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4.05.11 통신골

지리99 수야 2014. 5. 12. 15:16

통신골

(맑은소리 팀의 실체)

 

일시;2014년 5월 11일

산행자:맑은소리(최정석,승덕,구름,공주),수야

걸어간 길:중산리-유암폭포-통신골 좌골-병기막터골-중산리

산행시간:07시 12분~15시 (7시간 48분)

2014-05-11 통신골(좌골).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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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소리 팀의 산행에 숟가락만 들고 같이 합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최대장님께 어디로 가는지를 묻습니다.

"통신골!"

어디로 하산하는지 어디를 경유 하는지 다른 말이 없습니다.

맑은소리 팀의 산행지 선정과 산행스타일을 알기에 더 이상의 질문도 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의아했든 맑은소리 팀이 오랜 세월 동안 막강한 팀웍으로 존재하는 이유를

그들의 상징인 <째기>처럼 낱낱이 파헤쳐 갈기갈기 <째>보고자 합니다.

 

 

 

일단, 그들은 아침밥을 해먹습니다.

각자 해야 하는 분담된 일들이 있고, 순식간에 자신의 임무를 완성하고 자리에

앉으면 벌써 밥 먹을 준비를 완료했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일사불란하게 처리되었습니다.

또한, 뒤처리와 함께 이때 산행준비도 완료합니다.

주차 하고 배낭만 메고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싹 준비를 하더군요.

 

중산리 주차장 (7시 12분 산행 시작.)

비가 올 거라는 예보에 걱정 했었는데 날씨가 좋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냅다 달리듯 사라진 구름님과 공주님의 뒤를 겨우 법계교까지

뛰다시피 한 걸음으로 따라 잡습니다.

 

산행 시작 전에 단체 사진 뭐 그딴 거는 아예 생각도 안 하더군요.

중산리 계곡으로부터 힘찬 물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옵니다.

가끔은 이런 풍경도 둘러보고 즐길만하건만 줄기차게 걷기에 바쁩니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대단한 팀인 줄은 미리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몸도 안 풀린 상태의 산행 초반에는 간간이 쉬기도 하련만

이들은 잘 쉬지도 않습니다.

맨 뒤에서 정신없이 따르다 보니 서서히 몸도 풀리고 땀도 나기 시작합니다.

숨넘어가는 호흡도 가라앉을 때쯤 정석 형님과 같이 걷게 됩니다.

정석 형님은 어제도 한발이 하시고 오늘 이틀 연속산행이랍니다.

그나마 나에는 다행인 셈입니다.

 

아침, 만남에서부터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편하게 해주신 구름 누님.

맑은소리 팀의 재정담당이자 살림꾼으로

어떤 산꾼에게도 지지 않는 체력 또한 대단한 여성산꾼 입니다.

 

최대장님.

배낭을 벗고 쉴 때마다 어김없이 막걸리병이 대장님 손에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가장 긴 휴식을 합니다. (8시 26분)

 

정석 형님께서 대략 알려 주십니다.

"저 저기로 해서 저기로 내려 오 끼다." (8시 38분)

 

유암폭포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든 공주님은 뒷사람들에게 물 한잔을 건네주십니다.

차가갑고 시원한 지리산 물 한잔이 온몸으로 짜릿하게 펴져 갑니다.

온몸의 감각들이 살아 나는 것 같습니다.

선두에 승덕형님과공주님의 걸음을 따라 통신골로 들어갑니다.(8시 47분)

 

이 꽃은 뭐라고 불러 주어야 하나요?

 

순식간에 건너편 통신골로 들어가는 맑은소리 팀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카메라로 찍기도 바쁩니다. (8시 54분)

 

딱 일 년 만에 다시 마주한 통신골.

지리산 통신골의 향기와 바람 맛이 단맛입니다.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고, 살아서 여기를 다시 볼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나게 합니다.

머리를 들어 올려다본 천왕봉의 당당함과 위엄 앞에서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나약한 존재인지를 느낍니다.

얼마가 남았는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 낮은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이 생각이 순간 일지라도...(9시 2분)

 

천왕봉에서 내려 꼽히듯이 자리한 통신골은

오른쪽과 왼쪽으로 각각 또 다른 세상을 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 맑은소리 팀은

오름기준 좌측의 계곡 방향으로 방향을 잡아 오릅니다

통상적으로 통신골 좌골이라 한답니다.

길은 험하고 힘듭니다.

위험함도 많아 긴장해야 합니다. 

 

좌골 최대의 난코스 구간입니다.

여러 번 오면서 이 장소에 로프가 절실했든 승덕 형님은 먼저 올라 로프를 맵니다. (9시 29분)

 

주능선까지는 올라가지 않는답니다.

제석봉이 얼마 아니겠지만, 주능선을 두고도 맛깔난 산행이 됩니다.

봄도 수확합니다.

향기로운 봄을 먹고 앉은 곳이 명당입니다.

맑은소리 팀의 식사는 참으로 풍성한 진수성찬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의 흔적은

한치의 빈틈없는 청소로 마무리하고 확인도 합니다.

다만, 대장님의 기분 좋음이 과 하긴 하지만 허물이 될 정도는 아닙니다. 

이제 그들이 말하는 째기로 하산을 합니다.

 

주등로에 붙기 전까지

째기로 내려오는 길은 뭐 길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병기막터교 까지의 골을 따라 잡목 사이로 짐승이 빠져나가듯이 내려갑니다.

자타공인 <째기>의 지존임은 틀림없습니다.

잘 훈련된 팀답게 순식간에 주등로에 서게 되고 배낭을 내려놓고 휴식을 합니다.

저로 인해 맑은소리 팀이 웃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쬐매 해드렷거든요.

공주님은

제가 본 여성 산꾼 중 최고의 체력과 주력이었습니다.

엄청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잘 웃습니다, 잘 웃는다는 것은 마음이 순수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상대를 편하게 대해주는 배려심 또한 깊은 산꾼입니다.

 

무겁도록 가져온 막걸리병은 점점 빈 병이 되어 배낭에 들어갑니다.

간혹 하극상의 과격함이 표출되면 아무리 무소불위의 대장님이라도 바로 꼬랑지를 내리고

납작 엎드려 있기도 했더랬습니다. (13시 34분)

 

"오데써!"

 

이 아이는 또 누굽니까?

 

현호색.

 

그럼 얘는 누군교?

 

주등로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내려옵니다.

유암폭포에서 앞서간 님들과 다시 휴식합니다. (13시 48분)

 

그들 모두의 걸음은 빠르고 가벼웠습니다.

또 다만, 저와 산행을 함께한 그동안의 모든 곳에서 목격되고 확인된 정석 형님의 하산길

걸음은 분명히 취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도 모든 장애물을 피했고 절묘하게

잘 내려간다는 것입니다.

이 형님, 넘어질듲 하면서도 결코 안 넘어 집디다.

비틀거리면서도 걸음이 엄청 빠릅니다.

하여튼 이영감탱이는 이상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내려가는 길은 오후 시간이 되면서 등산로를 오르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들로

점점 복잡해 지지만 참 요령껏 잘 피하며 내려갑니다.

 

홈바위교 근처에서

뒤돌아 본 오늘의 저곳 입니다. (13시 54분)

 

같이 서서 한 번 찍자 했습니다.

꼭 말 안 듣는 사람 있습니다.

구름님,공주님,승덕님,그리고

"시밤마아, 내가 뭐 잘못했노!"

 

올라갈 때 긴 휴식을 했든 곳 에서 또다시 긴 휴식을 합니다.

예외 없이 남은 막걸리를 다 없애버립니다.

기분 좋은 표정에는 천진함 마저 있습니다.

"지리산에는 왜 오는가, 행복하니까!"

간결한 대장님의 가장 완벽한 표현이

딱 맞는 말입니다.

 

이름도 모르는 이 나무가 궁금합니다.

 

그렇게 한달음에 하산합니다. (15시)

뒤돌아본 천왕봉으로 구름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리운,

늘, 가고 싶음 으로

기억하고 생각하는 지리산에서 멀어지면서

다음번을 기약하는 것은

나에게는 위안의 대상이며, 동경이며,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맑은소리 팀은 하산 후 바로 근처의 목욕탕으로 갑니다. 늘

아딸딸한 기분을 씻어내고 말끔한 모습으로

창원에 도착하고 이른 시간 저녁을 먹었습니다.

맑은소리의 오래된 이야기와 그들의 마음을 들었습니다.

서로 깊이 신뢰하고 배려하는 산꾼들의 우정과 서로에 대한 진지한 믿음이

맑은소리 팀의 실체였습니다.

공주님의 간결한 한마디가 맑은소리 팀의 정리를 한마디로 요약한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13년 차 우리는 이제<전우애>입니다."

 

끈끈한 맑은소리 팀의 산행이 언제나 건강하게 계속되길 빌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 아름다운 동행에 참여시켜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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