 오름길에 주춤거린다.


항상 세밀하게 산행의 모습과 주변 경관이며 풍경을 카메라로 다 담아내는 귀소본능이다.

길을 따라 오르다 상무주암 표지를 보자

우리를 불러 세운다.

그의 호출에 따라 뒤돌아서서 사진 속에 박힘을 당한다.


엉겅퀴 형님과 순진형님은 거침없이 올라간다.

시간도 넉넉하고 빨리 가야 할 이유도 없지만, 몸에 붙어버린 관성이 어쩔 수 없는가보다.


목마른 길손을 위한 한 모금 감로수다.

옷을 벗어야 마땅할 것 같은 시간이다.

땀이 맺힌다.

달달한 휴식이 걸어온 짧은 길에 비해 너무 길다.


상무주암까지 계속 오름길이지만 사실 그 거리는 상당히 짧다.

산은 이제 가을을 접고 있다.


남원 실상사에서 삼정산과 영원봉을 거쳐 주능선으로 닿는 이 중부능선길은

칠암자의 영향인지 늘 포근하고 마음이 편안한 산길이다.

홀로 걸어도, 동행이 있어도 언제나 좋은 반가운 벗을 찾아가는 그런 마음이다.


이른 시간 계단을 내려오는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며 교차하여 지나간다.

합장하며 인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절에 다녀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간에 내려간다는 것은 새벽에 올라갔다는 것일 게 다.

불심이 매우 깊은가 보다 혼자 생각하며 천천히 올라간다.

아주 튼튼한 돌계단이 나타난다.

거의 다 올라섰다는 느낌이다.


보들보들한 강아지를 쓰다듬는 듯한 산길이 펼쳐진다.

부드러움은 온몸으로 전해진다.


전망대에 배낭을 내리고 앉았다.

주능선의 조망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그저 다른 생각이 없다.

내 눈에 보이는 산 만이 오로지 지금의 모두다.

모두 별말이 없이 자신들의 느낌에 깊이 집중한다.


주능선으로 펼쳐진 봉우리의 이름들을 불렀다.

시야를 가린 소나무가 티끌만큼 아쉬웠지만, 말로 표현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가슴으로 가득 들어온다.


영원봉을 타고 올라 주능선으로 올라붙는 산줄기를 따라 마음이 먼저 걸어갔다.


반야봉이 확 당겨져 들어온다.

언제나 변함없는 반야봉이지만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여러 모습이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을 것이다.

사람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다르면 달리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은 나를 어제와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는

나도 달리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음이 중요하다.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사는가는 살아가는 각자의 몫이다.


종일 앉아 있어도 아깝지 않을 시간이겠다 여기라면.


귀소본능의 카메라는 사방을 돌며 여기저기를 담아낸다.

시키는 대로, 서라는 대로 선다.


칠암자를 따라가는 길의 표지가 또렷한 산길을 안내한다.

우리가 가는 길을 따라 또다시 걷는다.


상무주암 담장 밑에서 바라본 각운선사필단사리탑.

고려 말의 고승인 각운(覺雲)의 필단사리탑(筆端舍利塔)이다.

각운이 『선문염송설화(禪門拈頌說話)』30권의 저술을 완료하였을 때

붓 통 속에 떨어졌다는 사리를 봉안한 탑으로서 서광을 발하였다고 한다.

그 사리를 봉안한 탑이 바로 이 탑이라 한다

그래서 이름이 필단사리탑이라한다



상무주암

사진 촬영금지에 감히 카메라를 들이 대지 못하고 멀찍이서 찍었다.

무주: 집착이 머물지 않는 깨달음의 경지.

그 경지조차 넘는 상(上)을 붙였다고 했나.

상무주암에 관한 글은 익히 보아왔고 여러 산행기에 언급이 있으므로 생략하겠다.


아니온 듯 다녀가라.


전망대는 쉬어야 하는 곳이다.



너는 너 이외의 다른 것에 닿으려고 하지 마라

오로지

네에게로 가는 일에 길을 내라

큰길로 못 가면 작은 길로

그것도 안 되면 그 밑으로라도 가서

너를 믿고 살거라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도

그가 떠나기를 원한다면 손을 놓아주어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을 받아들여라

돌아오지 않으면

그건 처음부터 너의 것이 아니었다고

잊어버리며 살 거라

신경숙 -깊은 슬픔 중에서-


삼정산으로 올라간다.

배낭을 벗어두고 휭하니 올라간 엉겅퀴 형님의 배낭을 에스테야 형님이 들고 올라간다.

다시 내려올 생각에 벗어 둔 걸 우리는 거래처 납품을 하러 간 거로 생각했다.

가파른 비탈길에 수북이 낙엽이 쌓여 미끄럽다.

순식간에 올라버린 엉겅퀴 형님을 뒤따라 올라간다.


헬기장에서 엉겅퀴 형님은 오룩스맵에 빠져있었고,

나는 내 일을 하고,

나머지 셋은 삼정산을 다녀왔다.

왕복 거리가 짧아 세 사람은 곧바로 다녀왔다.



배낭을 가져온 줄 모르고 또 쌩하니 먼저 내려가는 엉겅퀴 형님을 불러 배낭을 안긴다.

아무래도 작전인 거 같다는 에스테야 형님의 말에 배낭을 가져온걸 몰랐다고 한다.

바보들 다시 내려 갈 건데 무거운 배낭은 왜 메고 왔냐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엉겅퀴 형님은 분명히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삼정산에서 내려와 얼마를 걷지 않은 지점에서 

엉겅퀴 형님이 아래를 유심히 살피더니 길이 없는데 성큼성큼 내려간다.

이내 넓고 반듯한 자리에 도착한다.

회암당부도가 있는 곳이다.

해영 형님의 전설 같은 일화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시 찾은 이빨을 이번에 다시 끼운다고 하니,

올해 청소 산행에서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돌려주신 회암당부도의 영험함인지도 모르겠다.


엉겅퀴 형님은 잔부터 올린다.

삼배를 올리는 형님은 뭐라고 중얼중얼 그린다.

똑똑히 듣지 않아도 대충 무슨 말인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스님이 술을 드시려나?


처음이 부도를 보았을 때는 뭐 그냥 산중에 흔히 보아오든 그런 부도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엉겅퀴 형님의 설명을 듣고 다시 보니 처음의 대수롭지 않은 생각은 사라졌다.

자연석을 깔고 소박하면서도 조화를 이룬 부도가 다시 보였다.

인간의 눈에 가장 안정적이며 조화롭고 아름답게 보인다는 황금비율 1:1.618에 가깝다는 설명을 듣고

바라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눈에도 확실히 달라 보였다.

넓은 터에 앞으로 펼쳐진 조망에 절터가 아니냐고 순진 형님이 물었다.

그런 추정도 있지만 절터 위에 부도를 세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엉겅퀴 형님이 설명한다.

회암당부도에 관한 설명은 아래 엉겅퀴 형님의 글을 참조 바란다.

대충 요약해서 퍼 오려고 읽은 글인데 요약 따위는 필요 없는 뛰어난 글이다.

제목에 야매과외라 했지만, 누구도 겐세이를 놓거나 야지를 걸 수 없는 글이니 꼭 읽어 보시길 추천한다.

http://www.jiri99.com/bbs/board.php?bo_table=jiri12&wr_id=45131&sca=&sfl=wr_name%2C1&stx=%EC%97%89%EA%B2%85%ED%80%B4&sop=and


엉겅퀴 형님의 깊이 있고 이해가 쏙쏙 되는 설명을 들으며 감탄했다.

내가 물었다.

어떻게 연대와 인용되는 한시와 글들을 그렇게 다 외울 수가 있느냐고?

외우려고 외우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가지다 보니 그리되더라 하셨다.

천재다. 내가 볼 때는 천재가 아니면 저리될 수가 없다.

열심히 수업에 집중하고 있을 때 위쪽 멀지 않은 곳, 등로를 따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간다.

수업에 방해가 될 만큼 크게 웃고 떠들며 지나간다.

웃음소리가 요란스럽다고만 생각했다.


부도에서 다시 등로로 나와 산길을 이어 걷는다.

순진 형님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엉겅퀴 형님은 한문을 전문적으로 어디서 공부하셨느냐고.

내가 어떻게 알겠습니까만 한학에 관심이 깊어

오랫동안 공부를 하신 것으로 안다고만 했다.

순진 형님도 나처럼 우러러 존경의 마음이 생겨남을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빗기재에 내려선 길은 숨을 한번 고른 후 오름을 다시 시작한다.

막아놓은 선을 살짝 넘어 반듯한 산길을 오른다.

길을 막고 앉아 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하마터면 이 <사람들이요!>하고 싫은 소리를 할 뻔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안면이 많다고 생각하는 순간 저쪽에서 건너온 한마디.

어!, 지리 구구다!.

길에다 간단한 간식을 펼쳐놓고 쉬고 있는 진주 심마니님과, 카이맨님, 물푸레님, 유키님과 키서방님이다.

회암당부도탑에 있을 때 지나간 그 사람들이 이 사람들이다.

인사를 나누는 와중에

인정 많은 심마니님은 잔부터 먼저 안긴다.

얼마 남지 않은 벌바위에서 다시 보기로 하고 우리가 먼저 올라간다.


영원봉을 살짝 넘어 가파른 내림을 한 번 이겨내고 벌바위에 선다.


벌바위

지리구구 지명탐구방 <독오당 다우님의 글을 퍼옴>


[먼 옛날, 그러니까 천오백년도 더 된 마한시대 때의 사건과 관련된 것인데

와운 마을이 세 번째 옮겨져 현재의 위치에 자리잡기 전에 단 두 가구만 거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 집은 부인이 좀 못 생긴데 반해 다른 집의 부인은 정말 절세가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가부터 못 생긴 부인을 가진 남자가 감히 가져서는 안될 흑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두 남자가 석위버섯을 따러 벌바위로 함께 갔다고 해요

석위버섯이란 게 바위 벼랑에 많이 달리는 것이란 건 잘 아실 테고...

못 생긴 부인을 가진 남자가 위에서 줄을 잡고 미인을 거느린 남자가 그 줄을 잡고

바위 아래로 내려갔는데 고의로 줄을 끊어 추락사를 시켜버립니다

 

흑심의 남자는 사건의 전모를 숨긴 채 절세가인을 새부인으로 맞아 가정을 꾸립니다

세월이 흘러 둘 사이에 아들, 딸이 생기고 아무 문제없이 잘 살아 가던 중

소나기가 억수로 퍼붓던 날 우수에 잠겼음인지 이 남자는 부인의 전남편을

살해한 과거의 사건에 대해 어느새 털어놓게 됩니다

자식까지 생긴 마당에 뭔 별탈이 있을까 하고 생각한 거죠

 

전설이 어찌 `선녀와 나뭇꾼`에서 나뭇꾼의 고백과 유사하기는 합니다만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부인은 바로 벌바위로 달려갑니다

벌바위 아래에서 전남편의 유해를 수습한 후 곧장 관청으로 달려가 사건의 전말을 고하게 되죠

관청에서는 이 남자에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함무라비 법전에 해당하는 형벌을 내립니다

이 남자를 벌바위에서 떨어뜨려 죽게합니다

 

즉 벌을 내린 바위란 의미에서 벌바위란 지명이 생긴 전설입니다


벌바위 전설을 아신다면 이제부터 와운카페가 아닌 벌바위로 불러야겠죠

나바론계곡 등과 같은 외래어를 지리산 지명에 사용하는 것은 당체 어색하니.......]


늘 하든 대로 엉겅퀴 형님께서 또 삼배부터 올린다.


바로 뒤따라올라 온 진주팀과 합류한다.

밥부터 먹는다.

아니다 급하게 소방수가 불을 진화하듯 급한 불부터 끈다.

외국술, 막걸리 소주....


햇볕 잘 들고 바람 없는 아늑한 곳에서 천천히 그렇게 어울려 밥을 먹는다.

카이맨님과 물푸레님을 소개받았고 인사를 나눈다.

많지 않은 적당량의 병들이 쓰러지고 한 낱의 반가운 만남은 다음 사람들이 밀고 들어올 때까지 계속된다.


카이맨님과 키서방


와운마을이 저 아래



서북능선의 영봉들이 눈을 어지럽힌다.

청소 산행 때 올랐든 세걸산을 이야기한다.

산속에 점처럼 찍힌 여러 마을의 이름들이 불리워진다.



사방을 돌아가며 360도 모든 조망이 시간을 빼앗아간다.

아깝지 않은 시간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밀고 들어오고 우리는 순순히 자리를 내어준다.

내려가기 전 귀소본능과 유키님의 카메라질 앞에 다 같이 모인다.


이건 귀소본능이 찍고


이건 유키님이 찍었다.

카이맨님과 물푸레님은 청소 산행에 오셨는데 잠시 스치듯 지나쳐 기억을 못 했다.


영원재에서 내려선다.

심마니님의 입담에 크게 웃기도 한다.

산속을 동행하는 사람들만이 아는 즐거움이다.


너덜을 지나고 낙엽이 융단처럼 깔린 고즈넉한 산길을 여럿이 걸어 내린다.

잘 웃지도 않으면서 낮은 음성으로 모두를 웃게 만드는 심마니님의

입담에 고도는 벌써 영원사와 같아진다.



영원사


엉겅퀴 형님의

109조사에 대한 설명과 영원사에 대한 강의에 귀 기울이는 일행들


건물 뒤로 올라가는 길로 간다.

저곳의 길로 가는 것은 나는 처음이다.


청매선사부도



청매선사 부도를 지나 낙엽이 깔린 산길을 따르자

영원사 승탑이 나타난다.


영원사 승탑





부도와 승탑에 관한 설명은 여기에 다 있다.

어떤 말도 보태지 않아도 너무나 자세한 내용들이기 다시 한번 추천하는 바이다.

http://www.jiri99.com/bbs/board.php?bo_table=jiri12&wr_id=45131&sca=&sfl=wr_name%2C1&stx=%EC%97%89%EA%B2%85%ED%80%B4&sop=and



승탑에서 조금 내려서자 도로에 바로 닿는다.

아침에 주차한 곳에 도착하자 몇 대의 차가 들어차 있다.

뜻하지 않은 느닷없는 만남이 반가워 헤어짐의 인사도 몇 번을 반복한다.

지리산에서 만나게 될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더라는 말처럼 우연히

또는 조작된 우연이라도 만날 날을 기대하며 진주팀과 악수를 한다.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에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절대 중단하지 않는다.

이렇게 살려고 사는 게 아니라 살려고 이렇게 사는 것이다.

잊어야 할 것이 있다면 잊고,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버리고,

비워야 할 것이 있다면 그러면서 살면 된다.

누구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기대하는 만큼 우리는 서운함과 배신감도 크게 느낀다.

바라지 않고 조금씩 놓는 이유는 더는 상처받기 싫어서, 내 마음 다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마음을 비웠다고, 다치지 않게 되었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비워야 한다면, 놓아야 한다면 그래야겠다.

너무 무거우면 가라앉는 법이다.

집착이 머물지 않는 곳에 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