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지리산 둘레길

2016.06.12 지리산 둘레길(부춘-가탄)

지리99 수야 2016. 6. 14. 16:11

지리산 둘레길 11

 

일시:2016년 6월 12일 (일요일)

원부춘-가탄 (지리산 둘레길 14구간)

참석자:행동팀+최규다

시간 및 거리:8시간 10분 (휴식포함) 14km

 

2016-06-12 지둘11 (14구간 원부춘-가탄).gpx

2016-06-12 지둘11 (14구간 원부춘-가탄).gtm

 

원부춘마을 회관에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 있는 친구를 만납니다.

이번 둘레길을 같이 하기 위해 휴가를 내고 불원천리(不遠千里) 달려온

내 친구 최규다입니다.

 

토끼를 잡을 땐

귀를 잡아야 하고

닭을 잡을 땐

날개를 잡아야 하고

고양이를 잡을 땐

목덜미를 잡으면 되지만

사람은

어디를 잡아야 할까요

멱살을 잡으면 싸움이나고

손을 잡히면 뿌리칩니다.

그럼 어디를 잡아야 할까요

마음을 잡아야 합니다.

 

이 친구와 나는 서로 마음을 잡아 버렸습니다.

치명적인 매력의 내가

더 치명적인 매력 덩어리

이 친구에게 마음이 잡혀 버렸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지만

친구에게 경사로운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축하할 일, 좋은 일에 축배를 들어야 하는데 아침이라 자중합니다.

아침밥을 따뜻하게 먹습니다.

서울 남자의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모습에

울동네 아줌마들이 뻑이 갑니다.

좀 배우라고 난리를 칩니다.

 

지난번 이곳에 도착했을 때 반겨주든 개가

이번에는 친구까지 달고 와서  

따라다니면서 개난리를 피웁니다.

 

 

오늘도 빨간 화살표를 따라갑니다.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부춘리 원부춘마을에서 탑리 가탄마을을 잇는 13.3km의

지리산 둘레길 14구간 입니다.

 

마을의 끝으로 난 길을 따라갑니다.

지통골 이정표를 따라서 올라 가다 보니 지은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절이 있습니다. 

형제봉 활공장 이정표를 따라 왼쪽 길로 계속 올라갑니다.

 

 

 

포장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에 벌써 땀이 배어 나옵니다.

 

"나만 땀나고 더운 건가?" 평소처럼 물었습니다.

다들 다 덥다고 합니다.

 

접시꽃입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시를 모아 엮은

<접시꽃 당신>이라는 도종환 시인의 시집이 있지요.

 

산딸나무

새하얀 꽃이 눈에 금방 환하게 들어옵니다.

 

 

 

길가의 산딸기와 오디를 따먹으며 쉬엄쉬엄 걷습니다.

매너 좋은 규다는 잘 익은 오디를 한 줌씩 아줌마들에게

따다 줍니다

나는 뭐 그딴거 하지 않습니다

가오가 있지...

이러니 비교를 당합니다.

지그재그로 고도를 높이는 포장도로를 따라 제법 많은 차가 올라가고

내려갑니다

아마도 활공장으로 오가는 차들인가 봅니다.

 

형제봉 활공장 갈림길에는 부상으로 걸을 수 없는 두 분 형님이 차량지원반으로

먼저 올라와 있습니다.

독오당에도 행동팀에도 요즘은 부상자 속출입니다.

철재로 만든 차단시설을 넘어 3.5km 임도로 진행하면 형제봉 활공장입니다.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갈림길에서 배낭을 내리고 한차례 휴식을 합니다.

약간의 소주는 나만 마시고, 규다가 가져온 은행 비스름한 견과와 차에 싣고 온 수박으로

간식을 먹습니다.

이후 차량은 중촌에서 점심을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렇게 지원을 받으며 걸으니 짐은 없고 빈 배낭만 메고 걷습니다.

 

 

활공장 갈림길 철제차단시설 앞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200m 정도 더 걸어가면

둘레길 화장실이 있고 바로 옆 왼쪽으로 떨어지는 산길로 가야 합니다.

해발 817m로 이 구간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며 길은 산 아래로 급히 꺾어 떨어집니다.

그런데 생뚱맞게 이 길을 지나쳐 버리고 임도를 따라 한참을 가고 말았습니다.

사진의 저 모퉁이를 넘어 한참을 가다 돌아옵니다.

무슨 이야기에 열중하다 임도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 버린 겁니다.

주의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길입니다.

우리 뒤를 따라서 온 부부도 우리처럼 한동안 갔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화장실 옆 둘레길 표지목

이걸 보지 못하고 지나간 겁니다.

되돌아온 왕복 거리만으로도 중촌까지는 벌써 갔을 거리입니다.

규다의 말대로 대장이 시원찮아서 많은 땀을 흘리게 했습니다.

 

산길로 접어들어 하늘 호수까지 1시간 동안 줄기차게 내려갑니다.

내리쏟아지듯이 급한 경사의 산길이 제법 산을 타는 느낌을 줍니다.

올라올 때 임도를 따라 지그재그로 상당히 고도를 높였다가 산길로 그 고도를

원위치시키는 경사이다 보니 상당히 급하게 내립니다.

 

 

 

 

 

 

노루발 풀

소나무 숲에서 자랄 수 있는 몇 안 되는 종류의 하나다.

사슴의 발굽과도 닮았다 하여 노루발이라 불리는 풀이며

긴 줄기 끝에 방울방울 달린 꽃도 운치를 더한다.

 

 

 

다우 형님이 소개를 했었고, 유키님이 또 소개했었던 하늘 호수입니다.

주인께서 처음 이곳에 와 사방이 숲으로 둘러쳐 곳에 누워 하늘을 보니

하늘이 마치 호수처럼 느껴져 이름을 하늘 호수라 했다지요.

바로 아래에서 지원반이 점심준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으나 막걸리 한 잔은

하고 가야 될 것 같아 배낭을 내립니다.

 

여기는 지리산 둘레길 14구간 절반 지점으로 해발 290m입니다.

민박을 비롯해 차,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서울 말씨의 친절한 아주머니의 부름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기도 하지만 앞에 놓인 황장산과 섬진강의 풍경이 또한 넋 놓고 바라보게 하는 자리입니다. 

이정표에 ‘바람도 별빛도 쉬어가는 곳’이라고 씌어 있습니다.

자리에 앉아 건너다보이는 황장산엔 구름이 살짝 걸렸다 넘어갑니다.
책들이 놓여 있어 관심을 보였더니 유키님이 주신 것들도 많다고 합니다.

기다리는 일행들 때문에 막걸리 한 병을 비우는 시간 만큼만 머물고 나옵니다.
카페 하늘 호수 차밭 쉼터에서 내려서자 마을 입구 도로변에 지원팀이

점심상을 펼쳐놓았습니다.

이런 호사를 누리며 걷기는 처음입니다.

 

 

 

 

하늘호수 아래 중촌마을입니다.

 

 

규다가 가져온 암뽕순대를 끓이고, 소고기를 굽고, 밥을 합니다.

행동팀의 점심은 늘 최상을 추구합니다.

 

 

 

 

 

 

점심을 먹고 둘레길 안내판이 있는 도심마을을 지나자 정금리 정금녹차밭이 나타납니다.

정금리 도심다원에는 국내 최고의 차나무(경남도 기념물 제264호)가 있다 하는데

보지 못하고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수령 천 년으로 이 차나무에서 생산된 녹차는 2007년 열린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에서

경매로 100g에 1,300만 원에 판매돼 국내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합니다.

 

 

차 이야기
지리산 쌍계사 입구에 있는 대렴공추원비에는 지리산 쌍계사가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라 적혀있다(이선근 박사).

다선 초의선사의 동다송에는 ‘…지리산 화개동에는 차나무가 사,오십리에 뻗어 자라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보다 넓은 차밭은 없다…

다경에 이르기를 차나무는 바위틈에서 자란 것이 으뜸인데

화개동 차밭은 모두 골짜기와 바위틈이다’라는 구절도 있다.

하동군의 주요 차 재배지역은 섬진강과 이의 지류인 화개천에 연접해 있어

안개가 많고, 다습하며, 차생산 시기에는

밤낮의 기온차가 커 차나무 재배의 최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한 토양은 약산성으로 수분이 충분하며 자갈이 많은 사력질 토양으로

차나무 생육에 좋아 차나무 재배에 알맞은 토질을 갖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요인을 활용하여 2003년에는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

지정하는 지리적 표시제에 “하동녹차”를 등록하였다. -경남일보에서-

 

 

 

 

정금리 차밭

정금의 원래 이름은 가야금을 탄다는 [탄금]이다.

정금은 <옥녀 탄금형> 즉 옥녀가 가야금을 타는 지형으로 되어 있다 한다.

마을 뒷산이 옥녀로 옥녀봉이다.

마을 앞의 들판, 특히 다리의 북쪽 들판에 드문 드문 있는 큰바위들은

거문과 위의 기러기 발(안족)이고, 화개천과 수평으로 나있는 논두렁들은

가야금의 12줄이니, 앞들 전체가 가야금인 셈이다.

“가야금을 연주”하는 [탄금 (彈]琴)]이 “머물며 연주”하는 [정금(停琴)]로 다시

“가야금을 우물 속으로쳐 박음”의 [정금(井琴)]으로 바뀌었는데

이것이 일제에 의해 왜곡 된 것인지 아님 계획적인 개명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정금은 옛이름을 찾는 운동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경남일보에서 -

 

 

 

 

정금차밭을 지나 내려온 길이 꺾이면서 도로를 따라 상당한 경사로 다시

올라야 하는 오름길로 앞에 놓입니다.

잘 먹은 점심의 부른 배를 안고 올라가는 길은 땀으로 젖습니다.

치자꽃이 피었고, 선인장에도 꽃이 핀 마을을 지나 대비암으로 올라갑니다.

 

 

 

 

대비마을
삼신리의 침점과 함께 가락의 김수로왕과 관련이 있는 지명이다.

102년 수로왕과 함께 이곳에 수로왕비 허황옥이 머문 곳으로 7왕자의 성불을 기려 절을 지었다.

절이름이 천비사 혹은 대비사라하여 후에 그대로 대비가 마을이름이 되었다.

허황후가 배를 타고 도착한 대비포가 있다.

지금도 토기와편과 석축 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주민들은 대밤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비암을 지나 산허리를 돌아간 길은 약간의 오름길이 있으나 이제부터는 고도를 낮추는 하산길로 주어집니다.

터벅터벅 여유롭게 1시간여를 걸으니 이 구간 마지막 가탄 마을에 닿습니다.

 

 

 

 

 

 

 

백혜마을입니다.

 

 

 

동네아저씨가 몇 개를 건네줍니다.

이번 길에는 오디와 산딸기 앵두와 살구를 맛보며 걸었습니다.

 

키가 큰 규다가 높이를 낮춥니다.

 

 

이제 둘레길은 화개만 지나면 구례로 접어 들것입니다.

김동리는 화개에 대해 회포와 한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길과 물이 세 갈래로 뻗어 있으며 장이 서고 흩어지고를 반복하는 풍토 속에서

이별이 잦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역마살을 타고 난다고 했습니다.

그 화개가 앞에 다가왔습니다.

 

 

 

 

가탄 마을입니다 14km를 걸어온 14구간의 종점입니다.
이름은 선경과 같은 아름다운 여울이라는 가여울(가탄)이었다 하여 지금도 주민들은 가여울·개롤이라 부른다 합니다.

신선이 살면서 아름다운 여울에 낚싯대를 담갔다하여 가탄이 되었다 합니다.

여기의 신선은 수옹으로 정여창 선생의 별호이고, 수옹이 낚시를 한 곳으로 명당이라 합니다.

화개천에 내려가 말끔히 씻고 마지막 사진을 찍습니다.

오로지 친구와 함께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와준 규다를 그냥 보낼수 없어

화개장터로 이동해 저녁을 먹습니다.

아무도 먹지 않는 술을, 운전 때문에 먹지 못 하는 술을, 혼자 대신 마셔 줍니다.

 

마을과 마을이 연결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통하는 둘레길.

이 길을 좋은 인연들과 친구와 또 걸으며 나의 허술한 삶도,

위로받고 응원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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