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봉
일시:2018년 5월 13일 (일요일)
산행자:솔바우님,황순진님,김은의님(의령 3명)+행동팀 4명 총 7명
걸어간 길:파랑마을-팔랑재-헬기장-팔랑재-바래봉 샘-바래봉-바래봉 동능-964봉-외톨 솔 배기-원천
산행시간과 산행거리:08시 04분~15시 40분 (휴식, 식사시간 포함 7시간 37분), 오룩스맵기준 11.21km
산행은 전라북도 산내면 내령리 팔랑마을에서 시작한다.
진한의 왕은 달궁을 방어하기 위해 서쪽 10리 밖의 영에 정 장군(정령치, 정령재)을,
동쪽 20리 밖의 영마루에 황 장군(황령치, 황령재)을, 남쪽 20리 밖의
산봉우리에는 성이 각기 다른 3명의 장군(성삼재)을 배치하였다.
또한, 북쪽 30리 밖의 높은 산령에는 8명의 젊은 장군(팔랑치, 팔랑재)을 배치해
외적의 침공을 막아냈다고 하여 각각 정령재, 황령재, 성삼재, 팔랑재 등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 오고 있다.
팔랑마을은 팔랑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파랑마을 입구 주차장에 주차하니 1일 주차비 5000원을 달라고 한다.
개인소유라는 이유로 다소 비싸지만 감수한다.
차가 많이 들어올 거라며 바짝 붙여 주차해 달란다.
예상과는 달리 아직 주차장은 많이 비어있다.
바래봉 철쭉을 보러 갈 적당한 시기라 생각했다.
산행지를 정하고 하산 방향을 어디로 할지 궁리했다.
걸어보지 않은 길이 우선이다.
몇 군데 방향을 머릿속에 넣었다.
마을을 지나 올라가는 길에는 바래봉을 올라가는 등산객과
벌써 내려오는 부지런한 사람들과 마주친다.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내려오는 분에게 바래봉 철쭉 개화 상태를 물었더니 꽃이 없다고 했다.
뒤이어 내려오는 몇 사람에게 또다시 물었더니 꽃이 좋다고 했다.
같은 곳을 같은 시간에 보고 내려온 사람들이지만 말은 각자가 달랐다.
바래봉까지 3.7km의 짧은 구간이다.
바쁘지 않고, 마음 졸이며 숨어 들어가는 산길이 아니기에 7명의 걸음은 여유가 넘친다.
여유로운 걸음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말이 말을 낳는 수다가 계속 뒤 따랐다.
TV에 방영되면서 유명해졌다는 집을 지나자 마을을 벗어난다.
단순하고 깔끔한 산길은 그리 힘들이지 않아도 쉽게 올라설 수 있다.
옷을 벗고 휴식을 하며 김밥으로 아침을 때운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줄줄이 앞서 지나간다.
길은 그리 가파르지도, 길지도 않았다.
그래도 몇 번의 짧은 휴식을 하며 산길은 계속된다.
앞사람 뒷모습만 보고 줄기차게 오르든 좁은 산길은
팔랑치에 올라서자 한순간 넓은 세상이 펼쳐진다.
누구는 꽃이 없다 하고 누구는 꽃이 좋다고 하든 산 위에는
꽃들이 산을 장악하고 있지 않은가.
기대를 버릴 수도, 실망할 수도 없는 어중간한 마음으로 올라왔더니
오르막을 지나 눈 앞에 펼쳐지는 그림 같은 광경은 일순간 천국을 구경하는 듯하다.
와~하는 탄성이 쏟아진다.
여러 생각을 확장하거나 전개할 필요도 없이 내 눈앞에 보이는 그대로 가 감탄이다.
꽃이 없다고 했었든 그분의 입장에서는 사진을 목적으로 올랐으니
사진을 찍을 만한 작품의 꽃이 없다고 했을지 모른다.
꽃이 없다는 그 말에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다.
그래서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지도 모른다.
비가 그친 산에는 운무가 그림처럼 피어오른다.
시선을 멀리 보낼수록 보임은 가물거렸지만, 운무 속 저쪽을 짐작으로 다 짚어 낼 수 있다.
씻겨 내린 산야의 싱그러움이 뽀드득하게 투명하다.
팔랑치에서 바래봉으로 바로 가지 않고 헬기장으로 길을 잡아 잠시 오른다.
다시 돌아와야 할 길이지만 그것조차 감수해도 후회 않을 눈앞은 우리를 강하게 현혹한다.
냉해로 이미 시든 철쭉과 활짝 피어 만개하고 있는 철쭉, 이제 막 봉우리가 피어나는 철쭉의 여러 모습이
걸음을 옮기는 순간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들뜬 기분은 표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빨간장화 최여사(산들강 지기)
깨끗한 하늘이 배경을 깔아 지리산 천왕봉은 더욱 선명하게 앞에 다가온다.
설령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있다 하더라도, 싫은 내색을 할 필요도
없을 만큼 산은 넓은 포용력을 갖게 한다.
갈등(葛藤)이라는 말은 칡 나무와 등나무를 뜻한다.
칡 나무줄기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감아 올라간다.
반대로 등나무는 시계 방향으로 줄기를 감아올린다.
그래서 갈등이란 서로 간의 견해 차이를 말한다.
포옹은 얼싸안는 것이다.
얼싸안음은 '얼(영혼)'을 감싸 안는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가슴뿐만 아니라 상대의 영혼까지 감싸 안는 것이다.
그게 포옹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나 다 포옹할 수 있을 만큼 내 마음이 너그럽다.
순식간에 차고 또 비워지는 운무는 넋 놓고 바라보게 하는 광경을 선사한다.
당면한 눈앞의 이 순간이 그저 경이롭고 아름답다.
같은 장면을 각자 다른 느낌으로 감탄하고 경외하는 시간을 오래 가진다.
성여사(수야지기)
나비부인(김은의 님)
매월 둘째 주 일요일은 행동팀의 정기산행이다.
5월 둘째 주 의령팀이 동참했다.
해외여행으로 노을 형님이 이번 산행에는 자리를 비웠지만,
의령팀은 거의 매주 산행을 감행하는 팀이다.
오랜 산력과 경륜의 솔바우님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의령팀과의 산행은 여러 가지 재미를 안겨준다.
황순진 님(나비부인 지기)
철쭉
키는 2~5m이고 연한 홍색의 꽃이 5월에 가지 끝에 핀다.
흰 꽃이 피는 것을 흰철쭉이라 하고, 갈색 털과 꽃대에 점성이 있고 잎이 피침형인 산철쭉,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 것은 진달래라 한다.
철쭉은 잎과 꽃이 거의 같이 피는데,
작은 주걱 모양의 갸름하고 매끈한 잎이 다섯 장씩 가지 끝에 빙 둘러가면서 붙어 있다.
꽃도 다섯 장의 꽃잎이 살짝 주름이 잡혀 있으며,
아래가 서로 붙어 있어 전체적으로는 깔때기 모양이다.
꽃잎의 안쪽에는 주근깨가 잔뜩 박혀 있고,
길게 내민 수술이 만들어내는 꽃 모양은 수수하면서도 깔끔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양도 먹지 않은 식물이니 철쭉 꽃잎은 먹을 수 없다.
기록에 처음 철쭉이 등장하는 것은<삼국유사>의 수로부인 이야기다.
수로부인은 신라 최고의 미인으로
성덕왕(702~737) 때 강릉 태수로 부임한 남편 순정공을 따라가게 된다.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낭떠러지 꼭대기에 활짝 핀 철쭉꽃을 보고
꺾어서 가지고 싶어 했지만 아무도 올라가려 하지 않았다.
마침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늙은이 하나가 꽃을 꺾어 부인에게 바쳤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수많은 꽃 중에서 철쭉꽃을 미인에 비유한 것이다.
이름 역시 꽃이 너무 아름다워 지나가던 나그네가 자꾸 걸음을 멈추었다 하여
철쭉을 나타내는 ‘척(躑)’에 머뭇거릴 ‘촉(躅)’을 썼다고 한다.
척촉이 변하여 철쭉이 되었고, 다른 이름인 산객(山客)도 같은 뜻이다.
흰철쭉
바래봉을 향해 걷다 구름속에 살짝 드러나는 운봉을 담았다.
산에서 사람들은 말이 가파르지 않다.
말이 부딪히거나 뒤엉키지 않는다.
솟구쳐 오르지 않는 말들은 평온하다.
산은 그렇게 사람을 순화시키고, 웃게 만들고, 깊게 만든다.
많이 배우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많이 가졌거나, 가난하거나, 권력이나 명예가 있고 없고
그것을 따져 사람을 갈라치지 않는 산은 공평하다.
똑같은 출발과 조건을 주고 그 조건으로 각자의 방식대로 움직이고
느끼고 책임을 져야 하는 산은 공평하다.
세상은 생각하는 것 보다도 훨씬 많이 불공평하다.
내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다.
바래봉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화수리와 용산리, 인월면 중군리, 산내면 내령리의 경계에 위치한다.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 놓은 모양이라는
의미의 바리봉인데 음이 변하여 바래봉으로 불리고 있다.
바래봉 산철쭉 군락의 기원은
1968년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도 면양을 길러 농가소득을 올려보자고 말한 데서 비롯된다.
1972년 운봉에 한국,호주 면양시범농장이 국립종축장의 분소로 설치되면서
바래봉 일대는 가축 몰이 개가 3,000~4,000마리의 양떼를 이끄는 ‘한국 속의 오스트레일리아’로 바뀌었다.
5월부터 10월까지 양들을 바래봉 일대에서 방목했는데,
양들이 다른 풀이나 나무는 모조리 뜯어 먹었지만
독성이 있는 철쭉은 먹지 않아 홀로 살아남은 철쭉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바래봉 정상은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통과다.
바래봉 동능 초입으로 다시 돌아 내려간다.
가야 할 바래봉 동능 뒤로 상봉과 주능선이 흐릿하게 가물 그린다.
가보지 못한 길 앞에 서면 아직은 두려움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항상 앞선다.
그래서 늘 산에서는 가보지 않은 길이 우선 선택된다.
저 동능을 타고 원천마을까지 내려가기로 한다.
반야봉의 모습이 우뚝하다.
바래봉 동능 내리막길 초입에 사람들이 앉아 쉬고 있었지만, 슬그머니 내려선다.
사람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한숨을 돌리고, 넓은 자리를 잡아 느긋한 점심을 먹는다.
벌써 엉겨 붙기 시작하는 파리 때가 조금 성가시긴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탐하는 동안은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즐겁다.
능선은 험하지 않은 길이다.
급격히 고도를 내리깍는 가파름도 별로 없다.
순하다 할 만큼 좋은 길이다.
이미 솔바우님은 이 길에 보게 될 여러 곳을 설명해 주셨다.
해돋이라는 전망대에 선다.
하산 기준 정면으로 상봉이, 왼쪽으로 삼봉산 능선 서룡산이,
우측으로는 삼정산과 반야봉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터이다.
누가 어떻게 해서 붙인 이름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해돋이라 했음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천왕봉 위로 일출이 펼쳐지는 광경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반야봉 방향
삼봉산과 서룡산
길은 계속 앞으로 다가오고
외톨 솔 배기라는 큰 소나무가 있는 곳에 당도한다.
덕두봉을 분기점으로 발원하여 수승대 골짝, 저승 바위, 큰 평전, 작은 평전,
해를 관망할 수 있는 해 관망 봉우리를 거쳐
많은 능선과 계곡을 일기일복(一起一伏) 좌절우곡(左折右曲)
굽이쳐 내려온 현재의 장소에 아름다운 모습과 웅장한 기묘한 자태를 나타내면서
홀로 장대히 우뚝 서 있는 소나무 한그루를 외톨 솔백이라 부른다.
약 400년이 되었다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천년 묵은 이무기가 선녀들이
마을 온천에서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보다 옥황상제에게 들켜서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하고
소나무로 변하여 배배 꼬인 형상을 하고 있다고 전해 내려온다는 설명이 나무 옆에 서 있다.
<경주김씨장천>의 비를 보고 내가 물었더니
경주김씨선산이라는 뜻이 아니겠냐고 솔바우님이 설명을 해 주신다
당산은 우리나라 전통신앙으로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 신(당산 할아버지와 당산 할머니)을 모시는 곳이다.
당제는 마을의 풍요와 평안 등을 기원하는 지역공동체적 의례이며,
제일(祭日)은 연중 2회로 음력 3월과 9월 보름에 제사를 지낸다.
제관으로 선정된 사람은 매사에 근신하며 제일이 다가오면 당산나무 주변을 청결히 한 뒤
금줄을 두르고 황토를 몇 줌 놓아 부정을 막는다.
원천당산제단
신선 둘레길을 따라 팔랑까지 가기로 한 계획은
원천마을에서 산행을 마무리하기로 의논되고 산행을 완료한다.
조금은 늦었지만, 바래봉 철쭉을 만끽했고, 가보지 않은 바래봉 동능을 걸었다.
오늘 산행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즐긴 지리산에서의 행복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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