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2018.04.01 점골-외삼신봉

지리99 수야 2018. 4. 4. 15:07

점골-외삼신봉


독오당 92차 정기산행

일시:2018년 4월 1일 (일요일)

산행자:산나그네님, 다우님, 엉겅퀴님, 에스테야님, 귀소본능님, 수야

걸어간 길:원묵계-점골-미륵암터-외삼신봉-묵계재-삼신봉터널 입구.

산행거리및 시간:08시 13분~15시 32분 (휴식및 식사시간 포함 07시간 20분 ) 7.8km


2018-04-01 외삼신봉.gpx

2018-04-01 외삼신봉.gtm



지리산길 지도에 원묵계 마을에서 외삼신봉으로 오르는 골짜기가 <정골>로 표기되어 있다.

정골 지명에 대해 대장님께 물었더니 대답이 시원하지 않았다.

산행 후 다음날 카톡으로 표기된 <정골>은 오기인 것 같다며 <점골>이라는 답을 주셨다.

원묵계 노인회장께 물어 <점골> 지명을 확인하셨단다.

과거 철을 캐면 쇠점, 금을 캐면 금점이라 불렀는데 광산이 있었기에 <점골>이라고 한다고 한다.


산방으로 산길이 막힌 상황이고, 당원들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대장님이 지정한

외삼신봉 코스로 오른다.

원묵계 마을 적당한 곳에 주차하고 산으로 들어가자 대나무 숲이 나타난다. (사진:귀소본능)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어 부러지기 쉽다.

그 부러지기 쉬운 대나무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자라며,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는 이유는

마디가 있기 때문이란다.

적당한 크기로 마디를 만들기에 강한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고 견딜 수 있다.

사람의 인생도 무수한 경험과 시련과 힘겨움의 마디를 차곡차곡 쟁여 나가는 것이

대나무의 마디와 비견될 수 있겠다.

희로애락의 마디가 늘어날수록 더 단단하게 버티는 힘을 가지는 것일 게다.


점골이라는 계곡은

계곡미 풍기는 지리산 여러 계곡들의 그런 것은 기대할 수 없다.

물길이 흐르는 밋밋한 그저 그런 계곡일 뿐이다.

길은 계곡을 끼고 걷기에 편하다.

누군가 수고스럽게 산죽을 잘 정리 해 놓아 동네 뒷산을 오르는 기분으로 올라갈 수 있겠다.(사진:귀소본능)


고도를 높여 갈수록 역시 지리산이다 싶게, 길은 지리산 다운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각을 세우는 오름이 숨을 차게 하고 땀을 뽑아낸다.

한동안 산에 들지 못했든 귀소본능이 힘들어한다.


산죽을 통과하는 동안 콧물에 재채기가 쉼 없이 터진다.

산죽의 먼지 탓에 비염이 옹골차게 올라온다.

 

독오당 당수님이 오랜만에 산행에 동참하셨다.

대학 강의와 지역 초청 출강 등으로 시간 내기가 힘들 정도라 하신다.

산나그네님은 지금 여전히 인생 황금기이다.

당수님의 동참은 독오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예전 독오당다운 분위기가 이리 반갑고 좋을 수 없다.

곧, 또 한 권의 책도 출간을 될 예정이다.


고도를 높인 걸음은 1,100을 넘기며 외삼신봉 남능을 만난다.

능선 갈림길에서 반가운 표지를 만난다.

표지기 방향으로 들어가면 미륵암터에 당도한다.


일반적인 폐사지를 상상했었는데 넓은 터를 보고 잠시 놀랐다.

엉겅퀴 형님은 80여 년 전 일제강점기 시절 미륵암이 다시 중수되었다고 한다.

미륵암터 중수 기념 각자를 보고 그리 추증된다고 했다.

몇 년 전에 비해 글자가 많이 마모되었단다.

한문에는 까막 눈인 나는 각자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정기 산행은 2015년 10월 동부능선 영랑대 산행 이후 독오당 전원이 참석했다.

아쉽게 사진을 찍느라 귀소본능의 모습은 없다. (사진:귀소본능)


미륵암터 입구 비탈에는 아직 녹지 않은 겨울 잔해가 남아있었다.

만년설이라 이름 하고 한 포즈를 디리민다.


영험한 기(氣)를 받아 보겠다고 달라붙어 본다.(사진:귀소본능)


미륵암터에도 음양수 샘이 있단다

음수에는 희미한 물기가 흐르고 있다.(사진:귀소본능)


위쪽으로 혼자 올라간 귀소본능이 찍어 온 사진이다.

통천문도 있다 하더니 이를 두고 한 말이었다.(사진:귀소본능)



엉겅퀴 형님이 음양수가 모이는 곳을 알려주고 있다.

열심히 사진을 찍어 대는 에스테야 형님은 저 사진들을 어디에 쓰는지 알 길이 없다.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참으로 일관되고 꿋꿋하게 절대 굴하지 않고 산행기를 안 쓴다.

이런 변함없음은 훌륭하지도, 온당하지도, 합당하지도, 않다는 거 잘 알고 있겠고

웬만하면 인자 좀 쓰자. (사진:귀소본능)


미륵암 중수 기념 뭐라 하는 각자.


나무아미타불은 알아보겠다.


귀소본능



이 넘도 한 기(氣) 받아 보겠다고 달라붙었다.


미륵암터에서 다시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제법 힘을 쏟아야 하는 길이다.

노인네들은 생생하게 오르고 젊을수록 뒤로 쳐진다.(사진:귀소본능)


외삼신봉(1,288m)

엉겅퀴 형님은 외삼신봉은 그리 합당한 이름이 아니라고 하신다.

내삼신봉과 외삼신봉은 자기들 있는 곳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안과 바깥으로 구분 지어 놓은 것이니

어디가 안이고 어디가 바깥일 수 있겠는가 한다.

외삼신봉 보다는 동삼신봉이 더 어울리는 이름이 아니겠는가 한다.

오로지 형님의 생각이라는 말씀이지만 우리는 모두 깊이 수긍했다. 


(사진:귀소본능)


(사진:귀소본능)


밥 먹으러 가자는 대장님의 말에 따라 걸음은 빨라진다.

로프를 잡고 내려가야 하는 지점

이 형님의 특이한 행동은 또 시작된다.

앉았다, 일어났다, 밧줄을 손으로 돌돌 말았다, 풀었다, 앞으로, 뒤로, 방향을 틀었다 하더니

결국 저렇게 배낭과 엉덩이를 깔고 겨우 내려간다.


다 내려가서도 밧줄을 아예 집에 까지 가져갈 태세로 뒤 사람에게 주질 않더라.


앞에 로프가 역경의 끝인 줄 알았든 형님 앞에 떡하니 또다시 난관이 봉착했다.

뒤에서 귀소본능과 나는 카메라를 디리 밀고 키득거린다.

그래도 이번에는 스틱을 먼저 던지고 뒤로 돌아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게 학습의 효과가 있다.

땅에 발을 딛고 나서 쪽팔리지 않게 해냈다는 웃음이 가득한 그때.

한 손으로만 로프를 잡고 전방 레펠 자세를 취하며 통통 뛰어내리듯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엉겅퀴 형님이

내려오자 형님의 쪽팔림은 안드로메다까지 날아가고 말았다.






밥 먹자.

음주산행 단속에 대한 성토가 지나간다.

여러 주제의 대화가 뒤엉키고 배는 부르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고 재촉하지 않아도 되는 길은 여유롭다.(사진:귀소본능)


하산길 낙남정맥 길은 산죽을 헤쳐나간다.

지겨워질 만큼 산죽길은 오래 이어진다.


미세먼지가 극성으로 치닫는다.

주능선조차 잘 보이지 않는 조망터에서 쉼을 한다.


진달래가 몽우리를 밀어내는 자리에서 한동안 퍼질러 쉰다.


잠시 잠깐 눈을 붙인 엉겅퀴 형님은 신기하게도 그 짧은 시간 안에

알코올을 다 분해해버린다.

하동 독바위를 가리키며 능선의 봉우리 이름들을 불러준다.(사진:귀소본능)


남부능선의 하동 독바위가 뿌연 미세먼지 속에서도 유별나다.


거사봉과 시루봉으로 흘러 내려가는 구재봉 능선의 회남재가 폭 내려앉아 찾기가 쉽다.


산죽의 먼지에 눈이 따갑다.

멈추었든 재채기가 또다시 발병한다.(사진:귀소본능)



그래도 걸은 만큼, 몸으로 밀고 나간 만큼, 그만큼 길은 지나간다.

산길은 그렇게 정직하다.

어느새 지겨운 산죽길도 끝이 나고 대로처럼 열린 길에 도착한다.

대나무밭을 지나 내려가는 길이 폭신하고 상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성가시고 힘든 산죽을 뚫고 나왔기 때문이다.(사진:귀소본능)




민가에서 막아 놓은 철책을 살짝 넘어 길을 따른다.

다행히 아무도 없기에 가능하지만, 만약 사람이 있었다면 돌아가야 할 길이다.

개나리가 만개하고 매화꽃 은은한 향이 잠시 한 눈을 팔게 한다.


桐千年老 恒藏曲(동천년로 항장곡)

-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노래를 품으며

梅一世寒 不賣香(매일세한 불매향)

- 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어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

-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모습이 변치 않으며

柳經百別又新枝(유경백별우신지)

- 버드나무 가지는 백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


조선 중기 정치가이며 문인이었던 신흠이 지은 수필집 야언에 실려있는 시.

(다만, 이 시가 신흠이 직접 지은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속세로 돌아간다.

가벼워진 걸음 뒤로 털어버린 잡념이 다시 따라붙지 않기를.


梅一世寒 不賣香(매일세한 불매향)

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어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매화의 지조처럼

독오당도 언제나 그러하기를...


삼신봉 터널 입구 도로를 횡단해 바로 아래로 내려선다.

팔각정에 배낭을 내리고 쉬는 동안 엉겅퀴 형님과 에스테야 형님은 차량을 회수해 온다.(사진:귀소본능)


통쾌(痛快)는 아플 통(痛)과 쾌할 쾌(快)로 구성되어 있다.

아픈 다음 쾌감이 온다는 말일 것이다.

진짜 짜릿함은 큰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일 게다.

지리산을 다녀오는 날이면 나는 통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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