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9 구재봉
구재봉
지리99 중부경남팀 3차 산행
일시:2018년 4월 29일 (일요일)
걸어간 길:하동군 악양 개치마을 회관-구재봉 서능-활공장-구재봉-신촌재-지리산 둘레길12구간-먹점재-개치마을
산행시간:08시 52분~16시 41분 (7시간 50분) 12km
산행자:전수배,솔바우,백산,산들강,산들강지기,최옥희,노을,노을지기,비천무,황순진,보스,영트기,수야,수야지기,
유키,박해순,모모,김은의-존칭생략 (산행완주 13명, 일부구간산행 4명,산행후 합류 1명, 총18명)
남명(南冥) 조식(曹植)선생은 지리산 유람기에 ‘간수간산(看水看山) 간인간세(看人看世)’라는 말을 남겼다.
'물을 보고 산을 보고 그리고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보았다.'라는 말이다.
중경팀 세 번째 산행을 하며 나는 이 여덟 글자가 마음에 팍 꽂히더라.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보았다.
<사진:백산님>
사천 휴게소에 집결해 아침 대용으로 가져간 떡으로 요기를 하며 서로 인사를 나눈다.
다섯대의 차량에 나누어 타고 하동 악양 개치마을로 간다.
산행 코스는 이미 공지가 되었고 여러 대의 차가 주차할 수 있는 개치마을 회관에서 산행 채비를 한다.
<사진:백산님>
이번 산행 코스를 정한 솔바우 대장님은 부상에서 회복되지 못한 사람을 위해 최대한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을
염두에 두었고, 이 때문에 많은 참석을 끌어 냈다.
대장님의 깊은 배려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看人:사람을 보다>
개치 마을로 올라오기 전 보스님 자매와 영트기님은 활공장에 차로 먼저 올라갔다.
수술 후 불편한 다리로 산행에는 무리가 있는 영트기님은 중경팀 산행에 이렇게라도
참여하고 싶었던 것이다.
9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구재봉을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구재봉은 처음 올라 본다.
시작 고도가 워낙 낮다 보니 770m 구재봉까지는 바짝 오름길이다.
산길로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종아리가 평창 해 온다.
산길은 뚜렷하고 흙길이라 좋다.
땀을 식히며 뒤돌아보니 개치마을과 섬진강 건너 광양 백운산 억불봉이 조망된다.
연일 뿌연 미세먼지가 오늘은 그리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최고 연장자 전수배님은 스틱도 사용하지 않고 그야말로 성큼성큼 산을 내달리는 준족이시다.
오랜 산행과 젊은 시절 부터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 때문인지 된비알 오름길에서도 숨소리조차 잘 나지 않는다.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웃음과 농담으로 사람을 참 편하게 해주신다.<看人>
땀이 흘러 등이 축축이 젖어 올 때쯤 둘레길과 만난다.
배낭을 내리고 한차례 휴식을 한다.
혼자 산행을 즐기시든 백산 선생님은 중경팀과 산행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이런 집단 산행이 잘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홀로 산행에 먹거리도 행동식과 간편식으로만 가져 다니다
이런 것도 산에서 먹습니까 하실 정도로 다양한 음식에 놀라 하셨다.
그러나 이제는 아신다.
이런 단체산행도 재미가 또한 깊고 쏠쏠하다는 것을.
맨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계셨는데 어느 순간 뒤에 와 계신다.
조망이 좋거나, 꽃이 활짝 핀포인트가 보이면 또 어느새 저 위에서 카메라를 조준하고 계신다.
모두를 사진으로 담아 주시려는 그 마음은 희생이고 배려이다.<看人>
4월이 다 가고 있다.
꽃이 피고, 중경팀의 산우들도 이 산길에서 같이 내뱉는 숨소리만큼 서로에게 깊이 피어난다.
사람이 사람에게서 피어난다는 이 엄청난 말을 나는 도대체 어디에서 가져 왔을까.
간혹 이런 글을 써놓고 혼자서 뻑이 갈 때가 있다.
웃으라고 하는 말에 목숨 걸고 딴지를 걸면 좁쌀 같은 사람 된다 유념하시라.
묻는 것은 무엇이든 막힘없이 즉답이 나오는 숲해설가 모모 님에게 질문들이 많다.
모모 님은 중경팀 3회 산행 동안 모두 참석을 했다.
배움의 열정이 깊어 여러 곳, 다양한 공부를 하러 다닌다
각시붓꽃이라 하더라.
펌핑이 제대로 되어 종아리가 탱글탱글해지자
활공장에 올라선다.
하늘을 날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준비 하고 있다.
가까이서 보는 이 물건을 타 보고 싶다는 충동이 내 안에서 막 날뛴다.
그냥 막연히 일어나는 충동일 뿐이다.
활공장에서 내려다보는 악양벌은 그림이다.
그림 앞에 사람들을 백산 선생님이 세웠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전화를 받는 저분은 황순진 님이다.
이름처럼 순진하지는 않다.
즉, 한 성질 한다는 말이다.
서울 동창회 간 김은의 님 전화다.
저렇게 많은 사람이 다 듣고 있는데 "보고 싶어 죽겠다" 단다.
나 같으면 부끄럽고 쪽팔려서 죽어도 절대 못 할 말이다.
그러니 이름처럼 순진하지는 않다는 내 말이 이해가 될 일이다.
아니라고...뭐 그래서...어쩔?
<사진:백산님>
사람이 앞에서 지워지자 그림은 그 자체 만으로도 환상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뭐 그런 거 나도 안다.
그러니 농담은 농담으로 알아들으시라.
회남재 넘어 상봉이 솟았다.
긴 남부능선을 따라 시선이 한동안 머문다.
바로 옆으로 다가온 칠성봉은 삼신봉과 구재봉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며 산맥을 이어 내린다.
구재봉 턱 밑까지 치고 오르는 산길은 가파르다.
나무계단 오름길이 또 주어진다.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 생각났다.
옛날 선비들은 이런 가파른 산길에서
오르막을 오르며 선(善)을 행하기가 이렇게 힘들고, 내리막을 내려가며 악(惡)으로
가기가 이리 쉽다며 마음을 경계 했다고 하더라.
참으로 고급지고 멋진 말이 아닐 수 없다.
구재봉 정상 바로 밑 전망대에 섰다.
헉헉거리며 선이니 악이니 그딴 생각 안 했다.
오로지 가쁜 숨 몰아쉬고 오르며 땀이 줄줄 흘러도 올라가자는 생각으로 발을 옮겼다.
산은 그런 사람에게도 그만큼의 보상을 넉넉히 베푼다.
꽃이 만발하고 사방 탁 트인 전망이 그 보상이다.<看山>
바위 위 소나무는 질긴 생명력으로 감동을 안긴다.
화사한 철쭉은 나와 관계 좋지 않은 놈에게조차 내가 먼저 술잔을 건넬 수 있을 만큼
평안과 너그러움을 품게 한다.<看山>
소나무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다.
가장 흔한 나무지만 가장 좋아하는 나무.
소나무는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다.
사시사철 푸른 잎은 송죽지절(松
언제 저쪽으로 먼저 건너가셨는지 백산 님은 이쪽을 향해 카메라를 조준하고 계신다.
좋은 것을 보면 개는 꼬리를 흔들고
사람은 두 팔을 들어 만세를 부른다.
저 멀리 만세를 하는 분은 의령팀에 합류한 최여사 최옥희 님이다.
저 자세는 와 좋다 뭐 그런 뜻이지 싶다.
느낌으로 봐도 딱 그리 보이지 않는가.
비천무 님은 전수배 님과 함께 공인된 준족의 산꾼이다.
단단한 몸에서 발산되는 강인함을 만나는 순간 느끼게 된다.
아까 페러글라이더들이 날 준비를 할 때 예전에 많이 해 보았다고 한 말은 사실이었다.
요즘 시작한 사업 때문에 중경팀과 어울림이 줄었지만, 시간을 내어 산행에 참여하는 마음만으로
비천무 님의 인간미를 가늠할 수 있다.
소금이 세상 모든 맛의 근원이듯
꽃은 봄의 상징이다.
그러나 봄이 가면 꽃은 떨어진다.
작가 김훈은 꽃잎은 산화한다고 했다.
꽃잎 하나하나가 떨어지는 꽃의 죽음은 풍장이라 했다.
봄꽃이 이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김훈 작가의 말처럼 풍장으로 산화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지 않고 계속 피어 있다면 결코 우리는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 할지 모른다.
무한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이 위대한 이유도 언젠가 다 죽음에 이르기 때문이다.
신조차도 사람을 부러워하는 단 하나가 그것이라 했다.
영원하지 않기에 한번 뿐이기에 우리는 안타깝고, 아쉽고, 안쓰럽고, 서럽고, 미련으로 늘 뒤척인다.
한번 뿐이기에 최대한 후회를 적게 해야 한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해야 할 때, 그때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자는 말을 이리 장황하게 늘여 놓고 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看世>
의령팀 노을님지기, 최옥희 님
구재봉은 지리산 남쪽 끝자락 하동읍, 악양면, 적량면 등 3개 읍면이 만나는 곳에 있다.
산의 형상이 거북이가 기어가는 모습을 닮아 한자 거북 구(龜)를 써 구자산 또는 구산으로도 불렀다.
그러나 정작 악양쪽에서는 산모양이 새처럼 생겼다 하여 비둘기 구(鳩)를 쓴다고 한다.
올해 무술년을 맞아 표지석을 거북이 형상 바위로 교체했다고 한다.
표지석도 한글로 바꿨다.
먼저 올라와 있었든 보스님 일행과 합류하고
점심을 같이 먹고 전망대에서 단체 사진을 심하게 찍는다.
여성분들만 단체로.
노을님 지기
자매팀
최옥희님
산들강지기
17명이 되어야 하는데 사진 찍는 유키님 빼고....응?
영트기님이 오데 갔시꼬??
<사진:유키님>
세 자매와 영트기 님은 차가 있는 활공장으로 가고 14명은 하산을 시작한다.
가파르지만 힘들지 않은 산길을 속도감 있게 흘러내려 간다.
만세를 저렇게들 자주 불러댄다.
노을님
한 성깔 한다고 하지만 심중이 깊은 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에스테야 형님만큼 이 분 또한 마음 넓은 분이다.
짓궂은 내 농담을 농담으로 받을 줄 아는 분이다.
저 사진 포즈를 취할 때 내가 그랬다.
꽃 배리구로 오데써!
구재봉에서 출발해 신촌재에 닿았다.
둘레길 우계 삼화실로 넘어가는 신촌재에서 먹점 마을 방향 포장도로를 따른다.
계속되는 포장도로의 지겨움을 줄인다는 맹목으로 째기를 한다.
몇 번의 째기는 거리를 확실히 줄인다.
행동팀이 둘레길을 걸을 때 쉬어 갔든 서어나무 쉼터다.
걸음이 날랜 전수배님과 비천무 님이 먼저와 쉬고 있다.
포장도로를 따라 다 내려 온 듯 하든 길이 꼬리를 확 틀어 다시 고도를 높이며 올라간다.
은의 님은 개치마을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는 전화가 왔다.
은의 님이 보고 싶은데 다시 오르막을 올라 갈려고 하니 성질이 확 난다며 순진 형님이 앞서 걷는다.
올랐든 구재봉을 아래에서 다시 본다.
섬진강 조망이 좋은 곳에 잠시 멈춘다.
미세먼지로 흐리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데미샘에서 발원해 500리(200km)를 달려 내려와 광양 진월 망덕포구 남해 바다로 흘러가는
섬진강물을 멀리서 바라본다.<看水>
물이 흐르는 현 현상을 바라보며 근원에 근본을 해석해 내는 성현(聖賢)의 반열에는 근처에도 갈 수 없지만
시작과 끝, 그림처럼 펼쳐지는 풍경에 감탄할 줄은 안다.
매향정이라는 이름의 아담한 집에서 불쑥 나와 차라도 한잔하고 가라 잡는다.
따라 들어가 집구경도 하고 막걸리도 얻어 마신다.
집주인이 창원 마산 분이란다.
마신 막걸리값을 지불하려 해도 받지를 않으신다.
정원 한쪽에 있는 두 손 모은 기도하는 손 모양 조각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낼 수 있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사람은 한 가지 일을 끝내거나 마쳤을 때도 만세를 부른다.
개치마을 회관에서 서울에서 바로 달려온 은의 님과 활공장에서 먼저 내려온 사람들 모두가 모였다.
총 18명, 여섯대의 차로 하동군 악양면 매계리 십일천송을 보러 이동한다.
멀리서 보면 한그루인듯하지만 가까이 가면 열한 그루 소나무인 십일천송이다.
무딤이들 부부송과 문암송 그리고 십일천송은 악양 3대 소나무라 한다.
언젠가 산거북이 형님의 산행기에서 보고 한 번 보아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에야 찾아왔다.
십일천송처럼 멀리서 보면 단단하게 단합된 한팀으로 보이는 중경팀
가까이 다가와 보면 각자의 색깔과 개성이 또한 빛나는 중경팀
이제 세 번째 산행을 했고, 이 전통은 계속될 것이다.
송죽지절의 소나무처럼.
나도 물을 보고 산을 보고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보았다.(看水看山看人看世)
<사진:백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