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24 칠선계곡[지리-57]
일시:2012년6월24일(일)
날씨:흐리고,간간히 빗방울.
산에간 사람:수야.
걸어간 길:추성주차장-용소-문바위-칠선폭포-마폭-천왕봉골-제석전망대-코
끼리바위-소지봉-창암능선-두지터-추성주차장.
산행시간:05:06~16:27.11시간21분 (21km).
여름이면 비수기인 가게가 한가롭다. 마라톤도 당분간은 쉬기로 했다. 헬스장도 일주일에 몇번씩은 가질않는다. 모든것이 느슨해지고 늘어지기만 한다. 한번 흐트려진 마음이 쉽게 다잡아 지질않는다. 일마다 흥미를 잃었고 집중도 하지 못한다. 저녁이면 술잔을 들어야 되는 당연한 일상이 이어진다. 십수년동안 늘지도 줄지도 않튼 체중이 불어나고 있는 요즘의 나는 체중과 함께 게으름이 덕지덕지 온몸에 붙었다. 후딱 때버려야 겠다. 가자~ 지리산으로.
쬐끔 빡시게 한발이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오랫동안 머리속에 숙제로 남아있는 몇군데중에 칠선을 선택한다.
새벽3시 집을 나서는데 아들이 배웅을 나온다. 이놈무시키가 컴터게임하느라 여태 자질 않은 것이다. 산에 갈려고 잠도 안자고 있는 애비가 딱히 뭐라 할수는 없고 인사만 받고 집을 나선다. 4시50분 추성주차장. 추성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배낭을 매고 용소로 가는길엔 인적도 없고 개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용소를 앞에두고 계곡을건너 좌측의 길로 올라선다
문바위까지 쉬지않고 올라가는 길에 벌써부터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지난번 국골로 올라 초암능선으로 하산할때 보았든 문바위는 같은위치 같은 모습인데 달라 보인다.
천왕봉을 12시 까지 올라간다는 계산을 한다.
계곡은 수량이 현저히 줄어 있다. 옥녀탕.
끊어진 다리를 어떻게 지나갈까 한참을 고민하다 난간을 잡고 올라 간다.
비선담의 철다리를 자나간다.
밑으로 가보고 옆으로 가보고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또 타고 넘는다.
여기 지리산이 이렇게 물이 가뭄으로 말라 가는데 심각한 가뭄을 새삼 실감한다.
구조목 09-10바로 옆의 청춘홀 을지나간다. 그 이름이 궁금하여 여기저기 찾아 보았다.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매우 안타까운 연유가 깃들어 있다. 산아래 마을로 내려가지 못하고 산속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던 까닭에 아까운 청춘을 다 보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니 애잖하다고나 해야 할까!
이 청춘홀의 조금 아래 목기막터가 있었는데 그 곳에서 일을 하던 인부들이
칠선폭포.
대륙폭포를 보고 돌아 나온다 워낙 물이 없다보니 그이름값이 무색하다.
제석봉골 초입의 염주폭포도 가까이서 보고, 기어올라 위에도 올라본다.
좌선폭포.
칠선의 비경속에 만나는 여러 크고 작은 폭포들.
치열한 흔적들
잔뜩 흐린 하늘엔 빗방울도 간간히 떨어진다. 습도탓인지 허약한 체력탓인지 무지하게 많은 땀을 쏟아낸다 아무래도 술 때문인것 같다. 술을 끊어야 할까 보다. 아무래도 술을 끊어야 할까부다.... 아침을 먹지않는 습관때문에 독오당산행때가 아니면 아침을 먹지않는다. 아침을 대신해 간단하게 먹고 다시 일어선다.
10시19분. 마폭포와 마주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다섯시간을 넘어 가고있다.
마폭포의 우측 폭포는 천왕봉쪽으로 이어질것이고
좌측골은 중봉쪽으로 연결될것이다 언제 저곳도 가봐야 할길이다. 오늘은 그냥 담아 두기로한다. 스틱을 사용 하지않는데 오늘은 괜히 한짝이라도 가져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한번도 쓰질않고 저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가지고만 다녔다.
얼굴도 씻고 땀도 충분히 식힌 휴식후 다시 배낭을 맨다.
천왕봉 오름길에 본 주능선엔 구름이 왔다갔다 보였다 숨었다 흐린 날씨속에 있다.
12시 까지 주능에 올라선다는 계획은 포기하고 밥을 먹고 가기로 한다. 혼자서 먹는 밥. 집에서 싸준 도시락. 딸래미 도시락에 담긴 내용물이 나도 참 궁금했다. 지난주, 마눌이 몇년만에 지인들과 지리산에서 오토캠핑을 하는데 저녁에 출발하는 몇명을 태워 주고 다음날 운전기사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팔자에 없는 아줌마들 일일 도우미가되어 머슴처럼 해주었다. 쌍계사,불일폭포,평사리,섬진강까지 안내하고,시키는 일 다해주고.. 최근들어 내가 하는일 중에 최고로 잘한 일이라고 칭찬을 해주기도 하더만. 하긴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산에 간다고 할때마다 눈치를 주거나 망설이게 한적이 단한번도 없었어니 이정도는 해주어야 도리겠지만... 그리고 요렇게 도시락도 싸주더라.
점심을 먹고 올라가는길에 처음으로 사람을 만난다. 스틱소리에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위를 살펴 보니 공단원은 아니다. 주능선엔 바람이 너무 심해서 이곳 천왕봉골로 내려 칠선으로 하산을 한다는 분과 잠시 인사를 나눈다. 마지막 철계단이 안개속에 아득하다.
바람소리가 요란스럽게 지나간다 12시18분 천왕봉 아래 주능선에 올라서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바람속에 섞인 빗방울이 얼굴을 아플정도로 때린다.
조망은 고사하고 반팔로 올라선 주능선에는 여름이 아니라 겨울같은 느낌의 한기가 몰려온다.
제석봉 조금 못가서 본것인데 이것이 뭔지 통 모르겠네???
제석봉 전망대에서 장터목을 거치지 않고 코끼리 바위를 경유해 백무동 방향으로 가기로 한다. 몇미터 앞의 사람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틈타 우측으로 살짝 들어선다 코끼리바위 방향으로 길을 잡고 나가는중에 앞에서 갑자기 사람이 확나타난다. 나보다 지가 더놀라니 할말은 없고 서로 말없이 그냥 갈길로 가는데..
지난번 독오당산행때 쉬어간 코끼리바위 에서 배낭을 벗고 잠시 앉았는데 주위에 온통 곰이다. 잠시 한눈 팔며 저녁에 삼겹살 먹을 만큼만 담아서 배낭에 챙긴다.
창암능선 갈림길 백무동길의 소지봉을 지나 좌측으로 내려서면 참샘가는길 바위뒤에 저나무뒤로 접어들어 창암능선으로 붙는다. 저 소나무뒤의 지뢰밭은 상상 이상이다. 심해도 너무 심하다 싶을정도로 엉망인 곳을 지난다. 제발좀 묻었어면 좋겠다.
창암능선으로 내려가며 바라본 중봉 하봉 방향은 안개속이다 하루에도 수시로 변하는 사람의 마음처럼.
단숨에 고도를 낯추며 내려선 창암능선의 장구목. 왼쪽의 백무동,오른쪽의 두지동을 표시한 표지 이곳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한다.
두지터로 내려오는길에 집사람으로 부터 전화가 온다. 점심은 잘 먹었느냐고 묻길래 어~잘먹었다 고맙다 했더니 요상시런 웃음소리와 보더라운 말투로.... 이거 영 내 분위기 하고는 안어울는 짓거리를 할라고 든다. 됏고! 끊자!
시끌벅쩍한 소리의 산악회 사람들이
길을 점령하고 있는곳을 빠른걸음으로 통과 하여 내려간다.
아침 출발할때 한대도 없든 주차장엔 산악회 버스가 즐비하고
여기저기 펼쳐진 판에는 비틀거리고 흥청거리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차문을 여는데 어디선가 달려온 공단직원이 주차비를 받아간다.
.
.
뻑적지근한 몸의 긴장이 정신을 맑게 하고
풀어 헤쳐진 나태함을 몰아내어서
열심히 살겠다는 말을 다시 해보려 한다.
열심히,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