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9 한신지곡-한신주곡[지리-60]
한신지곡.
일시:2012년7월29일(일)
함께:에스테야님,수야.
걸어간 길:백무동-한신지곡-장군바위-주능-장터목-세석-한신주곡-백무동.
산행시간:11시간30분(휴식및 식사시간 포함)
이동거리:17km.
시간대별 산행경로.
백무동주차장 출발:07:06.
한신지곡 들머리:08:11.
팔팔폭포:08:43.~(아침식사)~09:35.
천령폭포:10:20.
합수부:11:02.(좌측계곡으로 진입)
내림폭포:11:09.
장군바위:11:59.
주능선도착:12:53.
장터목 산장:12:58.
세석산장:14:14~(점심식사)~15:45.
백무동산행종료:18:33.
가만히 스스로에게 물어 봤습니다.
살아 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무엇이었냐고
그리고 진정 참을 수 없던 것이 무엇이었는가 하고
살아오면서 제일 힘든 일이 내가 나를 다스리는 일이었다고
나를 주저앉히고
내가 나를 타이르고 나무라고
내가 나를 다스리는 일.
그것이 제일 힘들고 어려웠던 일이었다고...
미움도 버리고
집착도 버리라고
또한 욕심도 버리려 했지만
하지만 버리는 일이 쉬운게 아닌가봅니다
버렸는가 싶으면 어느새 다시 쌓여있고
끓었는가 싶으면 다시 붙어 있으니...
텅텅빈 마음으로 돌아오기 위해
간단하고 단순해지기 위해
그래서 그텅빈 마음에 한가득 충만한 자유를
채우기위해 나는 산으로 갑니다.
산행전날 노가다를 하느라 많이 피곤한탓에 몇시간이지만 잠을 자고
새벽4시50분 에스테야형님과 함께 백무동으로 달립니다.
산행전날 잠을 잔것은 처음이고 술을먹지 않은것도 처음인듯 합니다.
둘만의 호젓함에 아침식사도 산행중에 해결하기로 합니다.
함께 하기로했든 센드빅형님은 집안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하고 독오당의 당원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모두가 바쁜탓에 에스테야형님과 둘만이 지리에 들어 갑니다.
백무동엔 피서 인파가 가득합니다.
사실 오늘 처가 식구들이 모처럼만에 멀리 충청도에서 거제까지 내려왔지만
나는 지리산으로 혼자 내빼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별로 원망하거나 탓하지도 않고
아무 군소리 없이 산으로 보내주는 아내에게 무척이나 미안했지만 어쩌겠습니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사 다음으로 미루다가는 아무것도 할수없다고
평상시 쇠뇌를 시킨 덕분인지 아님 잔소리 해보았자 소득이 없음을 알고
미리 포기를 하는탓인지 하여튼 잘 다녀오라고 하고 애들과 함께 거제로 가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또 표현조차 하지 못하고 무뚝뚝함으로 일관 합니다.
백무동 야영장의 텐트를 보면서
여름이 가기전에 식구들과 하루라도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덥습니다.
무지하게 덥습니다.
우측으로 계곡을 끼고 걷는 산길은 시작하자 마자 땀이 쏫아 납니다.
주차장에서 한시간여를 오르며 이미 땀으로 온몸은 젖어 있습니다.
구조목11-05를 지나고
가내소폭포직전 지계곡의 들머리로 들어갑니다.
저다리를 건너 어디에 들머리가 있는듯 합니다만 우리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좌측의 들머리로 들어갑니다.
좌측으로 들어서자 마자 계곡으로 내려서면서 계곡을 따라 올라갑니다.
사진의 좌측에 또렷이 표시라도 하듯 막아놓은 들머리.
머리위로 쏟아지는 태양은 그야말로 불볕입니다.
아침 나절에 벌써 이렇게 더운걸 보면 오늘 하루도 푹푹삶을 모양 입니다.
한신지곡을 그렇게 오매불망 그리워 하든 에스테야형님은
오늘 소원 풀이를 합니다.
초반 사뿐한 걸음으로 뒤따라 옵니다.
쏟아지는 크고작은 소폭들의 물줄기와 게곡을 휘감아 도는 물소리는 한순간
답답함으로 가득하든 가슴을 시원스레 씻어줍니다.
세상사 크고 작은 시름과 걱정과 염려를 잊어 버리기에 충분 합니다.
오늘 다 비우고 오로지 지리에 뭍혀서 하루를 보내고져 합니다.
배고픔이 밀려 옵니다.
원초적인 본능을 해결 하고 가자 합니다.
팔팔폭포위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때웁니다.
너무도 오래전부터 나는 아침을 먹지않는 습관으로 살았습니다.
오랜세월 그렇게 살다보니 아침을 먹는날은 속이 부담스럽고 오히려 몸이 무거워
많이 불편했는데 독오당산행때 먹기시작한 아침을 이제는 산행때만은 거의 챙겨 먹습니다.
살얼음이 씹히는 한잔의 맥주와 함께 한시간여의 시간을 쉬어 갑니다.
이름 모를 폭포를 몇개나 지나고 계곡은 점점 깊어 집니다.
깊어지는 계곡의 물소리에 우리 두사람의 거친 숨소리도 뭍힙니다.
햇볕이 물속에서 부서지고 부서진 조각들이 다시 날아와
눈을 부시게 합니다.
나를 바라보는 것이지요.
다시 채우기위해 버리는 지금의 이시간을 나는 정화의 순간이라 착각 합니다.
내 가득찬 버려야 할것들을 다 버리려 합니다.
버리고 버려서 아무것도 남지 않을때 까지
단순히 살아있음에, 살아감에 감사 할때 까지
치열한 나와의 전쟁을 시작 합니다.
좀더 치열하게...
빨라진 나의 걸음에 에스테야형님이 뒤로 자꾸 쳐집니다.
나만의 생각에 젖어 있다
뒤돌아 보면 저뒤에서 "수야!"를 부릅니다.
미안한 마음에 기다렸다 같이 하지만 또잊어 버리고 혼자 진행을 합니다.
다른날과 달리 이분 오늘 많이 힘들어 합니다.
울트라마라톤 까지 하는 대단한 체력은 오늘 찾아 볼수가 없습니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열을 식히며 마라톤을 무리하게 해서 발바닥이 심하게
아픈 그이름은 잊어 버렸지만 하여튼 무슨 병인지가 생겼답니다.
그리고 오늘의 날씨도 엄청나게 덥기도 하고 말입니다.
무엇보다 아직 40대인 제가 50대인형님과 같을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천령폭포에 도착 합니다.
반가운 우리의 당수님을 뵙니다.
지금쯤 유럽여행준비로 한창 바쁠것입니다.
에스테야형님은 정말 선생님을 본것처럼 반가워 합니다.
이분 참 순순하십니다.
바위에 의지해 살아가는 작은 들풀이지만 나름의 빛깔과 꽃이 곱습니다.
바위 채송화라 했든가??
벌써 지친건가.
많이 힘들어 하는 모습입니다.
그래도 쉴때마다 특유의 유머로 옆사람을 편하게 해주시는
배려심 깊은,
이분 참 착하고 좋은 분입니다.
산수국이 맞는지요?
내림폭포에 도착합니다
웅장한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한참 바라봅니다.
그리고 사람의 발자국을 봅니다.
물에 빠졋는지 선명한 등산화자국이 금방 앞서 간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짐작 하게 합니다.
자세히 보니 저위에 여러명의 사람이 보입니다.
마지막에 선 사람이 우리를 보자 쏜살같이 사라 집니다.
지은 죄가 많은가 봅니다.
우리는 착한 사람들인데...
내발로 기어 오르는 형님의 뒤에서 그를 봅니다.
형님이 지나간 바위 위에는 땀이 뚝뚝 떨어져 있습니다.
그땀방울 자국위 뒤따르는 나의 땀도 또 떨어집니다.
이제 형님 앞으로 기어오른 내가 그를다시 봅니다.
헉헉거리고 오르다 나와 얼굴이 마주치면 씩 웃어 보입니다.
이분 참 밝은 분입니다.
깊었습니다.
깊고 깊은 계곡은 그 속에 많은 이야기를 숨겨 두고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말없이 묵직한 사람의 속내처럼 그러하리라 짐직해봅니다.
주위를 항상 밝게 만들어 가는 에스테야형님의 속내처럼 말입니다.
형님이 물어 봅니다
"이기 무슨 꽃이고?"
너무도 당당하게 말합니다.
"말나리 아잉교"
"배울때 잘 배워야 됩미데이"
"하모"
이분 참 바보 같습니다.(배울사람 한테 배워야지^^)
함양폭포의 거친 물소리와 마주합니다.
한신지곡의 상단으로 갈수록 수량은 줄어 들었지만 그이름 값을 하는
폭포앞에서 한동안 서있습니다.
뒤따라온 형님은 "함 박아바라" 하시며 이런 표정으로 섭니다.
저표정이 이분의 대표 표정 입니다.
자꾸이렇게 글을 쓴다고 지난번에 꼭대님께서 형님을 놀려 먹는다
하셧는데 저는 진실을 말씀드린것이지 놀려 먹을려고 하는게 아님을 밝힙니다.^*^
함양폭포위로 올라서자 장군바위에 도착합니다.
아까 앞서간 그분들이 점심을 먹고 계십니다.
우리를 보고 경계의 눈빛으로 한참을 보시더니 안심을 한듯
소주 한잔 하라며 부릅니다.
일단 예의상 한번은 사양을 합니다.
속으로 한번 더 불러 주길 간절히 바라며...
또 나오는 이등병자세를 오늘은 애써 고치라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참으로 에스테야형님 다운 자세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 표정과 대표자세 입니다.
이분 참 일관 되게 지조있는 분 입니다.
자세좀 풀고 웃어 보라 했습니다.
억지로 웃었다.
그냥 대표자세가 더 좋을듯....
위의 식사중인 분들이 다시한번더 불러주십니다.
형님은 "아님니다,많이 드십시요" 했지만
저는 소주 한잔이 간절 했습니다.
두번 거절은 예의가 아니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불현듯 생각 나고 급기야
"꼭 주시겠다면야 감사 합니다만 괜찮을런지 모르겠습니다"하고 다가 갔습니다.
괜찮다고 하든 에스테야 행님도 슬며시 따라옵니다.
술맛은 이런 맛이지요. 캬아~
음,괜찮타고 하든 형님은 나처럼 눈을 감고 술맛을 음미 하고 있었습니다.
참 맛난 술을 얻어 먹고 몇마디 인사를 나누고 갑니다.
짜릿한 기운이 또한번의 땀으로 쏟아져 나올때까지
세상은 참 아름답습니다.
계곡과의 거리를 두고 걸어가는 길이 희미해집니다.
주위를 잘 살피지 않으면 길을 놓치기 쉽습니다.
이런 순간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살아오는 동안 수없이 마주친 그 길과도 유사 합니다.
다시 잘살펴 보니 바위에 저렇게 표시가 되어 있더군요.
주능선에 붙습니다.
마지막 주능선의 날머리에도 이런 표시가 있습니다
산행시작 대충 6시간만인것 같습니다.
장터목대피소의 화장실뒤편으로 걸어나오는 길이 고역이긴 해도 넓다란 하늘이
열렸습니다.
앉을 자리도 없이 가득찬 장터목에서 잠시 쉬고는
세석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세석 까지 가기로 합니다.
땀을 대충 식히고 바나나로 대충 보충을 하고
형님보고 세석에서 보자는 말을 하고 먼저 갑니다.
생각이 안나요?
아니 무슨 꽃이게요??
이제 빠른걸음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주능선상의 내리쬐는 불볕에 머리가 뜨끈거립니다.
쉬지않고 세석까지 한걸음에 갑니다.
지리산이 익어 갑니다,
불지핀 가마솥 뚜껑을 열때 처럼 뜨끈한 수증기가 연신 빠지고 있습니다.
아득하기만한 저 길도 어느순간 도착 할것입니다.
걱정하고 미리부터 겁내든 인생살이도 어찌하다 보면
거기까지 가는것 처럼 그렇게 살아지고 도착 될것입니다.
세석산장 입니다.
한시간동안 한순간도 쉬지않고 걸어온 길입니다.
물을 떠오고 자리가 날때까지 기다립니다.
에스테야형님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한무리의 사람들이 빠져 나가고 자리가 납니다.
형님을 기다리며 햇반을 익힙니다.
한 30분을 기다렸을까 온 몸에서 물이 줄줄흐르는 형님이
자리로 찾아 옵니다.
종주를 하는 젊은 대학생들과 같이 앉았습니다.
친화력좋고 인간성좋고 누구에게나 살가운 우리의 에스테야형님이 그냥 계실분이 아닙니다.
고기도 굽어주고 김치도 나누어 주십니다.
이런저런 대화로 식사를 같이 합니다.
고기보다 김치를 더 좋아한 학생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몇번씩 하고 일어 섭니다.
내 나이듬을 잊고 살지만 젊음이 부러워지는걸 보면 나도 나이가 들었는가 봅니다
딱 저 나이만큼만 된다면.....부질없는...생각들....
든든히 먹고 3시45분 세석을 떠납니다.
이제부터는 지루한 하산길입니다.
속도를 조금만 더 내야 겠다고 속으로 생각 합니다
일부러 에스테야형님을 골탕 먹일라고 하는것이 아니라
앞에서 조금 빠르게 진행 하지 않은면 안될것 같기 때문입니다.
숲에서 후다닥 한놈이 뛰어 나옵니다.
제딴에는 많이 놀랏는지 어쩔줄 모르고 저러고 있습니다.
천천히 내려오시라 하고는 앞에서 조금 빨리 걷습니다.
형님은 내림길을 많이 부담스러워 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오늘은 더많은 땀이 납니다
웃옷를 벗어 짜고 또 갑니다.
뒤에 형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쉬었다 갑니다
오층폭포에 도착 합니다
잠시 형님을 기다리며 내려가서 몇장을 찍습니다
가내소폭포위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전망대 밑으로 내려가서 사진을 찍고 형님에게 줄 물도 떠놓고 기다립니다.
땀으로 바지에서도 물이 뚝뚝 떨어지는 형님이 웃으며 옵니다.
한동안 쉬고 지곡의 들머리인 아침의 그자리에 다시 도착 합니다.
게곡은 지금 리모델링 중입니다.
먹는것이고 뭐고 씻는것이 젤 급하다는 에스테야형님의 덕달에 계곡에 몸을 던집니다.
달구어진 몸을 한동안 식힙니다.
그리고 한잔의 차가운 맥주로 갈증을 풀어 버립니다.
시원 합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시원함이 한동안 갈것 같습니다.
머리는 단순해지고
마음은 충만 합니다.
지리산은 내게 자유의 해방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