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3.10.27 도장골 청소산행

지리99 수야 2013. 10. 27. 02:44


도장골


 

일시:2013년 10월 27일.

2013년 지리구구 청소산행(세석대피소 집결)

걸어간 길:거림-길상암-도장골-와룡폭포-시루봉-촛대봉(일부 청학연못)-세석대피소-음양수-거림옛길-북해도교-거림

산행자:다우님, 에스테야님, 센드빅님, 수야. 귀소본능님.


2013-10-27_도장골(촛대봉).gpx

2013-10-27_도장골.gtm

 


세석대피소에 집결하는 지리99의 청소산행에 참여한다.

시간을 감안하여 일찍 출발한 독오당은

거림으로 들어와 주차하고 바로 도장골로 스며든다.

길상암의 눈치를 살펴 좌측 울타리를 넘으며 설치된 카메라에 신경을 쓴다.

과거 혼자 올라 갈 땐 계곡으로 바로 치고 올라 간 적이 있는 길이라 눈에 익다.

 

10월의 끝자락에 매달린 가을은 그 빛깔도 퇴색되어 낙엽으로 내려앉은 단풍이 수북하다.

그래도 간간이 하늘빛과 대비되는 자연의 색상은 잠시 눈길을 빼앗아 발길을 멈추게 한다.

 

햇살이 산으로 번져 등 뒤를 비추는 밝음에 올려보니

덩달아 산속에 있는 산꾼의 마음도 밝음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산길을 고집하며 계곡을 곁에 두고 오르는 길.

지리구구의 청소산행에 참가하는 반가운 얼굴을 만난다.

거제의 시루님과 시루님지기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동행한다.

산정무한 행사에서 술잔을 나누기도 했지만, 산행은 처음이다.

언제나 과묵하고 무게감 있는 조용한 지리 산꾼이다.

 

막걸리에 간단한 휴식을 하고 와룡폭포까지 계곡을 건너 왔다 갔다를 하며 올라 가는 길.

귀소본능의 카메라는 도장골을 수없이 담는다.



 

오랜만에 동행한 센드빅형님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가을빛 도장골에서 밝다. 


 

와룡폭포에 도착한다.

인터넷 정보의 보편성 속에 요즘의 산길은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거의 네비게이션 수준이라 할 만큼 밝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휴대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주변 산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산에서 길을 잃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와룡폭포에서 어디로 가야 시루봉인지는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폭포 상단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시루님부부와 다시 합류한다.

시루봉으로 올라 촛대봉 아래 청학연못으로 갈 것이라 일러주고 다시 출발.


 

도장골에 햇살이 눈부시게 내린다.

빨치산 시절 환자터가 있었다는 도장골.

그때의 부상당한 빨치산들도 가을빛 창연한 이런 광경을 보았으리라.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의 날들 속에서

생과 사의 갈림에서 순간순간에 이런 가을 하늘을 보게 된다면 

두고 온 고향의 부모형제를 어찌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가을이 깊어 간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리산은 묵묵히 아무 말이 없다.

단지 인간의 역사이고, 인간의 시간이며, 모든 것은 인간의 몫으로만

남겨진 아픈 과거가 지리산과 함께한다. 

 

 

올라선 곳.

내려다보는 조망이 펼쳐지고

지리구구의 또 다른 한 팀을 반갑게 만난다.

봄이님과 재영님을 포함한 서울팀이다.

반가움을 나누며 오고 간 농담에

독오당이 먼저 가고 뒤에 따라갈 테니 만약에 걸리면 연락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그 농담이 현실이 되었다.

잠시 후에 있을 일을 모른 체 평소에는 절대 그런 일도 않든

다우대장님은 소리도 질러 보는 호기를 부렸다.

우찌, 이런 날도 있다.

 

상봉이 손끝에 닿을 듯 가깝다.

곧추선 위용이 과연 당당함이다.

 

흐르는 산맥은 가을 하늘 아래

언제나 오늘의 역사로 있다.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는 골짜기를 기록한다"고

소설가 이병주는 소설 지리산에서 말했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 회상함은 삶에서도 간간이 느끼는

작은 뿌듯함이기도 하다.

흔들리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며,

한 번쯤,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그렇게 흔들리고

그렇게 울며 지나온 날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뭐, 한 번씩은 뒤돌아 봄도 괜찮다.



 

올라온 길,

저 멀리 시작의 첫걸음이 있더라.

잊어버리고 또는 무감각하게 스치는 날들에서

그 첫 시작을 나 잊고 있었다.

 

 

직등으로 바로 선 통신골과 선명한 상봉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본다.

사람도 위선이나 숨길 것이 없을 때 더욱 당당한 모습이 된다.

저 당당함을 잊지 말자.


 

거리낌없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당당한 지리산에서

당당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배움 앞에서.

 

바라만 보아도 배워야 할 것이 생기는 이 산 지리산.

 

시루봉(장군봉)에서의 촛대봉은 지척에 가깝다.

뒷모습이 보이는 산꾼의 빠른 걸음조차 보인다.

청학연못에 들였다 세석으로 갈 것이다.

오르는 도중에 주워담은 쓰레기를 배낭에 넣는다.

 

귀소본능의 카메라는 그의 감성조차도 담아낼 것 같다.

 

반야의 뒤태가 자못 사랑스럽다.

산맥이 꺽이어 돌아 멀리 노고단이 시선을 잡아끌어도

살짝,살짝, 굽어지는 곡선은 그야말로 에로티시즘이다.

 

여기에 서 있음을 인증하려 한다.

얼마나 오랜 세월 저곳을 지켜왔는지 모를 한 그루 나무는 그의 인증을 인정한다.

 

앞선 독오당의 셋은 빠르게 그들이 올랐다.

둘은 주위의 경관에 심취한 나머지 저들을 살피지 못했다.

괜히 땅에 카메라를 댄다.

"이리 오십시요, 두 분이 십니까?, 도장골에서 올라오셨죠?"

아시죠!

전혀 반갑지 않은 분들과의 만남에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개인정보를 순순히 밝혀 주었다.

 

전화했다.

안 받는다.

문자를 보낸다.

"청학입구,국공!"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서울팀의 소리와 모습.

그것을 잡으려는 바로 위의 숨은 기다림을

바라보고 있는 나.

 

다시 전화한다.

대답은 짧고 간결하고 오히려 물음이 길다.

"걸렸습니까?" "네!"

 

"통화도 안 되고 문자를 보냈는데 못 보았군요"

"네!"

 

세석으로 간다

독오당은 찢어져서 청학으로 가고 촛대봉으로도 간다

세석산장을 보며 이제는 차라리 마음도 편하게 할 짓들을 다 한다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비를 맞을 때 처음은 웅크리지만, 나중엔 이왕 버린 몸.

뭐, 그런 홀가분함에 촛대봉의 세세함을 마음껏 누린다.


 

 

이놈의 개쉐이는 지리 산꾼 인가?

나중에 보니

세석산장에 지 집이 있더라.

국공 이더라.

개쉐이.

 

지리99의 반가운 얼굴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세석으로 내려간다.


한동안의 인사가 오고 가고

오늘의 무용담은 나만 있는 게 아니라 올라오는 몇몇 팀과 산꾼들이 같이

공유하는 일이 되었다.

쓰레기를 담아온 봉투와

마대 자루에 지고 올라 온 분들까지, 청소 산행의 산정이 한 동안 계속되고

마무리 기념사진을 찍는다.

 

서울팀.

 

진주팀.


 

대구팀.

슬쩍 낑겨주는 센스도 있네.

 

지리99 여성 산꾼들만 따로.

 

국내 언론들과 해외 외신기자들의 뜨거운 취재경쟁.

 

2013년 지리99의

청소산행은 이제 각자 알아서 하산을 완료하고 게시판에 무사 귀한을 보고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거림으로 내려간다.

음양수샘에서 작별하는 팀과 인사를 나누고

독오당은 거림옛길로 내려간다.

다시 주등로 북해도교에서 만나는 팀들과 함께 하산한다

간간이 또다시 우연이든 약속이든 뭐든 만남은 이어질 것이다

지리 산꾼은 산에서 만나게 되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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