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궁옛길과 만복대골.
독오당 69차 정기산행.
일시:2015년 8월 2일 (일요일)
산행자:산나그네님,에스테야님,귀소본능님,수야 (독오당 4명)
산행후 용소 합류 (맑은소리팀 6명).
걸어간 길:861번 국도 만복대골 입구 -심원 마을-달궁옛길-도계골(용소골) 초입(다시 back) -만수천 용소-
역방향 심원방면 달궁옛길- 만복대골(861번 국도 아래)-861번 국도.
산행시간과 거리: 의미 없음.
아스팔트 위에서 타는 냄새가 날 정도로 이글거린다.
여름은 자고로 더워야 제맛이라고 말했는데 더워도 너무 덥다.
삶아 놓은 가지처럼 세상이 흐물거린다.
창원종주와 지리산종주 후
바짝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 몇 가지 겹치면서 몸도 마음도 조금 지쳐있었다.
더위까지 겹치니 맥이 풀리고 만사가 귀찮다.
독오당 정기 산행이 다가오면서 빡신산행을 말로는 하지만
내심 좀 널널한 휴가 같은 산행을 바라고 있었다.
때마침 쓸개 빠진 귀소본능도 발목을 접질려 운신이 여의치 않다고 한다.
해서 이번 독오당 정기산행은 널널하게 인적없는 계곡에서 발 담그고 놀기로 한다.
속으로 참으로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은근슬쩍 심원으로 코스를 흘렸더니 코스도 그렇게 정해진다.
맑은소리 팀이 점심을 같이하자며 연합을 타진해 왔다.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독오당과 맑은소리팀. 사진 귀소본능>
만복대골 초입.
맑은소리 팀의 차가 이미 자리를 잡았고 우리를 위해 공간을 비워 두었다.
옆에 주차하고 심원마을로 걸어간다.
창원에서 맑은소리는 5시에 지리산을 향했고
독오당은 6시에 출발을 했다.
바로 계곡으로 내려가 놀기에는 아무래도 거리가 너무 없어 조금이라도 걷기로 한다.
언제나 당수님의 초반 걸음은 성큼성큼 이다.
뒤쫓아 같이 걸으며 인간의 욕망에 관한 철학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지리산의 신비함이 사라진 작금의 현실에 안타까움도 토로하신다.
그리고 부탁도 하신다.
"너무 속속들이 파고 들지 마라.
남겨 두어야 욕구가 생기는 법이다."
"다 벗어 버린 것 보다는 짧은 치마가 예쁘다."
얼마 걷지 않았지만 움직이면 땀이 흐른다.
도로를 따라 심원마을 입구에 서자 벌써 줄줄 흐른다.
귀소본능이 이상한 것을 뒤집어쓰고 온다.
자외선 차단과 벌레예방에 탁월하다 한다.
양봉을 해도 무방 할 것 같은 저것이 은근 욕심난다.
쓸개를 제거하는 수술 후 회복을 가늠하기 위해 산행에 나섰다가 발목을 접질려
에스테야 형님이 매일 침을 놓고 있다.
명의의 손길에 퉁퉁 부었던 발목이 산행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지만
무리한 산행은 자제해야 한다.
심원마을은 이주 후 생태복원 부지로 활용된다는 안내판이 여기저기 놓였다.
빈집을 우선 철거 하는 모양이다.
벌써 몇 군데 철거가 이루어진 곳들이 보인다.
철거가 이루어진 곳에는 하나같이 안내판이 서 있다.
이맘때 지리산 어디를 가도 인산인해이듯 심원마을에도 아침부터 북적인다.
마을로 내려서며 왼쪽 옛길을 찾아 들어간다.
만수천을 우측에 두고 옛길은 또렷하고 선명하다.
한 두어 차례 만수천으로 내려선 걸음이 다시 길로 올라서게 한다.
대판골과 대소골을 흘러내린 맑은 물이 달궁을 향해 멈춤 없이 흐른다.
맑고 깨끗한 물이 뛰어들기를 유혹한다.
진지한 자세로 에스테야 형님은 한 컷에 정성을 들인다.
건너간다.
에스테야 형님이 행여라도 빠질 것에 대비 카메라를 조준하고
기다렸지만, 조심성만큼은 고수의 반열에 오른 형님은 언제나 나의 기대를 무산시킨다.
뒤에 오든 귀소본능은 한쪽 발을 기어이 담그고 건너온다.
그 행동반경이 크지 않아 재미가 없다.
길에 올라선 당수님은 이 옛길을 따라 달궁까지 걷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한다.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직접적으로 반기를 들 수는 없지만, 대답은 분명함을 보여 드린다.
요 만큼 걷고 발 벗고 놀기엔 본전이 나오지 않으니 어디로 가든 좀 더 걸어 보자 하신다.
의논 끝에 도계골을 올라가기로 한다.
맑은소리가 내려올 길이니 어디쯤 자리를 잡으면 될 일이었다.
간간이 만나는 크고 작은 소의 물소리가 걸음을 붙잡는다.
때로는 넓게 퍼져 천천히 고인 듯 흐르다가
어떤 곳에서는 격렬하고 저돌적으로 속도를 높이며
물은 아래로 흘러가는 본분에 충실하다.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라 한다.
어디 말처럼 쉬운 것이 있던가.
나는 나조차 감당을 못할 때가 허다하다.
나중에 올라갈 만복대 골을 향해 눈길을 준다.
만수천을 가로질러 도계골(용소골)로 간다.
짧은 구간이지만 잠시 비탈을 타고 산 사면을 돌았다.
이윽고 도계골로 접어들었고 한 차례 쉼을 한다.
도계골은 아무리 봐도 별 감흥이 일지 않는다.
위로 올라갈수록 수량은 줄 것이고 우리가 바라는 공간은 없을 것 같다.
다시 토론 후 용소로 내려간다.
지형도상 용소로 표기된 이곳은 아무래도 이름과 걸맞지 않은듯하다.
삼도봉에서 반야봉을 거처 두루봉을 지나고 만수천으로 꼬라 박는 능선이 있다.
이 능선은 861번 도로로 싹둑 잘렸다가 다시 일어서 만복대로 이어진다.
도계 능선이다.
전라남도와 전라북도로 갈리는 도 경계의 능선이다.
전라남도 방향의 심원쪽으로 이 능선 아래 한 골이 흐른다 .
용소가 있어 용소골로 도계능선이 있어 도계능선으로 불리는 이 계곡이 만수천에 닿는 지점에
지형도에는 용소로 나온다.
그러나 용소는 이곳이 아닌 심원마을 방향에 크고 넓은 소가 아닐까 추측한다.
어쨌든 오늘 우리가 여장을 풀고 쉴 장소로 이곳을 간택한다.
이제부터 쉬자.
카메라에 관한 한 백지 수준인 내가 이런 사진은 어떻게 찍는지 배운다.
조리개를 최대한 여는 법을 배우고 찍은 사진이다.
이 자세는 열정과 정성을 다해 한 컷을 찍는 바람직한 모습의 좋은 예다.
카메라가 향한 곳이 도계골(용소골)이며 맑은소리 팀의 하산길이다.
아래로 만수천이 흘러 달궁으로 향하고 심원옛길(달궁옛길)도 같이 간다.
적당한 그늘과 깊지 않은 물이 옆에 있는 곳에서 자리를 펴고 배가 출출할 때까지
지 맘대로 놀아난다.
당수님은 건너편 옛길에 혹시라도 나타날지 모를 국공을 염려하시지만 우린 전혀 관심이 없다.
옷을 다 입은 채 첫 입수를 본능이 한다.
깊이를 측량한다.
빠져 죽지는 않을 만큼이다.
딱 좋다.
먹고 마신다.
맑은소리 정석 형님의 전화는 연결되지 않는다.
카톡으로 용소로 오시라 문자를 넣었다.
혹시나 몰라 승덕 형님에게도 똑같은 내용을 날렸다.
소주를 말았다.
한 두잔 잔이 늘면서 이야기는 질퍽해지고
그 끝에 당수님께서 수필 하나를 추천한다.
남자들의 쓸데없는 이야기가 아닌 여자 입장에서 쓴 수필을 그 자리서 읽었고 토론을 했다.
우주 유용하고 좋은 공부의 이 수필을 나는 집에 와서 또 한 번 더 읽었다.
하루 뒤 귀소본능이 제목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왔었다.
여자가 쓴 글이지만 남자가 읽어야 하는 내용이다.
이렇게만 해 놓으면 궁금들 하실 거다.
해서, 끝내 나는 이 글의 제목을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굳이 알고 싶은 분이 계시면 개인적으로 물어보시라.
한잔 걸치고 또 지 맘대로 각자 나자빠진다.
쓸개가 없어지고 술을 먹지 못하지만 이젠 춤을 춘다.
하늘을 향해 지껄이기도 한다.
술은 내가 마셨고 취한 건 귀소본능이다.
쓸개가 없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이해하려 한다.
그러든지 말든지 아까 그 글에 심취한 에스테야 형님은 관심이 없다.
별 재미가 없는 본능은 머쓱해진다.
다른 곳으로 재밋거리를 다시 찾아 발길을 돌린다.
지는 옷을 다 입고 들어갔지만 나는 처음부터 홀랑 벗고 놀자 했음으로
자연의 모습으로 물속에 들어갔다.
재밋거리를 다시 찾은 본능이
찍어 대는 카메라 소리가 들렸지만 그건 지 사정이고 나는 그렇게 놀았다.
맑은소리 팀이 오기 전까지만 가능함으로 ...
전화가 오고 가고 용소에 있다는 말에 약속이 틀리다며 이리로 오겠다던
정석 형님이 땀을 뻘뻘 흘리며 건너편 도로 쪽에서
내려오신다.
서로 찢어져 갈린 승덕 형님과 노부장님 공주님이 도계골로 정확히 내려와 합류한다.
11시면 점심을 먹는 맑은소리 팀이 그 시간을 넘겨 왔으니
더운 날씨에 지치고 허기진 모습이다.
당수님이 마중을 나가신다.
맑은소리 A팀은 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고
배고프다 난리다.
처음 약속 장소까지 갔다 온 구름님과 천사님 정석 형님을 당수님이 위로하신다.
자리가 정리되고
맑은소리 팀의 당귀백숙과 하모회, 온갖종류의 술이 같이한다.
점심시간은 길었다.
그 긴 시간 만큼 서로 소통하고, 소통 속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언제나 철저한 맑은소리 팀이 짐을 꾸렸다.
흔적은 없었다.
맑은소리는 쟁기소까지 간다고 했다.
당수님이 손을 흔들었고
에스테야 형님이 함께했다.
맑은소리는 맑게 멀어져 갔다.
왔던 길 역으로 다시 심원 방향으로 간다.
심원옛길에서 바라본 이곳이 용소가 아닐까 짐작했다.
귀소본능도 마찬가지 생각이라고 했다.
만복대골 들머리다.
크고 깊지는 않지만,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계곡은 신선했다.
풍도목과 사태가 방치되어 차라리 더 자연스러운 계곡이다.
기껏 150여m의 계곡이지만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춘 곳이다.
굵고 짧게 많은 땀을 쏟는다.
계곡을 우회해 비탈을 타고 오른다.
합수부의 폭포.
넓은 반석 아래로 폭포가 내린다.
아래를 바라본다.
여기서 한 차례 쉬었다.
종선여등(從 善 如 登) 종악여붕(從 惡 如 崩).
선을 쫒아 행하기는 산을 오르는 것과 같고, 악을 따름은 무너져 내림과 같다.
산을 오르면서도 깊은 사색과 삶의 자리를 돌아 보며 허투로 살지 않았든 남명 조식선생의 말씀이다.
산꾼이 새겨 볼 만한 글귀라 인용했다.
차를 주차 한 곳에서 불과 몇 미터를 남겨두고 땀을 씻는다.
대중탕 넓이만 한 적당한 물속에 들어가 고기가 살갗을 간지럽히는
재미까지 느끼며 완전히 식힌 몸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당수님과 에스테야 형이 먼저 올라가고 본능과 뒤에서 올라 가던 중.
산에서 맞이한 가장 아찔하고 위험한 순간을 겪는다.
그 짧은 찰나에 수많은 생각이 스치는 것이 신기했다.
정신이 어느 정도 들었을 때 귀소본능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참으로 크게 들렸다.
머리는 천만다행으로 바위를 비켜 물속에 처박혔다.
팔과 이마의 상처는 가벼웠지만 걸음을 옮기는 순간 엉덩이가 몹시 아팠고
걸음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산에서 죽는다면 그 또한 운명이라고 말했었다.
아마도 아직은 그렇게 죽을 운명은 아닌가 싶어 안도가 되었다.
뒤로 떨어지며 한 바퀴를 넘게 굴렀는데
바위에 이마만 살짝 부닥친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뒤로 넘어 질 때 배낭이 하중을 다 받아 다치지 않았다고
놀란 본능이 말해 주었다.
나는 오늘
산신령님의 따끔한 경고장을 받았다.
좀 더 겸손하고 진중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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