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9 자빠진골-남부능선-촛대봉-거림
자빠진골
일시:2008년10월19일
산행자:혼자
걸어간 길:
◆ 거림 주차장(06:05)
◆거림1.3km 세석4.7km 표시목(06:27)
◆03-03구조목(06:31)
◆자빠진골 진입(06:38)
◆한벗샘(07:26)
◆청학동5.2 세석4.8 한벗샘40m표시목 갈림길(07:29)
◆석문(08:39)
◆대성교 갈림길(08:53)
◆음양수(09:15)
◆의신 세석 거림 갈림길(09:33)
◆세석대피소휴식후출발(09:57)
◆촛대봉(10:18)
◆청학연못 들머리(10:24)
◆쪼개진바위(10:27)
◆청학연못(10:30)
◆청학연못 우측소계곡 너들지대로내려감
◆무명교(11:10)
◆북해도교(11:46)
◆천팔교 에서 점심
◆거림매표소(13:06)
2주 전 보지 못한 청학 연못을 찾아서 홀로 지리에 든다.
혼자만의 즐거움이 있어 들뜬 마음으로 지리를 헤매는 것이 행복하다.
여명과 함께 산행을 시작한다.
혼자 하는 산행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 성격 탓이리라.
매표소에 혹시 누가 있나 살펴보지만 아무도 없다.
시간기록을 위해 안내도 한 장을 찍는다.
정규등로를 따라 오르다가 03-03구조목 표시기에서 조금 위 좌측 계곡을 건너면서
자빠진골의 들머리가 시작된다.
03-03표지목을 기점으로 잡고 좌측 계곡을 살피며 오르다 보면
쉽게 들머리를 찾을 수 있다.
자빠진골 들머리 입구
자빠진골 초입은 너들길을 따라 오른다.
그렇게 생각보다 험하지는 않다.
길은 의외로 뚜렷하다.
산 중턱에 물든 뒤 늦은 가을 단풍에 한동안 숨을 고른다.
한벗 샘은 가뭄 탓인지 수량이 적어 메말라 간다.
식수로는 불가하다.
한벗 샘을 지나자 이내 남부능선에 진입한다.
남부능선을 걸으며 몇 번이고 바라보는 건너편 촛대봉이 무척 가깝다.
촛대봉 능선을 따라 하산할지 다른 방향으로 잡을지 아직도
결정을 하지 않았다.
혼자 하는 산행의 편리함이 이런 것이다.
맘 가는 대로 발길 가는 대로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으니.
세석으로 들어가는 석문이다.
이 석문이 바로 청학동으로 들어오는 관문이다.
세석평원을 유토피아 청학동이라 지목하는 많은 이야기가 있으니
그 이야기의 신빙성을 더해 주는 석문이 바로 이곳이다.
석문을 지나자 넓은 세석평원이 펼쳐지고 그 위로 촛대봉과 시루봉이 한눈에 들어 온다.
촛대봉
남부능선은 가을을 지나 다른 계절을 채비한다.
음양수 샘에서 물을 한 병 담는다.
세석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간단한 간식을 먹는다.
촛대봉으로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분위기로 볼 때 공단의 단속이 심해진 걸 느낄 수 있다.
만약의 경우 도망이라도 갈 마음으로 촛대봉 아래로 내려서는데
등산객인지 공단원 인지 뒤에서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는 말을 못들은 척 하고 빠른걸음으로 내려간다.
뒤통수가 가렵다.
시루봉이 지척에 왔을 때 뒤를 돌아보니 다행히 아무도 없다.
발소리도 죽여가며 내려가는데 별생각이 다 든다.
까짓거 안되면 입장료 한 번 낼 각오를 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촛대봉이 우뚝 솟아 내려온 급한 걸음을 지켜본다.
누군가 청학연못 들머리를 이렇게 표시한듯하다.
지난번 이 바위에서 위쪽으로만 헤집고 다녔든 실수가 허허로운 웃음을 나오게 한다.
이 바위를 기점으로 바위처럼 생긴 곳을 모두 찾아보면서
내가 지나간 흔적이 다른 사람들에게 혼돈의 길이 되지나 않을까 했는데
저렇게 바위에다 누군가 표시를 해두었으니 그럴 염려는 안 해도 될 듯하다.
그때도 저 동그라미가 있었을 텐데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여기를 들어서는데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간절히 그리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잠시 걸음조차 멈추었다.
그날 이후 내 맘속에 계속 자리하고 있던 이 곳이 숙제로 남아 꿈에 보일 정도로
마음속에 새겨진 탓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청학동을 세세히 모르듯 숨어 있는 청학연못은 더욱 모른다.
지리산 구석구석 누빈 산꾼들마저 청학연못 이름조차 생소하단다.
찾아서 가 본 사람은 더욱 드물다.
세석고원의 절묘한 곳에 숨어있어 아무나 쉽사리 찾을 수 없도록 천왕할매가 진법을 펼쳤다고 한다. 우주의 블랙홀처럼 사람들을 청학동으로 빨아들이는 구멍이지 않을까 허풍도사는 말하고 고운동의 수도꾼 원만선사는 옛날에 세석에 사는 선인이 만들어 노닐던 곳이란다.
주위로 야생 잣나무 삥 둘렀고 멸종 직전의 지리산 세 발 당귀가 여기 와서 밭을 이뤄 살고 있었다. 몇 년 전 MBC가 청학동을 찾아가는 프로에 세상에 첫 모습을 나타냈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만은 감춰 놓았다. 촬영 당시에 신비한 일 몇 번 있었다.
조립하여 세워놓은 아주 무거운 촬영장비가 갑자기 나둥그러지고 연못을 가로질러 물줄기가 하늘 높이 솟구쳐 올라 달려가면서 주위 온통 물 벼락을 맞게 했다.다들 혼비백산했는데 거대한 뱀이 연못에서 나와 맞은편 바위로 사라진 줄만 알고서는 멍하니 한동안 넋을 놓았다. 한참 지나서야 모두 정신 차려 생각해 낸 건 동해의 용오름 현상을 닮은 힘이 아주 센 소시랑 바람이 청학연못 수면에서 일어났다고 믿을 수 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또 다른 신기한 일은 연못 위의 암벽에다가 아주 이상한 글자를 파자로 새겨놓아 그 뜻을 누구도 통 알 수가 없었다. 사진 찍고 그림까지 그려서 연구가와 교수에게 보여도 누구도 뜻을 풀지 못했다. 또 하나 이상한 일을 겪은 것은 헬리콥터를 전세 내 청학연못 위를 돌았는데 연못 바로 위에서도 잘 찾지를 못해 서너 바퀴 너댓 번 돌아와서야 겨우 청학연못 찾아내자 조종사도 어이없는지 혀까지 찼다.전해오는 이야기가 또 하나 있다. 감자만 심어 먹고 연못 주변에서 공부한 여 감자란 사람이 연못을 팠다고도 한다. 그곳에서 청학동 통하는 문이 있다고 치열히 수도하고 명상했지만 결국에도 청학동에 들어가지 못하고 연못 위에 무덤으로 남았다 한다. 인간 몸으로 청학동에 못들어 가니 영혼만 몸에서 빠져나와야 어디든 마음대로 들 수 있다고 여 감자 무덤이 말해 주는 것 같다. 청학동이 여기다며 연못 주변에서 수도한 종교인들은 자기들을 맹물교라 선포한 적도 잠시 있었다.
지금에 와서도 재미난 이야기는 전해온다. 백두산 기운이 뻗어 내려와 지리산에서 엄청 솟구쳤는데 그중에서도 제일이 세석이라 하고 세석에서도 청학연못이 신비하단다. 일본인들이 지리산에 정기를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았다는데 연못에서는 더욱 물줄기가 펑펑 솟구쳐 올라 할수 없이 연못 바닥을 황금 동판으로 깔았다 한다. 해방이되어 일본인들이 쫓겨서 가자 제일 먼저 청학연못 찾아온자는 십승지 찾아다닌 비결가도 아니고 공부해 득도하려는 구도자도 아닌 동판 찾아 돈 벌려는 장사꾼이었다. 그사이 재빠르게 자본시대가 와서 황금만능주의로 세상이 바뀌어 황금동판 찾는 곳이 청학동이라며 야단법석 피운 일도 소문났었다.하지만 지리산은 신령스럽다.
황금동판은 감쪽같이 사라졌었고 아예 청학연못마저 찾지 못하도록 바위와 나무로 팔진법을 펼쳐 지금까지 고스란히 숨도록 했고 간절히 절실히 원하는 공부꾼 수도꾼들에만 조그맣게 들어가는 문이 있었다.
(글: 묵계 다오실의 성락건님)
크기/ 대략20mx5m, 수심 1m 정도
연못 속엔 올챙이들이 가득하다.
가을에 올챙이가 있는 것이 맞나?
겨울이 다가오는데 저놈들은 언제 개구리가 되어서 동면을 하지?
[출처]<지리99> 도장골 일출봉 청학연못|작성자 주유천산
연못 주위를 돌아보고 슬랩을 올라 본다.
햇살 좋은 곳에 누워도 보고 한동안 머물며 이 신비감을 가득 느낀다.
하산은 연못의 아래쪽 소계곡을 따라 북해도교로 내려가기로 한다.
우측계곡을 따라 너들길을 내려간다.
표시기가 몇 개 보인다.
꼭대님.
세석산장에서 식사하고 있든 그분의 표시기도 있다.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는데
분위기 상 식사에 끼어들 수도 없고 잠시 기다리다.
그냥 발길을 옮겼다
참 부지런한 지리의 산꾼이시다.
뽓대님
여러 갈래의 발자국이 즐비하다.
너들길 우측으로만 계속 붙어 내려왔는데
갑자기 사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내려서고 보니 무명교다.
소계곡의 우측을 고집하다 보니 거림골의 등산로 북해도교 위에
떨어진 것이다.
내려온 무명교 바로 위 소계곡.
아래에는 아직 고운 단풍이 싱싱하게 빛난다.
천팔교를 지나 길은 계속 아래로 향한다.
고도가 1,800이라 천팔교라 했다.
다소 지겨움이 밀려오는 하산길에 마을 입구 이 나무가 다 왔음을 알아차리게 한다.
꼭 가보고 싶었던 청학연못을 찾았다는 마음에 기쁨이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