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04 영원봉
영원봉
독오당 55차 정기산행.
일시:2014년 5월 4일.
산행자:산나그네, 에스테야, 귀소본능, 수야, G엉겅퀴.
걸어간 길:개선마을-개선골-영원서북능 -영원봉-천년송능선-반선
흔들리는 세상으로부터 다리를 건너 지리속으로 걸어갑니다.
허망함과 억눌려진 슬픔, 그리고 분노로부터 잠시나마 위안을 찾고 싶습니다.
출렁이는 어지러운 세상을 잠시 뒤로 하면서도 우리는 세상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봄, 잔인하도록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납니다.
체 피어보지도 못한 꽃 같은 아이들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데도 말입니다.
지난달, 13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신라화랑 두온애랑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조성된 비로자나불이
있었든 관음암을 찾아가며 그 애잔하고 절절했을 부모의 심정을 짐작하고자 했었습니다
2014년,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이 저렇게 눈앞에서 죽어 가는 이 비참함에
그 부모의 심정을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눈물이 납니다.
또래의 아이를 가진 아비로서 정말로 많이도 울었습니다.
요즘, 집에만 들어오면 또래의 내 아이들을 안아 줍니다.
여린 꽃잎이 애처롭도록 낮고 작게 피어 있습니다.
지난해 봄처럼 같은 느낌이 아닙니다.
산속으로 걸어 들어갈수록 실록이 짙어지고
산은 나름의 치장으로 온통 변화하고 있습니다
두 달여 만에 독오당정기 산행에 참여하신 당수님과
새벽부터 멀리서 동행을 하신 엉겅퀴 형님과
개선마을로 갑니다.
계곡의 수달래는 흐드러지도록 만개를 했습니다.
험하고 깊은 산 중의 개선마을은 페허처럼 변해 있습니다.
주인 없는 빈집에
금낭화가 화사함으로 길손을 반기는듯합니다.
노루삼.
개선마을에서 잠시 배낭을 풀고 쉬었고,
쉬엄쉬엄 느린 걸음으로 영원봉으로 올라갑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생겨난 연유가 있고 이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리산속 작은 어떤 것 하나도 예사롭지 않고,
하찮아 보이지 않습니다.
하물며, 사람이 태어나 체 피어 보지도 못하고 죽음으로 꺾였다면
그 이유와 원인을 알아야 함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뚜렷하지 않은 길.
길 흔적을 찾아 오르는 곳곳에서
누군가는 뒷사람을 생각하며 표지기를 달아 두었습니다.
배려.
자랑하기 위해 매달아 놓지 않음을 알 수 있는 표지기는
또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참 아름다운 마음이 보입니다.
똑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하기에
한 번의 실수와 실패를 사람들은 기억합니다.
뒷사람을 위한 마음으로 길을 안내하는 마음이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능선에 올라섭니다.
이제 능선을 따라 영원봉으로 갈 것입니다.
잠시 휴식을 합니다.
구슬붕이.
무슨 생각을 하실까요?
착잡한 마음의 정리를 어떤 글로 풀어내실지 묻지 않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실까요?
묻지 않습니다.
그저, 각자 나름의 생각들을 합니다.
그저, 각자 나름의 지리산에 안겨 있습니다.
꽃이 핀 능선길을 사색하고, 이야기하고,
쉬어 가며 걸어갑니다
이름조차 유토피아를 꿈꾸게 하는 영원봉으로
그렇게 올라갑니다.
조망터에서 바라본 저 먼 곳에
덕유산이 보일 정도로 좋은 날씨입니다.
선선한 바람이 목덜미를 간질고 지나갑니다.
우리가 영원봉 자락을 올 때마다 날씨는 기가 막히게 좋았든 기억이 납니다.
석굴을 지나자마자 석문이 나타납니다.
웅장한 바위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당당합니다.
엉겅퀴 형님께서 들려주신 바위의 전설이 웃음소리를 나게 합니다.
에스테야 형님의 카메라는 바쁘게 여기저기를 향합니다.
작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요즘은 정말 사진도 잘 찍습니다.
뭐, 미개한 제가 보기에 그렇다는 겁니다.
앞으로 다가온 주능선.
사진 잘 찍는 또 다른 미개한 한 사람이 묻습니다.
"그라모 천왕봉이 오데고?"
헐~~
그의 썰렁한 개그가 모두를 웃게 합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어디에서 보아도 늘 좋은 반야봉입니다.
여기서 보이는 지리산 어느 한 곳도 빠짐없이 눈으로 담고 있습니다.
눈 감으면 머리가 아닌 곳에서 떠오르도록 마음에도 담았습니다.
언제나 그리운 사랑.
사랑이라는 게 그렇더라구요.
떨어져 있어도
눈만 감아도
그렇습디다.
어떤 분들이 보기에는 미개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최고의 만찬을 즐깁니다.
나누는 술은 그냥 술이 아닙니다.
산정이지요.
이 산에 누웠습니다.
잠이 들었습니다.
포근함에 깊은 단잠이 들었습니다.
이제 내려갑니다
천년송 능선을 내려갑니다.
와운마을 뒤 천년송으로 내려서니 사람들이 많습니다.
산방이 끝나고 연휴로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이 앉았습니다.
느린 우체통이라네요.
한 통의 알록달록한 사연을 담아 편지를 보내고 싶어지는 충동이 일어납니다
마음에 품었든 그 누군가에게.
그리고
볼 수만 있다면
어른으로 참 미안하다고,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길고 긴 눈물 젖은 편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길가에 핀 이 꽃은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이제 여름을 향해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사람들의 아픔도 조금씩 잊히고 치유가 될 것입니다.
잊지 않겠다고 하지만 잊힐 것입니다.
늘,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물속에 뛰어들기엔 너무나 차가웠지만
거침없이 우리는 들어갔습니다.
그 차가움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지만
아리고 시리도록 차가운 물에 씻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렇다는 것입니다.
뱀사골의 물소리는 경쾌한 소리처럼
계곡을 깨끗이 씻어내리며 흘러 내려갑니다.
그 청아한 맑은 물속에서의
올해 첫 탕은 개운함 이상을 남겼고.
아침 입산 때의 목적한 위안 이상을 안겨 주었습니다.
뒤돌아보고
옆으로 보고
앞을 보아도
너무나 좋은 지리산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 처자.
혼자서, 봄 지리산을 제대로 즐길 줄 알더이다
그래서 그 뒷모습을 도촬했습니다.
잔인한 세월입니다.
마음이 아픈 계절입니다.
오늘 제 딸아이가 친구들과 합동분향소에 다녀왔든 이야기를 합니다.
그냥 안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