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2.04.01 왕시루봉[지리-52]

지리99 수야 2012. 4. 4. 02:12

2012년4월1일

독오당31차 지리산學.

산나그네님,다우님,센드빅님,귀소본능님,별하님,수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바람에 훈기가돌고 꽃이 피어나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멀리서 바라보는,또는 지리 산행기에 올라오는 사진들과 글들 속에서도 게절은

자연의 법칙과 순리에 따라 봄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직 나만 아직 겨울속에서 살고 있을 뿐이었다.

아파트단지의 나무들이 꽃망울을 품고 솟아올리고 있는것 조차 외면하며

그냥그냥 그럭저럭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간다 생각하며 한잔의 술잔으로 공허를 채우고

늦은밤 이나 새벽쯤 집으로 똑같이 반복해서 들어가고 나온다.

봄 이라는계절이 그렇게 희망으로 다가오지도 않았고

들뜬마음이나 설레임 마져도 사라져 있었다.

아니, 그런 마음을 누릴 여유가 사라진것이다.

내가 요즘 왜이럴까?.

하루에도 몇번씩 의욕없는 나를 보며 스스로 한심스럽기 까지 하다.

"봄은 왔지만 봄같지가 않구나!"

 

 

누구는 담배를 끊고오는 휴유증이라 했고,누구는 맨날 술만 먹어서 오는 휴유증이라 했다.

분위기를 바꾸고 기분을 전환해보라 했다.

그래서, 술을 줄였다

매일 한병꼴로 마시든 술을 삼일에 한번에 세병으로.

미장원에 가서 쪽팔림을 감수하며 파마도 했다.

운동도 전투하듯이 심하게 빡시게 했다.

집에도 일찍일찍 들어갔다.

최소 자정을 넘기지 않고..

그래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봄은 왔지만 봄같지가 않구나!"

 

 

독오당 정기산행 공지가 올라오고

사무총장 귀소본능의 확인 문자까지 날아온다.

"4월1일 만우절이라고 절대로 거짓말 하는거 아닙니다."

"산행가는거 맞습니다"

이때 부터 달력을 자꾸보게 되고

무엇을 가져갈까 어디로 갈까

마음이 분주해지고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것이 였구나!.

봄은 왔지만 봄같지가 않았든 이유가.

지리산...

아마도 이틀은 잠을 못잘것이다.

 

4월1일

에스테야님과 티나님이 개인사정으로 불참한 가운데

독오당이 오랬만에 예전에 초창기에 모였든 장소에서 집결한다.

센드빅형님의 티오피 캔커피로 인사를 나누고 지리산으로 간다.

 

 

저수지가 좌측으로 보이는 마을의 주택옆공간에 주차를 하고

차문을 열고 내리니 찬바람이 쌩하니 분다

춥다.

생각 못했든 날씨에 옷들을 하나씩 껴입는다.

 

 

 

 

 

 

 

 

 

 

 

 

산행출발에서 부터 왕시루봉 정상까지 고도를 거의1000m를 넘게 올려야한다.

그러나 길은 포근했다.

갈수록 날씨도 포근해졌고 하늘은 맑고 맑았다.

 

 

 

껴입은 옷을 벗었다.

겨울에 묶여있든 나의 마음도 한꺼풀 벗어 버렸다.

 

 

 

계곡을 건넜다.

나의 마음도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왔다.

 

표시가 별로 없는 길에서

반가운분을 뵙는다.

 

대장님의 마스크 색깔도 바뀌어 있었다.

                                              우유빛깔 피부는 그냥 유지 되는것이 아니였다.

 

겨울이 녹아 내렸다.

아직 겨울속이였든 나의 마음도 녹아 내렸다.

봄이 왔다

희망도 같이 왔다.

설레임도 따라 왔다

 

봄 볕이다.

햇살은 따뜻했고, 술을 먹지 않았으나 취했고

말이 없어도 웃었다.

 

 

하늘은 가을날 처럼 청명했고 맑았다.

가스가 내려앉은듯,소화 되지않은듯 답답하든 가슴도 맑아져 갔다.

 

 

아름다웠다.

한동안 바라보았다.

내속에서 내가 일어났다.

 

 

 

광양의 백운산이라 했다.

 

 

 

 

아날로그 노털들이 스마트함에 빠졌다.

 

상봉을 경배한다.

 

 

 

당수님은 옛길이 차단되고 묶여있음에 한탄한다.

어쩌면 치욕과 굴욕의길 이고 아픔의길 이지만

역사속에 배움과 교육의길이 될수도 있는 이 길을 개방해야 한다고 하신다.

 

 

만찬을 벌인다.

술잔도 돌아오고 돌아간다.

따뜻했고 정다웠고 풍족하고 푸짐했다.

만족하고 만족한 밥을 먹었다.

 

 

 

 

다시돌아간다.

돌아가서 해야할 일을 해야한다.

그러나 어제와 조금 다른 마음으로 내일을 살것이다.

 

 

 

 

 

 

 

 아쉬움 이랄까

선뜻 발길을 옮기지 못한다.

 

 

 

그래도 가야한다

삶이라는 것이 다 그런것이 아니든가.

 

 

 

 

오산 이라했고 사성암이 있고 활공장이 있다 했다

"가보고 싶다"라고 마음 한켠에 담아둔다.

 

만세를 외치는 이가 있었다.

그는 내가 아는 좋은 사람중에 한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 하는 사람중에 한사람이다

 우리모두가 그를 좋아한다.

좀더 치열하게 산행하고

좀더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야 하고

좀더 많이 웃고,

좀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분명히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