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9 지리산 화대종주
지리산 화대종주
일시:2010년 06월 19일~ 20일.(1박 2일)
산행자:박형조님, 서정연님, 지만규님, 수야
걸어간 길:화대종주: 총거리 46.3km
화엄사-7k-노고단-3.2k-임걸령-1.3k-노루목-1.8k-화개재-1.2k-토끼봉-3k-연하천- 2.1k-형제봉
-1.5k-벽소령-2.4k-선비샘-3.9k-세석(1박)-3.4k-장터목-1.7k-천왕봉-0.9k- 중봉-3.1k-치밭목
-1.8k-삼거리-4.4k-유평리-1.6k-대원사- 2k-대원사 매표소 .
1박 2일간 지리산에서 버틸 짐을 챙깁니다.
2010년 6월 19일 새벽 02시
창원을 출발 03시 50분 화엄사주차장에 도착.
산행준비를 하고 지 교수님의 안전산행 기원제를 시작으로 아직 어둠에 묻힌
안개 가득 찬 지리 속으로 들어갑니다.
화대종주길의 시작입니다.
2시간 50여 분의 쉼 없는 오름으로 그 악명 높은 코재를 뒤로합니다
여자로 쳐주지도 않는데 여자라고 우기는 아줌마 여전사
회장님은 별로 표정변화도 없습니다.
사투를 벌이고 올라온 모습의 박 감독님.
과거 경험으로 코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코가 닿을 듯 가파른 경사는 여름 무더위가 시작되는 이 계절에
초반부터 진을 빼게 합니다.
쉽지 않은 종주를 결행하기까지
망설이고 주춤거릴 때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실행하게 한 형님의 덕분에 과감하게 나설 수가 있었든 길입니다.
벌써 흠뻑 땀으로 젖어버린 몸을
성삼재 주차장과 노고단 가는 길 도로에 올라서서
안갯속에서 잠시 열을 식혀봅니다.
결의에 찬 비장한 모습의 지 교수님 왈
"워따메 삐딱이 가 아주 징걸징걸 하구마 아주"
"막걸리 한 사바리 하고 가자 "
노고단산장에서의 아침 식사.
햇반에 라면 그리고 막걸리와 맥주가 주워집니다
코재를 함께 올라온 젊은이가 너무 좋아 보인다며 박 감독님 맥주 한 잔씩
건넵니다. 이것을 보고 지 교수님
"그 무거 분 거를 우찌 지고 왔는데 피 같은 술을 자꾸 주노 여는 배달도
안 해준다 안카나 애끼무도 모자라는데 참 내!"
노고단의 정상은 올라 가지 않지만
노고단에서 시작되는 주능의 시작점에 섭니다
노고단의 본래 이름은 길상봉입니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25.5km의 장대하게 뻗은 주능선길로 이제 걸어 들어갑니다.
삼도봉에 섭니다.
삼도봉을 뒤로하고 토끼봉으로 그리고 화개재 에서의 휴식
교수님은 온몸의 땀을 수건으로 짜냅니다.
여름의 더위와도 한판 승부를 하는 고행이 계속됩니다.
스프레이 좋아하는 회장님 발에도 뿌리고
연하천대피소.
남들은 이곳이1박을 하는곳인데 우린 여기서 점심을 먹습니다.
속도를 좀더 낸다 해도 충분히 소화 해낼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낭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돌아갈때 우린 추억이라는 한조각과 또다른 무언가를 한배낭 담아갈수 있을겁니다.
여유로운 휴식을 합니다.
가스로 인해 조망은 시원치 않치만 간간히 열리는 조망에 순간순간 눈으로 담아 놓습니다.
구벽소령을 통과 합니다.
땀을 짭니다.
조망은 없습니다.
운무에 가린 지리산.
지리산의 모습을 오늘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비가 오지 않음을 위안으로 삼습니다.
연하천에서 사람들이 하는말에 의하면 세석에 너무많은 사람이 몰린다고 합니다
벽소령에서 일박을 하는것이 나을거라는 판단도 됩니다
벽소령에 도착해서 상황을 보기로하고 속도를 냅니다
사정을 해봅니다
공단으로서도 어절수는 없지만 아무도 없는 우리들만 있는데
굳이 방송을 합니다
하산을 하랍니다
표정들이 어두워 집니다
잠시 생각을 하고 결론을 내립니다
강행합니다 세석까지 일단 가기로 하고 서둘러 일어서는데 ..
기어이 우리 지교수님 큰소리로 한마디 하십니다
"당신들도 부모형제가 있잖아 말이야"
시간이 빠르게 흐릅니다.
지리산속의 시간은 빨리 찾아 오는듲 합니다.
어스럼 어둠이 묻어 오고 있습니다.
걸음은 마음처럼 빨리 움직여 지질 않습니다.
세석산장이 가까워집니다.
한번의 휴식을 하고 빠르게 세석으로 걸어 갑니다.
벽소령 산장에서 거의6km를 쉼없이 걸어 옵니다.
노을을 배경삼아
잠시 놀아 봅니다.
꿀맛같은 휴식입니다.
세석이 가까워집니다
마음도 발길도 바빠집니다.
세석산장에서의 노숙의 하룻밤을 보냅니다.
힘들고 고단한 몸을 추스를 여유도 없이 자리부터 잡아야 합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시장바닥 같습니다.
어찌어찌 자리도 잡게 되고 회장님도 산장 안으로 방을 잡았습니다.
회장님을 칠성급 호텔 방으로 자릴 잡아주고 난 뒤
우리끼리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박 감독님은 얼마나 맘을 졸였는지 우리는
비를 맞고 자도 이젠 괜찮다고 하십니다.
물을 담아 오고, 식사준비를 하고 분주합니다.
이윽고 지리산 세석에서의 만찬이 준비가 되고 우리는 웃으며
비로소 술 한잔 씩을 나눕니다.
여유가 생기고 웃음이 넘쳐 납니다.
술이 부족하긴 하지만 지나침보다는 낫습니다.
옆자리에선 불쾌한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소등한다는 방송에 각자의 자리로 들어가 잠을 청합니다.
잠시 깜박 조는듯한 잠에서 깨어보니
바람 소리가 요란합니다.
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갑니다.
침낭 지퍼를 내리고 올리는 소리에 뒤척이는 소리 까지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나뿐만이 아닌가 봅니다.
그렇게 보고 싶다던 지리산에서의 상현달.
비수 같은 별빛은 없었지만
잠시 잠깐 동안 하늘이 달을 보여주는 순간을 감독님이 찍었다고 합니다.
새벽4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소리에 자리를 일어납니다.
노숙자가 따로 없습니다 .
아침을 든든히 먹고 세석을 떠납니다.
오늘 아침 이변이 일어납니다.
지 교수님이 펄펄 날아갑니다.
천왕봉을 한 번도 올라 보지 못해서 이번에 꼭 올라보겠다는 열망 때문 일까요 .
계속 선두로 나섭니다.
감독님과 회장님은 후미로 밀려 납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잘들 걷습니다.
운무가 짙어 앞도 잘보이지 않습니다.
말없이 얼마의 세월을 버티며 견딘 흔적일까요.
연하봉의 고사목은
이 아침 숙연합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견디고,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견디며
오로지 존재함 그 자체가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지리산의 아침입니다.
장터목에 도착합니다.
운무 가득한 산장엔 사람들로 인산인해 입니다.
누군가에게 엽서라도 쓰고 싶어지게 하는 빨간 우체통이 세상을 향해있습니다.
쉬어 갑니다.
장터목에서 잠시 쉬고 우리는 지 교수님 열망의 대상인 천왕봉을 향합니다.
제석봉의 고사목 지대를 지나면서
지 교수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어젯밤에 아들에게 전화하는 내 소리를 다 들었답니다
웃어야 할지 민망하기도 하고 ....
또 한번의 이변이 일어납니다.
항상 여전사의 모습으로 앞장서서 걷든 회장님이 뒤로 쳐지기 시작합니다.
산행 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하늘로 통합니다.
하늘과 통하고 싶은 인간의 열망이 맞겠지요.
사람이 너무 많아 길목 마다 정체가 됩니다.
양보도 없이 무작정 들이밀고 내려오는 한 무리의 산악회 사람들 땜시
우리 끼리 한소리씩 해봅니다. 에이~ 씨xxx~
지 교수님이 맨 처음으로 천왕봉에 오릅니다.
오늘 이상합니다.
저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일입니다.
하여튼 대단한 체력입니다.
전화가 옵니다.
성 여사 영화 보러 가는데 인터넷으로 예약하려면
어찌하는지 묻습니다.
그냥 극장에 가라고 해도 자꾸 전화가 옵니다.
이 판국에 극장 예매라니....
바람과 사람에 밀려서 중봉으로 갑니다.
중봉에도 조망은 없습니다.
오늘 하산을 완료하기로 했던 일정이라 서둘러 갑니다.
써레봉입니다.
이제 치밭목에 다 와 갑니다.
치밭목 산장에서 마지막 남은 식량을 모조리 먹어 치우기로 합니다.
무거웠던 배낭도 한결 가벼워집니다.
마지막 힘을 모아 대원사까지 줄기차게 내려갑니다.
조개골에 도착합니다.
앞뒤 가릴 것도 없이 계곡에 입수합니다.
이틀간의 고단함이 일시에 씻겨 나갑니다.
이 맛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윗새재는 한산합니다.
윗새재에서 대원사까지 끝도 없는 포장길을 내려옵니다.
지겹고 지겨운 길 끝에 대원사에 도착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지리산 화대 종주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