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06.11.02 불무장등

지리99 수야 2006. 11. 2. 01:21

불무장등

 

일시:2006년 11월 2일.
걸어간 길:연곡사-통곡봉-불무장등-삼도봉-반야봉-노루목-임걸령-피아골-연곡사
산행시간:휴식포함 9시간
산행자:수야.

 

리산 주능선을 따라 남북으로 뻗은 산줄기가 여러 가닥 있다.

이중 반야봉에서 삼도봉을 거쳐 남쪽으로 15km 길이로 뻗어 내려가

화개장터 부근의 섬진강에서 맥이 끊기는 능선이 불무장등(不無長嶝·1,446m) 능선이다.

일명 남부능선이라 불리는 삼신봉(1,284m) 능선과,

노고단에서 뻗어내린 왕시리봉 능선과 함께 지리산 남부를 대표하는 긴 능선이다.

무장등은 통곡봉(904.7m) 남쪽 약 1.5km 지점의 당재와

그 아래 약 7km 지점의 새껴미재에서 각각 한 번씩 그 흐름이 굴곡을 진다.

평(農平) 마을은 피아골 매표소 직전 오른쪽 콘크리트 길을 따라 2km쯤

오르면 있는 산중 마을이다.

마을 맨 꼭대기 민가 뒤로 난 묵밭 길을 따르면 당재 위 날 등에 올라선다.

이후 통꼭봉까지만 조금 급경사이며,

그 후 불무장등 직전 안부까지 완만한 경사의 능선으로 이어진다.

경사의 능선이 끝나면 불무장등 정상까지 40분 정도 가파른 산길로 이어지지만,

불무장등에 올라선 다음 삼도봉까지는 완경사의 능선길이다.

삼도봉 직전에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 왼쪽은 삼도봉 서쪽 안부로 이어지고,

오른쪽 길은 바윗길로 아기자기한 산행의 묘미와 함께 전망이 뛰어난 길이다.

반야봉을 오르고 다시 내려와 임걸령 쪽으로 가다

첫 번째 삼거리와 두 번째 삼거리에서 모두 오른쪽 길을 따라야 한다.

피아골은 임걸령을 지나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어

마치 되돌아가는 듯한 능선을 타다 남쪽 골짜기로 내려서야 한다.

 


연곡사에서 농평마을 가는 길 포장도로를 따라 약 1시간 정도 올라간다.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빈 길에 혼자 도로를 따라 터벅터벅 걷는다.

포장도로지만 오름길이라 다리가 벅적하다.

 

 

고려 초기에 생겼으리라 추정할 뿐 당치의 정확한 설촌 연대는 알 수 없다.
구전에 의하면 문척면 반내에서 엄씨 3가구가 이전해 정착하면서 형성됐다고.

고개(재) 밑에 당산나무집이 있다 하여 ‘당재’라 부르다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시 한자 표기인 ‘당치’로 개칭했다.

당치고개는 구례 연곡사 쪽 사람들이 하동 범왕 칠불사를 넘나들던 고개다.
반면 농평은 풍수지리설 ‘노호농골(老號弄骨)의

대지 근처에 평평한 곳’이라 해서 농평이라 부른다.



농평마을에서 들머리 찾기가 쉽지 않다.

마을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가 맨 끝 집에 다다르기 전

왼쪽의 묘지로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올라야 한다.





무덤 옆으로 지나면서 돌아본 마을.

‘하늘 아래 첫 동네’는 지리산에 여러 곳이 있다.

농평은 해발 800m이다.

지리산에서 하늘 아래 첫 동네는 실질적으로 농평인 듯 하다.

임진왜란 때 난을 피해 올라온 사람들이 터를 잡았다고 전해지는

농평마을은 높은 해발고도에도 불구하고

한때 50가구가 넘게 모여 살 만큼 규모 있는 산골 마을이었다.

농평에서 불무장등을 거쳐 삼도봉에 이르는 능선길은

화개장터가 영화를 누렸던 시절 장사치들이 발길이 이어졌으며

그 장사치들을 상대로 한 술도가가 있었을 정도로 번성을 누리기도 했다.

지금은 폐교된 분교는 한때 학생 수가 50여 명에 이르렀다.



10분쯤 가면 통꼭봉에서 당재 황장산으로 흘러내린 능선 마루에 올라선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른다.

오솔길이지만 길은 또렷하고 선명하다.




20분쯤 더 가면 사방이 시원하게 트인 전망바위가 있다.

바위에서 통꼭봉 정상까지는 10분 정도다.

통꼭봉에서 불무장등으로 가는 능선길은 흙길로 부드럽고 평탄하다.

40분쯤 가면 오른쪽으로 연동골로 빠지는 길이 있고,

능선을 따라 얼마 가지 않아 왼쪽으로 계곡을 따라 피아골 직전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무조건 능선길만 따르면 된다.

골짜기에 내려앉은 운무가 한 폭의 그림이다.



 

통곡봉 기지국 구조물

 

 


불무장등은 통꼭봉에서 보았던 것처럼 오름길이 길다.

직전마을 갈림길 지나 10분쯤 가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른다.

불무장등 오르기 직전에 오른쪽으로 가로질러 가는 길이 있다.

불무장등 정상을 지나치고 오른쪽 길을 따른다.

눈앞으로 주능선이 성큼 다가온다.


산죽길을 헤치고 나간다.

희미한 등로가 제법길다.

 



불무장등에서 올라온 길을 돌아본다.

3시간여를 쉼 없이 올라왔다.

긴 능선은 연무 속에 어슴푸레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동안 다리를 쉬게 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불무장등 지나 작은 봉우리를 하나를 넘으면서

반야봉과 삼도봉이 보이고,

주능에 사람 소리가 들린다.

불무장등에서 삼도봉까지는 40분쯤 걸리며 능선은 한없이 부드럽다.

삼도봉 오르기 전에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오른쪽 바윗길은 가파르지만 바로 삼도봉으로 오르는 길이고,

왼쪽 길은 반야봉 쪽으로 우회해서 올라가는 길이다.

오른쪽 길 삼도봉으로 올라간다.

뒤에 우뚝 솟은 반야봉과 삼도봉.


삼도봉 바로 아래 갈림길.

오른쪽 길을 선택한다.




지나온 불무장등이 우뚝하고 내리뻗은 줄기는 황장산으로 줄달음친다.

 

불무장등 왼편의 범왕골과 칠불사 능선.

 

눈을 돌려 왕시루봉 능선이다.

 

삼도봉.

주능 삼도봉으로 오르며 이미 도착해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얼른 사진을 한 장 찍고 자리를 뜬다.

 

 반야봉.



몇 번을 지나쳐 가기만 했든 반야봉을 오늘 올랐다.

사람들이 많다.

휴식 없이 바로 내려온다.


반야봉을 다시 내려와 노고단 방향의 주능선을 걷는다.

임걸령샘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피아골로 방향을 잡아 내려온다.




피아골 산장.

배낭을 벗고 간식을 먹는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말라 버린 단풍이 아래로 내려올 수록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구계포교를 지나 한 차례 선 채로 쉬고 연곡사까지 쉼 없이 내려간다.

피아골 입구에서부터는 사람들이 줄을 서야 할 만큼 서로 교차 하며 지나간다.

연곡사를 지나 주차장까지 도로를 따라 인파에 묻혀 걸었다.

 

연곡사.

일찍 시작한 산행이라 일찍 하산을 완료한다.

불무장등의 완만하고 때론 우람한 근육질 능선을 타고 넘어

피아골의 맑은 물소리와 계류를 만끽한 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