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5.07.05 불일협곡

지리99 수야 2015. 7. 10. 14:46

불일협곡.

 

독오당 68차 정기산행.

일시:2015년 7월 5일 (일요일, 날씨:맑음).

산행자:다우님, 엉겅퀴님, 에스테야님, 수야  (4명).

걸어간 길:쌍계사 주차장-내원골-불일협곡-비로봉-불일암-향로봉-활인령-소은암-내원골-쌍계사 - 주차장.

산행시간:07시 47분~15시 27분 (휴식,점심,오수 포함: 7시간 40분).오룩스맵거리: 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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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5 불일협곡.gtm

 


 

본능이 쓸개를 떼야 한단다.

쓸개 빠진 놈이 된다고 산행을 못 한단다.

대장님께 물었더니 쓸개 없어도 사는 데는 별문제가 없다네.

요즘 산에만 들면 펄펄 날아다니는데 쓸개까지 떼고 나면 더 가벼워서 따라 다닐 수나 있을랑가.

사무총장을 대신해서 운전대를 잡는다.

일찍 도착한 엉겅퀴 형님을 픽업하고 에스테야 형님을 기다리다 전화를 넣는다.

"간다."

내 한 테는 대답도 짧더구만 엉겅퀴 형님을 보고는 인사도 깍듯하다.

언제나 차에만 타면 잠드는 대장님이 오늘은 안 주무신다.

산행코스에 대한 설명도 꾸리하다.

일단 불일협곡을 올라서고 그다음에 다시 정하자 한다.

쌍계사 주차장 화장실 뒤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간다.

사실 입장료아깝지만 못 가게 막는 성가신 상황이 생길까 싶어서 먼 거리를 우회한다.

 

앞장을 선다.

영감탱이들 보고 거미줄 걷으라 하면 예의가 아니다.

시부지기 몸이 풀린다.

몸이 가볍다.

가볍게 좀 뺀다.

증축 중인 쌍계사 건물로 한 번 내려섰다가 산길로 다시 올라서고 내원골을 따른다.

묵자바위로 건너는 계곡에서 헛발질로 대장님이 발목만 입수한다.

본능이 없으니 대장님이 몸개그를 다 한다.

물에 빠지는 몸 부위가 넓고 많을수록 우리는 행복해한다.

겨우 발목만 빠진 만큼 별 재미가 없다.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

막걸리 한 잔 놓고 예를 올린 엉겅퀴 형님이 "이렇게 해서 여러 명 살았다.

지금까지 지리산 잘 다니는 것은 다 이렇게 내가 빌었기 때문" 이라고 깔때기를 꽂는다.

이 말은 사실이었고, 효험이 있었다.

묵자바위라고 했더니 에스테야 형님이 어디 글씨가 있느냐고 한다.

손으로 닦아 글씨를 보여 주었다.

요 있네! 자 봐라.

 

양말을 짜서 다시 신어며

따라온다고 식겁해서 빠졌단다.

초반부터 앞에서 너무 빨리 빼는 바람에 힘들었다고 엄살이다.

다리 힘 빠지는 일이 간밤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묻지 않았다.

그리 물으면 묘한 웃음만 흘릴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보니 하얀 것이 그 참 섹족이다.(섹시한 족.)

그렇다고 내 취향을 의심 마라 난 전혀 발에는 관심이 없다.

특히나 남자는 더더욱.

 

좋은 길을 맘 놓고 편히 걷다가.

협곡으로 내려서는 방향을 지나치는 순간, 엉겅퀴 형님이 안내한다.

이 양반 길 눈도 매구는 저리가라 한다.

계곡을 건너 아가리를 한껏 벌린 협곡으로 진입한다.

첫 번째 맞이하는 짜릿한 구간에서

대장님과 엉겅퀴 형님은 스파이더맨처럼 바위에 딱 붙어서 살포시 건너간다.

얼른 건너서서 카메라의 방향을 뒤로 조준한다.

맨 후미 에스테야 형님의 겁먹은 리얼한 표정을 제대로 담고 싶었다.

오늘 형님은 나한테 제대로 걸렸어!!. 앗싸!!.

 

의기양양 말도 잘하던 형님이 말이 없어진다.

아닌 척하지만, 잔뜩 겁먹은 얼굴을 그대로 다 까발리기엔 하극상에도 예의가 있고,

사실상 훗날이 조금 두렵기도 하다.

 

몇 해 전 대장님과 본능, 셋이서 여기를 통과할 땐 스틱도 접고 단단히 정비를 했었다.

무엇이든 처음 한 번이 힘든 법이다.

연애도, 첫 키스도, 사랑도, 세상일이 다 그런 거 같더라.

나야 한번 해 봤다고 좀 여유를 부리지만

형은 무거운 카메라와 처음 접하는 협곡의 나섬을 알기에

조심하시라 몇 번을 알려 준다.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카메라로 아래를 찍어 가며 잘 건너온다.

얼굴은 겁먹은 표가 다 나는데도 말이다.

 

저들이 무슨 일로 왔든지 간에

태어난 소명을 다 하는 바위틈의 비비추는 자기 일생을 열심히 산다.

비비추 입장에서 보자면

말도 없는 두 영감은 조용히 잘도 건너가건만

뒤따라 오는 두 사람은 시끄럽고 말도 많고 그시기 해 보일 것이다.

 

첫 번째 난관을 통과하고 협곡의 사면 바위틈을 디딤발로 하며 아주 자연스럽고

올바르며 바람직하게 건너가는 두 영감과는 달리

또 요상한 행동을 시작하는 에스 형을 앞으로 먼저 보낸다.

뭐, 에스테야 형님에게는 불편하고, 나에게는 행복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

그랬다고 꼭 말할 필요는 없으나

어쨌든 본의 아니게 앞에서 박고, 뒤에서 박고, 마구 박기는 했다.

같은 장소를 어떻게 통과하는지 아래 사진을 비교해 보시라.

 

다른 사람들은 조오옥~ 바로 가는데 이 양반 가다 말고

뒤돌아서서 위로 올라 갈려고 발버둥이다.

"어허! 거기 아이라 카끼네. 햄요! 내 하는 거 보고 따라오소."

"알았다."

다시 앞장을 서서 먼저 건너간다.

혼자 뒤에서 구시렁거리지만 안 들리는 척한다.

 

뒤따라오는 형을 잠시 외면 하고

대장님을 따라잡을 요량으로 속도를 올렸지.

영감탱이들 힘도 좋아, 다른데 힘쓸 일이 없나 걸음만 빨라 가지고,

뭐 이리 빨리 갔데. 카면서 땀나도록 쫓아 갔지.

겨우시 따라잡고 돌아 보이 에스테야 형님이 안 따라오네.

좀 기다렸지, 그래도 안 오는거라.

길이라고 해 봐야 좁은 협곡이라 계곡만 따라오면 되는데

그 참 이상 하네.

불렀지. 행임요~~

대답이 들리는 곳은 난데없는 계곡에서 한 참 떨어진, 저 위 사면을 타고 올라가고 있는 거라.

환장 하겠더만.

"오데로 가노, 거 뭐 하러 가요. 이리 오소 고마."

올라오는데 쪽 팔리는지 뭐라 삿더라꼬.

"고마 내 앞에 가소!. 내가 뒤에 가께"

이건 시작에 불과 했다는거 아인가베.

 

문제의 그 지점에 도착.

무명폭포를 바라보며 배낭을 내린다.

누군가 기도를 드리는 곳인지 비닐로 천막을 쳐 보온병과 찻잔을 다소곳하게 두었다.

확인한 결과 북한에서 날아온 포탄은 아니고 분명히 보온병이었다.

난 군대를 갔다 왔으므로 믿어도 된다.

계곡을 치오르는 재미가 딱 붙는 지점이다.

폭포를 우회해서 오르는 로프가 새삼 나의 기대를 최대치로 높여 주고 있었다.

에스테야 형님과 오른쪽 그 구간을 바라보며 흐뭇했다.

예전 본능이도 저기 매달려서 바둥거린 적이 있었지...흐흐흐.

우짜는고 한번 보자 싶었는데

나만 그런 시선과 마음이 아니다.

눈치를 보아하니 대장님과 엉겅퀴 형님도 은근 기대가 큰 모양이다.  

요런 상황이 좋아 죽겠어.

 

에스테야 형님 표현대로 엉겅퀴 형님은 발바닥이 벽에 착착 붙었다.

같이 출발했지만 어느 사이 먼저 올라가 버렸다.

대장님도 별 어려움 없이 쉽게 올라가시고

이제, 문제 하나만 해결하면 되는데 앞에 선 두 사람과는 자세부터가 다르다.

저 봐라.

다음 발을 어디에 디딜지 요량이 없다.

 

"아, C !."

뒤에서 다 들린다.

 

로프가 배낭에 걸리고 난리가 난다.

이쪽으로 돌리고 저쪽으로 돌리고 매달려 보고 엉망진창 난리 벚꽃장이다.

아, 이 아저씨 진짜 군대 안 갔다 왔나??

 

모자를 돌려 써보데.

땀을 뭐 같이 흘리 샀더라고.

땀도 닦고 카메라 가방도 배낭 옆으로 밀어서 정비를 다시 하더만.

그러다가 안경이 톡 빠지면서 바위에 통 튕기더라고.

뒤에서 내가 딱 본 기라, 오데 떨어지는지.

눈이 빠졌으니 눈에 뵈는 게 없는 형님을 자극했다가는 조대는 기라.

가만있으라 하고 내려가서 아무리 찾아도 그 자리에 안경이 안 보이데.

억지로 형님이 또 내리 오더라고.

그래가꼬 문제의 그 빤스 바람으로 물에 들어가서 한 30분은 넘게

논에 모심는 자세로 물속을 뒤지고, 먼저 올라간 두 영감도 다 내리 오고

여 엎드리고, 저 엎드리고, 해가매 찾는데 환장 하겠더라 카이.

만약에 몬 찾으면 저래 안 보이는데 우찌 내려가고 우찌 올라 갈 거라.

조대따! 이 소리를 한 열 번은 했을 거라.

그러다가 어찌 물이 들어 오는 바위 입구에 손을 딱 넣더니만 찾아다 카는거라.

진짜 조댈뿐 한기지.

다시 올라갔지.

이번에는 로프 안 잡고 카메라는 엉겅퀴 형님이 들고, 스틱은 내가 들고

어찌어찌 올라서서 그라데.

억수로 용감하게

"죄송합니다!"

뭐, 알고 보면 죄송 할 것도 엄서.

지꺼 지가 빠자고, 지가 물에 들어가서, 지가 찾아온 건데

뭐시가 죄송해.

 

기대치를 훌쩍 넘어 선 형님 덕분에 즐거움이 진짜 걱정이 되었고,

안경을 찾은 안도감에 천만다행이라고 다들 그랬지

아침에 엉겅퀴 형님이 절 올리면서

산신령님께 빌어서 그나마 이 정도로 마무리된 게 분명하지 싶더라고.

에스테야 형님은 설마 내가 이 분분을 이리 디테일하게 쓸까 싶었을 거라.

대장님이 그랬거든, 보태지도 말고, 겪었던 그 느낌 그대로 쓰라고.

대장님 명령대로 했을 뿐이니, 나 보고 뭐라 하지는 못 할거라. 

또한 , 믿는 본능이가 쓸개 빠진 행동으로 보호를 좀 안 해 주겠나 싶기도 하다.

"깨뿌까.!" 안 카겠나.

 

옥천대에 도착한다.

대장님은 굴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고, 엉겅퀴 형님은 살짝 얼린 홍시를 나누고 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한 맛이 거의 환상이다.

얼린 홍시, 곳감, 멍게젖갈, 막걸리가 이 형님의 주 메뉴다.

 

대장님은 모델을 자청한다.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에스 형님의 사진에 대한 저 경이로운 마음가짐을 보라.

멋지지 아니한가.

배낭도 바꿨어!.

그래서 배낭도 안 벗어!.

특히 수야가 알아줄 때까지...

 

단체로 한방 박았다.

옥천대니까.

 

이 양반 봐라. 이거, 또 시작이다.

다른 사람들은 바로 보고 바로 올라가는 곳에서

바로 안 올라가고 왜 자꾸 돌아서서 뒤로 들이대는지 그 참 묘하데.

저거, 일부러 저렇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더라고.

왜?

그건 나도 모르지.

충만한 형님의 정신세계를 내가 어찌 감히 짐작하겠어.

 

괄약근에 힘 팍 들어간 울 대장 뒤태도 섹시 하구마.

그래도 정자에서 텐트 치는 사진보다야 이 사진이 훨 났지, 암.

먼 소린지 모르면 그냥 넘어가고, 짐작 간다고 산행기방, 다방 다 뒤져 보지는 마시라

안 그래도 마이 쪽팔리다 한다.

확인 사살은 좀 그렇다.

 

용추,용소.

에스테야 형님 산행기에서 읽었으니 부언할 필요는 없고.

한마디로 신비롭고 경이롭다.

첩첩이 쌓인 계곡 깊은 곳, 사람 발길 닿기 힘든 이 폭포를 보고 지어낼 전설이

없다면 말이 안 된다.

정말로 용이 살고, 도인이 살고, 학이 날아다니는 그런 장면이 연상되는 곳이다.

빛이 투과되어 무지개가 비치는 폭포 아래서 한참을 쉬어 간다.

캔을 깐다.

"직인다." 이 말이 저절로 나온다.

용추를 바라보는 기준 좌측으로 오른다.

비탈을 제법 오르면 또렷한 삼거리가 나온다

다시 한 번 좌측으로 꺾어 가니 돌탑이 쌓인 비로봉이다.

 

비로봉 돌탑.

 

비로봉 정상을 지나 조금 내려 가면 돌탑이 또 있는, 가히 기막힌 조망터가 나온다.

거침없이, 서슴없이 이곳으로 인도한 엉겅퀴 형님에 대한 존경심을 금할 길이 없다.

건너편 향로봉과 상불재로 이어지는 향로봉 능선이다. 

 

불일암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조차 다 보인다.

 

이렇게 하고 한방 박으라 한다.

찍는 척 하며 한참을 가만 있으라고 했다.

"아직 멀었나?

지금 딱 좋아, 쪼매마 있어 보이소."

 

벌 받아 본 사람 안다.

 

비로봉을 내려와 주등로에 선다.

불일폭포 방향 불일암으로 간다.

우측으로 비로봉과 향로봉이 놓인다.

올라온 협곡이 숲사이로 살짝 보인다.

 

불일암이다.

 

다람쥐 한 마리가 살기 위해 고군분투 바쁘다.

물 한 잔 마시고 두 사람이 쉬고 있는 마당에서

잠시 서성이며 쉬었다 간다.

 

불일암 뒤로 난 길을 따라 불일폭포 상단을 보며 지나간다.

향로봉에서 점심상을 차린다.

점심을 먹으며 알 딸딸 소주 맥주를 나눈다.

풍족한 먹거리에 내 것은 포장째 다시 넣었다.

에스테야 형님은 역시 고급 졌다.

쇠고기다. 그것도 남을 만큼.

배부르고 등 따시면 만사 땡이다.

한숨 자기로 했다.

그동안 에스테야 형님은 불일폭포에 다녀오겠단다.

저런 발칙하고 위험한 생각을 해내다니, 또 한 건 올리게 생겼다.

따라나설 줄 알았던 내가 뒤로 빠지며 한마디 자극을 했지

"찾아올 수나 있을랑가?."

 

두 영감이 오수를 즐기는 동안 향로봉 아래 불일폭포가 보일 만한 위치를 찾아 내려갔다.

 

급경사를 타고 내려가면 좋은 위치에서 설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그리하지는 않았다.

멍때리기를 조금 하다 다시 올라오니 에스테야 형님이 도착해 있다 

불일폭포도 못 보고, 돌아오는 길도 헤매고, 향로봉 능선을 따라가다 돌아온 것 같았다.

내 뭐시라 했노, 그럴 줄 알았다.

 

                                    향로봉에서 본 불일폭포.

 

소은산막으로 간다.

길이 좀 묵은 것 같은 느낌이다.

여러 맹패 중 하나만 골랐다.

이유는 이 한자가 제일 쉬워서다.

 

소은산막의 영감님은 출타 중이시다.

머리부터 물에 들이대는 대장님과 이쪽저쪽으로 사진 찍기에 바쁜 에스테야 형님.

마루에 누워버리는 엉겅퀴 형님.

각자 자기 일에 한동안 분답다.

 

접시꽃이 유난히 곱다.

노부부는 소꿉장난처럼 아기자기한 꾸밈을 많이 해 놓았다.

쌀을 짊어지고 온 엉겅퀴 형님의 지난 이야기를 듣고 다음에 올 때는

나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은 그 사람이다."라는 말 별로 믿지 않는다는 엉겅퀴 형님은

이 댓글을 잊지 않고 아침에 차에서 선물을 주셨다.

'글은 그 사람이다."의 참 좋은 예 이다.

 

나는 내가 쓰는 글과는 다르다.

글과 행동이 일치해야 하는데 절대로 나는 그러하지 못하다.

"글은 그 사람이다." 가 빗나가는 좋은 예다.

 

에스테야 형님은 아침에 내가 엉겅퀴 형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것을 아직도 모른다.

그게 뭐냐고 물었을 때 그런 게 있다고만 했다.

알게 된다면 앞에서 까발린 쪽팔림을 포함 한 

분노의 좋은 예를 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

 

큰 대자로 엉겅퀴 형님이 누웠다.

 

시골 할머니 집 생각이 났다.

마음이 편하다.

한동안 각자 멍 때리기도 했다.

 

단체로 박았다.

이유는 아시는 것처럼 소은산막이니까.

 

소은암에서 고룡대터 방향으로 간다.

소은산막의 우측 밭 옆으로 아슴푸레 길이 있다.

대장님이 엉겅퀴 형님에게 물었다.

"길 좋나?"

"더럽습니더"

짧은 물음과 짧은 대답.

지리산길 지형도에는 점선으로 찍혀 있는 길이다.

늘산님의 표지기가 앞서 갔다.

잔가지와 성가신 잡풀에 묵은 길이 약간 더럽다.

더럽다 함은 깨끗하지 못함이 아니라 길이 반듯하지 않다는 뜻이다

걸을 만 했고 길이 있음은 확인할 수 있다.

 

숨이 끊어지지 않고 할딱이는 뭇 생명을 두고 간다.

누구나, 어떤 것이나 마지막은 오기 마련이지만 마지막은 슬프다.

마음이 모질지 못하고 여린 에스테야 형과 엉겅퀴 형님은

그냥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간다.

살릴 도리가 없어 보이는 이놈은 어쩌다 이리됐을까.

 

내원골로 내려선다.

조은산님 산행기에 성질 급한 순서대로 물에 들어간다더니만

평소 학자풍의 선비 같았든 엉겅퀴 형님이 훌렁 벗고 젤 먼저 뛰어든다.

이 양반 보기와는 달리 성질머리 급나 급한가 보다.

평소의 성질머리로 봐서는 내가 제일 먼저인데 맨 마지막으로 입수한다.

씻고 갈아입고 내려간다.

 

쌍계사 경내로 들어와 여러 경로의 길을 확인하는 대장님 뒤에서

불현듯 예전 맑은소리 노부장님의 산길 철학이 떠올랐다.

일명 '피타고라스의 정의"다

"정삼각형의 두 변의 길이는 한 변의 길이보다 길다.

하여,우리는 한 변으로 짼다."

쌍계사 화장실 뒤로 멀리 돌아가지 말고 정문으로 들어가면 짧고 길도 좋다는 말이다.

약간의 돈이 들기는 할 것이지만 뭐 본전을 뽑으면 된다.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여태껏 살면서 태어날 때 웃으면서 태어났다는 놈 들어 본 적은 없다.

죽는 사람치고 웃으며 죽는 경우도 비슷하리라.

태어나면서 부터 울고 나온다는 것은 인생 자체가 고행의 연속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에라도 웃고 살 일이다.

웃을 일이 없고, 억지로 잘 웃어지지도 않더라만

어쩌겠는가, 그게 인생인걸.

한 잔 걸친 김에 허허로워도 한 번씩은 웃어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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